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udspotter

BBC 헤어리 바이커스의 일식· 한식 본문

한식과 세계 음식

BBC 헤어리 바이커스의 일식· 한식

단 단 2014. 3. 21. 00:00

 

 

 

 

 

오토바이 타고 영국 전역과 전세계를 돌아다니는 털북숭이 영국 요리사 아저씨 두 분을 소개해 드린 적 있었죠?

BBC에서 조만간 소개할 헤어리 바이커스의 한식

 

오늘 드디어 BBC <The Hairy Bikers' Asian Adventure> 한국편을 시청했습니다. 총 6회로 구성된 연작물의 마지막 편이었습니다. 그간 일주일에 한 편씩, 홍콩 1편, 태국 2편, 일본 2편, 이렇게 다섯 번 방송을 했었고, 오늘 마지막으로 우리 한식을 소개하고 마쳤습니다.


시청 소감이요?
한마디로,
감동입니다, BBC,
시청료가 아깝지 않아요!

 

참고로, BBC 시청료는 가구당 우리돈으로 1년에 약 25만원. (꽥) 대신 <셜록> 같은 명드라마와, 공정한 뉴스와, 세계 구석구석에 퍼져 있는 특파원으로부터의 생생한 지구촌 소식과, 매서운 비평과, 훌륭한 도큐멘터리와, 수많은 요리 프로그램과, 전세계에서 수입하려고 안달인 각종 오락 프로그램 등을 볼 수 있는 겁니다. 주옥 같은 라디오 프로그램들도 많아요. ☞ 영어 공부도 할 수 있고요. 15분마다 끊고 광고 내보내는 상업방송, 짜증 폭발해서 저는 못 봅니다.

 

앞서 방영했던 홍콩, 태국, 일본편에 비해 훨씬 생동감 있게 우리 한국과 한식을 잘 그려 주었습니다. 영국에 한식이 유행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애정을 듬뿍 담아 소개한다는 느낌이 늘었어요. 단단은 사실 '국뽕'과는 거리가 먼 사람인데, 어쨌거나 동양 4국의 음식이 비교되는 자리에서 한국의 음식과 식문화가 잘 그려지고 있으니 것두 참 뿌듯하긴 하더라고요.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이죠.

 

요리책만 보았을 땐 일본을 많이 띄워 주는 듯한 느낌이 들어 좀 섭섭했습니다. 요리책 표지 사진도 일본풍, 거리나 인물 사진들도 일본편이 특히 더 근사하게 찍혔거든요. 일식이 코쟁이들에게 인기 있고 고급 음식 이미지가 있으니 책을 많이 팔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일본을 내세울 수밖에 없었겠지요. 한식은 아직까지는 중식이나 일식만큼 알려져 있지가 않으니까요. 한국인이 외국에서 식당하면서 일본풍으로 꾸며 놓고 일본인 고용해 쓰는 것도 다 같은 맥락에서겠죠.


그런데 오늘 한국편을 보니 방송은 책하고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던걸요. TV 방송은 한국편이 가장 재미있었습니다. 우리 한국인은 일식과 한식에 공통점이 많고 입맛이 많이 비슷하다 생각하는데, BBC 방송팀 눈에는 두 나라의 음식이 완전히 다른 철학과 개념의 음식으로 보이나 봅니다. 공유하는 재료가 많긴 해도 일식과 한식을 정반대 개념과 철학을 가진 음식으로 소개를 해서 신기했습니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일식은 정련하고 정제한 프랑스 고급음식haute cuisine 같은 느낌, 우리 한식은 생동감vibrant 넘치는 화끈한bold 음식? 손으로 한참을 매만져 만든 뒤 깨작거리며 먹는 음식이 아닌 다소 호쾌한 음식으로 그리고 있어요. 마치 이태리 음식 대할 때처럼요. 우리 한국인의 기질을 아일랜드와 이태리 사람들과 비슷하다고 묘사를 해서 재미있었습니다. 영국인들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프랑스의 음식보다는 이태리 음식 철학에 좀 더 동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음식은 테크닉을 자랑하거나 고급스럽게 만들기 이전에 꾸밈 없고 사람에게 위로를 줘야한다는 생각들을 많이 하거든요.

