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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음식

[영국음식] 영국 소세지, 영국 소시지 British Sausages

단 단 2014. 12. 7. 00:00

 

저희 집에서 걸어서 3분 거리에 있는 수퍼마켓의 냉장 생소세지들입니다. 5분 거리에 있는 수퍼마켓의 생소세지들은 너무 많아서 못 긁어 왔습니다. 종류가 다양해 골라 먹는 즐거움이 있어요. 조제 소세지는 또 따로 있는데, 그건 나중에 별도로 소개를 해 드리겠습니다. 소세지만 있나요, 햄도 있지요. 그것도 나중에 따로 소개를 해 드리겠습니다. 영국도 소세지가 상당히 발달해 있는 나라입니다. 아침부터 소세지를 찾으니(full breakfast) 소세지가 발달할 수밖에요. 특히, 돼지 사육 환경이 참 좋습니다. 품종도 다양하고요. 그 유명한 바크셔 돼지가 바로 영국 품종입니다. 쓰기는 'Berkshire'라고 쓰는데 발음은 '버크셔'가 아니라 '바크셔'라고 합니다. 'Derby'도 '다비'로 발음합니다.

 

 

 

 

 

 

 

 뭣? 영국에서는 심지어 돼지고기에도 '로얄'을 붙인다고?

 


영국 소세지의 특징
익히지 않은 생소세지 - raw, uncooked, uncured, unsmoked -가 주를 이루며, 다양한 향신료와 향채, 채소 등으로 맛을 내고, 간혹 풍미를 위해서는 조제 고기를, 식감을 위해서는 빵가루rusk를 소량 섞기도 합니다. 돼지고기 함량은 적게는 75%에서 많게는 95% 이상까지도 가는데, 돼지고기 함량이 높을수록 꼭 질이 더 좋은 소세지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왜냐? 시답잖은 싸구려 잡부위와 지방을 잔뜩 갈아 넣고도 돼지고기 함량 높다고 자랑할 수 있거든요. 반면, 비싼 부위를 85%만 쓰고 나머지는 채소와 빵가루로 채울 수도 있고요. 이 경우 어느 쪽이 더 고급이겠습니까. 소세지를 먹을 때는 그래서 돼지고기 함량에 너무 집착하지 않아도 됩니다. 물론 터무니없이 낮은 건 문제가 있지만요. 돼지고기 함량이 가장 높은 소세지를 찾을 생각이면 그냥 돼지고기를 먹으면 됩니다. 그건 돼지고기 99.9%인걸요. 소세지는 어떤 환경에서 사육한 돼지를 썼는가, 어떤 부위를 썼는가, 맛을 잘 냈는가가 더 중요합니다. 구매 시 포장의 문구를 주의 깊게 살펴보세요. "Pork shoulder", "pork belly" 하는 식으로 부위 이름을 콕 집어 밝히고 있는 소세지가 고급 소세지입니다. 그냥 "pork"라고만 돼 있으면 별별 부위를 다 쓴다고 보시면 됩니다. (못 먹을 걸 넣는다는 건 아닙니다.) 우리나라 시판 소세지들도 그냥 '돈육'으로만 표시를 하고 있죠?

 

영국 소세지는 독일 소세지들처럼 곱게 갈지를 않고 다소 굵게 갈거나 다진 고기를 씁니다. 그래서 촉촉한 수제 햄버거 패티 씹는 것 같은 질감이 날 때가 많습니다. '뽀득탱탱'하지가 않고 '꼬득꼬득' 씹히죠. 독일 소세지는 부드러운 질감에 섬세한 맛이 나 대개는 머스타드나 커리 소스 같은 걸 찍어 맛을 보강하는데, 영국 소세지는 이미 채소와 향초와 향신료로 양념이 충분히 돼 있어 이런 것들이 필요 없어요. 불고기나 양념 떡갈비 같은 느낌이 나 그냥 잘 익혀서 썰어 드시기만 하면 됩니다. 영국인들이 독일 가 살면 소세지가 너무 달라 한동안 낯설어한다고 하죠. 독일 소세지와 영국 소세지는 서로 추구하는 바가 다르고 둘 다 맛있는데, 저한테는 독일 소세지는 간식 같은 느낌, 영국 소세지는 식사용 고기 같은 느낌이 듭니다.

 

 

 

 

 

 

 

 옥스포드 커버드 마켓Covered Market의 영국 생소세지 매대.

 


영국 소세지는 심지어 저온살균도 안 합니다. 정말 '생소세지'입니다. 오븐이나 그릴에 굽거나 지짐판frying pan에 지져 먹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물에 삶으면 껍질이 질겨 못 먹어요. 영국 소세지는 반드시 껍질이 바삭해지도록 구워서 드셔야 합니다. 칼집을 내거나 꼬챙이로 찔러서도 안 됩니다. 구울 때 맛있는 즙 다 빠져 나옵니다. 흔히 보는 소세지들보다 길이는 약간 짧으나 (대개 10~15cm 사이) 대신 두께가 굵어 통통하기 때문에 한참을 익혀야 속까지 익습니다. 통통한 소세지는 익힐 때 시간이 많이 걸리고 번거롭긴 해도 한입 깨물면 입안 가득 소세지 고기가 차 만족감이 배가 됩니다. 센불을 쓰면 겉만 까맣게 타고 속은 안 익으니 중약불에서 시간 들여 천천히 오랫동안 익혀야 합니다.

