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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수퍼마켓에서 볼 수 있는 사과들 ② 본문

영국음식

영국 수퍼마켓에서 볼 수 있는 사과들 ②

단 단 2013. 12. 31. 00:01

 


지난 사과 철에 사 먹었던 사과들을 소개하는 것으로 올해의 마지막 글을 대신할까 합니다. 집 근처 수퍼마켓에서 사다 먹은 것들입니다. 파머스 마켓 같은 데서 사다 먹는다면 종류가 훨씬 늘어날 거라 봅니다. 수퍼마켓에서 지난 가을에 50여 가지 사과를 선보이겠다고 ☞ 광고를 했었는데, 다쓰 부처가 새 사과 나오는 대로 열심히 사다 먹었는데도 달랑 둘만 사는 가구이다 보니 50여 종 모두를 다 먹어 보진 못했네요. 놓친 것들이 많아 아쉽습니다. 생으로 먹는 'eating apple'들만 올려 봅니다. 요리용 사과cooking apple와 사과술cider용 사과는 포함시키지 않았습니다. 체계 없이 그저 사다 먹은 순서대로 정리했습니다.

 

 

 

 

 

 

 



Red Windsor
영국 품종 영국 재배. 
과육 아주 단단함crisp. 경쾌한 신맛. 향이 아주 좋음.

※ 2년 뒤인 2015년 10월 3일에 사 먹었을 때는 신맛이 훨씬 강하고 맛과 향 모두 매우 진했음. 오랜만에 느껴보는 진한 신맛에 하루가 다 상쾌.

 

 

 

 

 

 

 



Suffolk Pink
영국 품종 영국 재배. 
복잡 미묘한 향. 중간 정도의 단단함.

※ 3년 뒤인 2016년 10월 2일에 사 먹은 것: 당도 산도 모두 높아 맛이 진하고 사과에서 희한하게 팔각star anise 향이 다 나 매우 향기로움. 쉬이 갈변하는 경향이 있으며 과육이 아주 단단하지는 않음. 향이 좋아 감탄하면서 맛있게 먹었음.

 

 

 

 

 

 

 



Sunrise
영국 품종 영국 재배. 
크림처럼 부드러운 식감. 
새콤달콤.

 

 

 

 

 

 

 



Galmac
영국 품종 영국 재배. 
내 평생 이렇게 살살 녹는 부드러운 사과는 처음일세. 
철 지나 허벅허벅한 것과는 다른 꿈같이 부드러운 식감. 

이런 사과는 처음 먹어 봄. 즙도 아주 많고 신선한 향이 있음.

 

 

 

 

 

 

 



Estivale
프랑스 품종 영국 재배. 
9월 초부터 중순.
크림처럼 부드러운 식감. 이것도 살살 녹누나. 
신맛 단맛이 강하면서 조화로움. 
딸기 같은 향이 있고 뒤에 남는 향이 아주 좋음.
즙도 많음.

 

 

 

 

 

 

 



Lord Lambourne
영국 품종 영국 재배. 
대학생 때 깡통 음료로 즐기던 <경북능금주스> 맛. 
어딘지 어릴 때 먹던 고색창연한 사과 맛이 남. 
신맛, 강렬한 맛은 덜하고 온화하고 부드러움. 
과육은 중간 정도 단단함. 
사과 무늬가 멋있는 골동품 같지 않나.

 

 

 

 

 

 

 




Gala 
뉴질랜드 품종 영국 재배. 
한심한 사과. 
껍질 두껍고, 과육 질기고, 당도 산도 모두 떨어지고, 막 수확했다는데도 즙 없이 메말라 있고, 갈변도 금방 돼 몇 쪽 먹지도 않았는데 접시에 남은 것들 벌써 까매지고. 수퍼마켓에 가장 많이 놓여 있는 게 이 갈라 품종인데, 왜 이런 맛없는 사과를 팔고 있느냐? 오래 가거든. 창고에서 무려 4개월이나 보관할 수 있으니 수퍼마켓들로선 이 갈라 애플이 얼마나 예쁘겠나.

