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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치즈 ◆ 턴워쓰 Tunworth 최고의 꺄몽베흐 본문

영국 치즈

영국 치즈 ◆ 턴워쓰 Tunworth 최고의 꺄몽베흐

단 단 2014. 5. 13. 00:30

 

 

햄프셔 Hampshire

 

 

 

 

 

 

 

 

 


흰곰팡이 소젖 치즈는 그간 프랑스 정통 브리말고도 영국 브리로 두 종류를 더 소개해 드렸습니다. 서머셋 브리와, 코니쉬 브리인 '세인트 엔델리온'을 소개해 드렸었죠. 브리는 큰 원반 형태로 만들어 케이크처럼 쐐기wedge 꼴의 조각으로 잘라 파는 것이 일반적이고, 브리를 모방해 후대에 만들었다는 꺄몽베흐는 지름 11cm 정도의 작은 원반으로 만들어 개별 포장을 해서 파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나무 상자에 든 것들도 있는데, 이런 것들은 종이, 깡통, 플라스틱에 든 것들보다는 좀 더 고급스럽고 전통적인 느낌이 납니다. 브리를 모방한 치즈임에도 불구하고 꺄몽베흐의 인기가 브리에 결코 뒤지지 않는 이유는 크기가 작은 데다 나무 상자에 개별 포장되어 유통된다는 편리성 때문입니다. 조각으로 자른 브리는 눌리거나 뭉개지기 십상인데다 포장을 제거할 때 외피가 없는 옆구리 쪽의 속살이 포장에 찐득하게 들러붙어 형태가 많이 망가지거든요. 그래서 사진발도 잘 안 받고요. 꺄몽베흐는 크기가 작고 외피가 사방에 둘러져 있는 데다 개별 포장까지 돼 있으니 출하할 당시의 모양을 잘 유지할 수 있습니다. 사진도 잘 나오지요.

 

 

 

 

 

 

 



오늘은 영국 꺄몽베흐를 소개해 드릴게요. 영국 꺄몽베흐라니, 놀랍죠? 지도를 보면 아시겠지만, 꺄몽베흐의 본고장 노르망디와 이 영국 꺄몽베흐를 만드는 잉글랜드 햄프셔는 바다를 사이에 두고 있긴 하지만 지리적으로는 상당히 가깝습니다. 지형과 토질이 얼토당토않게 전혀 다르지 않아 영국 남부에서도 프랑스 북부 치즈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죠.


눈물 나게 비쌌습니다. 치즈가 저렴한 영국에서도 이 작은 250g짜리 치즈 한 덩이가 무려 7.50파운드, 우리돈으로 1만3천원이나 했습니다. 치즈 대회에서 최고상을 두 번이나 받은 쟁쟁한 치즈인 데다 수제로 소량만 생산하기 때문입니다. 프랑스 정통 노르망디 꺄몽베흐보다도 비쌉니다. 프랑스 꺄몽베흐는 전세계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 반자동에 가까운 공장 설비에서 정말 어마어마한 양을 생산해 내죠. 영국 꺄몽베흐인 턴워쓰는 생산량이 너무 적어 우리 고장 치즈인데도 맛보기가 힘듭니다. 수퍼마켓 매대에 항상 놓여 있질 않고 띄엄띄엄 어쩌다 한 번씩 몇 개씩만 갖다 놓기 때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가 눈에 띄면 잽싸게 집어 와야 합니다.

 

 

 

 

 

 

 



잘 생겼죠? 표면을 보니 너무 어리지도, 너무 숙성하지도 않고 적당해 보입니다. 껍질만 따로 먹어 보았는데, 껍질이 노르망디 꺄몽베흐보다는 덜 종잇장 같고 씹는 맛이 좀 더 있습니다. 원래 치즈는 숨을 쉬어야 하기 때문에 밀폐용기에 넣으면 좋지 않지만 흰곰팡이 연성 치즈들은 냄새가 '숭악'하므로 밀폐용기 신세를 안 질 수가 없어요. 냉장고에 오래 두지 말고 사 오면 얼른얼른 먹는 게 상책이죠. 밀폐용기에 넣어도 냄새가 샙니다. 냉장고 안에 김치 냄새가 가득 차게 되죠.

 

 

 

 

 

 

 



옆면. 야무지게 잘 만들었습니다. 저온살균유를 쓰고 동물성 효소를 써서 굳힙니다. 생유로 만들기도 합니다. 저온살균유를 썼는데도 생유 치즈에 결코 뒤지지 않는 풍부한 맛과 향이 나는 걸 보면 치즈의 풍미를 결정하는 데는 우유의 살균 여부뿐 아니라 배양균starter culture과 효소rennet, 온도 등도 많이 작용을 하는 것 같습니다. 기술적인 부분은 잘 모릅니다. 그냥 이런 요소들이 맛 차이를 가져온다는 사실만 들어서 아는 정도입니다.

 

 

 

 

 

 

 

 

 

어디, 한 조각 맛을.

휴...
털썩...

 

끝내주게 맛있습니다. 비싼 이유를 알겠군요. 지금까지 먹었던 프랑스 대량생산 꺄몽베흐들은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카리스마가 넘칩니다. 프레지덩President, 루스티크Le Rustique, 일 드 프랑스Ile de France, 샤뜰랭Le Chatelain 같은 프랑스산 대량생산 꺄몽베흐들은 이제 거들떠보지도 않게 생겼습니다. 그간 꺄몽베흐가 맛없는 치즈라고 했던 것도 취소하겠습니다. 영국 꺄몽베흐 먹고 꺄몽베흐의 참맛을 알게 되다니, 요지경 세상 아닙니까. 프렌치 미슐랑 스타 셰프 중에 레이몽 블랑Raymond Blanc이라는 사람이 있어요. 이 양반도 턴워쓰가 세상에서 가장 잘 만들어진 꺄몽베흐라고 극찬을 하더군요. 저도 제가 지금까지 맛본 꺄몽베흐 중에서는 최고라는 말을 하겠습니다. 노르망디 정통 꺄몽베흐보다도 맛있습니다. 더 맛있는 게 있을지 모르니 계속해서 다양한 꺄몽베흐를 맛봐야 하겠지만요.
프랑스 꺄몽베흐 시식기


맛 평가
맛은 지난 번에 소개해 드린 프랑스 정통 생유 브리와 많이 비슷한데, 턴워쓰의 맛이 훨씬 더 깊고 선명합니다. 브리 드 모에서는 김치찌개 속 신김치 맛이 난다고 했었죠. 이 턴워쓰에서는 열을 가해 익히지 않은 생 신김치의 맛이 납니다. 인상이 더 또렷하다는 거죠. 껍질에서는 흰곰팡이의 '퐈'한 맛을 넘어 푸른곰팡이 치즈의 강렬한 매운맛이 납니다. 목이 다 칼칼할 정도예요. 진한 버섯크림수프, 우마미 짙은 쇠고깃국, 잘 익은 생김치 맛이 나고, 혀에 우마미가 오래 남습니다. 고소한 크림맛도 납니다. 탄산음료 마신 듯한 여운도 남습니다. 복잡하기 짝이 없어요. 깊고 풍부하고 강렬한 맛이 납니다. 2005년에 젊은 호주 여성과 연세 지긋한 영국 여성 둘이서 만들어 낸 명작입니다[아래]. 놀랍다고요? 원래 치즈는 수도원의 수도사들뿐 아니라 농가의 아낙네들이 만들던 것이기도 합니다.

 

 

 

 

 

 

 

 


☞ Hampshire Chee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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