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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볼루션 티 Revolution Tea 본문

차나 한 잔

레볼루션 티 Revolution Tea

단 단 2014. 1. 25. 01:55

 

 

 

 

 

미국에 계신 귀한 분으로부터 <레볼루션> 사의 여러 가지 차들을 선물 받았습니다. 지금부터 <레볼루션> 티 열전.

 

 

 

 

 

 

 

 

 

라벤더 향 씌운 얼 그레이.
프랑스는 프로방스 지역이, 영국은 노포크Norfolk 지역이 라벤더로 유명합니다. 티백을 일일이 종이 '상자' 안에 넣고 비닐로 쌌네요. 영국에서는 낱개 종이 포장된 티백도 보기 힘듭니다. 이눔의 나라에서는 홍차가 생필품이라서 아무도 홍차 귀한 줄 모릅니다.

 

 

 

 

 

 

 

 

 

향긋하고 좋네요. 뜨거운 물로 한차례 우린 뒤 실온의 물 부어 냉침한 두 번째 탕이 더 맛있었습니다. 실온수로 재탕하면 목넘김이 좀 더 부드러워집니다.

 

 

 

 

 

 

 

 


허니 부쉬 캐러멜 티.
홍차는 아니고 루이보스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물파스 맛.
싱거우면서 향만 요란.

 

 

 

 

 

 

 

 

 

대망의 잉글리쉬 브렉퍼스트.

 

 

 

 

 

 

 

 

 

허, 잉글리쉬 브렉퍼스트를 나일론 티백에.
지나치게 고급입니다.

 

 

 

 

 

 

 

 


이렇게 싱거운 브렉퍼스트 홍차는 처음 마셔 봅니다. 브렉퍼스트 홍차란 자고로 우유를 붓고 났을 때에야 비로소 완전해지는 법. 그런데 우유를 찔끔 붓고 나니 탕색이 흐리멍덩. 색이 하도 흐려 우유 넣으면 큰일 나는 홍차 같아 보입니다. 아쌈 반, 실론 반 섞었다는데, 블렌딩을 잘 못 했네요. 이게 영국인들한테는 아침 커피격인 'pick-me-up'인데 이렇게 싱겁게 블렌딩하면 뭇매 맞아요. 아쌈 특유의 몰트 향이 기분 좋게 나는 것도 아니고, 쌉쌀한 실론 맛도 제대로 안 살고, 그렇다고 블렌딩을 통해 제3의 꽉 찬 맛을 내는 것도 아니고, 가구 우린 물 같은 '우디woody'하고 쓴 맛만 입 안에 남아요. '잉글리쉬 브렉퍼스트'라 이름 붙이지 말고 그냥 '우리 레볼루션 고유 블렌딩입니다.' 했으면 뭇매는 안 맞겠는데요.

 

 

 

 

 

 

 

 

 

인도 짜이.

 

 

 

 

 

 

 

 

 

으음...
이 회사는 향신료 쓸 줄 모른다는 데 한 표.

 

 

 

 

 

 

 

 

 

쇼트브레드.

 

 

 

 

 

 

 

 

 

청차.

 

 

 

 

 

 

 

 

 

오룡차, 혹은 울롱 티가 맛없기는 쉽지가 않은데, 블렌딩을 어떻게 하면 이렇게 맛이 없어지는 걸까요.

 

 

 

 

 

 

 

 

 

이번에는 배 향 씌운 백차.

 

 

 

 

 

 

 

 

 

아, 이건 마실 만합니다.

 

 

 

 

 

 

 

 

 

생강과 복숭아 향을 씌운 홍차.

 

 

 

 

 

 

 

 

 

노오란 햇빛 오랜만에 봅니다. 이 차도 싱겁긴 해도 마실 만합니다. 실온수로 재탕한 것도 괜찮았습니다.

 

 

 

 

 

 

 

 

 

다쓰베이더가 구운 과자입니다. 바삭바삭 훌륭했는데, 재료 배합비는 자기도 모르겠다네요. 그냥 눈대중으로 만들었답니다. 쇼트브레드와 재료가 거의 같습니다. 지난 성탄절에 먹고 남은 브랜디 버터 써 버릴 궁리하다 만들었다고 합니다. 어릴 때 먹던 사블레 생각이 납니다.

 

 


총평
<레볼루션>의 차들은 제 입맛엔 전반적으로 싱겁습니다. 향도 약하고 차 맛도 약합니다. 티백 안에 든 찻잎 양이 평균보다 적은 탓도 있겠지요. 미국 브랜드의 블렌딩 차는 그간 몇 종류 마셔 봤는데, 대체로 좀 싱거운 것 같아요. 미국인들은 에스프레소도 물 타서 희석해 먹는데, 싱거운 음료를 선호하는 어떤 이유가 있는 걸까요?


더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나 홍차를 처음 접하는 이들한테는 이런 싱거운 차가 입문용으로 괜찮을지 모르겠습니다. 비 오고, 컴컴하고, 바람 부는 나라에 사는 사람들의 시린 마음을 어루만져 주기에는 어림도 없지요. 차가 가진 고유의 맛을 충분히 못 살리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데, 우리 집 영감은 <레볼루션>의 차들은 블렌딩이 오히려 차를 망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하네요. 맛은 없는데 포장이 과하니 'style over substance'라고나 할까요.

 

누리터에 도는 시음기들은 사실 믿을 만한 게 못 됩니다. 이벤트 당첨되어 판매자로부터 증정 받고 쓰는 시음기, 타인으로부터 분양 받고 쓰는 시음기들은 대개 주신 분을 생각해 맛 없으면 맛 없다 솔직한 평을 하지 않거든요. 자기 돈 내고 사 마신 차 시음기가 가장 진솔하고 믿을 만한 것 같습니다. 직접 구매한 차, 분양 받은 차, 관계 없이 냉철하게 차 맛을 평가해 주시는 분으로는 저의 '오랜' 차동무인 ☞ 경이로움 님 만한 분도 없을 듯.

 

어쨌거나 저로서는 이런 경험도 매우 소중합니다. 나라별, 혹은 브랜드별 특성이나 취향을 파악할 수 있게 하므로 다인이 다양한 차를 마셔 보는 것은 중요하지요. 보내 주신 분께 감사 드립니다.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시음과 시식은 언제나 즐거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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