 

 

 

 

 

 

 



Cox
정식 이름은 Cox's Orange Pippin.
영국 품종 영국 재배. 
과연 영국 사과의 대표격이라 할 만한 맛. ★★★★★
진한 단맛에 신맛이 도드라지며 과육이 단단하고 식감이 경쾌함.
맛이 직설적임. 처음 씹을 때부터 목에 삼킬 때까지 진한 맛이 한결같다는 뜻. 맛이 하도 진해 열대과일 먹는 줄 알았음. 지금껏 살면서 맛본 사과 중 가장 진함. 영국인들이 무척 아끼는 품종이며, 신품종 개발 시 모체로도 많이 쓰인다고 함. 생긴 것도 늠름하게 잘 생겼음. 알은 작은 편임. 이게 병충해에 약하고 재배가 까다로운데다 저장성이 떨어져 보기가 좀 힘들다는 사실이 안타까운데, 좌우간 영국 수퍼마켓에서 이 콕스를 보면 무조건 사 먹는게 상책임. 막 출하됐을 때는 단단하고 바삭거리나 철이 다 돼 갈수록 과육이 푸석. 저장 기간이 짧다 하니 최적의 상태일 때를 잘 노렸다가 나무에서 제대로 익혀 수확한 'tree matured cox'로 사 먹을 것.

※ 1년 뒤인 2014년 가을에 사 먹은 것은 더 맛있었음. 영국의 이 해 여름이 햇빛 좋고 비가 드물게 와서 전반적으로 사과들이 2013년 것들에 비해 훨씬 진하고 맛있었음. 포도도 잘 나온 해라 2014년 영국 빈티지 포도주들을 와인 애호가들이 기대하고 있다고 함.

 

 

 

 

 

 

 



Pirouette
프랑스 품종 영국 재배. 
기분 좋은 쨍한 신맛에 진하고 화려한 맛. 무지갯빛 느낌. 
과육이 단단해 씹는 맛이 있음.

하도 단단해 칼도 잘 안 들어감. 이도 잘 안 들어감.

맛이 진하고 즙이 적어 타트tart 만드는 데 적합. 
맛봐야 할 사과가 줄을 섰는데도 하도 맛있어 이것만 여러 번 사 먹었음.

※ 3년 뒤인 2016년 것은 더 맛있었음.

 

 

 

 

 

 

 

 



Red Delicious
미국 품종 미국 재배. 
이렇게 맛없는 사과가 세상에 존재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 다만 놀라울 따름. 새빨갛고 윤 반질반질 나는 기가 막히게 예쁜 외모와는 전혀 연결이 안 되는 형편없는 맛. 신맛이라곤 하나 없고, 설상가상 당도도 모자란 맹탕인데다 껍질은 코끼리 가죽. 씹다가 턱 빠지는 줄. 돈 없는 유학생, 웬만하면 돈 아까워서라도 남은 사과 억지로 먹으려 했으나 하도 맛없어 네 개들이 한 팩 사서 반도 채 못 먹고 버림. 혹시 몰라 네 개를 한 입씩 다 깨물어 먹어 봤는데 한결같이 맛없어 원래 맛없는 품종이라 결론 지음. 레몬 즙과 설탕이라도 뿌려 구제해 보려 애썼으나 구제불능. 사과 품종이 넘치는 세상에 왜 이런 질 떨어지는 사과를 계속해서 재배하는지 궁금해서 검색해 봤더니 "보기에 예뻐서"란다. 꽈당 순전히 사진발을 위한 사과란 소리. 원래는 이렇게까지 맛없는 사과는 아니었는데 예쁘게 보이는 쪽으로 거듭 개량을 해 지금에 이르렀다고 함. 앞서 흉봤던 갈라는 이 레드 딜리셔스에 비하면 하느님임. '딜리셔스'는 개뿔.

