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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스와즈 샐러드 Salade Niçoise 본문

한식과 세계 음식

니스와즈 샐러드 Salade Niçoise

단 단 2014. 7. 21. 00:00

 

 

 

 

지중해 샐러드 3탄입니다. 오늘은 지중해에 맞닿아 있는 프랑스 니스의 샐러드인 '살라드 니스와즈'입니다. 영국에서 '재야의 고수' 요리사로 통하는 사이먼 홉킨슨의 레서피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현재는 주방 일을 그만 두고 TV 요리 강좌에서 가르치거나 요리책 쓰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지름길을 택하지 않고 시간 들여 제대로 천천히 만드는 음식을 고집하는 요리사입니다. 요리책 표지 좀 보세요. 느긋하게 앉아 콩 하나하나 속껍질 벗기면서 행복해 하고 있잖아요. 국적 상관없이 동서양 음식을 모두 다루지만 프랑스 요리를 특히 많이 소개합니다. 영국인이니 당연히 영국 요리도 많이 다루고요. 요리책에 항상 최고급 재료들만 언급하고, 지시 사항도 참 꼼꼼하고 깐깐하게 적어 놓죠. 요리에 미묘한 향 하나 더하자고 수십 파운드짜리 술을 사서 찔끔 넣으라고 하질 않나. 돈 없는 요리 블로거는 한숨 나옵니다. 제가 사 본 요리책 중 잔소리와 설명이 가장 많이 적힌 책이 바로 이 양반 요리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덕분인지 그간 따라해 본 이 양반 레서피들은 다 맛있었습니다.

 

☞ 사이먼 홉킨슨의 공짜 레서피 몇 가지

 

 

 

 

 

 

 

 

 

사이먼 홉킨슨의 ☞ 《The Good Cook》에 있는 니스와즈 샐러드입니다. 사진이 근사하죠? 재료를 하나씩 짚어 보도록 하죠.

 

 

 

 

 

 

 

 


지중해 샐러드라서 역시나 토마토가 들어갑니다. 이번에는 토마토 껍질을 벗겨서 씁니다. 십자로 칼집을 살짝 낸 뒤 뜨거운 물에 1~2분 담갔다 꺼내 얼음물에 넣으면 껍질이 쉽게 벗겨집니다. 껍질을 벗기면 토마토를 좀 더 부드럽게 즐길 수 있습니다. 

 

 

 

 

 

 

 



오이도 들어갑니다. 이것도 껍질을 벗겨서 씁니다. 서양식 샐러드에 오이를 넣을 때는 무조건 껍질을 벗긴다 생각하시면 됩니다. 한국식 무침이나 김치를 담글 때는 껍질을 벗기지 않아도 됩니다. 양념 맛이 강해 껍질의 쓴맛이 많이 두드러지지 않거든요. 껍질째 먹으니 섬유질과 영양 성분도 좀 더 섭취할 수 있고요.

 

 

 

 

 

 

 



그린 빈도 들어갑니다. 프랑스에서는 '아리코 붸허haricots verts'라고 부릅니다. 끓는 물에 적당히 부드러워질 때까지 익혀 준 뒤 얼음물에 바로 담가 녹색을 잘 살려 주세요. 너무 길어 불편하면 삶은 뒤 반 잘라서 쓰셔도 됩니다.

 

 

 

 

 

 

 

 


아티쵸크artichoke도 들어갑니다. 겉잎을 죄 떼어 내고 심heart만 채썰어 씁니다. 조리법에는 생아티쵸크 심을 쓰라고 돼 있는데 귀찮은 분들은 그냥 수퍼마켓 선반의 병제품이나 델리 카운터에서 파는 구운 제품을 사다 쓰셔도 됩니다. 먹기가 좀 더 낫습니다. 아래 사진들을 보세요.

 

 

 

 

 

 

 

 

 

 


고소하고 짭쪼름하고 제법 맛있어서 쓰임새가 많습니다. 술안주로도 좋겠고요.

 

 

 

 

 

 

 

 

 

단백질 재료로는 삶은 달걀이 들어갑니다.

 

 

 

 

 

 

 

 

 

영국인들은 달걀을 오래 삶지 않습니다. 흰자는 고무 같이 질겨지고 노른자는 퍽퍽해지거든요. 완숙이라도 한국 냉면 위에 올라가 있는 달걀처럼 많이 익히질 않죠. 위의 사진에서도 냉면집 달걀 같은 건 아예 존재하지도 않잖아요. 냉면에 올라간 달걀들 중에는 너무 익혀서 노른자 주위에 회녹색 띠가 생긴 것들도 있는데, 달걀을 가장 맛없게 먹는 방법입니다. 황화수소 구린내가 풀풀 납니다. 이런 달걀을 먹으면 ㅂㄱ 냄새도 지독해진다고 하죠. 냉면집이면 냉면을 주력 상품으로 내는 집인데도 주재료인 달걀조차 제대로 조리하질 못 합니다. 파는 사람도 개의치 않고, 먹는 사람도 개의치 않는 것 같아요. 반쪽 주던 달걀을 4분의 1쪽 준다고 "세상 각박해졌다", "치사하다", 울분 터뜨리는 사람은 봤어도 달걀 제대로 맛나게 익혔는지 따지는 사람은 내 못 봤습니다.

