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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음식

[영국음식] 비트 샐러드 두 가지

단 단 2014. 10. 7. 00:00

 

 

 

 

 

비트루트beetroot가 제철이 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그냥 '비트'라고 부르죠? 영국인들과 비트루트의 관계는 한국인들과 무의 관계와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비트루트를 생채로도 먹고, 숙채로도 먹고, 한국인들 뭇국 끓여 먹듯 수프로도 만들어 먹고, 빵이나 크래커용 딥dip으로 만들기도 하고, 케이크에도 넣습니다. 고급 레스토랑에서는 비트루트 즙으로 맑고 투명한 젤리를 만들어 고기 요리 옆에 폼 나게 곁들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영국식 비트루트 샐러드 두 가지를 소개해 드릴게요. 생채와 숙채로 각각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비트루트 샐러드는 사실 사람마다 만드는 방법이 다 달라 그 종류가 너무 많습니다. 우리나라 무생채나 무나물처럼 비교적 통일된 이미지와 레서피가 존재하질 않죠. 다만 한 가지 특징이 있다면, 당근처럼 비트루트도 자체에 단맛이 있으므로 그 단맛을 십분 활용하거나 증폭시키는 방향으로 조리를 한다는 거지요. 여간해서는 비트루트를 짠맛 나게 조리하질 않아요. 대개 달콤하거나 새콤달콤한 맛이 나도록 조리합니다.

 

 

 

 

 

 

 

 

 

먼저, 숙채.
지난 번에 소개해 드렸는데 다시 정리해 드립니다. 4인분쯤 됩니다. 저는 접시에 반만 담아 사진 찍었습니다.


 비트루트 익힌 것 250g, 새끼손가락 굵기로 채썰기
발사믹 비니거 4큰술 [1큰술=15ml]
잘 흐르는 꿀 1작은술 수북이 [1작은술=5ml]
이 재료들을 냄비에 넣고 조리면 됩니다.
크레스나 무순 넉넉히
바질잎 넣고 싶은 분은 취향껏 몇 장
이 재료들을 새둥지처럼 동그랗게 깐 뒤 조린 비트루트를 얹기만 하면 됩니다.

 

풀어서 다시 정리를 하자면, 비트루트를 찌거나 삶아서 익힌 뒤 새끼손가락 굵기로 채를 썹니다. 모양은 사실 크게 상관 없습니다. 냄비에 식초, 꿀과 함께 넣고 잠깐 조립니다. 짭짤하지 않고 새콤달콤하기 때문에 느끼한 음식에 곁들이면 좋죠. 오래 조리면 끈적해져 떡이 되니 짧게 조려야 합니다. 식초는 발사믹으로 쓰는 게 가장 맛있습니다. 양은 취향껏 조절하셔도 되는데, 이런 조림용 발사믹 비니거는 너무 고급 제품으로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는 집에 세 종류의 발사믹 비니거를 놓고 쓰는데요, 조림용 저렴한 제품, 드레싱용 고급 제품, 색이 연한 화이트, 이렇게 구분해 쓰고 있습니다. 돈이 많으면 그냥 고급 제품 하나만 놓고 쓰면 되지요. 돈이 없으니 이런 복잡한 짓을 하는 겁니다. 화이트 발사믹 비니거는 밝은 색 드레싱을 만들 때 필요합니다.

 

적당히 조려졌으면 접시에 무싹이나 크레스cress를 깔고 그 위에 올려서 냅니다. 정말 간단하죠? 비트루트 숙채가 새콤달콤하기 때문에 새싹의 아릿하고 쌉쌀한 맛과 잘 어울립니다.

 

 

 

 

 

 

 

 

 

그 다음, 생채 샐러드.
영국 수퍼마켓에서 배운 샐러드입니다. 우리나라에 마트표 레서피가 있듯 여기 영국 수퍼마켓들도 레서피를 많이 배포합니다. 때로는 미슐랑 스타 셰프나 일류 요리사들의 도움을 받아 레서피를 내기 때문에 수준이 아주 높아요.

 

 

 

 

 

 

 

 


비트루트를 껍질 벗겨 최대한 얇게 썹니다. 수분이 적고 조직이 치밀해 뻐득거리니 좌우간 얇게 썰수록 먹기가 좋아집니다. 허나, 아무리 얇게 썰어도 이것도 엄연한 뿌리 채소. 생으로 그냥 먹기에는 맛이 썩 유쾌하지가 않지요. 드레싱을 만들어 잠깐 재어 두면 아주 맛있어집니다. 드레싱 재료들을 읊어 보겠습니다.

 

  주니퍼 베리juniper berries 5알
  향이 적은 라이트 올리브 오일 50ml
  화이트 발사믹 비니거 1큰술 [1큰술=15ml]
  오렌지 1/2개 분량의 즙 + 강판에 간 껍질zest
  소금 취향껏

 

주니퍼 베리와 올리브 오일을 절구나 미니 푸드 프로세서에 넣고 갈아서 잘 섞어 줍니다. 기름에 주니퍼 베리 향을 입히려는 겁니다. 여기에 오렌지 반 개의 즙과 껍질, 발사믹 비니거를 넣고 잘 섞어 줍니다. 취향에 따라 소금을 조금 넣어 주셔도 됩니다. 끝.