 

 

 

 

 

 

 



Rubens
네덜란드 품종 영국 재배. 1954년 개발. 
튀김 먹는 듯한 경쾌하고 바삭한 식감. 독특함. 
조직이 치밀하지 않고 얼기설기하며 수박처럼 즙을 많이 머금고 있음. 은은한 멜론 향에 속살에 녹색빛이 돎. 신맛은 적으나 즙이 많아 전체적으로 가벼우면서 청량한 느낌. 
식감이 하도 독특해 기억에 오래 남음.

 

 

 

 

 

 

 



Winter Wonder
영국 품종 영국 재배. 
신맛이 강해 식초 먹는 줄 알았음. 어릴 때 먹던 홍옥보다도 더 신 것 같음. 옛 품종처럼 수더분하게 생기고 껍질에 노란 점까지 땡땡 나 있어 마치 가정집 마당에 있는 사람 손 안 탄 사과 나무에서 딴 것 같은 정겨운 느낌. 고풍스러운 외모와는 달리 정신 버쩍 드는 신맛. 개성이 강함. 2000년 들어와 우연히 발견된 변종이라 함. 껍질은 약간 두꺼운 편이나 과육은 부드러움. 

 

 

 

 

 

 

 



Tentation
프랑스 품종 영국 재배.
어우, 이거 왜 이렇게 맛있어? 가만 보니 프랑스 품종 사과를 영국에서 재배한 것들이 참 맛있구만. 과육 단단하고 즙 많고 향이 일품. 꽃향 같기도 하고 복숭아향과 바나나향이 은은하게 섞여 나는 것 같기도 하고, 포도향 같기도 하고, 파인애플 즙 향 같기도 하고, 껍질에서는 박카스 향도 좀 나고, 아무튼 꿈같은 향이 나는데다 신맛과 단맛이 아주 진하면서 조화로움. 황금색 껍질에 발그레한 오렌지빛이 감도는 것이 외모도 단연 으뜸. '유혹'이라니, 이름도 잘 지었음. 맛있어서 올해 가장 많이 사 먹은 사과임. 오늘도 또 샀음. 시간이 지날수록 철이 다 돼 과육이 조금씩 허벅해지기는 하나 여전히 맛있음.
★★★★★

※ 2017년 1월 초에 사 먹은 것도 아주 맛있었음.

 

 

 

 

 

 

 



Ambrosia 
캐나다 품종 이태리 재배. 이태리에서 사과를 다 재배해?
온화하게 바삭거리는 기분 좋은 식감에 즙도 많음. 
신맛 전혀 없이 단맛만 있어 맛은 좀 평면적이나 
신 과일 안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품종이라 함. 
제철일 텐데 저장 사과 맛이 좀 나는 듯함.

 

 

 

 

 

 

 




Pink Lady
호주 품종 남아프리카 공화국 재배. (재배지는 계절별로 계속 바뀜.)
이름이 예쁘고 껍질에 예쁜 분홍빛이 돌아 인기가 많은 품종임. 영국 수퍼마켓 선반에서 사철 볼 수 있는 품종 중 하나이기는 하나 정작 영국에서는 기후와 토양이 안 맞아 라이센스를 못 얻어 생산을 못 하고 전량 수입. 맛있기는 한데 껍질과 과육이 다소 질기고 신맛이 내 기준엔 못 미침. 그래도 한국에서 먹던 사과들보다는 심. 과육이 질겨서 씹다 보면 맛이 먼저 빠져 버려 맛 다 빠진 과육만 한참 씹어야 할 때도 있음. 그런데 어떤 때는 또 괜찮은 걸 보면 재배지와 출하 시기에 따라 달라지는 모양. 
☞ 핑크 레이디의 장점인 예쁜 분홍빛 껍질을 잘 이용한 요리 하나 

 

 

 

 

 

 

 



Opal
체코 품종 영국 재배.
Tentation과 외모와 맛 모두 흡사하나 Tentation보다는 맛의 강도가 약간 떨어지고 껍질이 더 질김. Tentation과 비교해 그렇다는 것이지 기본적으로는 아주 우수한 맛의 사과임.

