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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음식

[영국음식] 콜리플라워 치즈 Cauliflower Cheese

단 단 2014. 12. 5. 00:00

 

 

 

 


햇빛이 약해 사진 찍기가 힘듭니다. 봄이 될 때까지 사진이 계속 회색조를 띠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날이 추워졌으니 오늘은 뜨거운 오븐 요리를 하나 소개해 드릴게요. 심심하기 짝이 없는 채소인 콜리플라워를 조연도 아닌 주연으로 쓰는 과감한 레서피입니다. 영국 전통 음식입니다. 한국에서도 해먹는 가정이 많던데, 아기들 이유식으로 특히 많이 활용되고 있는 것을 봅니다.

 

그런데 이 음식, 프랑스 음식이 아니고 영국음식이에요. '콜리플라워 그라탕'이라고 하는 분이 많네요. 제대로 만든 영국 체다를 써야 하는 영국 레서피입니다. 위에는 간혹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파마산)을 양념 삼아 뿌려 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체다 레서피입니다. 다른 치즈로는 깊고 진한 맛, '바디감'을 내기 힘듭니다. 꽉 찬 맛을 내는 강한 체다가 아니면 콜리플라워의 그 무심함과 밋밋함이 주는 허전함을 떨쳐 버릴 수가 없죠. 주황색 나는 엉터리 짝퉁 체다를 쓰면 모처럼 뽀얀 채소를 쓰는 장점을 다 깎아먹는 꼴이 되니 꼭 미색의 체다를 써야 합니다.

 

영국인들은 콜리플라워를 1600년대부터 먹기 시작했습니다. 치즈는 그 전부터 존재하고 있었으니 콜리플라워가 영국에 소개되자마자 곧 이 콜리플라워 치즈를 만들어 즐겼을 것으로 학자들은 추정을 합니다. 영국인들은 콜리플라워를 오늘 소개해 드릴 콜리플라워 치즈, 다음에 소개해 드릴 콜리플라워 치즈 수프, 예전에 소개해 드린 영국 피클 ☞ 피칼릴리의 형태로 주로 즐깁니다. 채소 자체가 워낙 순둥이이다보니 강한 맛의 소스도 잘 어울리죠. 오래 숙성한 쨍한 맛의 체다를 듬뿍 넣거나 이런저런 향신료를 넣거나, 둘 중 하나를 하면 아주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고급 레스토랑에서는 콜리플라워로 정성껏 퓨레를 만들어 고기나 생선요리에 곁들이기도 합니다.

 

영국이 인도에도 콜리플라워를 전해 주었다고 하죠. 인도는 종교적인 이유로 무려 인구의 삼분의 일이 채식을 한다는데, 이들에게 콜리플라워는 고마운 선물이었다고 합니다. 잎채소가 아닌 이런 씹는 맛 나는 묵직한 채소들은 채식주의자들한테 요긴하죠. 그래서 그런지 인도음식에서 콜리플라워를 자주 봅니다. 인도음식 중에 '고비gobi'라는 단어가 들어 있으면 콜리플라워가 든 겁니다. 인도인들은 콜리플라워로 채식 커리를 해먹거나 향신료 넣고 양념을 해 식사에 반찬처럼 곁들이곤 합니다.


콜리플라워 치즈는 그간 미슐랑 스타 셰프들 레서피로도 만들어 보고, 안-미슐랑 스타 셰프들 것으로도 만들어 보았는데, 이런저런 부재료 섞어 요란하게 맛낸 변형 레서피말고 정통에 가장 가까운 레서피들 중에서는 사이먼 홉킨슨Simon Hopkinson 것이 괜찮았습니다. 그걸로 소개를 해 드리겠습니다. 미슐랑 스타 셰프들 레서피보다 더 맛있더라고요. 사이먼 홉킨슨은 전에 프랑스 니스와즈 샐러드 소개할 때 잠깐 언급을 했었죠. 영국인들은 이 아저씨를 '재야의 숨은 고수'쯤으로 생각합니다. 괜찮은 레서피가 많아요.
☞ 이 분의 레서피를 공짜로 볼 수 있는 곳

 

 

 

 

 

 

 

 

 

재료
[식사로 먹을 경우 넉넉한 2인분이 나옴]


  콜리플라워 한 통
  소금과 흰 후추
  전지유full fat milk 500ml
  정향clove 두 톨
  양파 작은 것 한 알, 짜장면 양파처럼 네모나게 썰기
  월계수잎 한 장
  버터 75g
  밀가루 50g
  넛멕nutmeg, 즉석에서 간 것 조금
  체다 200g, 강판에 갈기. 소스에 다 넣지 말고 위에 보슬보슬 뿌릴 것 조금 남겨 둘 것.

