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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에서 조만간 소개할 헤어리 바이커스의 한식 본문

한식과 세계 음식

BBC에서 조만간 소개할 헤어리 바이커스의 한식

단 단 2014. 2. 4. 02:35

 

 

 

 

 

며칠 전 서점에서 발견한 '특별한' 요리책을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1월30일에 출판된 따끈따끈한 신간입니다. <헤어리 바이커스Hairy Bikers>라 불리는 영국 남자 둘이서 한식 요리책을 냈더라고요. 정확히 말하자면 한식만 소개한 것은 아니고, 홍콩, 태국, 일본, 한국을 두루 여행하며 맛본 음식들을 자기들 식으로 재해석해 펴낸 요리책입니다. 중국음식은 서방에 이미 오래 전에 알려져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으니 굳이 또 다루진 않았고 홍콩음식만 간단하게 다루었습니다. 영국에서 일본음식은 이미 광풍을 한 번 일으키고 지나갔고, 그 다음엔 태국과 동남아 음식이 아주 인기였죠. 한국에도 동남아 음식 파는 식당이 많이 생겼죠? 영국인들은 동남아 식재료 향을 참 좋아합니다. 저도 레몬그라스, 코코넛 밀크, 타마린드, 피쉬 소스, 새우 페이스트, 라임, 고수 등 이 지역 식재료 향을 아주 좋아해요. 영국에서는 어느 수퍼마켓이든 이들 재료를 취급합니다.

 

한국에는 잘 안 알려져 있지만 영국에서는 이 헤어리 바이커스가 제이미 올리버만큼 유명합니다. 우락부락한 생김새에, 산만 한 덩치에, 터프하기 짝이 없는 오토바이를 타고 전국을 누비지만 구수한 북쪽 사투리를 쓰며 의외로 귀여운(!) 짓을 잘해 영국인들에게 인기가 아주 좋지요. 저는 이 털북숭이 사나이들을 처음 보았을 땐 '전문 요리사도 아닌 촌놈들이 뭘 알겠어.' 피식 했습니다. 이 사람들 레서피로 요리 몇 번 해보고 나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솜씨와 감각이 아주 좋은 사람들이더라고요. 집에 이 헤어리 바이커스 요리책이 네 권이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영국에는 한식이 거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미국에야 워낙 우리 교포들이 많이 살고 있으니 한식 재료상도 많고 한식당도 많겠지만 영국에서 한식은 거의 무명에 가깝습니다. 제이미 올리버 같은 사람이 자기 요리책에서 가끔 한두 개 찔끔 소개하는 정도에 그치죠. 우리 정부에서는 한식이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음식이라는둥, 외국인들이 한 번 맛보면 그 맛을 잊을 수 없어 끙끙 앓는다는둥, 국뽕성 기사를 자꾸 내보내는데, 모르겠습니다. 아시아 국가들에서는 인기 있을지 몰라도 여기 유럽에서는 정말 존재감이 없거든요. 서럽고 서러웠던 차, 무려 46쪽에 걸쳐 한식을 소개하는 책이 영국에 다 나왔으니 제가 얼마나 감격스러웠겠습니까. 이 책은 BBC에서 내보낼 아시아 음식 기행 프로그램에 맞춰 제작한 책입니다. 항상 책이 먼저 나오고 뒤이어 방송이 시작되니 조만간 영국 TV에서 우리 음식을 만나 볼 수 있겠네요. 그럼 지금부터 이 책에 실린 기똥차게 맛나 보이는 한식을 한번 들여다볼까요?

 

 

 

 

 

 

 

첫 장.
녹지 하나 없이 집만 빽빽이 들어선 서울의 어느 동네 모습.
제가 영국 오기 전에 살던 동네도 이랬습니다.
허허, 아무리 도시라지만 사람 사는 공간에 이렇게 나무가 없어도 되나.

도시든 시골이든 녹지와 나무에 둘러싸여 사는 영국인들이 보면 놀라겠네그려.
음냐.

