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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리 바이커스Hairy Bikers의 김치찌개 본문
얼마 전, 헤어리 바이커스의 김치찌개를 보고 단단은 적잖은 감동을 받았더랬습니다.
<르 크루제> 초록색 주물 냄비는 아직 못 샀으나 대신 집에 있는 더 비싼 <모비엘> 구리냄비에 김치찌개를 끓여 보도록 하겠습니다. 으흐흐흐.
"신 김치로 해야 제대로 맛이 나."
하길래 작은 봉지 김치 하나 사다가 봉지가 빵빵 부풀 때까지 두었습니다. 지금쯤이면 맛이 좀 들었을 것 같네요. 한식을 잘 안 해먹어 집에 김치도, 된장도 없어요. 김치는 겨우 구했는데 한국 된장은 못 구했습니다. 안타깝지만 일본 미소 된장을 대신 쓰도록 하겠습니다. 한국 된장보다 성분이 더 좋긴 합니다. 캐임브리지 대학 출신의 일본인이 1995년에 영국에 설립한 회사 제품입니다. 한식을 기껏 알렸더니 재미는 딴 사람이 보게 생겼네요. 미소 된장은 영국의 일반 수퍼마켓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거든요. 하여간 영국 수퍼마켓에서 '제대로' 만든 우리 한국산 한식 재료를 볼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제대로'라는 단어가 중요합니다.
헤어리 바이커스의 김치찌개
재료
[4인분]
• 향 없는 조리용 기름 1큰술 [1큰술 = 15ml]
• 겉껍질rind 제거한 삼겹살 300g, 1cm 크기로 깍둑 썰기
• 신 김치 200g, 2cm 크기로 썰기
• 한국 된장, 수북이 뜬 1큰술 [구하기 힘들면 일본 갈색 미소 된장을 써도 됨.]
• 단단한 두부 200g짜리 1모, 2cm 크기로 깍둑 썰기
• 파 3대, 어슷 썰기
만들기
1. 뜨겁게 달군 냄비에 기름 두르고 삼겹살을 바삭해질 때까지 볶는다.
2. 김치를 국물 없이 넣고 2분간 볶되 김칫국물 남는 건 버리지 말고 따로 둔다.
3. 된장 넣고 돼지고기와 김치를 코팅해 가면서 볶는다.
4. 코팅 되면 곧바로 뜨거운 물 700ml를 김칫국물과 함께 넣고 불을 올려 팔팔 끓인다boil.
5. 팔팔 끓는 지점에 도달하면 불을 낮춰 10분간 얌전히 보글보글 끓인다simmer.
6. 두부를 넣고 5분간 얌전히 보글보글 끓인다.
7. 그릇에 담고 어슷 썬 파를 올린다.
8. 밥 한 공기 곁들여 낸다. 끝.
다쓰베이더는 다음과 같이 재료와 공정을 조정해서 좀 덜 짜게 만듭니다.
다쓰베이더의 덜 짜고 덜 기름진 김치찌개
재료
[4인분]
• 깍둑 썬 판체타 [Sainsburys Italian Cubetti di Pancetta] 100g
• 신 김치 [잘 익힌 '종가집 맛김치'] 200g
• 미소 된장[Utaka Organic Miso Paste] 1/2큰술
• 두부 [Morinaga Silken Tofu Firm도 괜찮음] 350g, 1cm 크기로 깍둑 썰기
• 파spring onion 3대, 어슷 썰기
만들기
1. 중약불에 냄비를 올리고 기름 없이 판체타 큐브를 바삭해질 때까지 볶은 뒤 키친 타월로 기름기를 제거한다. ['저탄고지식' 하시는 분들은 기름을 제거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2. 김치를 국물 없이 넣고 2분간 볶되 김칫국물 남는 건 버리지 말고 따로 둔다.
3. 된장 넣고 돼지고기와 김치를 코팅해 가면서 볶는다.
4. 코팅 되면 곧바로 뜨거운 물 700ml를 김칫국물과 함께 넣고 불을 올려 팔팔 끓인다boil.