 

 

 

 

 

 

 



Russet
영국 품종 영국 재배.

'Egremont Russet'이 정식 이름.
겉모습 보고 배인 줄 알았는데 맛은 생 대추 맛.

개량을 전혀 안 거친 태곳적 사과 같은 느낌.

식감, 맛, 외모 모두 세련되지 않은 순진한 데가 있고 신맛이 적음. 껍질이 고운 사포 같이 까슬까슬하고 질김. 과육도 생 대추 씹는 것과 흡사해 다소 질기며 갈변도 쉬 됨. 개성은 있음. 단단이 신맛 많은 사과를 좋아해서 그렇지, 이것만 찾는 애호가들도 많다 함. 영국의 미슐랑 스타 셰프들도 독특한 맛과 향 때문에 이 품종을 애용한다 함. 주스로 만들어 먹을 때가 가장 맛있다고 함.

 

 

 

 

 

 

 

 



Kidd's Orange Red
뉴질랜드 품종 영국 재배. 
과육은 부드럽고 살살 녹으나 껍질은 두껍고 질긴 편. 기분 좋은 복숭아 향이 나며 즙이 많아 마치 디저트 먹은 것 같은 기분이 남. 껍질이 멋있고 카리스마 넘침.

 

 

 

 

 

 

 



Envy

뉴질랜드 품종 영국 재배.
아직 다 안 익은 걸 산 것 같음. 과육이 질기고 맛이 덜 들었음. 신맛이 도드라지지는 않고 단맛과 균형이 적절함. 다 익을 때를 기다렸다가 다시 사 먹으려 벼르고 있었는데 그새 쥐도새도 모르게 싹 들어가 버렸음. 흐흑

※ 2014년 1월 6일 추가 기록. 
잘 익은 것으로 다시 사 먹어 봄.

가장 좋아하는 사과인 Tentation이나 Cox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단맛과 신맛이 모두 부족하나 이 안에서는 당도와 산도가 나름 균형이 잘 잡혀 있고 깨물었을 때 튀김처럼 단단하면서 바삭거리는 경쾌한 식감이 남. 즙이 많고 매우 청량해 먹고 나면 상쾌하고 기분이 좋음. 애호가가 많을 것으로 사료됨. 갈변이 쉬 되지 않아 미리 만들어 두는 샐러드에 적합하다고 함.

 

 

 

 

 

 

 



Evelina 
독일 품종 영국 재배.
드디어 독일 품종을 맛봄. 2006년에 병충해에 강한 신품종으로 첫 선을 보임.
병충해에 강해 약을 안 쳐도 되니 유기농으로 적합하다 함. 그런데 결정적으로, 맛이 없어. 꽈당

신맛이 아주 강한데, 문제는 이게 단맛과 균형이 잘 안 맞는다는 것이다. 과육도 질겨 몇 번 씹으면 맛의 모든 성분이 먼저 빠져 목으로 다 넘어가 버리고 아무 맛 안 나는 질긴 과육만 남아 한참 씹어야 함. 사과가 아니라 누런 종이 상자 씹는 듯. 재배 편리성도 중요하지만 사람이 먹을 거면 맛과 식감이 더 중요한 것 아닌가.


※ 2015년 11월 7일 추기
흉본 게 미안해서 2년 뒤에 다시 사 먹어 봄. 2년 전에 먹었던 것보다는 맛이 좀 낫긴 했으나 껍질과 과육이 질긴 것은 여전함. 과육이 질기니 씹는 동안 맛이 먼저 다 빠져 버려 섬유질만 한참을 더 씹어야 함.

 

 

 

 

 

 

 



Ariane
프랑스 품종 프랑스 재배.  
2000년에 첫 선을 보임.
짜릿한 신맛에 단맛도 충분.
과육이 치밀하지 않고 얼기설기한 대신 성긴 조직에 과즙이 꽉 차 있어 매우 청량. 병충해에도 강하고 저장성도 좋다 함. 재배하기도 편하면서 맛도 좋은 사과 만들어 내기가 쉽지 않다는데, 프렌치들도 사과 실력이 좋은가 봄.