 

 

 

 

 

 

 

 


두루 돌아다닌 곳들을 담았습니다. 책으로 치자면 일종의 서문이 되겠네요. 시장을 담은 사진이 많아요. 한국에서는 윗분들이 자꾸 한식을 고급 음식으로 포장해 소개하려 드는데, 영국인들뿐 아니라 서양인들은 외국 음식을 접할 때 길거리 음식, 서민 음식, 시장통 음식들을 더 흥미로워 합니다. 제발 정갈하게 가지런히 돌려 담은 고급 한정식 타령 좀 그만 했으면 좋겠습니다. '궁중음식'이 웬말이랍니까. 아시아 음식 중 고급 음식 이미지는 일식이 이미 승부를 본 데다, 코쟁이들은 고급스런 음식을 특별히 더 좋아하지도 않아요. 영국에서도 일식은 비싸고 고급스런 음식으로 통하긴 하지만 접근성과 인기면에서는 중식이 단연 앞서죠. 재료 사다가 집에서 중식 해먹는 영국인도 많아 중식 재료는 참 많이 팔립니다. 부러워요. 혈세 써 가며 한식 세계화 추진할 때는 방향을 잘 잡고 전략을 잘 짜야 합니다.

 

 

 

 

 

 

 

 


제일 먼저 소개된 한국음식은 바로 부대찌개 Army Stew.
소개글이 재미있습니다.

 

"이거 스팸 레서피야. 놀랍지? (영국인들은 스팸 같은 깡통 고기는 좀처럼 먹지를 않음.) 한국에서는 꽤 인기 있는 음식인데, 한국전쟁 후 먹을 게 없어 굶주리던 지역 주민들을 도와야겠다 결심한 한 식당 주인 아주머니가 미군 부대에서 먹다 남긴 재료들을 모아다 스튜로 만든 거래. 잘 살게 됐는데도 한국에서는 여전히 인기가 있지.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훌륭하다. 내 말 믿고 한번 만들어 먹어 봐. 진짜 맛있다니까? 한국의 어떤 곳은 거리 전체가 전부 이 음식만 팔기도 해. 이거야말로 진정한 퓨전음식 아니겠어? 맛보고 나면 이게 너의 'guilty pleasure' 중 하나가 될 거라 확신해."

 

정부 윗분들의 기대를 단번에 저버리듯 부대찌개를 가장 먼저 소개하고 있습니다. 영국인들은 사연 있는 음식을 좋아합니다. 영국도 6.25 때 파병을 많이 한 나라이지요. 영국의 노인들 중에 6.25 참전 용사가 많아요. 자기들이 피 흘려 싸워 가며 도운 남한이 북한보다 잘 살게 된 것을 진심으로 가슴 벅차합니다.

 

저는 이 레서피에 치즈와 인스탄트 라면이 들어가지 않고 대신 김치와 당면glass noodle이 들어간 것이 마음에 듭니다. 유명한 <오뎅식당> 부대찌개를 모사한 것 같은데, 저는 여러 스타일의 부대찌개 중 너무 무겁지 않은 <오뎅식당>풍 부대찌개를 선호합니다. 재료 사다가 만들어 봐야겠습니다.  

 

 

 

 

 

 

 



비빔밥 Bibimbap, Korean Mixed Rice

 

재료가 단출합니다. 사실 비빔밥에 재료를 많이 올릴 필요는 없지요. 우리는 비빔밥이 고급 유기에 정갈하게 담은 '고급 음식'으로 해외에 인식되기를 바라잖아요? 이 책에서는 나물 반찬 남은 것으로 만드는 '경제적인 음식'으로 소개를 하고 있습니다. 비빔밥의 성격을 정확히 짚은 거죠. 영국에도 빵이나 포테이토 매쉬 남은 걸로 재창조해 만드는 요리들이 있어 비교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한국 나물 구하기가 힘들어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로 올린 것 같습니다. 흔히 보는 쇠고기 대신 영국인들이 좋아하는 훈제 고등어를 올렸습니다. 변주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게 바로 비빔밥의 장점 아니겠습니까.

