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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각류 잘 죽이기 본문
"알이 꽉 찬 활꽃게로 요리했어용~"
꽃게탕 끓여 놓고 자랑하는 주부들이 누리터에 수두룩.
뭐어?
알이 꽉 찬 꽃게?!
알이 꽉 찬 암컷을 맛있다고 너도나도 찾으면 알은 누가 낳아?
누리터를 뒤져보니 놀랍게도 "알이 꽉 찬 암게" 타령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산란기의 어패류를 포획하는 것은 당연히 불법일 테고,
'산란기 바로 직전'의 게라 해도 좀 그렇지 않나?
산란기에 잡으나, 산란기 바로 직전의 알이 꽉 찬 게를 잡으나,
알 가진 어미들이 알과 함께 죽는 건 매한가지 아닌가.
활꽃게를 어떻게 죽였는지도 궁금하다. 산 채로 손질해서 끓는 물에 그냥 덥석 집어 넣었을까? 끓는 물에 넣었을 때 게는 죽기까지 통상 4~5분, 바닷가재는 3분이 걸린다. 게는 그래도 저항 않고 비교적 얌전히 죽어가지만 바닷가재는 꼬리까지 흔들어 대며 있는 힘을 다해 발버둥치다가 죽는다. 그 과정에서 냄비에 몸이 부딪혀 나는 소음이 요리사를 괴롭게 한다. 껍질 밖으로 김이 빠져 나가는 '삐이~' 소리가 마치 죽어가는 생명체의 원망 섞인 비명처럼 들려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요리사도 있다.
바닷가재lobster, 게crab, 민물가재crayfish 등의 갑각류는 선도가 특히 중요하기 때문에 여기 영국의 레스토랑들도 살아있는 녀석들로 납품을 받는다. 레스토랑 주방 한쪽에 마련돼 있는 'CrustaStun'이라 불리는 특수 장비를 이용해 요리하기 바로 직전, 단번에 숨을 끊어 준다.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정확히 본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전기로 순식간에 감전사를 시키는 것 같았다. 영국에서는 식재료를 '잘 죽였는가'를 따지는 손님이 많기 때문에 요리사들이 신경을 안 쓸 수가 없다고 한다. 게나 바닷가재를 다룬 요리책을 낼 때도 이런 것에 관한 지침들을 반드시 같이 써 준다. 이런 장비가 없는 가정집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칼질에 달렸다. 최대한 빨리 죽일 수 있는 부위가 따로 있으니 그 부분에 대고 단호하게 칼을 꽂아야 한다. 칼로 몸통을 해체하는 데도 좀 더 자비로운 방법이 있으니 알아 두면 좋다고 한다. 구구절절 자세한 설명을 해 놓았는데, 너무 길어질 것 같아 그냥 여기까지만 쓴다. 유튜브에 동영상이 많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찾아 보시면 된다. 고성능 냉동고가 있는 집에서는 요리하기 두 시간 전 영하 20˚C 정도의 급속 냉동에 두어 동면 비슷한 상태에 빠지게 한 뒤 죽이면 좀 낫다고 한다.
▲ 뚜껑을 덮으면 감전되어 의식을 잃은 뒤 몇 초 안에 죽는다.
그런 다음 찜통이나 끓는 물에 넣으면 된다.
그건 그렇고, 순식간에 감전시켜 자비롭게 죽일 수 있다는 저 'CrustaStun'이라는 장비가 궁금해 찾아 보았더니 갑각류의 고통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하던 영국의 어느 변호사가 브리스톨 대학 연구소의 도움을 받아 내놓은 발명품이다. (영국에는 월리스 씨 같은 엉뚱한 발명가가 많다.) 이 장비를 이용하면 갑각류를 0.3초만에 의식을 잃게 하고 5초에서 10초 사이에 완전히 죽일 수 있다. 끓는 물에서 최장 5분까지 걸려 고통스럽게 죽는 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인도적인 발명품이지 않나. 영국의 이름 있는 레스토랑들은 대부분 이 장비를 갖추고 있으며, <테스코>나 <웨이트로즈> 같은 영국의 유명 수퍼마켓 체인들도 이 장비를 통해 죽인 갑각류 제품들만 납품을 받는다.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보았더니 이렇게 죽인 것들이 맛도 질감도 더 낫다고들 한다. ■
스며드는 것
- 안도현 -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 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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