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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보다 더 다양한 쌀을 먹는 영국인 본문

영국음식

한국인보다 더 다양한 쌀을 먹는 영국인

단 단 2014. 3. 29. 13:51

 

 

 

인도 바스마티 현미와 요거트를 곁들인 가지 커리.

다쓰베이더 作. 영감, 밥이 좀 더 꼬들꼬들해도 되갔어.

 

 


영국에서는 벼가 안 자랍니다. 여기서는 주로 밀과 귀리oat를 생산하죠. 밀과 귀리의 질이 좋아 제가 영국에 와서야 베이킹에 취미를 들이고 귀리에 맛을 들였는데, 스코틀랜드 요리에 특히 귀리가 많이 쓰입니다. 몸에도 좋아 곡물중 유일하게 '수퍼푸드' 목록에 반드시 포함되곤 하지요. 귀리는 주로 북쪽 스코틀랜드 쪽에서 많이 재배를 하고, 기차 타고 남쪽을 여행할 때는 밀밭 사이를 지나게 될 때가 많습니다. 밀밭 풍경 참 아름다워요.

 

밀과 귀리를 재배해 먹는 사람들이지만 그래도 수퍼마켓에 가 보면 쌀이 제법 많습니다. 쌀 생산국이 아니니 오히려 전세계 쌀을 거리낌없이 다 갖다가 먹고들 있어요. 영국 수퍼마켓 선반에서 전세계의 이런저런 쌀들을 둘러보고 있으면 참 역설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은 쌀 생산국이고 쌀이 주식이다 보니 외국 쌀을 경계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고 타국 쌀에 대해 배타적일 때가 많죠. 대책없이 개방했다간 우리 쌀을 식탁에서 영영 못 보게 될 수 있다는 이유를 댑니다. 거대 자본을 밑천으로 어마어마한 규모로 생산해 내는 미국, 인건비 싼 중국, 그리고 이모작이나 해대는 동남아 국가들의 쌀 생산량과 가격을 무슨 수로 따라갈 수 있겠냐는 거죠. 지금도 값싼 식당들에서는 중국산 찐 쌀을 많이 쓴다면서요. 중국산 찐 쌀에 중국산 김치 얹어 먹는 한국인이라...

 

우리 쌀을 보호하려다 보니 때로는 남의 나라 사람들 멀쩡히 잘 먹고 있는 쌀에 대고 비방을 퍼붓기도 합니다. 인도 쌀이나 태국 쌀은 불면 날아가서 못쓴다는둥, 미국 쌀은 독극물에 가까운 약을 잔뜩 쳐 쌀벌레도 안 생긴다는둥. (그런데, 미국 쌀에서 무기비소inorganic arsenic가 특히 많이 검출되는 건 사실입니다. 영국 신문에서 자주 읽어요. 유럽의 과학자들도 많이 지적하는 사항이고요. 그래서 미국에서는 아이들의 쌀 섭취량을 제한하고 있다죠.)

 

영국 와서 인도 쌀, 태국 쌀 먹어보고 단단은 실소를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품질 좋고 맛만 좋던걸요? 향도 아주 좋고요. 향은 오히려 우리 한국 쌀보다 이들 쌀이 더 좋은 것 같아요. 그놈의 신토불이에 속아 30년 넘게 남의 나라 쌀을 우습게 알고 살았다니, 우리 쌀이 그렇게 맛있으면 남의 쌀 욕할 것 없이 그냥 우리끼리 조용히 맛있게 잘 먹으면 될 일을. 곰곰 생각해보니, 영국 수퍼마켓들은 가정용 소비에 맞춰 바이어가 질 좋고 맛있는 쌀을 골라 사 오고, 한국은 원조 받던 시절, 저가의 질 낮은 쌀만 들여와 그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들여와서 보관을 잘못했을 수도 있겠고요.