이 아자씨들이 일러 준 대로 비빔밥 한번 만들어 봤슴다

 

 

 

 

 

 

 



삼겹살 Belly Pork with Sesame Seed Dip

 

아, 쌈장과 풋고추와 구운 마늘을 곁들인 삼겹살이네요. 사진을 잘 보세요. 풋고추 사이에 깜찍하게도 구운 마늘을 살짝 끼워 넣었습니다. 각자 알아서 싸먹게 하지 않고 저렇게 미리 예쁘게 담아 내니 것도 참 보기 좋고 색다르네요. 영국인들은 돼지고기를 즐기긴 해도 기름 많은 삼겹살은 우리 한국인들만큼 즐기진 않습니다. 영국 베이컨도 우리가 잘 아는 미국식 기름 띠 있는 뱃살 베이컨pork belly bacon과는 다르죠. 영국 베이컨은 미국식과 캐나다식pork loin bacon을 절충한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살코기 위주로 먹되 약간의 기름은 허용한다는 거죠. 풀 잉글리쉬 브렉퍼스트에 베이컨을 올릴 때는 아무 베이컨이나 올리면 안 되고 반드시 두툼한 영국식 'back bacon'을 올려야 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글을 올려 드리겠습니다

풀 잉글리쉬 브렉퍼스트 집에서 해먹기

 

 

 

 

 

 

 

 

 

닭도리탕 Korean Chicken Stew

 

닭볶음탕이 맞는 용어입니까? 이거 어느 쪽이 맞는지 결론이 났나요? 크어, 색깔 좀 보십시오. 홍콩, 태국, 일본, 한국 음식 중 우리 한식의 붉은 빛깔이 참 돋보이더군요. 울긋불긋, 이태리 요리책 볼 때와 같이 식욕을 마구 자극합니다. 저자들도 서문에서 한식을 '화끈한 음식'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간장은 중식과 일식을 통해 서방에 이미 알려졌으니 고추장과 고춧가루를 특별한 한식 재료로 소개하는 것 같습니다. BBC에 소개가 될 예정이니 조만간 영국 수퍼마켓에서도 우리 한국 고추장을 볼 수 있게 되기를 염원해 봅니다. 된장도 소개가 되고 있습니다만, 안타깝게도 영국에는 일본의 달고 순한 미소 된장이 우리 된장보다 먼저 알려져 두루 쓰이고 있습니다.

 

 

 

 

 

 

 



호박나물 Stir-fried Courgettes

 

한국의 나물 중 이 호박나물이 인상적이었나 봅니다. 콩나물은 일본 편에 실렸더라고요. 우리 나물을 서양 오븐 용기에 담아 놓으니 색다르네요. 밥과 반찬의 개념이 없으니 맨입에 먹을 수 있도록 심심하게 간을 해서 채소 요리로 먹을 작정인가 봅니다. 젓새우도 넣었습니다. 제대로네요. 영국인들을 위한 레서피이므로 연두색 껍질의 한국 애호박이 아닌 진녹색 껍질의 유럽 호박courgette을 씁니다.

 

 

 

 

 

 

 



오징어볶음 Fiery Octopus

 

오징어 대신 'Baby Octopus'를 썼습니다. 이게 우리말로는 이름이 뭔가요? 영국인들 중에도 이제 오징어와 문어 먹는 사람들이 늘었습니다. 한식의 영향이 아니고, 지중해 식단의 영향입니다.

 

 

 

 

 

 

 



김치 샐러드 Quick Kimchi Salad

 

김치라기보다는 겉절이와 비슷합니다. 우리 한국인들도 이제는 집에서 잘 안 담가 먹는 김치를 영국인들이 무슨 수로 담가 먹겠습니까. 이렇게 겉절이처럼 슥슥 버무려 즉석 샐러드로나 먹지요. 저자 왈, "한국인들아, 우리를 용서해. 우리가 김치를 모독했다고 여기진 말아 줘." 네네, 괜찮습니다, 겉절이죠, 뭐.


