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음식] 영국 크리스마스 음식 ◆ 방울다다기양배추 · 미니양배추 · 브뤼셀 스프라우트

 

 

 

 

미니양배추.
꼬마양배추.
방울양배추.
알양배추.
공식 명칭은 방울다다기양배추.
방울만 한 양배추가 다닥다닥 붙어 있다고 해서 방울다다기양배추.
이름 기차게 잘 지었죠.
☞ 식재료 우리말 이름 대체 누가 짓고 있는 겁니까?

 

영국에서는 브러쓸스 스프라우츠Brussels sprouts라고 부릅니다. 지금이 제철입니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만찬상에 빠지지 않고 꼭 올라옵니다. 이름에는 벨기에의 브뤼셀이 들어 있지만 유럽에서 이 브러쓸스 스프라우츠를 가장 많이 먹는 나라는 영국입니다. 영국에서는 무려 축구장 3,240개에 해당하는 면적에서 이 브러쓸스 스프라우츠를 재배하고 있어요. 품종도 110종이 넘는다고 하죠. 한국에서는 이제야 인기를 끌기 시작했는데, 영국에서는 이걸 먹은 지가 벌써 수백년이 되었습니다.

 

 

 

 

 

 

 

한알한알 떼어 낸 다음 지저분한 겉잎은 모두 떼어 손질하고 깨끗이 씻어 줍니다. 그리고는 반을 가릅니다.

 

 

 

 

 

 

 

기웃이: 어? 통째로 조리하는 거 아닌가요? 사진 보니 죄 통째로 조리돼 접시에 담겼던데?

 

통째로 조리하면 땡글땡글해서 예뻐 보이기는 하는데 맛있게 조리하기는 힘들어요. 속까지 익히고 나면 겉잎들은 물 잔뜩 머금어 후줄근, 물컹거려서 씹는 맛이 형편없어지죠. 헤스톤 블루멘쏠 같은 요리사는 저 작은 양배추 잎을 일일이, 한잎한잎 떼어내서 조리해야 한다고 조언을 합니다. 프로페셔날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이다 보니 한데 넣은 재료가 같은 시간 내에 고르게 조리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죠. 허나 여염집에서 그렇게 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립니다. 최대한 알이 작은 걸 사서 반 갈라 써도 충분히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어요. 한잎한잎 떼어 조리한 것은 보기에도 그리 예쁘지가 않고, 양배추 여러 겹이 동시에 켜켜이 씹히는 맛이 없어 섭섭합니다. 반을 갈라서 조리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는데, 아래에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옛다, 양배추 한 통.
이리나와 미일리어한테 크리스마스 선물로 각각 양배추 한 통씩.
한참 먹것네.

러시아 인형인 이리나는 양배추 한 통을 받고 이토록 좋아하는데,

 

 

 

 

 

 

 

영국 인형인 미일리어는 샐죽한 표정으로 한 번 툭 치고는 관심 없음.

 

크리스마스 때 먹는 이 브러쓸스 스프라우츠 볶음은 영국에서 호불호가 매우 갈리는 음식입니다. 저는 아주 좋아합니다. 왜냐? 저는 제대로 맛낼 줄을 알거든요. 이 브러쓸스 스프라우츠 볶음을 평생 맛없는 음식으로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은 정말 불쌍한 사람들입니다. 자기 엄마나 할머니가 맛있게 못 만들었다는 소리죠. 밖에 나가서도 제대로 만든 걸 먹어 본 적이 없고 자기도 제대로 조리할 줄을 모른다는 소리입니다. 저도 맛없게 조리된 것들 많이 먹어 봤어요. 영국의 수퍼마켓들은 솜씨가 좋아 간편식ready meal 맛을 잘 냅니다. 고급 제품들은 꽤 수준이 높아 레스토랑 같은 맛을 내기도 하는데, 그런데도 이 브러쓸스 스프라우츠 볶음만큼은 맛을 잘 못 내더라고요. 일단 너무 써요. 재료를 잘 못 고른다는 소리입니다.

 

 

 

 

 

 

 

재료 고르기

 

우선, 브러쓸스 스프라우츠가 대에 붙어 있는 것으로, 그리고 최대한 알이 작은 것으로 고르셔야 합니다. 알 굵다고 얼씨구나 큰 걸로 사면 써서 못 먹어요. 이 쬐끄만 녀석이 보기보다 성깔이 있어서 잘못 사면 무지 씁니다. 이 쓴맛 때문에 못 먹는 사람이 많죠. 생산자들은 어떻게든 쓴맛을 줄여 보려고 품종 개량도 하고 수확에도 신경을 쓰는데, 아침 서리를 몇 차례 견딘 녀석들로 수확하면 추위에 견디려고 스스로 당도를 높이기 때문에 맛이 좋다고 하죠. 이건 소비자가 눈으로 봐서 알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니 어쨌거나 알이 작으면서 대에 붙어 있는 걸 사는 수밖에요.

