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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그릇] 블루 윌로우 - 머나먼 이국의 사랑 이야기 본문

영국음식

[영국그릇] 블루 윌로우 - 머나먼 이국의 사랑 이야기

단 단 2014. 12. 1. 00:00

 

 

 

 


저희 집에 이런 접시가 한 장 있어요. 많이들 보셨죠? 제가 가진 것은 지름이 무려 28.5cm나 되는 큰 서빙 디쉬입니다. 중국음식을 푸짐하게 담아 손님상에 내면 딱 좋을 크기입니다. 약간 우묵하게 패여 있기 때문에 소스 있는 중국음식을 담으면 특히 좋아요. 영국인들은 이를 '블루 윌로우 패턴', 혹은 그냥 '윌로우 패턴'이라 부릅니다. 예전에 소개해드렸던 ☞ 아시아틱 페전트Asiatic Pheasant 패턴과 함께 영국에서 가장 사랑 받았던 클래식 패턴으로 꼽힙니다. 아시아틱 페전트는 19세기 빅토리안 시대 때 유행을 했었고요, 블루 윌로우는 그보다 좀 더 전인 18세기말 조지안 시대 때 창조돼 유행을 했었습니다. 18세기에 유럽에 중국 취향Chinoiserie이 대유행을 한 적이 있어요. 지금도 그 시절에 지어진 건축물 안에는 중국풍 가구나 소품들이 많이 놓여 있곤 합니다. 이 접시도 그 때의 유행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 패턴은 골동품도 많이 돌아다니고 신제품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습니다. 아시아틱 페전트와 마찬가지로 이제는 하도 오래돼서 패턴의 원조를 따지는 것이 무의미해졌습니다. 어느 도자기 회사든 만들어 팔 수가 있어요. 아직도 생산하는 곳으로는 저는 처어칠 사, 스포드 사, 이렇게 두 곳을 알고 있는데요, 스포드 사 제품이 값은 더 비싸나, 처어칠 사 것이 색감과 전사 상태가 더 좋고 그릇 형태도 더 낫습니다. 똑같은 패턴인데도 스포드 사 제품은 전사 그림이 어쩐지 너무 기계적으로 그려졌다는 느낌이 들어서 들여다봐도 감흥이 안 납니다. 원래는 민튼 사가 창작한 패턴입니다. (셋 다 영국 회사입니다.)


한국에서도 2년쯤 전에 이마트가 처어칠 사로부터 이 패턴 그릇을 세트 상품으로 직수입해 저렴한 값에 푼 적이 있었죠? 한국에 이 패턴으로 된 양식기 홈세트 갖고 계신 분 더러 계실 겁니다. 중국풍 그림을 담은 양식기라니, 뭔가 모순적이면서 재미있죠. 제가 시골 마을 작은 그릇 가게에서 이 접시를 살 때 영국인 가게 주인이 매우 흥미로워 했어요. 아마도 '하하, 중국인이 영국산 중국풍 그릇을 다 사다니, 신기하네.' 생각했겠지요. 그래서 제가 그냥 중국인인 양 "이 그릇은 중국음식 담기에 안성맞춤이다."라고 해줬어요. 여기 사람들은 중국인과 한국인을 구별 못합니다. 한국인은 그냥 다 중국인이에요. 처음에는 발끈 성내면서 꼬박꼬박 "아냐, 나 한국인이야!" 고쳐줬는데요, 지금은 그냥 씨익 웃고 맙니다. 어휴, 귀찮아. 사진을 좀 확대해서 패턴을 자세히 들여다 보도록 하지요.