한국에서 김치는 세 끼 식사 어느 때나 볼 수 있고, 어떤 요리를 내든 곁들여 나오며, 팬케이크서부터 스튜에 이르기까지, 실로 많은 요리에 재료로 쓰이기도 한다는 설명을 합니다. 김치가 "national obsession'이라 쓰고 있네요. 심지어, 이것만 저장하기 위한 냉장고가 따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매우 신기했나 봅니다.

 

 

 

 

 

 

 



배추 써는 모습[왼쪽].
시장통 밥집에서 한 장[오른쪽].
저저저, 밥집 아주머니 좀 보소.

 

 

 

 

 

 

 

 

 

아이고, 나 미쵸. ㅋㅋㅋㅋㅋㅋ
한국인의 고질병, 사진 찍을 때 승리의 V 자 그리기.
저자들, 이거 모르고 있다가 나중에 사진 나온 거 보고 배꼽 잡았을 듯.

 

 

 

 

 

 

 



만두 Mandu, Korean Dumplings

 

앞서 홍콩 편에서는 딤섬을, 일본 편에서는 번철에 지진 교자를 소개했습니다. 한국식 만두에는 돼지고기 외에 두부와 숙주가 들어가더라고요.

 

 

 

 

 

 

 



쇠고기 육회 Korean Ribbon Beef Tartare

 

서양에도 원래 있던 음식이라 그리 낯설지 않을 거라 봅니다.

 

 

 

 

 

 

 



방송이 아직 안 나온 관계로 사진만 봐서는 어딜 방문한 건지 모르겠네요. 줄줄이 엮인 굴비가 인상적이었나 봅니다. 퍼런 색 비닐 끈이 아닌 게 다행입니다. 저는 비닐 끈으로 묶은 걸 자주 봤었거든요.

 

 

 

 

 

 

 

 


메밀면으로 만든 비빔 막국수
Spicy Soba Noodle and Seaweed Salad

 

막국수에 포fillet 뜬 고등어구이를 곁들였네요. 한국에서 막국수를 이렇게 내는 데가 있나요? 저는 처음 봅니다만, 어쨌든 맛있어 보입니다. 막국수에 미역이 다 감겨 있습니다.
☞ 이 아자씨들이 일러준 대로 비빔 막국수 한번 만들어 봤슴다

 

 

 

 

 

 

 



일식이 먼저 영국에 알려진 관계로 한국 무 대신 일본 무를 쓰고 있네요. 영국에서는 한국 무 구하기가 힘들어요. 도 닦듯 일본 무를 중국 칼로 정성껏 총총총 채썰더니만,

 

 

 

 

 

 

 



짠! 고운 빛깔의 한국 무생채를 뚝딱.
무생채를 무 샐러드 White Radish Salad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덜 짜고 덜 맵게 해서 밥 반찬이 아니라 맨입에 샐러드처럼 먹겠다는 거죠. 검은 깨를 뿌리니 색상 대비가 훌륭한걸요.

 

 

 

 

 

 

 



대망의 김치찌개 Kimchi Stew

 

저 이거 보고 <르 크루제> 초록색 주물 캐서롤 냄비 사고 싶어졌습니다. 집집마다 다 갖고 있다는 르 크루제 냄비, 나만은 절대 사지 않으리 버티고 있었는데, 이거 김치찌개와 색이 지나치게 잘 어울리잖아요?


"신 김치로 해야 제대로 맛이 나."
김치찌개 맛을 잘 알고 소개하고 있네요.
☞ 이 아자씨들이 일러준 대로 김치찌개 한번 끓여 봤슴다

 

 

 

 

 

 

 

 


김치 부침개 Kimchi Pancakes

 

달걀과 게맛살을 다 넣었어요. 신기합니다. 이건 내일 당장 해먹어 봐야겠습니다.