 

 

달걀 삶는 법

 

달걀 개수에 딱 맞는 작은 냄비를 준비합니다. 달걀이 냄비 안에서 막 돌아다니면서 부딪히지 않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냉장고에서 막 꺼낸 차가운 달걀은 온도 차에 의해 삶는 도중 껍질에 금이 갈 수 있으니 달걀은 실온에 미리 꺼내 놓은 것으로 씁니다.

 

달걀을 냄비에 담고 1cm 가량 잠기도록 실온의 물을 채워 불에 올립니다. 센불도 괜찮습니다. 

 

중간중간 살살 굴려 주어 노른자가 한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합니다. 물이 끓기를 기다렸다가 펄떡펄떡 뛰며 끓기 시작하면 바로 불을 끄고 뚜껑 덮어 그냥 둔 뒤 7분이 지나면 건져서 얼음물이나 찬물에 담가 급속히 식혀 줍니다. 잔열에 의해 더 익는 것을 막고 껍질도 술술 까지게 합니다.

 

집에 만약 묵은 달걀과 신선한 달걀이 둘 다 있을 경우엔 묵은 것으로 쓰는 게 좋습니다. 너무 신선한 달걀은 껍질이 잘 안 까져서 애먹습니다. 사이먼 홉킨슨은 5분간 두었고 저는 7분간 두었으니 사진들을 비교해 보시고 취향껏 시간을 선택하시면 되겠습니다.

 

냄비에 삶기 귀찮은 분은 달걀 찜기 하나 장만하시라

 

 

 

 

 

 

 

 


참치도 들어갑니다. 겉면만 살짝 익힌 빨간 참치 스테이크를 올리는 사람도 있는데, 니스와즈 샐러드에서는 그리 흔한 모습은 아니고, 통조림 참칫살을 올리는 게 일반적입니다. 저는 한국에 살 땐 통조림 참치를 즐겨 먹지 않았습니다. 가다랑어skipjack tuna, 학명 Katsuwonus pelamis라서 맛이 비리고 염수에 담긴 거라서 종잇장처럼 뻐득거리며 씹혔거든요.

 

영국에는 가뜩이나 살이 연하다는 날개다랑어albacore, 학명 Thunnus alalunga를 더욱 연한 뱃살ventresca만 골라 담은 고급 참치 통조림이 다 있더군요. 여기서는 대개 스페인산을 수입해 먹는데, 스페인에서는 해산물이나 농산물을 통조림으로도 많이 먹는다고 합니다. 흔히 통조림은 저급한 재료를 가져다 공장에서 기계로 막 찍어 만든 거라는 생각들을 하지만 스페인은 통조림 제품에 오히려 고급이 많다고 합니다. 스페인 안초비 공장 취재한 걸 보니 최고급 재료들을 선별해 사람들이 죽 앉아서 일일이 손과 가위로 정성껏 다듬어 깡통에 담습니다. 통조림에 대한 편견을 깰 수 있었죠.

 

이 날개다랑어 뱃살 통조림이 얼마나 훌륭한지는 아래에서 다시 말씀 드리겠습니다. 참치는 가급적 먹지 않는 게 좋다지만 만약 깡통을 사서 쓸 일이 생기면 '벤트레스카ventresca'라고 써 있는 '알바코어albacore' 참치를 한 번쯤 사서 맛보십시오. 벤트레스카는 '뱃살'이라는 뜻입니다. <오르티즈Ortiz> 사 제품이 특히 유명한데 좀 비싸고, 저는 수퍼마켓 자사 상품으로도 만족합니다. 영국에서는 <세인즈버리즈> 수퍼마켓의 깡통 참치들이 가장 친환경적인 것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한 마리 한 마리씩 잡아 올리거든요. 그물로 막 잡거나 주낙으로 잡을 경우 거북이나 돌고래, 상어 같은 엉뚱한 다른 생물들이 함께 잡혀 목숨을 잃게 되죠. 영국에서는 환경 단체들이 매년 수퍼마켓들의 해산물 제품에 대한 친환경 평가를 해서 발표하는데, 몇 년째 세인즈버리즈가 1등을 하고 있습니다.

 

Tinned Tuna League 2014

☞ 한국에는 '착한 참치캔'이 없다

 

 

 

 

 

 

 

 


안초비와 케이퍼도 넣습니다.

 

안초비에 대하여

 

 

 

 

 

 

 

 

 

올리브도 들어갑니다. 니스산 작고 까만 '꺄이티에' 올리브를 쓰면 좋은데 생산량이 적어 값이 비싸요. 구하기도 힘들 겁니다. 나무에서 잘 익힌 뒤 제대로 숙성시킨 작고 까만 올리브라면 어떤 것이든 무방합니다. 저는 그릭 샐러드 해먹고 남은 칼라마타가 있어 그걸로 썼습니다. 녹색 올리브는 맛이 약해 샐러드에 넣으면 존재감이 없고 잘 어울리지도 않습니다.

