cloudspotter

푸아그라는 영국적인 것이 아니다 foie gras 본문

영국음식

푸아그라는 영국적인 것이 아니다 foie gras

단 단 2013. 10. 28. 08:07

 

 



소위 '세계 3대 진미' 중 하나라는 푸아그라. 
(이런 얼토당토않은 수식어는 대체 누가 붙이는 거냐?) 

이에 대한 논쟁은 하도 많이들 들어 이제 식상하실 겁니다. 
저요? 
당연히 반대 입장이죠. 
자기 혀 즐겁자고 동물을 그렇게까지 잔인하게 다룰 권리는 인간에게 없다고 봅니다. 고기 먹는 걸 탓하는 게 아녜요. 고기란 자고로 좋은 환경에서 룰루랄라 잘 키워 잡을 때는 최대한 고통 덜 느끼도록 한방에 팍! → 이렇게 얻어야지요.   


그런데, 푸아그라에 관한 논쟁이나 영상을 맞닥뜨릴 때마다 이런 댓글들이 종
종 눈에 띄기에 바로잡아야 할 것 같아 글을 씁니다. 

 

"개고기는 안 된다더니? 하여간 유럽놈들의 가식은 쩐다니까."

"하여간 프랑스·영국 놈들은, 쯧쯧..." 

어라? 거기 영국은 왜 들어가는 걸까요?

영국에서는 푸아그라를 생산하지 않습니다. 동물을 그렇게 대하는 건 영국에서는 불법이에요. 유럽에서 푸아그라를 생산하는 나라는 다섯 나라밖에 없습니다. 프랑스, 헝가리, 불가리아, 벨기에, 스페인. 

 

전세계 푸아그라 생산국을 생산량 순으로 열거하자면,   


프랑스 78.5% 

헝가리 8.2% 

불가리아 6.4% 

미국 1.4% 

캐나다 0.9% 

중국 0.6% 

기타 4.0% 

[2005년 통계]

 

소비를 가장 많이 하는 나라는 역시 프랑스. 프랑스 법이 아예 이를 옹호하고 있습니다. "Foie gras belongs to the protected cultural and gastronomical heritage of France." 푸아그라는 보호 받아야 할 프랑스의 문화 유산에 속한다. 

 

위 유럽 5개국을 제외한 나머지 유럽 국가들은 푸아그라를 생산하지 않지만 수입하는 것까지 막고 있지는 않습니다. 국민 정서상 파는 곳은 그리 많지 않지만요. 영국의 수퍼마켓들은 캠페인에 밀려 현재 푸아그라를 팔지 않고 있습니다. 이달 초 영국 아마존 역시 푸아그라 파는 것을 금지하기로 ☞ 결정해 프랑스가 발끈했었죠. <해로즈>나 <포트넘 앤드 메이슨> 같은 고급 백화점들 에서는 팝니다. 그래서 가끔 이들 백화점 앞에서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손팻말 들고 시위를 하기도 합니다[아래 사진들].

 

 

 

 

 

 

 

 

"푸아그라는 영국적인 것이 아니다."

[포트넘 앤드 메이슨 백화점 앞에서]

 

 

 

 

 

 

 

 

 

"당신은 매일 20kg이나 되는 음식을 위에 쑤셔넣을 수 있어?"

[포트넘 앤드 메이슨 백화점 앞]

 

 

 

 

 

 

 

 

다들 영국 원로 배우인 로저 무어의 가면을 쓰고

"강제로 먹이를 주입해 만드는 잔인한 푸아그라"

[포트넘 앤드 메이슨 백화점 앞]

 

 

 

 

 

 

 

 

귀사를 올해의 <가장 잔인한 식료품점>으로 선정합니다.

