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udspotter

오리알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본문

영국음식

오리알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단 단 2014. 4. 25. 00:00

 

 

 

 

제 생애 최초로 오리알이란 것을 다 사 보았습니다. 영국에는 달걀 대신 오리알을 쓰는 사람이 많습니다. 달걀보다는 향도 강하고 맛도 진하다는데, 프라이를 해먹어 보니 차이가 거의 안 납니다. 달걀에 비해 껍질이 오히려 더 얇고 섬세하며, 알이 크니 프라이를 부쳐 놓으면 양이 좀 더 많다는 것, 다 익었는데도 흰자가 살짝 투명해 보인다는 것, 흰자 질감이 좀 달라 오리알 흰자가 달걀 흰자에 비해 덜 매끄럽고 단단하다는 것말고는 맛 차이는 크게 못 느끼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이눔의 나라는 어떻게 오리알 포장도 이렇게 예쁩니까. 이 나라는 그냥 디자인 의식이 전국민 DNA에 박힌 나라라는 생각이 듭니다. 디자인에 공들이는게 특별한 일이 아니고 지극히 일상적이고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것 같아요. 과대포장은 하지 않지만 디자인에는 신경을 많이 씁니다. 오리알과 오리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종이곽, 레이블, 유통기한·상미기한 스티커를 전부 노란색으로 맞춘 것 좀 보세요.

 

 

 

 

 

 

 



그래, 오리알은 왜 샀느냐?

아스파라거스가 제철이라 요리책에서 아스파라거스 요리 하나 따라해 보려고 봤더니 달걀 대신 오리알을 요구하는 겁니다. 미슐랭 스타 셰프 톰 케리지Tom Kerridge의 요리책입니다. 영국음식으로 별을 두 개나 받은 사람입니다. 이 양반 펍에서 내는 피쉬 앤 칩스를 한번 볼까요?

 

 

 

 

 

 

 

 감각적으로 뿌려진 저 생선 튀김 위의 소금을 보라.

 

 

 

 

 

 

 



아, 수퍼마켓에서 오리알 상자 뚜껑을 열어 보고 얼마나 감탄을 했는지 모릅니다. 사진상으로는 표현이 잘 안 되고 있지만 실제로 보면 황홀한 정도로 뽀얗고 매끄럽고 아름답습니다. 알이 정말 잘 생겼더라고요. 광채가 납니다. 무게가 더 나가니 값도 당연히 달걀보다는 더 나갑니다만, 그렇다고 달걀에 비해 아주 비싸지는 않습니다.

 

 

 

 

 

 

 



달걀보다는 표면이 곱죠? 저는 영국 오기 전까지는 오리알은 그 용도가 어디 따로 정해져 있는 줄만 알았는데, 여기 와서 보니 달걀 쓰는 곳에 그냥 오리알을 쓰는 집이 많습니다. 같은 무게일 때 달걀보다는 오리알이 영양가가 좀 더 높고 몸에 유용한 성분도 더 많이 들었다 하죠. 레서피가 요구하는 무게만 잘 맞춰서 바꿔 써 주면 된다고 합니다. 오리알 한 개는 달걀 한 개보다 양이 많지만 달걀 두 개만큼은 양이 안 됩니다. 저울로 무게를 잘 재서 써야겠지요. 홈 베이킹에 쓸 때는 "달걀 두 개"를 그냥 "오리알 두 개"로 바꿔 써도 큰 차이는 안 난다고들 합니다.

 

 

 

 

 

 

 



영양 정보 표시와 맛있게 먹는 법 설명이 있습니다. 스크램블드 에그로 살짝 익힌 뒤 훈제연어를 얹고 파슬리 잘게 썬 것과 후추를 뿌려 먹으면 브런치로 훌륭하다는 설명. 또, 케이크 스폰지에 달걀 대신 이 오리알을 쓰면 색이 좀 더 황금색으로 먹음직스럽게 난다는 설명을 해 놓았습니다.


영국인들은 재활용 종이로 만든 이런 종이 상자를 좋아합니다. 옛날 방식이죠. 제가 영국 오기 전 한국에서는 거의 플라스틱 포장을 썼었는데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네요. 영국에서도 알 낭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심미적인 것을 포기하고 플라스틱 포장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들이 많습니다. 종이 상자에 담았을 경우 안에서 알이 깨지면 종이가 흠뻑 젖어서 다른 상자의 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종이 상자가 주는 두툼하고 오톨도톨한 촉감과 따스한 느낌을 하루 아침에 바꾸기가 힘든 모양입니다. 영국의 달걀 상자들은 종이가 훨씬 두툼합니다. 종이 상자의 또 다른 장점은 의외로 단단하다는 데 있죠. 플라스틱에 든 것들은 끝에 있는 달걀을 빼면 무게 중심이 흔들려 손에서 잘 휘청거리잖아요. 알 낭비를 막으려면 플라스틱 포장이 좋겠지만 또 환경을 생각하면 종이 상자가 낫고, 참 고민됩니다.

 

 

 

 

 

 

 



그릇에 깨 보니 이렇습니다. 확실히 노른자가 크고 전체적으로 양이 많네요. 노른자 빛깔이 진하고 곱습니다. 케이크 구울 때 쓰면 좀 더 노르스름한 빛깔이 나서 예쁘겠습니다. 아스파라거스는 내일 날 밝을 때 만들어 올려 보겠습니다. 날이 어두워져 오늘은 더이상 사진을 찍을 수가 없습니다. 오리알을 먹고 나니 베아트릭스 포터의 ☞ <제마이마 퍼들덕 이야기>가 떠오르면서 마음 한 켠이 켕깁니다.

 

 

 

 

 

 

 

 내 알 왜 자꾸 가져가? 나도 한번 잘 품어 보고 싶다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