 

여기까지가 필수 재료들이고요,

 

 

 

 

 

 

 

 

 

샐러드이니 나는 죽어도 잎채소를 넣어야겠다는 분들은 젬 레티스gem lettuce나 치코리chicory, 불어로는 endive 같은 빳빳한 잎채소를 소량 넣으시면 되겠습니다. 힘없이 처지는 잎채소는 잘 안 어울립니다. 사실 잎채소는 안 넣어도 됩니다. 지중해 샐러드에는 이런 싱거운 잎채소들이 안 어울리거든요.

 

 

 

 

 

 

 

 


바질이나 처빌chervil, 기타 향초들을 더 넣기도 하는데, 재료가 이미 너무 많으니 이것들은 생략해도 무방합니다. 먹어 보니 다른 재료들에 치어 존재감도 별로 안 납니다.

 

자, 이제 재료들을 담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알록달록 눈이 즐겁죠? 재료를 골고루 담았으면 이제 드레싱으로 올리브 오일과 레드 와인 식초를 뿌려 줍니다. 재료들 중에 짠맛을 내는 것들이 많으니 소금, 후추는 따로 안 쳐도 될 것 같습니다. 

 

 

 

 

 

 

 

 


아, 역시나 젬 레티스와 바질은 존재감이 없어요. 빼는 게 좋겠습니다. 초록색 내는 것들은 그린 빈과 오이가 이미 있으니 굳이 이것들을 더 넣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맛도 안 어울립니다. 사이먼 홉킨슨도 잎채소는 굳이 넣지 않아도 되는데 샐러드에는 잎채소가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고 철석같이 믿는 사람들을 위해 언급을 했다고 합니다. 잎채소가 들어가면 보기에는 예쁘겠지만 뺄 수 있는 건 가능하면 빼는 게 좋지요. 구성 요소가 많아진다고 샐러드가 반드시 더 맛있어지는 건 아니니까요.

 

 

 

 

 

 

 

 


햐, 통조림 참치가 이렇게 훌륭한 모습을 하고 있다니요. 맛은 또 얼마나 연하고 우아하고 고소한지 한숨이 다 나올 지경입니다. 심지어 참치와 함께 담겨 있던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조차도 훌륭합니다. 버리지 않고 샐러드 드레싱으로 죄 뿌려 주었습니다. 통조림 생선은 채수에 담긴 것보다 기름에 담긴 것들이 열량은 다소 높아도 살이 훨씬 연하고 맛있으니 참고하십시오.  

 

 

 

 

 

 

 

 


봐도 봐도 잘생긴 참칫살.

 

 

 

 

 

 

 

 


먹다 보니 니스와즈 샐러드를 맛있게 먹는 법이 따로 있습니다. 일단 저 고급 참칫살은 단독으로 음미하시는 게 좋고, 나머지 재료들은 짠 것과 싱거운 것을 적절히 조합해서 드시면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삶은 달걀을 안초비와 꼭 같이 먹어 줘야 한다는 겁니다. 4등분한 달걀과 안초비 1/2쪽을 같이 먹으면 간이 딱 맞고 기가 막히게 맛있습니다. 안초비는 비리고 짜서 먹기 힘들다는 분들은 이렇게 드셔 보세요. 둘의 궁합이 너무나 훌륭해 다쓰 부처 둘 다 감탄하면서 먹었습니다. 니스와즈 샐러드를 접시에 담을 때 아예 안초비 반쪽을 4등분한 달걀 위에 얹어 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름은 '샐러드'이지만 사실 이 세 가지 단백질 재료 - 참칫살, 달걀, 안초비 먹는 맛이 일품인 음식입니다.

 

 

니스와즈 샐러드를 만일 1인분만 만들고 싶다면 양은 대략 이렇게 정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삶은 달걀 1개. 길이로 4등분. 미리 삶아 두지 말고 필요할 때 바로 삶아서 쓸 것.

• 안초비 2쪽. 각각을 반으로 잘라 삶은 달걀 위에 얹거나 바로 옆에 둘 것.

통조림 참칫살 덩치 큰 생선이라 수은이 많으니 조금만 얹을 것. 임산부나 아이들이 먹을 때는 참칫살을 생략하고 안초비를 더 넣어도 됨.

• 토마토 1개. 크기에 따라 6~8등분.

오이 먹고 싶은 만큼. 적당한 두께로 썰기.

그린 빈 삶은 것. 6~8가닥 정도.

• 아티쵸크 심 채 썬 것. 적당량.

블랙 올리브 소금이 많으니 적당량. 5알 정도.

케이퍼 소금이 많으니 적당량. 5알 정도.

올리브 오일 넉넉히. 참치 캔에 들어 있는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을 써도 됨.

• 레드 와인 식초 1/2큰술 정도. 단백질 재료들 위에는 뿌리지 말 것. 

 

 


☞ 지중해 샐러드 ① 그리스

☞ 지중해 샐러드 ② 이태리

☞ 지중해 샐러드 ④ 스페인

☞ 지중해 샐러드 ⑤ 모로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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