 


오븐에 굽기
소세지 포장에 있는 지시 대로 시간과 온도를 맞추면 됩니다. 팬fan 오븐에서는 대개 180˚C 온도로 약 30분간 굽습니다. 오븐에서 막 나왔을 때는 열기 때문에 껍질이 팽팽하게 부풀어 보기에 예쁘고 식감도 바삭한데, 접시에 담아 사진 찍고 나면 식어서 껍질이 수축해 표면이 쪼글쪼글 미워집니다. 오븐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내는 게 좋아요. 오븐에 구워 버리면 몸은 편하지만 대신 모양은 다소 희생을 해야 합니다. 맛에는 크게 문제 없습니다. 바쁜 분들은 집에서 혼자 먹을 때 이 방식을 쓰면 아주 편하고 좋아요.

 

그릴에 굽기
소세지를 그릴salamander 밑에 넣고 약 15분간 구우면 오븐에 넣고 30분 구운 것보다는 주름이 덜 생기고 모양이 좀 더 낫습니다. 그런데 구우면서 2분 간격으로 소세지를 계속 돌려 줘야 하니 눈을 뗄 수가 없어요. 지키고 서 있어야 하죠. 한눈팔면 위만 까맣게 타기도 합니다(태워 봤다는 소리). 소세지 속 육즙이 소세지 아래 댄 망 밑으로 뚝뚝 떨어져 달아나기도 하고 표면도 말라 촉촉함은 다소 반감됩니다.

 

지짐판에 지지기
기름 두른 지짐판에 최소 20분을 굴려가며 지집니다. 중약불에서 한참을 지져야 속까지 다 익습니다. 처음부터 센불에 익히면 겉만 타고 속에는 분홍색 생살이 그냥 남게 됩니다. 돼지고기는 충분히 익혀 먹어야 하죠. 냉장고에서 막 꺼낸 차가운 소세지를 센불에 달군 지짐판에 갑자기 올리면 껍질이 들러붙고 터질 수도 있으니 온도차를 최소화한 뒤 지져야 합니다. 저는 손에 기름을 넉넉히 묻혀 소세지 겉을 한참 훑어가며 마사지 해준 뒤 (으응?) 기름 두른 중약불의 지짐판에 올립니다. 소세지 온도도 약간 올릴 수 있고, 눌려 찌그러졌던 소세지 모양도 바로잡을 수 있고, 기름막을 씌워 껍질이 지짐판에 덜 들러붙게 할 수 있거든요. 지짐판에 굴려가며 익히는 이 방식이 가장 손이 많이 가고 번거롭습니다. 사방에 기름이 튀기도 하고요. 바쁠 때는 이 방식을 쓸 수가 없어요. 그래도 이렇게 익히는 것이 모양도 맛도 식감도 가장 낫습니다. 익는 동안 소세지 표면이 기름에 계속 닿고 있었기 때문에 껍질이 바삭하면서도 속은 즙을 간직해 촉촉하고 맛있습니다.


물에 20분간 데친 뒤 지짐판에서 마무리하기
헤스톤 블루멘쏠의 방식입니다. 소세지를 먼저 65˚C의 물에 넣어 20분간 데칩니다. 소세지 속 맛있는 즙을 유지하면서 속까지 골고루 익힐 수 있습니다. 그런 다음 꺼내서 물기를 닦고 기름 두른 중강불의 지짐판에 지져 껍질을 바삭하게 만듭니다. 처음부터 지짐판에 익히면 소세지 겉이 타거나 들러붙고 기름이 튀어 주변이 난장판 되기 쉬운데, 물에 먼저 데치는 이 방식을 쓰면 지짐판에서 익히는 시간을 최소화 할 수 있어 편합니다. 주변도 덜 어지러워지고요. 대신 물 온도를 65˚C로 일정하게 유지하는 게 힘들어요. 영업용 장비water bath 없이 집에서 가스불과 냄비로만 하기에는 좀 힘듭니다. 물 온도가 너무 높으면 소세지 겉이 너무 익어 뻣뻣해지고, 반대로 온도가 너무 낮으면 물에 먼저 데치는 이유가 없어집니다. 물 온도를 정확하게 맞출 자신이 없는 분들은 그냥 위의 지짐판 방식을 쓰세요. 껍질에 조그마한 상처라도 있으면 맛있는 즙이 줄줄 다 새어 나와 맛없어지니 다룰 때 조심하시고요.

 

 

 

 

 

 

 



'Meat and Two Veg' 스타일로 영국 소세지 즐기기
제가 요리할 시간도 없이 정말 바쁠 때 해먹는 초간단 소세지 밥상 사진들 몇 장을 아래에 올려 보았습니다. 소세지에 두 가지 채소를 곁들여 후딱 차립니다. 그 두 가지 채소도 수퍼마켓에서 조리가 거의 다 된 걸 사 와서 데워 내거나 샐러드를 봉지 뜯어 담아 내기만 합니다. 아, 날라리 주부라고 흉보지 마세요. 저도 학생인걸요.

 


영국 소세지들, 참 맛있습니다. 한국에서 흔히 보는 인공 스모크향과 조미료 맛 풀풀 나는 간식 같은 소세지들과는 달리 제대로 고기 식사를 한 것 같은 만족감을 줍니다. 경쟁이 치열해 브랜드별로, 수퍼마켓 체인별로 신경 써서 맛도 잘 내고요. 다양한 맛이 있으니 영국 유학생 여러분, 영국에 계실 때 이것저것 골고루 맛보시기를 바랍니다. 영국 소세지는 잘 익히기가 매우 까다로워 오히려 '푸디'들의 도전 정신을 자극합니다. 잘 될 때까지 자꾸 굽고 싶어져요. 생소세지라서 유통과 보관이 어려워 한국에서는 영국식 소세지 보기 힘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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