 

 

 

 

 

 

 



만들기

 

'과정샷'이요? 아, 이 블로그 주인장은 불친절해서 과정샷 같은 건 넣지 않습니다. 과정샷 넣는 요리 블로거들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아니, 요리하는 그 정신 없는 와중에 어떻게 사진을 다 찍을 수가 있습니까? 여러분, 과정샷 넣은 요리 블로그 글 보면 그냥 레서피만 달랑 얻어 갖고 나오지 말고 꼭 "감사합니다." 소리 하고 나와야 합니다.


1. 콜리플라워는 먹기 좋은 크기로 떼어 내 끓는 소금물에 부드러워질 때까지 삶는다. 오븐에서 또 익혀야 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지나치게 많이 익히지 않도록 한다. 콜리플라워를 잘게 떼어 내면 먹을 때 맛있는 치즈 소스 맛을 만끽할 수 있고, 큼직하게 떼어 내면 콜리플라워 자체의 맛을 한껏 즐길 수 있다. 콜리플라워 송이가 크면 완성된 요리가 좀 더 요리답게 근사하게 보이기는 한다. 그러니 크기는 취향껏 정한다. 단단은 입이 작으므로 디저트 스푼에 쏙 들어갈 수 있는 작은 크기로 떼어 냈다. 크던 작던 중요한 것은, 고른 크기가 되도록 떼어 내야 고르게 익는다는 것이다.


2. 콜리플라워가 적당히 익었으면 건져 내 티타월 위에 얹어 물기를 뺀다. 물기를 안 빼면 소스가 희석돼 완성된 요리가 싱거워진다.


3. 오븐을 190℃로 예열한다. 팬fan 오븐은 170-180.

 

4. 냄비에 우유, 양파 썬 것, 정향, 월계수잎을 모두 넣고 얌전히 보글보글 끓을 때까지 둔다simmer. 1-2분간 얌전히 끓인 뒤 불에서 내려 뚜껑 덮고 10분 이상 맛이 우러나게 둔다.

 

5. 약불에 또 다른 냄비를 올려 버터를 녹이고 밀가루를 넣어 타지 않게 열심히 저어 가며 볶는다. 2분간 충분히 볶아야 밀가루 냄새를 없앨 수 있다. 불에서 내린 뒤 위의 우유를 체에 받쳐 한 번에 붓고 건더기는 버린다. 다시 약불에 올려 10분간 열심히 저어 가며 알맞은 점도의 소스가 될 때까지 기다린다. 열심히 안 젓고 한눈 팔면 바닥에 다 눌어붙는다. 불은 최대한 약불이 되도록 조절한다. 'Heat-diffuser mat'를 깔아도 된다.


6. 알맞은 점도가 되었다 싶으면 치즈 간 것을 넣고 잘 녹여 준다.


7. 후추와 넛멕을 즉석에서 갈아 넣고 일단 간을 본다. 싱거우면 소금을 넣는다.


8. 소스와 콜리플라워를 합쳐 잘 버무린 뒤 오븐 용기에 담고 위에 여분의 치즈 간 것을 솔솔 뿌린다. 25-30분간 굽는다. 집집마다 오븐 특성과 성능이 다르니 주어진 시간은 그냥 참고로만 삼는다. 보글보글 끓으면서 군데군데 먹음직스러운 갈색이 나면 다 된 것이다.


9. 너무 뜨거울 때 음식을 먹으면 맛을 잘 못 느끼니 한김 식힌 후 내도록 한다. 끝.

 

 

 

 

 

 

 

 


맛있습니다. '컴포트 푸드' 자격이 충분하네요. 요즘 같은 쌀쌀한 날씨에 해먹으면 특히 좋은데, 가벼운 점심 식사로도 좋고, 고기나 생선 요리에 곁들임 음식으로 내도 좋겠습니다. 남은 것을 다음날 다시 데워 먹어 봤는데, 조리된 걸 바로 먹는 것보다 하루 묵혔다 먹는 것이 훨씬 더 맛있었습니다. 저탄수화물식 하셔서 마카로니 치즈의 탄수화물이 부담스러운 분들은 같은 소스로 이 콜리플라워 치즈를 해 드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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