 

여기 사람들도 물론 자국 농산물에 강한 애착을 보이곤 합니다. 안 그런 나라가 있겠습니까. 그래도 이들은 영국에 없는 맛있는 품종이 다른 나라에 있으면 열심히 수입해 함께 늘어놓고 팝니다. 영국에도 자국 품종 맛있는 사과들이 있는데 남의 나라 사과들을 또 갖다 놓고 팔아요. 영국엔 없는 품종이라는 거죠. 서로 보완하기도 하고 경쟁하기도 하면서 발전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어쨌거나 쌀이 주식이 아닌 나라이다 보니 영국에서는 오히려 한국에서보다 훨씬 다양한 쌀을 볼 수 있는데, 이민자들이 많은 탓도 있지만 한국에서처럼 외국 음식이 외식 산업 차원에서만 유행하다 끝나는 게 아니라 재료 사다가 집에서 직접 해먹는 이가 실제로 많이 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맛집' 블로거가 많잖아요? 여긴 요리 블로거가 많아요. 태국음식은 한국에서도 한참 유행을 했을 텐데, 마트에서 태국 식재료 찾기가 아직도 힘들지 않나요? 여긴 태국 고추, 레몬그라스, 카피르 라임 잎 같은 농산물이 수퍼마켓에 흔합니다.

 

영국인들은 인도 커리 때문에 인도 쌀이 필요하고, 타이 커리 때문에 태국 쌀이 필요하고, 또 스시 때문에 일본 쌀이 필요하고, 리조또 해먹어야 하니 이태리 쌀이 필요하고, 여름에 빠에야 해먹어야 하니 스페인 봄바 라이스도 필요하고, 샐러드나 스터핑용으로 프랑스 빨간 쌀도 있어야 하고, 겨울에는 또 벽난로 앞에 앉아 뜨거운 라이스 푸딩을 먹어야 하니 라이스 푸딩용 쌀도 갖다 놓아야 한다는 식입니다.

 

간편식ready meal 코너에는 또 중국식 달걀 볶음밥서부터 노랗게 물들인 인도 향신료 밥pilau rice까지, 참으로 다양합니다. 다들 맛있어요. 바쁘거나 귀찮아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우리나라 햇반 같은 포장 밥들도 팔고 전자 레인지에 돌리기만 하면 되는 냉동 밥들도 팔고 있고요.

 

아래 사진들은 제가 누리터에서 무작위로 얻은 사진들입니다. 영국 수퍼마켓들이 취급하는 쌀들 중 몇 가지를 올려봅니다. 다쓰 부처는 평소에는 주로 향기가 일품인 인도 바스마티 현미를 사다 먹습니다. 라이스 푸딩도 자주 사먹거나 해먹습니다. 타이 볶음밥에는 태국 쌀을 써야 제맛이지요. 한국 쌀만큼 차지지 않아 잘 볶여요. 좌우간 여기서 다양한 쌀 먹는 즐거움을 한껏 누리고 있는 중입니다. 한국에서는 어림도 없는 일일 테니 여기 있을 때 남의 나라 쌀 열심히 맛봐 두려고 합니다. 한국 마트에서도 태국 자스민 라이스, 인도 바스마티, 이태리 리조또 쌀, 스페인 빠에야 쌀 등을 살 수 있을 날이 과연 올까요? 희망해봅니다.

 

 

 

 

 

 

 

 

 


인도 식당에서 내는 길죽한 쌀은 죄 바스마티인 줄 아는 
한국인이 수두룩.

바스마티가 얼마나 비싼 쌀인데.

 

 

 

 

 

 

 

 

향 때문에 바스마티를 먹는다면서 도정 백미를 먹으면 사실 앞뒤가 좀 안 맞는 것.

향기 성분은 껍질에 많으므로.

 

 

 

 

 

 

 

 

바스마티는 가급적 현미로.

 

 

 

 

 

 

 

 

인도 쌀이 너무 "퍼르르" 하다면

태국 쌀로 먼저 외국 쌀에 입문해보는 것도 괜찮음. 
우리 쌀만큼은 아니지만 이것도 적당히 찰기가 있음.

 

 

 

 

 

 

 

 

태국 자스민 라이스는 인도 바스마티보다는 덜 길죽하고 덜 날씬함.