 

그 다음, 베이컨을 정말 좋은 것으로 사셔야 합니다. 훈제를 잘해서 우아한 훈향이 나야 하고 베이컨 자체의 향도 좋아야 해요. 저는 잘 만든 훈제 판체타pancetta나 헤스톤 블루멘쏠이 웨이트로즈 수퍼마켓과 제휴해서 낸 베이컨을 씁니다. 우리가 호박나물 할 때 새우젓을 꼭 넣듯 여기 사람들은 브러쓸스 스프라우츠 볶음에 베이컨을 넣습니다.

 

견과류를 넣는 집도 많은데 저는 넣지 않습니다. 브러쓸스 스프라우츠 자체에 견과류 같은 고소한 맛이 이미 들어 있는데다 고소한 버터를 쓰므로 굳이 넣을 필요가 없어요. 견과류의 고소한 맛이 브러쓸스 스프라우츠의 고소한 맛보다 더 강하기 때문에 주인공 맛이 많이 가려집니다. 게다가, 버터와 베이컨 기름이 있는데 기름 많은 견과류까지 들어가면 너무 느끼해집니다. 양배추와 베이컨, 과감하게 이 두 가지만 써서 만들어 보세요. 향초herbs나 향신료도 양배추의 쓴맛을 증폭시킬 수 있으니 가급적 넣지 않는 것이 좋아요.

재료

•  방울다다기양배추, 알이 최대한 작은 것으로 1대
•  훈제 베이컨 아주 넉넉히 (위 사진에 있는 베이컨을 다 썼음)
•  버터 50g 정도
•  소금 후추

 

조리법도 중요합니다. 브러쓸스 스프라우츠를 통째로 물에 삶는 것이 가장 맛없게 먹는 방법입니다. 통째로 익히면 밑동에 십자로 칼집을 냈더라도 쓴맛 내는 물질이 잘 빠져 나가질 못 해 갇혀요. 동그란 모양을 희생하더라도 맛을 위해서는 반을 갈라 주시는 게 좋습니다. 그래도 반구가 남기 때문에 모양이 아주 형편없지는 않아요.

물에 삶으면 안 되는 이유 또 하나 - 많은 이들이 쓴맛을 감수하고 먹는 이유는 바로 어마어마한 영양분 때문인데, 수용성이라 물에 삶으면 영양 손실이 많아져 먹는 보람이 없어진다고 하죠. 저는 볶다가 소량의 물 붓고 찌듯이 익히는 브레이징braising 방법으로 알려 드릴게요. '브러쓸스 스프라우츠는 알이 작은 걸 사서 반 갈라 브레이징 한다.' 공식처럼 외워 두시면 좋아요.

 

오래 익혀도 안 됩니다. 한국의 언론들은 오래 익힐수록 맛이 좋아진다고 소개를 해 놓았는데, 영국에서는 오래 익히면 고농도의 황화합물 때문에 달걀 썪는 냄새가 나게 된다며 주의를 줍니다.

 

만들기

1. 방울다다기양배추는 대에서 모두 떼어내 지저분한 겉잎을 모두 제거한다.

2. 깨끗이 씻은 뒤 반을 가른다.

3. 중불에 길게 채썬 베이컨을 너무 갈색 나게 굽지는 말고 적당히 바삭해지도록 익힌다.

4. 팬에 베이컨 기름은 남겨둔 채 베이컨만 잘 건져 키친 타월 위에 둔다.

5. 중불에서 중약불로 줄이고 베이컨 기름이 남은 팬에 버터를 넣어 녹인다. 거품이 일 때까지 녹이면 된다.

6. 버터에 거품이 일기 시작하면 반 가른 방울다다기양배추를 넣고 코팅하듯 잘 뒤적여 준다.

7. 30ml[2큰술]의 물을 넣고 김이 새지 않는 꼭 맞는 뚜껑을 덮는다.
(볶고 찌는 과정을 동시에 하는 겁니다.)

8. 5분 정도 지나면 뚜껑을 열어 하나 맛을 본다. 아삭한 맛이 다소 살아 있으면 좋은데, 자기 입맛에 맞는 식감이 되면 그게 바로 알맞는 식감이니, 조리 시간은 각자 알아서 정하도록 한다. (다쓰베이더는 약 8분 볶았습니다.)

9. 양배추가 알맞게 익었으면 베이컨을 합쳐 주고 후추를 갈아 넣는다. 베이컨이 많이 짤 수 있으니 양배추와 베이컨을 같이 먹어 보고 나서 소금 간을 더 할지 결정한다. 끝.

 

 

 

 

 

 

 

 

 

어우, 늠흐 맛있네. 냠냠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