5. 팔팔 끓는 지점에 도달하면 불을 낮춰 10분간 얌전히 보글보글 끓인다simmer.
6. 두부를 넣고 5분간 얌전히 보글보글 끓인다.
7. 그릇에 담고 어슷 썬 파를 올려 낸다.
8. 밥 없이 스튜처럼 그냥 먹는다. 끝.
한국산 <종가집> 김치 성분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 구아검, 과당, MSG, 유산균이 별도로 들어가더라고요. 김치가 발효하는 과정에서 유산균이 저절로 생기는 것 아니었나요? 유산균을 따로 넣어 준다니 신기하네요. 반칙 아닌가 싶은데. 설탕 대신 과당fructose을 넣는 것도, 구아검 넣는 것도, MSG 넣은 것도 낯설고요. 요즘 공장 김치는 다 이렇게 만드나 보죠? 김치 먹어 본 지 하도 오래돼서 제가 김치에 대한 감각을 잃어버렸습니다.
영국 수퍼마켓에서 산 일본 미소 된장의 성분:
대두, 쌀, 물, 소금. 끝.
마치 영국 쇼트브레드 재료 보는 것 같이 단순하죠.
된장도 유기농이 가능하다는 건 처음 알았습니다.
▲ 다쓰베이더의 덜 짜고 덜 기름진 김치찌개.
삼겹살 대신 판체타pancetta를 쓰면 더 맛있다.
아아, 김치찌개, 십년만에 먹어 보는 것 같아요. 오랜만에 먹으니 맛있습니다. 김치찌개는 앞으로 다쓰베이더가 끓이기로 했는데, 저희 집은 고기 양을 반으로 줄이고, 염분 섭취를 줄이기 위해 된장도 거의 1/4로 줄이고, 김칫국물도 많이 넣지 않고 김치 봉지에 들어 있는 정도만 소량 넣습니다. 이렇게 만들면 밥없이 찌개만 먹어도 될 정도로 간이 맞습니다. 한식은 잘 안 해먹지만 어쩌다 먹을 때는 반찬과 국·찌개를 맨입에 그냥 먹어도 될 정도로만 간을 합니다. 습관 들이면 충분히 맛있어요. 이렇게 해도 양을 다 합치면 소금 섭취량이 꽤 늘어나죠. 몸을 생각해서라기보다는, 짜게 먹으면 갈증 탓인지 이상하게도 일에 집중이 안 되더라고요.
한국에서는 김치찌개 끓일 때 돼지고기를 먼저 볶아서 쓰는 집도 있고 그냥 쓰는 집도 있는데, 돼지고기를 안 볶고 그냥 쓰면 국물에 고기 맛이 우러나 국물 맛이 깊어지고 고기는 부드러워지겠지요. 반면, 돼지고기를 먼저 바삭하게 볶아서 쓰면 대신 먹을 때 돼지고기가 꼬들꼬들 씹혀 식감이 좋아지겠고요. 이 책에서는 돼지고기를 볶아서 쓰라고 지시하고 있는데, 서양인들은 음식 먹을 때 식감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두부도, 김치도, 모두 물렁물렁한 재료이니 바삭한 식감으로 균형을 맞추기 위해 돼지고기를 바싹 볶아서 쓰는 거죠. 문화의 차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밥 없이 먹어도 될 정도로 간을 줄였지만 인도 쌀인 바스마티basmati 현미를 지어 곁들여도 좋습니다. 찰기가 없고 향이 아주 좋은데, 이게 국물이나 소스 많은 요리에 기똥차게 잘 어울립니다. 인도 사람들이 커리와 함께 먹는 데는 이유가 다 있는 거지요. 비싼 쌀이라 인도인들도 늘 먹기는 힘들다고 하지만요. 찰기가 없고 고슬고슬해 국물이 닿으면 흠뻑 머금었다가 씹을 때 '찍' 하고 뱉어 내는데, 아주 재미있습니다.
▲ 서양식 수프 먹는 법.
숟가락을 입 안에 다 넣지 않고
숟가락 옆구리에 입술을 대고 숟가락을 기울여 흘려 넣는다.
꽤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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