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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치즈

치즈 ◆ 이태리 부라따, 부라타 Burrata

단 단 2014. 4. 27. 00:30

 

 

 

 

 

이태리 남동쪽, 부츠의 굽 부분에 뿔리아Puglia라는 지역이 있습니다. 이태리 사람들은 뿔리아라 부르고 이태리 밖에서는 아뿔리아Apulia라고 하는 것 같네요. 주변 지역과 마찬가지로 이곳도 모짜렐라 치즈로 유명합니다. 모짜렐라 치즈는 너무나도 잘 알려져 있으니 오늘은 이곳에서 생산한 '변형된' 모짜렐라를 소개하겠습니다.

 

 

 

 

 

 

 

 


단단한 플라스틱 통에 담겨 있다는 것은 모짜렐라처럼 물에 담겨 있다는 것이지요. 강도 1짜리 치즈를 보니 제 마음이 다 '신선'해집니다. 모짜렐라와 부라따는 숙성을 거치지 않은 신선 치즈fresh cheese로 분류 됩니다.

 

 

 

 

 

 

 

 


왕만두가 나왔습니다. 여기까지는 모짜렐라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십자로 칼집을 내어 열어 보면 안이 좀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먼저 크림이 와르르 쏟아져 나옵니다. (냉장고에서 꺼내자마자 가르면 크림이 아직 굳어 있어 다루기가 좀 낫습니다.) 겉을 감싼 모짜렐라보다 더 부드러운 모짜렐라가 올올이 찢겨 들어가 있는 것이 보입니다. 모짜렐라 치즈를 유부 주머니처럼 만들어 그 안에 크림과 채썬 모짜렐라를 채워 꽁꽁 여민 겁니다. 하루치 모짜렐라를 생산하고 남은 자투리 모짜렐라들을 모아 크림에 버무려 채우는 거지요. 알뜰하죠? 시판용이 아니라 생산자가 자가소비를 목적으로 만들었던 것이니 동네 밖으로 나가는 일이 드물었다고 하죠. 크림이 들었고 물기가 많아 만들면 바로바로 먹어야 합니다.

 

 

 

 

 

 

 

 


만드는 법 동영상입니다. 기본적으로는 모짜렐라 생산 과정과 같은데 속을 채워 준다는 것이 다릅니다. 저 뜨거운 치즈를 맨손으로 잡아 늘이는 걸 보고 장인 정신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자동화된 공장에서 대량생산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치즈라는 생각도 들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값이 꽤 나가더라고요. 모짜렐라보다 비쌉니다.

 

 

 

 

 

 

 

 


보기만 해도 느끼하죠? 부라따에, 페스토에, 마늘빵에...
제이미 올리버처럼 저 위에 노오란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도 휘휘 두를까 하다가 꾹 참았습니다. 페스토에 이미 올리브 오일이 잔뜩 들어갔으니까요.

 

다쓰 부처 입맛에는 부라따보다 모짜렐라가 여러 면에서 더 나았습니다. 밤낮 모짜렐라만 먹던 사람이 어쩌다 기분 전환 삼아 먹기에는 괜찮습니다. 부라따를 처음 사 먹었을 때의 감동이 생생하네요. "이것 좀 보오, 영감! 치즈 속에 치즈 실뭉치와 크림이 들었소! 이런 신기한 모짜렐라가 다 있다니!"

 

그런데 그 다음부터는 처음 먹었을 때 만큼의 감동이 안 납니다. 떨이로 나오는 것들을 가끔 사 먹곤 하는데, 처음 먹었을 땐 신기해서 실제보다 맛있다고 느꼈던 모양입니다. 맛이 없지는 않은데 크림맛이 치즈맛을 압도하고 식감이 생각만큼 좋지 않아요. 모짜렐라가 씹는 맛도 더 좋고, 더 고소하고, 흐르는 크림이 없으니 사용하기에도 더 편하고 깔끔합니다. 부라따를 부드러운 맛에 먹는다고는 하나 힘이 너무 없어 흐물거리고 심하게 질척거립니다. 크림이 흥건해 다른 재료들을 '오염'시키고요. 실처럼 올올이 찢긴 치즈 가닥들이 부드럽게 넘어가는 듯하나 바닷물 속에서 하늘거리는 해조류를 그냥 건져 먹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한국의 이태리 식당들에서 낸 것들 사진을 주욱 훑어보니 크림을 다들 제거하고 내는지 치즈가 보송보송 하네요. 크림을 있는 그대로 다 냈다간 접시가 난리 날 겁니다.

 

영국에는 크림이 흔합니다. 온갖 크림이 다 있는 크림 왕국이죠. 저희 집 냉장고에도 현재 크림이 네 종류나 있습니다. 크림이 워낙 흔한 나라에 살다 보니 모짜렐라에 크림 든 것이 아주 색다르거나 특별하진 않습니다. 신선 치즈이긴 해도 어쨌거나 저는 치즈가 먹고 싶어 치즈를 산 건데, 크림맛이 너무 강해 어떤 음식을 곁들여 먹어도 크림맛밖에 안 납니다. 치즈 먹는 기분은 안 나죠. 돈이 아깝다는 생각도 좀 듭니다. 크림은 싸거든요. 기껏 비싼 돈 주고 치즈를 사서는 싼 크림을 먹는 셈이니 아까워요. 제대로 된 버팔로 모짜렐라 사다 크림을 조금 부어 먹어도 되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렇게 먹는 게 더 맛있을지 모르죠.


부라따를 구하기 힘들 땐 동영상을 참고 삼아 이렇게 해보셔도 되겠습니다. 동그란 모짜렐라를 사다가 속을 파내세요. 파낸 치즈는 손으로 잘게 찢어 거품 내지 않은 흐르는 생크림에 버무려 속 채우듯 다시 채워 주세요. 얼추 비슷한 맛을 낼 수 있을 겁니다. 모짜렐라는 소금이 가급적 적게 든 것으로, 생크림은 설탕이 첨가되지 않은 것으로 쓰셔야 합니다.

 

한국에도 부라따가 들어가 있나요? 누리터를 대충 훑어보니 미국산 부라따가 많은 것 같던데, 이태리에서 워낙 멀다 보니 본고장 부라따 먹기는 당연히 힘들겠지요. 부라따는 원래 멀리 여행을 할 수 없는 치즈입니다. 이태리 남쪽에서 이곳 영국까지 왔다는 사실도 저는 신기하기만 합니다. 본고장 사람들은 부라따란 자고로 만들자마자 바로 먹어야 하는 것, 아무리 늦어도 24시간 안에는 먹어 줘야 하고, 48시간이 지나면 맛이 급격히 떨어져 못 먹는다고 여긴다고 합니다. 제가 사온 치즈 포장에도 "사 온 날 바로 드세요"라는 문구가 있었습니다.

 

부라따 맛있게 먹는 법 -
포장 용기에 써 있는 것을 그대로 옮겨 적어 봅니다. "접시에 샐러드를 담고 부라따를 얹은 뒤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을 뿌려 주세요. 갓 구운 신선한 빵을 곁들여 내세요. 접시에 남은 크림은 빵으로 싹싹 닦아 드시면 됩니다."


간단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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