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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언론이 화제로 다룬 북한의 '료리' 사이트 본문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이 북한의 '조선료리' 누리집 소개를 다 했습니다. 제대로 된 북한 소식은 한국에서보다 영국에서 더 많이 접할 수 있습니다. 영국의 언론들은 북한에 관심이 많아 북한의 동향과 주민들의 생활상을 꽤 자세히 전하거든요.
외국인을 위한 게 아니라 북한의 가정주부들을 위해 만든 누리집이라고 합니다. 북한에 인터넷이 얼마나 보급돼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들어가서 찬찬히 살펴보니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리법뿐 아니라 음식의 유래와 음식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들도 함께 기록을 해 두었습니다. 다섯 가지를 장점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일단 누리집이 무겁지 않아 영국에서도 화면이 잘 뜬다는 점
2. 화면 구성이 직관적이고 내용을 훑어보기 편하다는 점
3. 이상한 영어 표현이나 한자어 남발 없이 반듯한 한글을 쓰고 있다는 점
4. 고추장이나 양념 범벅한 음식이 거의 없고 대체로 맑고 간결해 보인다는 점
5. 밥요리만도 82가지나 소개해 놓았다는 점
한국에서도 접속이 가능할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연결을 해 두겠습니다.
☞ 조선료리
한국에 계신 분들은 한국에서도 접속이 가능한지 저한테 귀띔 좀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한식 세계화 추진 작업을 맡은 한식 재단이 만든 우리 ☞ 한식 누리집도 한번 보세요. 한국인을 위한 한글판 화면에 셰프, 서비스, 스토리, 아카이브, 매거진, 콘텐츠, 이벤트, 뉴스레터, 아이디어 등 영어 단어가 난무합니다. 저는 요즘 기자들이 쏟아내는 영어 단어 남발 기사도 마뜩찮습니다. 기자라면 글쓰기가 전문인 사람들인데 아무 생각들이 없어 보여요. 요즘 기사에서 많이 보는 단어 중 특히 마음에 안 드는 것 세 가지:
힐링, 콜라보, 니즈.
단단은 우리말을 무척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굶기를 밥 먹듯 한다'는 표현도 가능하고, 실로 대단한 언어죠. ㅋ
영어판 화면에도 문제가 많습니다. 한국인들이나 우리 음식을 '한식hansik'이라 쓰고 발음하지, 외국인들은 대개 'korean food'라고 찍어 검색을 하지요. 그런데 구글 검색창에 'korean food'라고 찍으면 한식 재단 누리집이 안 뜹니다. 누가 한식 재단 주소www.hansik.org를 알고 찍어서 들어오겠어요? 게다가 화면이 너무 무거워요. 유럽에서 인터넷 속도가 비교적 빠른 편에 속하는 영국에서도 화면에 정보 띄우기가 힘듭니다. 외국인들이 한식 누리집을 찾아 들어오는 목적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을 수 있죠. 직접 만들어 먹고 싶어 조리법을 찾는 경우, 한국 여행 갔을 때 어디서 무얼 먹을 것인지 정보를 찾고자 하는 경우. 그런데 영어판 첫 화면을 보세요. 상단 메뉴에 응당 있어야 할 'Recipes'와 'Where to Eat'은 없고 'Globalization', 'News and Media', 'About Us' 같은 엉뚱한 것들만 있어요. "우리 이런 일 해요. 잘 나가고 있어요." 하고 돈 타서 쓰는 곳(정부나 국민)에 대고 영어로 실적보고 하는 형국이죠.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도 지적했듯, 북한이나 남한이나 모두 인민들이 평소 자주 접할 수도 없는 신선로를 '뽀대' 난다는 이유로 자랑스레 대문에 박아넣거나 대표 음식인 양 소개한다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평생 살면서 저는 신선로라는 걸 딱 한 번 먹어 보았습니다. ㅋ 아래에 조선료리 누리집에 있는 사진을 몇 장 올려 볼게요. 국물이 콩소메처럼 맑고 양념이 과해 보이지가 않습니다. 남한 음식보다 북한 음식에 오히려 제 취향에 맞는 음식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전에도 기름기가 적어 보이고 떡도 아주 예쁩니다. 꼬리떡으로 간장 떡볶이 해먹으면 맛있겠다는 생각도 잠시 해보았습니다. 분단 국가라는 사실에 새삼 슬퍼집니다. ■
랭면 (옆에 다대기와 겨자가 있다.)
온반
대동강숭어국
록두지짐
편수
감자지지개
꼬리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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