 

 

 

 

 

 

 



두 편에 걸친 일본편에서 다룬 것들은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도쿄의 망가 카페

돈카츠 만들기

일본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스시

스모 선수들과 그들의 밥상

일본 된장miso 담그기 체험

도쿄의 직장 남성들과 함께한 이자까야 야식과 가라오케 (야근하느라 결혼 못한 총각 수두룩. 허름한 식당이라도 그릇들은 다들 끝내줌.)

몇 대째 이어져 왔다는 제면소 (우동면 칼질이 예술.)

돈코츠 라멘 만들기

노천 온천 체험 (단단은 정원이 지나치게 인위적으로 다듬어져 있다는 인상 듦.)

정적이고 금욕적이며 다소 엄한 분위기의 일본 사찰 생활과 정진요리

정진요리에서 영감 받아 채식 요리 한 그릇 만들어 보기

오코노미야끼

일본의 명물이라는 고속도로 휴게소 멜론빵 먹고 맛이 너무 인공적이라며 에퉤퉤

고베 와규 농장 방문

교토의 게이샤


스모, 게이샤, 사찰 등 전통에 무게를 두어 소개한다는 인상이 강했고 2편은 너무 정적이라 생동감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여름이라 더웠는지 두 아저씨들도 약간 지쳐 보였고요. 음식은 다들 맛있어 보입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으음...

만인이 드나드는 블로그라 솔직하게 말하기가 좀 조심스럽긴 합니다만...

제가 일본 문화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과 이해가 부족한 탓도 있고...


저는 도쿄의 망가 카페 모습이 재미있다기보다는 기괴하게 느껴졌는데, 성인 여성들이 성인 되기를 온 힘을 다해 거부하듯 초등생 여아 같은 옷차림과 행동으로 손님 접대하는 모습이 이상했습니다. 아시죠? 코쟁이들 세계에서 성인 여자는 무조건 관능미나 지성미로 승부해야 하는 거. 여기 영국에서는 여자가 '청순하다'거나 '귀엽다'는 이미지를 잘 이해하지 못 해요. 한국과 일본의 걸그룹 양상이 좀 다르죠. 저는 한국 걸그룹들이 아슬아슬하게 가리고 나와 농염한 몸짓으로 춤 추는 것 보고 입을 떡 벌렸는데요, 초등생 복장하고 나와 귀염 떠는 일본 걸그룹 보고는 아예 식음을 전폐하고 드러누웠더랬습니다.

 

야근 수당도 못 받아 가며 밤 늦게까지 일하는 도쿄 직장 남성들의 모습도(이건 우리 한국도 비슷하지요.), 살 잔뜩 찌워 아랫도리만 겨우 가린 스모 선수들과 그들의 어마어마한 식사량도, 엄격한 사찰 문화와 음식도, 게이샤의 접대 장면도, 제 눈엔 모두 낯설었습니다. 전통과 관습이라는 미명 아래 잘 보존되고 있는 고유 문화이긴 하나 일본 밖의 사람들이 이해하기에는 다소 어려운 점들이 좀 있다고 할까요. 그게 일본 관광의 매력적인 요소가 될 수도 있겠지만요. 이웃나라인데도 어떻게 이렇게 문화가 다를까요.


한국의 사찰음식이 자연을 닮은 소박한 밥상이라는 느낌이 드는 반면 일본 사찰음식은 미슐랑 스타 레스토랑 뺨치는 고도의 테크닉으로 정제된 너무나 세련된 밥상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정성 가득 맛있어 보이기는 합니다. 일식 트집 잡을 사람이 지구상에 얼마나 되겠습니까. 그냥 제 느낌이 그렇다는 거지요. 일본은 사찰음식으로 미슐랑 스타에 도전해도 되겠던걸요.

 

이 털북숭이 아저씨 둘이서 뽀얗게 분칠한 고운 어린 게이샤의 접대를 받는 장면도 있었는데요, 저는 일본의 게이샤 역시 이해하기가 좀 힘듭니다. '궁극의 환대'라 좋게 말해 주는 사람도 있고, 게이샤가 되기 위해 소녀들이 투자하는 시간과 돈과 노력도 어마어마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그렇게 고생해서 게이샤가 되어 하는 일이라곤 결국 몇 시간을 무릎 꿇고 앉아 남자 손님들 술 시중, 식사 시중, 가무 제공, 식사 뒤 같이 게임하면서 놀아 주는 거잖아요? (혹 잠자리도?) 게이샤 문화가 '환대'의 대명사라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접대해야 말이 되는데, 저는 게이샤가 여자 손님 접대하는 장면은 TV에서 아직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걸요.

