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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치즈 ◆ 서섹스 슬립코트 Sussex Slipcote 양젖 치즈 본문

영국 치즈

영국 치즈 ◆ 서섹스 슬립코트 Sussex Slipcote 양젖 치즈

단 단 2014. 6. 5. 00:00

 

 

 

 웨스트 서섹스West Sussex, England

 

 

 

 

 

 

 

 



웨스트 서섹스 지역에서 나는 양젖 치즈를 소개합니다. 영국 양젖 치즈는 처음 소개하는 것 같네요. 이름의 '슬립코트'에는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하나는 "농가에서 만든 작은 치즈 한 덩이little (=slip) piece of cottage (=cote) cheese"라는 옛말.


또 하나는, 치즈를 숙성시킬 때 속살이 껍질로부터 자꾸 미끄러져slip 빠져 나오려는 성질을 묘사한 것. 현재는 서섹스 슬립코트를 ☞ 하이 윌드 데어리에서 독점으로 생산하고 있지만 중세 때부터 만들어 오던 오래된 전통 치즈입니다.

 

 

 

 

 

 

 



크림 치즈처럼 생겼죠? 부흐쌍Boursin처럼 빵이나 크래커에 바르면 좋아요. 재킷 포테이토에 얹거나 파스타 소스에 활용해도 좋고요. 치즈 속에 점점이 박혀 있는 것은 마늘과 향초입니다. 향초는 차이브와 파슬리를 쓴 것 같습니다. 영업 비밀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질 않네요.

 

 

 

 

 

 

 



빵이나 크래커에 발라 먹자니 부흐쌍과 비교를 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이 서섹스 슬립코트는 집에서 만든 맛치즈 같은 느낌이 납니다. 향초와 마늘 맛이 부흐쌍 <갈릭 & 허브> 제품보다 훨씬 더 선명하고 생생해요. 마늘 맛은 아주 강하지 않은데 파슬리 향이 우리 집 창가 화분에서 방금 막 뜯어다 썰어 넣은 것처럼 생생합니다. 생향초가 들어 유통기한이 짧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쌀 수밖에요. 부흐쌍은 대중이 좋아할 만한 익숙한 맛이 나면서 향초들이 마치 향 날아간 말린 향초 같은 희미한 맛을 내죠. 향초 맛이 강하지 않으니 무난해서 인기 있는 것일 테고요.

 

 

 

 

 

 

 



부흐쌍은 치즈 속에 공기가 많이 들어 포실포실 가벼우면서 아이스크림처럼 녹는 반면, 서섹스 슬립코트는 잘 만든 쵸콜렛 무스처럼 밀도가 높으면서 부드러워 다소 고급스러운 느낌을 줍니다. 부피에 비해 무게가 더 나가니 좀 더 치즈 같은 느낌을 주죠. 이렇게 말하니 오해가 있을지 모르겠는데, 부흐쌍도 엄연히 자연 치즈입니다. 부재료가 들고 워낙 대중적이다 보니 부흐쌍을 가공 치즈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서섹스 슬립코트는 양젖 치즈라 비슷한 류의 소젖 치즈들에 비하면 훨씬 답니다. 레몬 같은 경쾌한 산미에 마늘과 향초의 맛이 강하게 더해지고 버터스코치의 단맛으로 마무리가 되죠. 부흐쌍은 1kg당 값이 15.67파운드, 서섹스 슬립코트는 29.5파운드. 두 배 가량 비싸네요. 여유만 있다면 저는 공장에서 대량생산된 지극히 익숙한 맛의 부흐쌍보다는 바탕 치즈의 맛도 더 달고 향초 맛도 더 생생히 나는 이 서섹스 슬립코트를 사 먹겠습니다. 소량 생산한다는 점과 농가에서 손으로 하나씩 만들었다는 점도 매력의 한 요소가 될 수 있겠습니다. 게다가, 포장을 다시 보니 유기농이었네요. 양젖, 마늘, 향초가 모두 유기농으로 생산됐다는 소리입니다. 동물의 젖도 유기농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합니다.

 

 

 

 

 

 


- 2014년 6월 5일 추기 -

 

 

 

 

 

 

 

 

 



서섹스 슬립코트를 아무것도 안 넣은 플레인으로도 먹어 보았습니다. (5,200원짜리를 520원에!) 크래커에 밤낮 부흐쌍만 발랐더니 물린다는 분들과 양젖 치즈를 처음으로 시도해 보고 싶은 초심자 분들께 이 치즈를 권합니다. 일단 플레인으로 먼저 드셔 보세요. 양젖이 이런 맛이구나 파악을 하신 뒤 맛치즈로 옮겨가면 되겠습니다. 맛치즈들은 크래커나 빵에 발라 드시고 플레인은 그냥 드시길 권합니다. 플레인 치즈인데 놀랍게도 반건조한 살구 맛과 버터스코치 맛이 납니다. 양젖이 이렇게까지 달 수 있다니, 하도 신기해 다쓰 부처도 먹으면서 허허 너털웃음을 다 웃었더랬습니다.

 

 

 

 




- 2016년 9월 9일 추기 -

 

 

 

 

 



'갈릭 앤 허브' 맛이 떨이로 나왔길래 다시 사 먹어 봅니다. 밀도가 왠지 좀 낮아진 듯하나 무게는 100g으로 같으니 기분 상으로만 그런 것이겠지요. 이번에는 파슬리 외에 희미한 바질 맛과 민트 맛이 느껴지고 차이브 맛은 안 납니다. 다쓰 부처의 입맛이 바뀐 건지, 치즈 레서피가 바뀐 건지 궁금합니다. 생생한 향초 맛에 상쾌한 레몬 산미와 단맛은 여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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