이렇게 만든 드레싱에 비트루트 편 썬 것을 담가 두세요. 그리고 나서 나머지 샐러드 재료들을 준비하시면 됩니다. 주니퍼 베리가 어떻게 생긴 녀석이냐고요?

 

 

 

 

 

 

 

 


이렇게 생겼습니다. 영국에서는 중요한 향신료입니다. 고기 요리 양념에도 쓰이고, 디저트에도 쓰이고, 프룻 케이크에도 쓰이고, 증류주인 진gin의 원료로도 쓰입니다. 쓰촨 페퍼(화쟈오)와 라벤더를 합친 맛에 감귤류의 청량한 맛, 약간의 라즈베리 기운, 쓴맛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집니다. 새콤달콤 가볍기만 한 드레싱에 기품 있는 깊이를 더해 줍니다. 갈거나 빻아서 쓰셔야 합니다.

 

 

 

 

 

 

 

 


드레싱에 사용할 오렌지는 즙뿐 아니라 껍질zest도 쓸 것이기 때문에 표면에 왁스 처리하지 않은 것으로 잘 골라서 사셔야 합니다. 오렌지 반 개의 즙과 강판에 보슬보슬 간 껍질을 쓰시면 됩니다. 비트루트가 원래 단맛을 좀 갖고 있는데, 오븐에 구워 이 단맛을 농축시키거나, 오렌지나 꿀을 써서 단맛을 증폭시켜 먹는 것은 비트루트를 많이 먹는 나라에선 상식처럼 굳어진 조리법입니다.

 

 

 

 

 

 

 

 


비트루트를 드레싱에 재워 놓았으면 이제 나머지 샐러드 재료 준비에 들어갑니다. 샐러드 위에 흩뿌릴 헤이즐넛을 준비합니다. 영국에 계신 분들은 켄트 지역 특산물인 코브넛cobnut을 쓰셔도 됩니다. 이것도 헤이즐넛의 일종입니다. 비트루트와 제철이 같습니다. 수퍼마켓에서 요즘 흔히 보이지요. 오븐에 굽거나 팬에 타지 않도록 잘 굴려가며 볶아줘 식감과 향을 향상시킵니다. 식힌 뒤 잘게 부숴 주세요. 귀찮아서 헤이즐넛을 대충 볶고 쓴 적 있는데, 맛이 안 나고 식감도 경쾌하지가 않습니다. 잘 구워 주세요. 기름이 많아 어느 한순간 까맣게 탈 수 있는데, 이러면 쓴맛이 나니 주의하시고요.

 

 

 

 

 

 

 

 


차이브도 준비합니다. 씻어서 타월 드라이를 해 주세요. 가위로 썰어 헤이즐넛과 함께 흩뿌려 줄 겁니다. 차이브가 없으면 제맛이 안 납니다. 꼭 넣어 주세요.

 

 

 

 

 

 

 

 

 

원통형의 순한 맛 고트 치즈도 필요합니다. 저는 이전 글에서 소개해 드렸던 ☞ 키더튼 애쉬를 썼습니다.

 

 

 

 

 

 

 

 


적당한 굵기로 썰어 주세요. 고트 치즈는 맛이 순하면서 질감이 부드러운 것을 쓰시면 좋습니다. 산미가 많이 나면서 잘 부서지는 페타나 맛이 강한 셰브르는 새콤달콤하게 맛낸 비트루트의 짜릿함을 부드럽게 감싸주질 못 합니다. 둘 다 너무 강해서 가을 샐러드로는 적합하지가 않죠. 키더튼 애쉬는 여느 고트 치즈와 달리 흰곰팡이와 하얀 속살 사이에 까만 숯가루 선이 있어 시각적인 효과도 좀 더 납니다. 맛은 순한데 외모는 카리스마가 있어 요긴합니다. 비트루트와 키더튼 애쉬 고트 치즈는 색상 대비도 훌륭하지만 식감 대비와 맛의 대비 또한 훌륭합니다. 미리 썰어 두면 마르니 먹기 직전 썰어 주세요.

 

 

 

 

 

 

 

 

 

이제 조립에 들어갑니다. 드레싱에 재워 두었던 비트루트를 드레싱과 함께 접시에 깔고 고트 치즈를 배열합니다. 헤이즐넛과 차이브를 흩뿌려 줍니다. 오렌지 제스트를 더 갈아서 뿌려 주셔도 됩니다. 완성!


'나 이런 거 만들었다' 사진 몇 장 찍으신 뒤 포크로 찍어 냠냠 드세요. 드레싱이 아주 맛있으니 한 방울도 버리지 마시고요. 이상, 영국식 생채와 숙채를 소개해 드렸습니다. 이 가을, 비트루트를 다양하게 만끽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 영국음식 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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