 

 

 

 

 

 

 



코리안 바베큐

 

한국을 엄청난 바베큐 문화를 갖고 있는 나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한국인들이 숯불구이를 유별나게 좋아하긴 하죠. 손님 상 위에 고기 굽는 시설이 돼 있는 게 신기했나 봅니다. 영국에서는 아마 소방법에 저촉돼 불가능할 겁니다. 흐어어, 저 고기 잘 안 먹는데 이 사진 보니 고기가 다 당깁니다. 하나씩 자세히 들여다보죠.

 

 

 

 

 

 

 



양념 돼지 구이 Spicy Barbecue Pork Steaks

 

양념 삼겹살 구이를 재해석한 것 같은데, 기름 많은 삼겹살pork belly 대신 영국인들이 선호하는 돼지 볼기살pork leg steaks로 부위를 바꿔 쓰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삼겹살을 많이 찾아 삼겹살이 볼기살보다 비싸잖아요? 영국인들은 기름 많은 부위를 싫어해 한국과는 가격이 반대로 책정돼 있죠. 이들은 뒷다리와 엉덩이 부분의 햄을 좋아합니다. 가정집 실내에서 조리해야 하므로 이 책에서는 안전상 숯불 대신 오븐의 그릴 기능을 이용해 굽도록 지시하고 있습니다. 저는 한국에 있을 때 소고기보다는 돼지고기를 더 좋아했었습니다. 특히, 발갛게 양념한 구이를 아주 좋아했지요.

 

 

 

 

 

 

 



이건 양념 닭고기 Barbecue Chicken.

 

어우, 양념 맛있어 보여요.

 

 

 

 

 

 

 



불고기 Bulgogi Beef

 

코쟁이들은 고기를 쌀밥과 함께 먹질 않으니 덜 달고 덜 짜게 양념해 맨입에 먹을 수 있도록 조리법에 변화를 주었네요. 소고기 부위도 영국인들이 좋아하는 부위로 바꿔 쓰고 있고요. 불고기 국물로 밥 비벼 먹을 일도 없으니 국물 없이 조리를 했습니다. 고기도 좀 더 두툼하게 썰어 모태 육식동물인 영국인들 입맛에 맞게 씹는 맛을 높인 것 같고요. 한국에서 보던 불고기와는 모양이 좀 다르죠? 제가 전에 소고기 이야기하면서 불고기를 서양인들 입맛에 맞추려면 기름 적은 실한 살코기 부위를 좀 더 두툼하게 썰어 덜 달고 덜 짜게 내면 좋을 것 같다고 한 적 있는데, 이 책에 있는 불고기가 딱 그렇습니다.

 

 

 

 

 

 

 



여긴 또 어디일까요?
이 양반들, 한국 가서 별걸 다 해봤네요. 옷까지 제대로 갖춰 입고. "한국이 양궁 세계 최강인 건 다 알지?" 라 쓰고 있습니다.

 

 

 

 

 

 

 



떡국 Korean Rice Cake Soup

 

영어 표기 'Tteokguk'. 발음 '떼오크 국크'. ㅋㅋㅋㅋㅋㅋ
맙소사, 며칠 전 설에도 못 먹은 그리운 떼오크 국크를 영국인이 쓴 요리책에서 다 보게 될 줄이야. 떼오크를 어찌나 크게 썰었는지, 영국인들 이거 먹고 체하진 않을까 걱정이 다 됐습니다. 담아 놓은 품 좀 보세요. 영국인들은 뭐든 적당히 흐트러진 것을 좋아합니다. 김도 가위로 얌전히 썰지 않고 손으로 북 뜯어 올렸어요. 음식 사진 찍을 때 맛있게 보이게 찍고 싶죠? 한국 잡지사들 사진처럼 그릇을 너무 협찬 받은 티나는 '쌔거'로 쓰지 않아야 합니다. 너무 강박적으로 줄 맞춰 담지 마시고요. 저도 집에서 음식 사진 많이 찍는데요, 깔끔하게 줄 맞춰 담는 것보다 오히려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얼기설기 담는 게 시간이 다섯 배 정도는 더 걸려요. 음식은 할머니와 엄마가 쓰시다 물려준 것 같은 낡은 그릇에 편하게 담긴 것들이 훨씬 맛나 보이죠. 이 책에 실려 있는 한식 사진들도 죄 낡은 그릇에 담겨 있는데, 집에서 만든 요리처럼 정겹고 보기 좋잖아요.