★★★★★

 

 

 

 

 

 

 



Kanzi
벨기에 품종 영국 재배.
네덜란드 품종인 루벤스Rubens보다도 더 바삭, 튀김 사과의 끝판왕. 씹을 때의 느낌이 일식집 덴뿌라 장인이 튀긴 튀김처럼 경쾌하다는 뜻. 한국에서 조생종인 쓰가루(아오리) 먹었을 때와 유사한 맛과 향. 과육 역시 살짝 질긴 편. 신맛이 짜릿하면서 즙이 하도 많아 수박 먹듯 청량함. 이 사과는 지금까지 먹은 사과들과는 추구하는 바가 좀 다른 듯함. 개성 있음. 기억에 오래 남들 듯.

 

 

 

 

 

 

 



Jazz
뉴질랜드 품종 프랑스 재배.
위의 칸지Kanzi와 같은 딜리셔스Delicious 계열. 
외모도 흡사해 종종 비교를 당한다고 함. 
칸지에 비해 당도 산도 모두 모자라고 과육과 껍질도 더 질김.
칸지가 상큼한 신맛이 나는 반면 재즈에서는 향긋하고 단 바나나 향이 남.

 

 

 

 

 

 

 



Beni-Shogun
일본 품종 영국 재배.
부사Fuji 계열로, 맛도 한국에서 먹던 부사와 거의 같음.
당도는 충분하나 산도가 내 기준엔 못 미침. 짜릿한 신맛이 없어 좀 아쉬움. 체질도 좀 약한 듯. 깎자마자 순식간에 갈변이 되고 작은 충격에도 멍이 쉽게 듦. 과육도 단단하면서 바삭하지가 않고 많이 무른 편. 이 시원찮고 신맛 싫어하는 노인들에게 적합할 듯. 식후 부드러운 디저트라 생각하고 먹으면 좋을 듯함.

 

 

 

Elstar
2014년 10월1일 시식.
네덜란드 품종 영국 재배.
단맛 신맛의 강도가 세고 균형이 잘 맞음. 
아주 맛있음.

 

 

 

Daliclass
2014년 10월 5일 시식.
벨기에 품종 영국 재배.
신맛 단맛의 강도가 매우 세고 맛이 진함. 영국 콕스 애플보다도 진함. 짜릿한 신맛에 정신이 버쩍 듦. 지금까지 먹은 사과들 중 신맛이 가장 맛있게 나는 사과임. 과육이 단단하면서 경쾌하게 씹힘.

★★★★★



Zari
2014년 10월 17일 시식.
벨기에 품종 영국 재배.
지금까지 먹어 본 사과 중 즙이 가장 많았음.
과육이 단단하지만 조직이 성기고 수박처럼 물이 많이 고여 있어 깨물면 즙이 와르르 쏟아져 나옴. 한 알 먹고 나면 사과 주스 한 잔 마신 것 같음. 단맛 신맛의 조화도 적절함.

 

 

 

 

 

 

 



Red Falstaff
2017년 1월 13일 시식.
영국 품종 영국 재배.
이름이 ㅋㅋ (→ 셰익스피어의 나라)

그런데,
아니 이건 또 왜 이렇게 맛있어? 어휴...
신맛과 단맛의 강도가 매우 높으면서 즙도 많고 향도 좋고.
향긋한 꿀 향과 배 향이 함께 남.
과육이 단단하지 않고 무른 편.
1월 중순이 되어서도 맛있는 사과가 계속 쏟아져 나오다니 영국은 진정 사과 천국일세. 이 품종은 맛도 좋으면서 키우기도 쉬워 가드닝 초보자들이 정원에 심기 좋다고 함. 선명한 빨간색이라 보기에도 예쁨.
★★★★★



Crimson Crisp
2017년 1월 19일 시식.
미국 품종 영국 재배.
이름대로 새빨간색crimson에 노란색의 선명한 대비,
이름대로 과육이 매우 단단하면서 아삭아삭crisp.
매우 신데 이를 진한 단맛이 잘 뒷받침해 줌.
정신이 버쩍 드는 청량한 사과.



