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udspotter

우리나라 치즈 업계의 행태 본문

영국 치즈

우리나라 치즈 업계의 행태

단 단 2014. 12. 10. 00:00

한국 마트에 어떤 치즈들이 있나 죽 살펴보다가 발견한 사진입니다.

오른쪽 하단에 노란색 빨간색의 PDO 마크가 보이십니까?

 

매일유업에서 만든 '가공치즈' 포장에 어떻게 해서 유럽연합의 저 PDO 마크가떡 하니 붙었는지 어안이 벙벙. "체다 슬라이스"라는 이름도 기만적이죠. 진짜 치즈를 아무리 많이 넣었어도 치즈 외의 물질과 섞으면 자연치즈가 아닌 가공치즈로 분류가 됩니다. 김치 80% 넣은 샐러드가 김치 함량이 아무리 높더라도 김치가 될 수 없듯이요. 그런데 이름을 "체다"라고 붙였네요. 덩어리에서 얇게 베어낸 것을 우리는 슬라이스라고 부릅니다. 낱장 비닐에 대고 어떤 물질을 부어 눌러 찍어낸 것을 슬라이스라고 하지는 않지요. 포장의 그림 좀 보세요. 마치 진짜 치즈 덩어리에서 저며낸 것처럼 묘사를 하고 있어요.

 

매일유업의 이 '체다' '슬라이스'에는 체다가 80% 들어갑니다. 저는 이것부터가 이해가 안 가는 게, 체다가 80%나 든 가공치즈를 먹을 바엔 저 같으면 그냥 진짜 체다를 먹겠습니다. 입 안에서 찐득하게 녹아내리는 그 질감 하나 때문에 치즈 외의 첨가물을 20%나 먹는다니, 진짜 체다의 씹는 맛을 모르니 그런 거지요. 부드럽게 녹는 와중에 오래 숙성해 생긴 젖산칼슘 결정calcium lactate crystal이 서걱서걱, 얼마나 경쾌하고 기분 좋은데요.


그 80% 들었다는 체다는 또 다음과 같이 구성됩니다:
 뉴질랜드산 체다 88.75%
  오리지날 영국산 PDO 체다 11.25%



그러니 제품의 약 10% 정도가 영국산 PDO 체다인 겁니다.
PDO 체다를 10% 넣은 가공치즈에 PDO 마크를 갖다 붙인다...
허허...
이래도 되는 겁니까?

시간 날 때 유럽연합에 문의를 좀 해봐야겠어요. 이거 괜찮은 건지.


이건 마치 이런 겁니다.

어떤 나라가 코울슬로 20%와 김치 80%를 섞어 "김치"라고 이름 붙여 팔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김치는 중국산 김치 88.75%, 우리 한국 정부의 인증 마크가 붙은 질 좋은 한국 김치 11.25%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포장 전면에 "김치"라는 이름과 함께 질 좋은 한국 김치에만 수여하는 김치 인증 마크를 떡 하니 붙여서 팝니다. 뭐랄까요, 마치 자기 실력은 없이 남의 권위에 기대 으스대는 사람 보는 것 같달까요.

"나 대통령 비서실장과 좀 아는 사인데..."
뭐 이런 느낌.

우리나라 가공식품 업계에서는 이런 일이 너무나 흔합니다. 식품업계의 이런 행태가 근절이 안 되는 이유는 한국 소비자들이 식품 구매 시 성분표를 읽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날카롭게 파헤쳐 이를 지적해야 할 언론이 기만으로 가득한 문구를 동원해 광고 해주고 있다는 게 더 큰 문제이고요. 언론인들이 죄 기업에 영혼을 팔았어요. 젊은 아가씨들 블로그에 식품 리뷰 써 놓은 것들도 보면 참 한숨 나옵니다. 살 빼는 데 온통 정신이 팔려 식품을 사면 포장에서 칼로리만 살펴요.


진짜 버터도 아닌 가공버터를 고작 3.5% 써서 과자를 만들고 부족한 풍미는 인공 버터향으로 채웁니다. 그리고는 "버터링"이라 이름을 붙입니다.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습니다. 수십년째 그냥 "버터링"으로 잘만 팔립니다.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허니버터칩"에 허니와 버터가 얼마나 들었나 궁금해서 찾아 보니 꿀 0.01%, 버터 0.01%가 들었습니다. 1%도 아니고, 0.1%도 아니고, 0.01%. 그 0.01%의 버터를 프랑스산 발효 버터로 썼다고 포장에 에펠탑까지 박아 넣었습니다. 이쯤되면 맛을 내기 위해 넣었다기보다, 그럴듯한 제품 이름과 이미지를 만들어 내기 위해 넣는 시늉만 했다는 거지요. 나머지 유지는 팜유입니다. 팜유로 튀긴 라면에 팜유 감자칩에, 우리는 요란하고 현란한 광고 문구에 속아 저품질 식품을 참 돈 많이 지불하고 사 먹고 있지 않습니까? OECD에서 온갖 나쁜 건 죄 1등 하는 나라가 우리 한국입니다. 숲에서 나오니 숲이 더 잘 보입니다. 내 조국이 이따위니 화가 납니다.

 

 

 

 

 

 

 


남이 만들어 놓은 자연치즈를 갖다가 넣고는

마치 자기들이 발효와 숙성을 고민한 것인 양 광고.
"그래, 자연치즈에 가깝게 만드는 거야!" "자연치즈가 듬뿍!"
이정재씨, 그냥 자연치즈를 드세요.

 

 


☞ 자연치즈인 진짜 체다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