[포트넘 앤드 메이슨 백화점 앞]

 

 

 

한국의 '미식가'들 중에는 "요즘은 잔인한 사육 방식은 점차 퇴출되고 있고 인도적인 방법으로 생산하는 곳이 많아졌으니 이런 건 먹어도 괜찮다."고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 곳은 현재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뭔가 잘못 알고 계신 겁니다. 이런 식의 생산 방식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나라가 많아졌다는 것이지, 생산국들이 강제 주입법을 포기하고 있다는 것이 아닙니다. 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나라들은 원래부터 푸아그라를 생산하지 않던 나라들입니다. 자연스러운 사육 방식으로는 푸아그라 자체가 성립될 수 없어요. 뽀오얀 색과 살살 녹는 식감, 버터 같은 고소한 맛을 내기 위해 여전히 거위나 오리의 목 깊숙이 튜브를 꽂아 강제로 먹이를 주입합니다. 특히 프랑스산 푸아그라는 무조건 강제 주입 방식을 쓴다고 보시면 됩니다. 프랑스 법이 아예 '푸아그라'로 이름 붙여 팔려면 전통 방식인 강제 급여gavage를 하도록 정해놓고 있거든요. 그런데 이 프랑스가 전세계 푸아그라의 80%에 가까운 양을 생산하고 있다잖습니까. 그렇다고 나머지 20%가 모두 자연 사육 방식을 쓰고 있다고는 보기 어려우니 '인도적 푸아그라'는 사실상 찾기 힘들다고 보시면 되는 겁니다. "우리는 좀 더 부드러운 튜브를 꽂으니 프랑스산보다는 아무래도 낫지." 하며 자랑하는 곳은 있더군요. 꽈당 한국인들이 푸아그라를 찾게 될 경우 "이왕이면 본고장인 프랑스산으로!" 할 것은 불보듯 훤한 일입니다.

 

 

 

 

 

 

 

 

 

주로 고급 레스토랑들에서 이 푸아그라를 내고 있죠. 근사하게 차려입은 남녀가 우아하게 앉아 담소 나누며 이런 끔찍한 음식을 먹고 있으니 괴리감이 더 심하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질 차이가 많이 난다고 합니다. '잘 만들어진' 고급 푸아그라는 값이 비싸 프랑스인들도 쉽게 맛보기 힘들다고 하네요. 이제는 중국인들까지 이 푸아그라에 맛을 들여 아예 생산에까지 뛰어들었다 하니 미국 옥수수 업자들로서는 신규 고객 늘어 신났을 겁니다. 영국의 어느 투자 회사가 중국의 대규모 푸아그라 생산 공장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해 영국인들로부터 욕을 바가지로 얻어 먹은 적이 있는데 결말이 어떻게 났는지 모르겠습니다. 중국은 무얼 하든 규모가 크니 걱정을 안 할 수가 없어요. 중국뿐 아니라 아시아 국가들이 앞다투어 푸아그라를 찾기 시작했다며 장밋빛 전망을 하고 있던데.  

 

불경기로 프랑스의 푸아그라 수출이 예전만 못하다고 합니다. '명품' 좋아하는 한국에 눈독을 들이고 있답니다. 조만간 한국 신문들에서 일제히 "유럽의 명품 식재료 푸아그라", "푸아그라로 차리는 품격 있는 식탁" 따위의 조잡한 문구로 된 광고성 기사를 줄줄이 내보낼 겁니다. 아니, 다 필요 없고 '정력에 좋음', 이 한마디면 한국 시장은 평정될 겁니다. 비아그라 푸아그라. 리듬도 매끄럽잖아요.  


보다 강렬한 호소를 위해 동물보호단체에서는 주로 가냘프고 예쁜 여인들을 거위나 오리 모델로 쓰고 있는데요(더 연약하고 애처로워 보이므로), 저는 남자 모델로 쓰는 것이 실제 상황에 더 가까울 거라 생각합니다. 암컷의 간보다는 수컷의 간이 부풀리기에 적합해 수컷들만 골라 간을 살찌운다고 하니까요. 옥수수죽 강제 주입하는 ☞ 영상까지는 차마 못 걸겠고, 유튜브에 가시면 많이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대안은 없을까요? 푸아그라의 대안에 관한 테드TED 영상을 걸어 드릴 테니 시간 나시면 한번 보세요. 친절하게도 한글 자막을 다 제공합니다. ☞ 댄 바버가 들려 주는 놀라운 푸아그라 이야기  
 

 

 

 

 

 

 

 

 

 

 

 

 

비알콜성 지방간. 얼른 살 빼야지;; 

 

 

 

이 글도 한번 읽어 보세요.

갑각류 잘 죽이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