*  *  *




2013년에 먹은 사과들 중 가장 맛있었던 것들을 꼽으라면, 영국에서 재배한 프랑스 품종인 TentationAriane, 영국 품종인 Cox's orange pippin

2014년에 먹은 것들 중 위의 가장 맛있는 사과 목록에 추가하고 싶은 것은 영국에서 재배한 벨기에 품종인 Daliclass.


2016년에 맛본 것들 중에서는 영국에서 재배한 프랑스 품종인 Pirouette가 예년보다 훨씬 더 새콤달콤 짜릿하고 맛있었기에 추가하렵니다.


2017년 1월에 맛본 영국 품종 Red Falstaff도 추가합니다.


저는 단맛 신맛 둘 다 강하고 즙 많은 사과를 좋아하니 위의 평가들은 그저 참고만 하세요. 특히 신맛이 부족한 사과를 매우 아쉬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가만 보니 프랑스 사과들은 향을 참 중시하는 것 같습니다. 향수의 나라이니까요. 프렌치들은 홍차도 향홍차 위주로 생산을 하잖아요? 반면, 영국 품종 사과들은 첫 맛과 끝 맛이 한결같은 진하고 우직한 것들이 많습니다. 이것도 영국인들의 홍차 취향과 어느 정도 일치하죠. 영국인들은 홍차도 이것저것 블렌딩해 진하고 꽉 찬 맛 내는 걸 좋아하잖아요. 사과에서마저 양국의 국민성과 취향이 드러난다는 게 재미있습니다. 남의 나라 품종이라도 영국에서 재배를 하면 사과 맛이 더 좋다는 기사를 보았는데 그 이유인즉슨, 영국은 기온이 선선해 사과가 더디게 자라는 대신 속이 알차지기 때문이랍니다.


영국에 첫 발을 디뎌 수퍼마켓을 둘러보고는 눈이 휘둥그래졌었습니다. 처음 보는 농산물과 식재료가 수두룩, 이것저것 종류만 많은 게 아니라 한 종류의 농산물이라도 품종과 재배지가 다 다른 것들을 한참 늘어 놓고 팔더라고요. 가령, 사과 수십 종, 감자 열 다섯 종, 토마토 대여섯 종, 하는 식으로요. 요리책을 보니 조리법에 따라, 또, 요리사의 선호도에 따라 요구하는 품종도 다 달라요. 뭐랄까, 농산물을 우리 한국인들보다 좀 더 섬세하게 구분해 먹는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감자도, 사과도, 감귤류도, 심지어 고추까지, 늘 여러 품종이 선반에 놓여 있어요. 한국에 있을 땐 몰랐는데 여기 와서 보니 토마토도 샌드위치용 물기 적은 품종, 샐러드용 우락부락한 품종, 수프나 소스용 길죽하고 진한 맛 품종 등 다양합니다. 방울 토마토도, 당근도, 빨간색 주황색 노란색 보라색 등 알록달록 합니다.

 

이것저것 다양하게 즐기다 어느 날 깜짝 놀랄 정도로 맛있는 사과를 만나고 나면 하루가 다 즐거워집니다. 그렇다고 그 가장 맛있는 사과 한 종만 먹고 살고 싶느냐 묻는다면 저의 대답은, 아니오.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다른 사과들도 나름 각자의 개성이 있으니까요. 저는 유럽인들처럼 다양하게 먹는 쪽을 택하겠습니다.