 

 

 

 

 

 

 



마지막으로, 'KFC'.

 

Korean Fried Chicken.
오오, 닭 튀김옷이 형광색으로 빛나고 있다니.
한국 양념 통닭이 아주 맛있다고 극찬을 해놨습니다. 암요, 국민 간식인걸요. 이렇게 고객 유치 경쟁이 치열한 음식이 또 있을까 싶어요.


"야, 늬들, KFC 사 먹지 말고 앞으로는 집에서 KFCKorean Fried Chicken 해먹어. 이거 영국에서 조만간 유행하게 될 아이템이라 장담해. 우리 요리책에서 처음 봤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줬음 해."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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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태국, 일본, 한국의 음식을 모두 소개한 후 곧바로 디저트 섹션으로 넘어가고 있는데요, 우리 한국 디저트 참 이렇다 할 만한 게 없어 아쉽네요. 태국처럼 코코넛이나 라임, 망고 등, 영국 땅에서는 안 나는 막강한 디저트용 재료들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일본이나 홍콩처럼 달콤하게 즐길 만한 특별한 단음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디저트 개발이 좀 시급해 보입니다. 식후에 무거운 한과나 떡 먹으라는 소리는 하지 마십시오. 수정과나 식혜 같이 오랜 시간 들여 만들어야 하는 것들은 외국인들을 위한 요리책에 담기에는 좀 곤란합니다. 이것들은 디저트가 아니라 음료죠.

 

이 책에서 소개하는 디저트 스무 개 중 한국스러운 것은 두어 개밖에 없는데, 이것도 녹차가루와 팥을 쓰고 있으니 일본스러운 건지 한국스러운 건지 좀 애매한 구석이 있어요. 참, 정확한지는 모르겠으나, 우리 한국은 본래 팥죽에 소금을 넣어 먹고 일본은 달게 만들어 먹었다면서요? (이 책에 단팥 치즈케이크 레서피가 있는데 맛있어 보입니다.) 거금 들여 외국에 비빔밥 광고 내걸 생각은 이제 그만 접고 요리사들 모아다 상금 많이 주는 한식 디저트 경연대회나 열었으면 좋겠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을 위해 이 책의 ☞ 판매처를 연결해 드리겠습니다. 저는 동네 수퍼마켓에서 샀습니다. 사진을 너무 많이 찍어 올려 저자들한테 미안하니 이렇게 요리책 판매처라도 연결해 놓아야 도리일 것 같네요. 한식 재료 구하기 힘든 환경에 있는 외국인들을 위한 '순화된' 한식 요리책이니 우리 한국에서 먹는 것과 같은 '진한' 맛은 안 날 겁니다. 마늘도 적게 쓰고, MSG도 일절 넣지 않고, 설탕도 거의 안 넣고, 맨입에 먹기 위해 양념도 적게 쓰고 있거든요. 한국에 계신 분들이 굳이 힘들게 해외 주문까지 해 가며 이 책을 사 보실 필요는 없어 보이고, 다만, 한식 외에 홍콩, 태국, 일본 음식들도 있고 서양인의 관점에서 재해석한 디저트들도 있으니 음식에 관심 많은 분들이 참고 삼아 가볍게 보시기에 좋을 듯합니다. 이상, 영국인이 쓴 한식 요리책 소개를 마치겠습니다.

 

 


☞ 헤어리 바이커스의 일식·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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