 

 

 

 

 

 

 



꽃나무의 꽃들이 만개한 것으로 보아 봄인 듯합니다. 오른쪽에 대궐 같은 집이 있고, 집 앞에는 버드나무willow가 인상적으로 휘날리고 있고, 그 앞에는 만리장성처럼 담이 둘러져 있고, 사람 셋이 돌다리를 건너고 있고, 배 한 척이 강을 건너고 있고, 강 건너 외딴 섬에는 나무에 가려 은밀하게 서 있는 또 한 채의 집이 있고, 하늘에는 짝인 듯 보이는 비둘기 두 마리가 날고 있습니다. 평화로운 중국 어느 마을의 봄 풍경을 담은 듯하죠? 헹! 이 접시가 얼마나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요. 다음의 영상을 보시면서 어떤 이야기인지 한번 짐작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젊은 남녀가 무언가 금지된 사랑을 하고 있는 것 같죠? 1917년에 만들어진 아래의 일러스트에 자세한 사연이 써 있습니다.

 

 

 

 

 

 

 

 

 

고관대작의 딸인 궁쉬Koong-Shee가 아버지의 비서 창Chang과 사랑에 빠졌습니다. 신분이 맞지 않은 매우 가난한 집안의 남자였죠. 아버지는 창을 즉시 해고해버리고는 궁쉬를 신분이 고귀한 부잣집 남자에게 시집 보내기로 결정하고 창을 만나지 못하도록 집 앞에 높은 담을 둘러버립니다. 버드나무 가지가 휘날리던 어느 봄, 신부를 데려가기 위해 배 한가득 진귀한 물건을 싣고 신랑 될 남자가 궁쉬의 집으로 옵니다. 그 날 궁쉬와 창은 미리 계획한 대로 진귀한 보물이 가득 실린 그 배를 타고 외딴 섬으로 도망을 가버립니다. 노발대발한 아버지는 장정을 시켜 (다리 위 세 남자 - 막대기까지 다 들고 있음;;) 쫓게 했으나 허탕을 칩니다. 크게 모욕을 당한 신랑감은 복수를 꿈꾸고 백방으로 수소문해 둘의 거처를 알아냅니다. 몰래 섬에 잠입해 결국 불을 지르고 마는데... 그러나 불에 타 죽은 가엾은 두 영혼은 자유로운 새로 환생해 사랑을 계속 이어간다는 이야기.

 

시대마다 사람마다 이야기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큰 틀은 대략 이렇습니다. 원래 있었던 중국의 전설이냐고요? 아니오. 민튼 사가 이 접시를 낼 때 판매 촉진을 위해 지어낸 이야기입니다. 꽈당 덕분에 참 많이 팔았다고 하죠. 그런데, 아래의 접시를 보세요.

 

 

 

 

 

 

 

 


약 200년 전인 1818년에 생산된 접시입니다. 제가 산 접시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눈치 채셨나요?

 

네에, 접시 윗부분에 있던 새 두 마리가 안 보이죠. 원래는 '안타깝게도 젊은 두 남녀는 그렇게 짧은 순간만 함께 하고는 불에 타 죽었다'가 이 이야기의 결말이었는데요, "그,그건 너무 끔찍하고 슬프잖나." 소비자들이 하도 가슴 아파해서 뒤늦게 불에 타 죽은 두 남녀를 비둘기 부부로 환생시켰다고 하죠. 시청자가 항의해 드라마 결말이 해피 엔딩으로 바뀐 것과 같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옛날 접시에서는 이 비둘기 두 마리가 안 보입니다. 비둘기 있는 버전보다 더 오래된 '오리지날'이라고 해서 값이 조금 더 비쌉니다.

 


'온고지신'의 나라 영국.
현대의 아티스트들이 자기네 옛것을 갖다가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아래에 다양한 사진들을 올리면서 그릇 소개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이건 지난 2012년에 런던 지하철 탄생 150주년을 기념해 낸 아프터눈 티용 3단 접시였습니다. 잘 보세요, 지하철이 막 지나가고, 육교가 있고, 역사驛舍가 있고 그럽니다. 다음은 지구와 환경 문제에 예민한 어느 까칠한 작가의 연작물. 골 때리게 재미있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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