또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영국의 사과들은 한국 사과들에 비해 그 크기가 작다는 겁니다. 혼자서 한 알 깔끔하게 먹어 치우기 좋아요. 명절에 선물 받는 한국의 사과나 배들은 하나같이 아기 머리처럼 크죠. 클수록 상품上品이라 여기기도 하고요. 그 때문에 권여사님 냉장고 선반에는 항상 반 잘라 먹고 남긴 사과나 배가 랩cling film에 싸여 놓여 있곤 하죠. 너무 커서 성인 한 명이 사과 한 알을 다 먹을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저는 먹다 남긴 산화·갈변된 사과를 다시 먹는 게 그렇게 싫을 수가 없어요. 큰 사과는 식감도 나쁘고 맛도 더럽게 싱겁습니다. 농가 사람들끼리는 알 작은 사과를 골라 먹고 제수용으로 재배한 이런 때깔 좋고 싱거운 큰 사과들은 "귀신 먹는 사과"라 부르며 내다 판다지요.

한국 사과가 퍼석하고 싱거운 이유

문화의 차이이기도 하겠지만, 여기 사람들은 명절에 과일 선물을 주고 받지도 않습니다. 과일을 선물한다는 개념이 없으니 금띠까지 두른 과대 포장된 과일들은 눈 씻고 찾아봐도 볼 수 없지요. 상품이라는 소리 듣기 위해 지나치게 클 필요도 없고요. 과일은 선물로 주고 받는 품목이 아니라 그냥 개인이 자신의 선호에 맞춰 제철에 조금씩 자주 사다 먹는 거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학부모 면담 때 영국인 담임 선생님께 한국식으로 생 정육 제품 선물했다가 선생이 기겁을 했다는 일화 듣고 킬킬거린 적도 있습니다. ㅋ 여기서는 여간해선 생식품들을 선물로 주고 받지 않거든요. 자기가 텃밭에서 직접 농사 지은 거라면 또 몰라도요. 식품 선물은 주로 쵸콜렛이나 비스킷, 케이크, 술 등 가공식품으로 많이 합니다. 과자나 케이크는 손수 '잘' 만든 것들로 해도 좋고요. 영국에 막 도착하신 분들은 참고하세요.

명절에 생식품 선물하는 거, 나는 반댈세

 

외국에 사는 한국인들 중에는 우리 한국 사과가 최고 맛있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분들이 말하는 사과는 아마도 일본 품종인 부사Fuji를 뜻하는 걸 텐데, 한국(?) 사과, 유럽 사과들에 비하면 신맛이 많이 부족하고 전반적으로 싱겁긴 하지만 맛이 아주 나쁘지는 않죠. 너도나도 다같이 한 품종만 수십 년째 재배해 왔는데 맛 없으면 과수원 때려쳐야죠. 영국 수퍼마켓에서 일년 내내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사과는 뉴질랜드 품종인 갈라Gala 입니다. 안타깝게도 이게 참 맛이 없어요. 영국 와서 영국 사과 맛없어 못 먹겠다는 분들은 십중팔구 이 갈라를 먹고 하는 소리일 겁니다. 이 맛대가리 없는 사과가 하필이면 저장성이 좋아 창고에서도 오래 가고 수퍼마켓의 실온 선반에서도 오래 가, 남반구의 뉴질랜드와 북반구의 영국에서 번갈아 재배한 것으로 일년 내내 수퍼마켓 선반을 채울 수 있는데, 잘 모르는 한국인들은 이 갈라 애플 먹고 영국 사과 맛없다 할 확률이 높죠. 영국에 계실 동안 사과 철[가을에서 겨울]을 맞게 되면 이것저것 다양하게 드셔 보시기를 권합니다. 특히, 영국 헤리티지heritage 품종들 중에는 맛은 좋으나 저장성이 좋지 않아 나왔다 며칠 만에 사라지는 것들이 많으니 귀 쫑긋, 눈 부릅 뜨고 잘 지켜봐야만 맛볼 수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맛있는 사과 즐기려면 소비자도 부지런해야 합니다. 새 사과 나왔나 보려고 지난 가을과 겨울 동안 수퍼마켓을 정말 뻔질나게 드나들었습니다.

 

 

 

 

 

 

 

 영국 애플 파이에 쓰이는 사과, 콕스와 브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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