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음식] 영국 크리스마스 음식 ◆ 글레이즈드 캐롯 & 파스닙

 

 

 

 

 

 

 

 

한국인들은 설과 추석을 쇠고, 미국인들은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를 쇠지요. 영국인들은 크리스마스 하나에 '올인'입니다. 부활절도 있긴 하지만 크리스마스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진 않습니다.

 

영국의 크리스마스 만찬상은 정말 화려하고 푸짐합니다. 크리스마스 음식들만 담은 두꺼운 요리책도 다 나와 있을 정도예요. 오후 3시면 해가 지고 비까지 오는 음습한 겨울에 이 크리스마스마저 없으면 영국인들 죄 우울증 걸려 큰일날 겁니다.

크리스마스 만찬상의 주인공은 거위나 칠면조 구이입니다. 한자리에 모인 가족들을 배불리 잘 먹이려면 몸집이 작은 거위보다는 덩치 큰 칠면조가 좀 더 낫다고 해서 칠면조를 먹는 집이 많긴 한데 맛은 거위가 더 낫다고 하죠. 영국의 미식가들과 미슐랑 스타 셰프들은 거위를 선호합니다. 고기 색이 더 짙긴 하지만 사냥해서 잡은 야생동물 고기game 같은 깊고 진한 맛이 나면서 살이 좀 더 촉촉하다고 합니다. 칠면조는 눈으로 봐도 벌써 살이 퍽퍽해 보이잖아요. 뽀얘서 사진발은 더 잘 받긴 하지만요.

 

거위와 칠면조만 먹느냐? 새고기 싫어하는 사람들은 이런저런 다양한 고기들을 먹기도 합니다. 고기만 먹느냐? 고기 싫어하는 사람들은 또 다양한 해산물을 즐기지요. 채식주의자는 어떡하느냐? 이 사람들도 나름 먹는 게 다 있습니다. 올해는 크리스마스 채식 메뉴들도 좀 소개를 해드릴게요. 채소는 없느냐? 있지요. 영국에도 우리 명절상의 나물 비슷한 역할을 하는 간단한 채소 요리들이 있는데, 이를 "all the trimmings" 혹은 "sides and trimmings" 라고 부릅니다. 한국에서도 찐득한 양념치킨 말고 짭짤하고 바삭하게 구운 전기구이 통닭에 곁들이면 맛나게 드실 수 있을 겁니다. 우리 나물처럼 조리법도 아주 간단합니다.

크리스마스가 되기 전까지 오늘부터는 가벼운 마음으로 '영국 명절 나물'을 하나씩 소개해드릴까 하는데요, 첫 번째 순서로 오늘은 소박하기 짝이 없는 뿌리 채소인 당근 오븐 구이를 만들어보겠습니다. 원래는 당근과 비슷하게 생긴 하얀 색 뿌리 채소 파스닙parsnip을 같이 쓰는데, 한국에서는 구하기 어려울 테니 당근만 써서 보여드릴게요. 대신 당근을 삼색으로 썼습니다. 알록달록해서 보기가 더 좋습니다.

 

 

 

 

 

 

 

재료
[고기 요리에 곁들여 먹을 경우 약 8인분]

•  당근 500g
•  파스닙parsnips 500g
•  올리브 오일 2큰술 [1큰술=15ml, 1작은술=5ml]
•  메이플 시럽 4큰술
•  씨겨자wholegrain mustard 2큰술

※ 저는 파스닙 없이 당근만 500g 썼습니다. 그래서 나머지 소스 재료들도 양을 반으로 줄였습니다. 고로, 사진에 있는 것은 약 4인분이 되겠습니다.

만들기

1. 오븐을 220˚C로 예열한다. 팬 오븐은 200˚C. 예열할 때 빈 로스팅 팬을 넣어 미리 달궈 놓는다.

2. 당근과 파스닙은 필러로 껍질을 벗긴 뒤 가는 것은 길이로 2등분, 굵은 것은 4등분을 한다. 굵기가 가급적 일정해야 고르게 익는다. 우묵한 그릇에 담아 놓는다. [영국 당근은 한국 당근보다 훨씬 가늘어요. 한국 당근으로 하려면 더 많이 쪼개야 할 겁니다. - 단단]

3. 올리브 오일, 메이플 시럽, 머스타드를 잘 섞어 소스를 만든 뒤 당근과 파스닙 담은 그릇에 부어 골고루 묻도록 잘 버무린다.

4. 예열이 다 됐으면 로스팅 팬을 꺼내 당근과 파스닙 버무린 것을 겹치지 않게 잘 펼쳐 담는다. 채소가 부드러워지고 소스가 캬라멜처럼 찐득해질 때까지 약 30분을 굽는다.

 

 

 

 

 

 

 

 

고구마 맛탕 같은 맛이 납니다. 얼마나 맛있는데요. 아이가 당근을 먹으려 들지 않으면 이렇게 해서 한번 먹여보세요. 채소를 삶거나 찌지 않고 오븐에 구우면 맛이 농축됩니다. 당근은 자체에 단맛을 많이 갖고 있죠. 오븐에 오래 구우면 이 단맛은 농축되고 질감은 꼬들꼬들, 씹는 맛이 참 좋아집니다. 서양인들은 그래서 오븐 구이 채소를 많이들 즐깁니다. 이건 간식으로 먹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올리브 오일 대신 버터를, 메이플 시럽 대신 헤더heather 꿀이나 오렌지꽃 꿀을, 씨겨자 대신 큐민cumin을 써도 되는데,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맛이 납니다. 가정마다 사람마다 조리법이 다르니 취향껏 골라서 조리하시면 되겠습니다. ■

 

 

 

 

 

 

 

 

▲ 가늘어서 가운데의 목질화한 심지 면적이 적은 영국 당근.

그래서 맛이 더 좋은 듯.

 

 

 

 

 

▲ 냠냠, 맛있답니다.

가늘고 긴 영국 당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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