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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리 바이커스Hairy Bikers의 비빔밥 본문

한식과 세계 음식

헤어리 바이커스Hairy Bikers의 비빔밥

단 단 2014. 2. 20. 00:33

 

 

 

 

 

 

 

 

 

 

 

오늘은 비빔밥을 한번 따라해 보겠습니다. 재료는 단출해 보이나 만들어 보니 은근히 '오쎈틱'하고 품이 많이 듭니다.

 


재료 [2인분]

 쌀식초 2큰술[1큰술 = 15ml]
설탕 1작은술
소금 1/2 작은술
오이 반 개: 껍질 벗기고 가운데 씨 제거한 뒤 1cm 길이 막대 모양으로 썰어둘 것.
숙주 70g  (영국에는 콩나물이 없음)
재래종 시금치 175g: 다듬어 깨끗이 씻을 것. (영국 시금치와 한국 시금치는 종이 다름. 한국 시금치는 맛이 좀 더 강한 재래종, 영국 시금치는 잎이 둥글고 연한 신종으로 어린 잎만 따서 생 샐러드로 많이 먹음. 외국이라 재래종 구하기 힘들면 신품종을 쓰셔도 됨.)
참기름 2작은술
간장 2작은술
마늘 반 개: 강판에 갈 것.
쌀 200g: 밥 지어둘 것. (영국에 있는 분은 장립종long-grain 쌀을 쓰셔도 됨.)
훈제 고등어 한 마리: 껍질 벗기고 적당한 크기로 찢어놓을 것.
고추장 2큰술
달걀 2개: 프라이할 것.

 


조리법
식초에 설탕과 소금을 넣고 열심히 저어 녹인 뒤 오이를 넣어 방치해둔다. (약식 피클을 만드는 것임)
밥을 짓는다.
끓는 물에 숙주를 살짝 데쳐 찬물에 재빨리 헹군 뒤 물기 적당히 제거하고 참기름 1작은술에 버무린다.
끓는 물에 시금치를 살짝 데쳐 찬물에 헹군 뒤 물기 꼭 짜고 적당한 길이로 썰어  참기름 1작은술, 간장, 강판에 간 마늘을 넣고 잘 버무린다.
밥 지은 것을 두 공기에 잘 나눠 담은 뒤 위의 재료들을 보기 좋게 나누어 얹는다.
고추장 1큰술씩을 각각 넣은 뒤 달걀 부친 것을 가운데 올려 제공한다.
지금까지는 굉장히 아름답게 보일 것이다. 정통식으로 맛있게 먹으려면 이것들을 거대한 한 덩어리가 되도록 철저히 비벼야 한다. (아이고 배야 )

 

 

 

 

 

 

 


 
완성되었습니다. 평을 하자면요, 약식인 듯 보이나 굉장히 맛있습니다. 쇠고기 대신 훈제 고등어를 올린 것이 일품인데, 훈향이 비빔밥에 아주 잘 어울리네요. 새콤달콤 아삭거리는 즉석 오이 피클이 맛도 식감도 좋고 기름 많은 생선인 고등어와도 잘 어울립니다. 제가 그랬죠, 이 털보 아저씨들이 은근 감각이 있다고요. 클레어 님이 일러주신 대로 젓가락으로 비비니 과연 숟가락으로 비빌 때보다 훨씬 잘 비벼집니다. 양념 안 한 생고추장을 쓰는 게 신기했으나 맛이 괜찮았습니다. 저는 한국인이니 비빔밥 야무지게 비비는 데는 도가 텄지만 비빔밥을 처음 접하는 외국인들에게는 비비는 일이 다소 생경하고 어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추장이 잘 안 퍼지고 뭉쳐요. 상에 낼 때까지는 정말 아름다웠는데 비비고 나니, 아아, 비주얼이, 비주얼이.

 

 

 

 

 

 

 


제이미 올리버의 볶음밥식 비빔밥[4인분].

"Korean Stir-fried Rice" from <Save with Jamie>

 


외국인들에게 비빔밥을 낼 때는 우리 한국식과 제이미 올리버 방식을 절충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즉, 밥은 미리 맛있는 양념장에 철저히 비벼서 그릇에 담고 고기나 달걀 같은 나머지 재료들을 그 위에 예쁘게 올리는 게 보기에도 좋고 먹기에도 낫지 않겠냐는 거죠.

 

이 헤어리 바이커스 조리법을 가지고 연달아 두 번을 해 먹어 봤는데, 한국에 있을 때 늘 밖에서 사 먹기만 하다가 집에서 이렇게 만들어 보니 어려운 점이 하나 있습니다. 비빔밥이 최적의 맛을 내기 위해서는 각 재료들의 온도가 다 달라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걸 맞추기가 쉽지 않다는 겁니다. 밥은 뜨거워야 하고, 달걀 프라이는 그것보다는 약간 덜 뜨거워야 하고, 나물은 너무 차가워도 뜨거워도 안 되고 적당히 미지근해야 하며, 훈제 고등어는 실온 상태여야 하고(뜨거우면 비린 맛이 강해짐), 피클은 약간 차가워야 하는데, 각각의 온도를 맞춰서 조합해 올리는 게 생각보다 힘듭니다.

 

비빔밥을 어떻게 먹든 각자 편한 대로 해 먹으면 되지만,

 

 

 

 

 

 

 



NG


으으, 이렇게 차린 상 만큼은 참을 수 없어요. 손 쉽게 상추와 김 채 썰어 넣고 알루미늄 양푼에, 멜라민 그릇에, 플라스틱 스푼에, 스뎅 밥그릇. 아니, 왜 우리 음식을 우리가 홀대 해.
 

도자기집 딸 단단은 제대로 된 도자기 그릇 하나 없는 밥상, 싫어요. 도자기를 애용합시다. 도자기 싫으면 돈 모아 유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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