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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음식

[영국음식] 캐러웨이 비스킷 Caraway Biscuits

단 단 2013. 10. 13. 10:14

 

 

 

 

런던 하이드 파크 앞에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이 있습니다.

 

 

 

 

 

 

 



그 안에 <디너Dinner>라는 레스토랑이 있습니다.

앗, 창 밖에 기마 근위병들이.

 

 

 

 

 

 

 



주방 총 책임자가 바로 영국의 유명 요리사 헤스톤 블루멘쏠Heston Bluementhal입니다. (블루멘'탈'이 아니라 영국인이므로 블루멘'쏠'로 발음합니다. 요리사 본인도 자기 이름을 블루멘쏠로 발음합니다.) 단단이 좋아하는 요리사예요. 재능이 대단한데, 아직도 어린아이처럼 호기심이 충만하고 괴짜 기질이 좀 있습니다. 좌우간 씨니컬한 사람은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없다는 게 제 굳은 신념입니다. 이 레스토랑은 특이하게도 14세기 말부터 현대에 이르는 다양한 영국 전통 음식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헤스톤의 재해석을 거쳐서요.

메뉴를 한번 보시죠.

☞ 음식은 이렇습니다.

 

 

 

 

 

 

 



허나, 다쓰 부처가 무슨 돈이 있어 이런 비싼 미슐랑 스타 레스토랑엘 갈 수 있겠습니까. 모니터 앞에 앉아 그저 사진 검색이나 하고 남의 방문기나 보면서 침만 잔뜩 흘리는 거지요.

 

엇, 그러다가 눈이 번쩍 떠지는 사진 한 장 발견!

코스 마지막에 제공되는 저 과자!

 

으흐흐, 과자 좋아하는 단단이 그냥 지나칠 리 있겠습니까. 유심히 살폈지요. 영국 전통 과자라 하니 홍차에 곁들이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직접 가서 사 먹을 형편은 안 돼 집에서 미슐랑 스타 요리사들 레서피를 입수해 재료비 적게 들고 만만해 보이는 것들만 골라 만들어 보고 있는데요, '헹, 요런 과자 따위는 뭐 식은 죽 먹기로 만들겠네.' 하는 오만·자만·교만한 생각이 딱 들었더랍니다.


그런데...

 

 

 

 

 

 

 



에혀, 이것도 만드는 과정이 어찌나 번거롭던지.

맛은 뭐 아주 좋아요.

재료와 공정을 읊어 보겠습니다.

집에 있는 헤스톤의 요리책 ☞ 《Heston Blumenthal at Home》에서 가져왔습니다.

 

 

캐러웨이 비스킷

 

 밀가루 중력분 125g

베이킹 파우더 1/2 작은술 [1작은술 = 5ml]

소금 1/2 작은술

아몬드 가루 50g

1. 한데 합쳐 체친다.

 

버터 150g, 차가운 상태로 깍둑 썰기

비정제 카스터 슈가unrefined caster sugar 100g

2. 설탕이 녹을 때까지 버터와 설탕을 열심히 섞어 뽀얗게 크림화한다.

 

캐러웨이 10g

3. 마른 팬에 캐러웨이를 살짝 볶아 향을 돋워 준다.

 

바닐라 꼬투리pod 1개

4. 바닐라 씨앗을 칼로 알뜰히 긁어 캐러웨이와 함께 위의 가루에 섞어 주고 버터·설탕 혼합물과 합쳐 가볍게 반죽한다.

 

달걀 노른자만 40g (대략 'large' 크기 달걀 두 개의 노른자양)

5. 반죽에 달걀 노른자를 한 번에 하나씩만 넣어 잘 섞는다. 한꺼번에 넣으면 순두부처럼 몽글몽글 뭉치니 주의한다.

 

6. 직사각형으로 뭉쳐 랩에 감싼 뒤 냉장고에서 2시간 정도 휴지시킨다.

 

7. 꺼내서 5mm 두께로 밀어 준 뒤 다시 냉장고에서 20분 정도 휴지시킨다. (날 새것네)


8. 딱딱하게 굳었으면 꺼내서 150˚C로 맞춘 오븐에 노릇노릇 굽는다.


9. 오븐에서 꺼내 아직 뜨거울 때 원하는 모양의 커터로 찍든지 칼로 자르든지 한다.


10. 망에 올려 완전히 식힌다. (너무 연약해 잘 바스라지니 만질 때 주의)

 

 

 

 

 

 

 



캐러웨이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열 다섯 배 정도 확대한 사진입니다. 유럽과 중동에서 오래 전부터 사용해 오던 향신료로, 영국에서는 ☞ 케이크나 비스킷, 디저트, 당근구이 등 단맛 나는 음식에 많이 씁니다. 상쾌한 치약 향이 나면서 아주 좋아요. 짭짤한 음식에도, 단 음식에도 잘 어울리죠. 한국인들 중에는 영국이 인도 식민 지배를 하면서부터 향신료에 겨우 맛을 들이기 시작했다는, 얼토당토않은 소리를 하는 이가 많더군요. 인도에서만 나는 향신료들이야 당연히 그렇겠지만, 유럽에서도 원래 오래 전부터 향신료를 쓰던 관습이 있었습니다. 유럽에서 나는 향신료도 있으니까요. 캐러웨이도 그 중 하나입니다. 버터를 많이 쓰는 과자인데도 캐러웨이가 들어 아주 느끼하지는 않습니다. 더부룩한 식사를 한 뒤 회향fennel seeds이나 캐러웨이를 씹는 사람이 많죠. 제 입맛에는 회향보다 캐러웨이가 좀 더 개운한 것 같습니다. 'Caraway seeds'라고 흔히들 부르는데, 이게 엄밀히 말하면 씨앗이 아니고 열매라네요. 'Caraway fruits'로 불러야 정확하답니다.

 

 

 

 

 

 

 



과자를 구웠으니 이제 홍차를 우려야죠.

 

 

 

 

 

 

 



과자와 홍차가 잘 어울려 아주 맛있었습니다. 보람 있네요. 번거로워서 자주 굽기는 힘들겠지만 역시 미슐랑 스타 요리사는 다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과자 하나도 이렇게 세련된 맛을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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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스톤의 <디너>에서 밥 먹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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