이것도 향이 좋음.

 

 

 

 

 

 

 

 

이건 태국 찹쌀. 코쟁이들에게는 이런 쌀은 매우 신기한 것임.

"곡물이 왜 이리 찐득거려?"

 

 

 

 

 

 

 

 

흑미.

 

 

 

 

 

 

 

 

골 때림. '오리기나리오'는 이태리 쌀임.

방사능 때문에 현재로선 이태리 쌀이 더 안전할지 모름.

 

 

 

 

 

 

 

 

이 스시 쌀은 어디 산인지 확인 못 했음.

이것도 아마 이태리 쌀일 것으로 사료.

 

 

 

 

 

 

 

 

이 스시 쌀 역시 이태리산. '셀레니오Selenio'라는 품종.

 

 

 

 

 

 

 

 

한국 쌀도 물론 있음.

"한국 쌀"이라 하면 안 팔릴 것 같으니

왜색 짙은 포장에 스시 쌀로 이름 붙여 팖.

 

 

 

 

 

 

 

 

리조또용 쌀 (1)

 

 

 

 

 

 

 

 

리조또용 쌀 (2)

 

 

 

 

 

 

 

 

리조또용 쌀 (3).

리조또 쌀 종류도 몇 가지나 됨. 이밖에도 더 있음.

 

 

 

 

 

 

 

 

빠에야용 쌀.

 

 

 

 

 

 

 

 

빠에야용 쌀.

 

 

 

 

 

 

 

 

달콤하고 고소한 라이스 푸딩을 만들 때 쓰는 쌀.

전분이 많이 나옴. 동글동글 아유 귀여워.

 

 

 

 

 

 

 

 

장립종 쌀로 볶은 중국식 볶음밥.

 

 

 

 

 

 

 

 

바스마티는 장립종 쌀 중에서도 특히 더 길고 날씬함.

 

 

 

 

 

 

 

 

이것도 바스마티.

 

 

 

 

 

 

 

 

으응? 비리야니용 쌀이 또 따로 있어? 이건 몰랐네.

 

 

 

 

 

 

 

 

다쓰 부처가 좋아하는 레디 밀 커리 중 하나.

밥을 어찌나 꼬들꼬들 맛있게 잘 지었는지, 먹을 때마다 감탄.

 

 

 

 

 

 

 

 

집에 냉동고가 없으므로 냉동 밥들은 파스pass!

 

 

 

 

 

 

 

 

 

 

 

 

 

 

 


영국 냉장 레디 밀 계의 최강자, 비검스.

로또 맞으면 맨날 여기 제품만 먹고 살고 싶음.

 

 

 

 

 

 

 

 

 

고급 리조또들.

 

 

 

 

 

 

 

 

빠에야는 식구 적은 집이 해먹으려면 사 먹는 것보다 돈이 더 듦.

그냥 레디 밀로 사 먹는 게 상책임.

 

 

 

 

 

 

 

 

프랑스 빨간 쌀 - 샐러드나 스터핑용.
(최근 프랑스 빨간 쌀에서 무기비소가 많이 검출된다는

보고가 많이 들리곤 하니 주의를 요함.)

 

 

 

 

 

 

 

 

미리 조리해 냉동시킨 밥.

 

 

 

 

 

 

 

 

참, 영국인들은 보리도 먹음.

주로 수프와 스튜와 캐서롤에 넣음.

 

 

 

 

 

 

 

 

 

 

영국에도 잡곡밥 먹는 이들이 있음.

 

 

 

 

 

 

 

 

밀 알러지 환자들은 아몬드가루나 쌀가루를 베이킹에 많이 씀.

과자에 쌀가루를 쓰면 식감이 많이 가벼워짐.

 

 

 

 

 

 

 

 

영국인들은 쌀을 샐러드로도 먹음.

찰기 없는 고소한 쌀이 샐러드에 적합. 견과류 같음.

 

 

 

 

 

 

 

 

다쓰 부처가 좋아하는 클로티드 크림 넣은 라이스 푸딩.

라이스 푸딩 집에서 해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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