일본의 게이샤와 매춘부는 어떻게 다른가

 



*  *  *

 


이제 한국편 이야기를 해볼게요. 한국편에서 보여 주었던 것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홍대앞 - 고깃집과 양념치킨집. 양념치킨 매우 맛있어함.

초록 방수칠 덕지덕지한 서울의 어느 빌라 옥상 - 장소 섭외 골 때려 웃겨 죽는 줄. 강남 스타일 말춤 추다 Jessica H.o. 초대해 낙지볶음 만들어 대접.

광장시장 - 빈대떡과 비빔밥 시식. 순대 보고 영국의 블랙 푸딩 같다며 좋아함.

남산 국궁장 - 국궁 체험하고 나서 육회와 무생채 만들어 국궁 선생 대접.

과학기술연구원KIST - 오이 써는 가사 도우미 로봇 구경. 첨단 기술 이미지가 일본에서 이제는 한국으로 넘어온 것을 보고 다쓰 부처, 격세감을 느꼈음. 그런데 로봇이 왜 미국 빠다 발음을 하고 있어? 딱딱한 영국 발음이 더 잘 어울릴 텐데. "토메이로" 하지 말고 "토마토"라고 해 봐.

 

 

 

 


어느 가정집 - 할머니한테 배추김치 담그는 법 배움. 그 집 주방 참 새끈했음.
속초 - 오징어 축제에서 꼬마들과 함께 오징어잡이 체험해 본 뒤 오징어순대 만들고 시식. 오징어순대가 스코틀랜드의 '하기스Haggis'와 식감이 비슷하다고 흥미로워 했음.

 


헤어리 바이커스 두 양반이 한국에서 매우 신기하게 여겼던 것

 

한국 청소년들의 어마어마한 학습 시간.

단 40년만에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다가 13번째 부자 나라로 탈바꿈.

'빨리빨리'가 national psyche임. 아시아 국가 중 운전자 성격이 가장 급함.

게 피클은 처음 봤음. (광장시장 가서 양념된 작은 게를 보고.)

김치 종류가 백여 가지나 된다고?

김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사진 찍을 때도 '치즈'라 하지 않고 '김치'라 하더라.

집집마다 김치만 저장하는 전용 냉장고가 따로 있을 정도.

공원에 갖가지 신기한 운동기구들이 설치돼 있음. (영국 공원은 나무와 잔디와 벤치밖에 없고 뻥 뚫려 있음. 영국에서 공원은 산책이나 조깅용.)

치킨 배달의 수준이 고도로 발달돼 있는데, 어느 정도냐면, 심지어 한강 둔치에 앉아 놀다가도 주문을 해서 받아 볼 수 있다고. 뭣? 주소도 없는 곳에서 주문을?! ("아저씨, 여기 치킨 한 마리, **대교 북단 ** 구간이요.")



다쓰 부처가 한국편 보면서 놀란 점


골목마다 공중에 지저분하게 널려 있던 전깃줄이 아직도 정리가 안됐다는 점.

영어를 다들 잘한다는 것. 홍콩, 태국, 일본인보다 한국인 영어가 나음.

길거리 여자들 옷차림이 많이 과감해졌다는 것.

동양 4국 여자들 중 우리 한국 여인네들 때깔이 가장 고왔다는 것. 옷도 잘 입고.

여인들 피부가 다들 무결점 도자기였다는 것. 심지어 시장 아주머니들까지도!



이 방송과 연관해 영국 <가디언> 지가 내보냈던 기사 한 토막을 걸어 드리겠습니다.

Crisis in Korea as younger generation abandons Kimchi

 

한국인의 식탁을 점령한 중국 김치에 대해 보고하고 있습니다. 영국인들에게 싸다고 중국산 김치 사 먹을 생각말고 정통 한국 김치 사 먹으라고 주문하는 뉘앙스를 풍깁니다. 코쟁이들을 위한 간략 버전의 배추김치 담그는 법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기특합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