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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음식

5월이 제철인 영국 식재료

단 단 2014. 5. 6. 00:00

 

 

 

 

 

허구한 날 비 오고 컴컴해 일조량이 부족한 영국. 그러니 영국 땅에서 나는 채소는 프랑스나 이태리만큼 다양하지는 않습니다. 대신 질 좋고 무성한 목초지가 많아 축산업과 낙농업은 아주 잘되죠. 산이 없고 평지가 많은데다 빗물 먹고 풀이 쑥쑥 자라 주니 옥수수 사료 따윈 필요가 없어요.

 

여기 사람들은 일찍부터 식민 지배 짓을 했던 탓에 자기네 땅에 없는 남의 나라 신기한 농산물 갖다 먹는 데 거리낌이 없습니다. 타국 농산물 수입해 먹는 것을 꺼려하질 않아요. 영국 수퍼마켓에서 볼 수 있는 농산물의 총 가짓수와 품종 수는 그래서 한국보다 훨씬 많은 것 같습니다. 연교차가 한국 만큼 심하지가 않아 일년 내내 재배 가능한 채소들도 많고요. 특히 향초herb들은 조미료처럼 많이 쓰이기 때문에 연중 내내 사서 쓸 수가 있어요.

 

다음은 영국 땅과 바다에서 나는 5월의 제철 식재료들.

 

 

 

 

 

 

 

 

 

 

 

 

 

 

 

 

 

 

 

 


아스파라거스 Asparagus
워터크레스 Watercress 물냉이
로켓 Rocket 이태리에서는 '루꼴라'라고 부름. 영국 로켓은 좀더 작고 예쁨.
래디쉬 Radish 적환무. 피터 래빗 녀석이 열심히 훔쳐 먹던 쬐끄만 빨간 무.
스프링 어니언 Spring onion
치코리 Chicory
저지 로얄 감자 Jersey Royals
뉴 포테이토 New Potatoes
모렐 Morel 곰보버섯
구즈베리 Gooseberries
 쌈파이어 Samphire 퉁퉁마디
싸딘 Sardine 정어리
크랩 Crab 게
램 Lamb 양고기. 늙은 양mutton말고 어린 양.

 

 

 

 

 

 

 



영국인들이 끔찍이도 아끼는 저지 로얄 감자로 샐러드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철이 매우 짧고 재배와 수확이 까다로워 좀 비쌉니다. 단단이 먹어본 샐러드용 감자 품종 중에서는 영국의 저지 로얄과 덴마크·프랑스의 라떼Ratte가 특히 맛있었습니다. 저지 로얄을 껍질째 삶거나 찐 뒤 아직 뜨거울 때 로켓과 훈제 고등어를 곁들여 허니 머스타드 소스로 버무려 드셔 보세요. 한끼 식사로 손색이 없어요. 눈물 나게 맛있습니다. 껍질째 먹는 감자이니 껍질 절대 벗겨 내시면 안 됩니다. 한국 가면 이 저지 로얄 · 훈제 고등어 · 로켓 샐러드가 가장 그리울 것 같아요. 지극히 영국스런 재료들로 만든 지극히 영국스런 음식이죠. 이 감자가 얼마나 특별한 감자냐면요, 유럽연합에 의해 PDO로 보호를 다 받고 있을 정도입니다. 저지 로얄을 활용한 레서피는 이곳에서. ☞ Jersey Royals

 

 

 

 

 

 

 



영국 파전은 이렇습니다. 스프링 어니언을 체다 양념에 버물버물 버무린 뒤 퍼프 페이스트리에 올려 오븐에 구워 주세요. 해물 한 점 안 넣고도 한국의 해물파전 못지 않은 맛이 납니다. 체다가 그만큼 훌륭한 치즈란 소립니다. 수퍼 만능 양념입니다.

 

 

 

 

 

 

 

 


래디쉬는 빛깔이 고와 샐러드에 곁들여 생으로 많이들 먹죠. 저희 집에서는 주로 피클로 담가 먹습니다. 피클로 담가두면 껍질에 있던 빨간색이 일단 다 빠졌다가 도로 스며들어 속까지 분홍빛으로 곱게 물들입니다. 환상적인 분홍빛이 나죠. 피클로 담그면 수분이 빠지면서 꼬들꼬들 식감이 좋아지는 대신 탱탱했던 표면이 쪼글쪼글해집니다. 못생겨도 맛은 좋아요. 알싸한 맛이 일품입니다. 쪼글쪼글한 게 보기 싫으면 시판 단무지처럼 인산염을 넣으면 됩니다. 허나, 자기가 먹을 음식에 자기 손으로 인산염을 넣는 건 눈 뜨고는 차마 못할 일이죠.

 

 

 

 

 

 

 

 



영국인들은 게를 이렇게 해서 먹습니다. 'dressed crab'이라고 하죠. 영국의 전통적인 게 취식법입니다. 게를 'dress'하는 게 여간 공이 많이 드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특별한 날 기분 낼 때나 이렇게 해 먹지 일상에서는 대개 게살을 발라 샐러드나 샌드위치, 파스타 등에 넣어 먹지요. 게살 바르는 걸 귀찮아 하는 이들이 많아 영국의 고급 수퍼마켓들은 미리 손질해 발라 놓은 살들을 통에 담아 팔기도 합니다. 그렇게 파는 것들은 인건비까지 더해져 값이 매우 비쌉니다. 다쓰 부처도 자주 못 사 먹어요. 로또 맞으면 드레스트 크랩 잘 하는 씨푸드 전문 레스토랑 가서 실컷 먹고 싶어요.

 

 

 

 

 

 

 



구즈베리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줄무늬 청포도 같죠?

 

 

 

 

 

구즈베리 활용 음식 중에서는 '구즈베리 풀'이 가장 유명합니다. 시판 제품도 많이 나와 있습니다. 영국에 계신 유학생 여러분, 영국에 계실 때 반드시 구즈베리를 맛보십시오. 아무데서나 나질 않아요. 지금이 제철입니다. 너무 시어서 생으로는 먹을 수 없고, 조려서 디저트 재료로 써야 합니다.

 

 

 

 

 

 

 



시판 제품의 구즈베리 함량이 너무 적고 첨가물이 든 것이 불만이라면 까짓거 집에서 만들어 먹으면 되지요. 대개 투명 유리 그릇에 담아 디저트로 냅니다. 15세기부터 전해오는 유서 깊은 영국음식입니다.

 

 

 

 

 

 

 

구즈베리 함량 5.3%

 

 

 

구즈베리 함량 25%

 


요거트로도 즐길 수 있고요.

 

 

 

 

 

 

 

 

잼으로도 만들 수 있지요.

 

 

 

 

 

 

 

 

치즈 보드 꾸밀 때 포도나 과일 대신 곁들이기도 합니다. 체다 같은 강한 맛의 영국 치즈에 특히 잘 어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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