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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좋아하는 외국 음식 후기 본문
댓글마다 제가 일일이 답글을 달면 거침없이 주욱 목록 읽어 내려가는 독자분들의 즐거움이 반감될 것 같아 여기에 따로 후기를 써보기로 하였습니다. 댓글들 읽느라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돌 님과 마이쏭 님 말씀대로 저도 일하다 말고 궁금해서 와서 보고, 간식 먹다 말고 또 와서 보고, 손빨래 하고 나서 또 와서 들여다보고. ㅋㅋ 참여해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앞으로 두어 가지 질문을 더 드릴 예정이니 그 때도 많이많이 참여해주세요. 우물 안 개구리 단단이 견문을 넓힐 수 있는 소중한 기회입니다. 응답 내용을 정리해보니 가장 인기 있는 외국 음식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샤오롱바오 [중국]
라자냐 [이태리]
무려 네 분으로부터 사랑을 받았습니다.
아, 역시 중국음식과 이태리 음식의 명성은!
그 다음으로 인기 있었던 음식들은 세 표를 얻은
그릭 샐러드 [그리스]
꿔바로우 (탕수육) [중국]
께사디야 [멕시코-미국]
그리고 감동스럽게도 무려 영국음식이 다 들어가 있었는데, 뭔고 하니 크림 티
으허허허어어엉~ [→ 보름달 님께 배운 '하도 감동해서 웃다가 울다가' 의성어] '크림 티'란 스콘 + 클로티드 크림 + 딸기잼 + 홍차로 구성된 간단한 찻상을 말합니다. 다쓰 부처도 정말 좋아하는 겁니다. 여기 있을 때 이웃님들을 대신해 많이 많이 먹고 가겠습니다. 왤케 눈물 나냐.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제가 영국음식 중 가장 만들기 힘들어하는 것이 바로 이 (플레인) 스콘입니다. 이게 참 쓰이는 재료도 많지 않고 공정도 단순한데 이상하게도 아직도 맛을 잘 못 내겠어요. 단독으로 먹었을 때 입에 착 감기면서 맛있으면 되는 게 아니라 잼과 클로티드 크림을 얹었을 때 최상의 맛과 질감을 내도록 해야 하는데, 아직도 좋은 레서피를 못 찾았습니다. 레서피만 좋다고 또 다 되는 게 아니라 만들기를 잘해야 합니다. 맛도 질감도 'spot on' 하기가 그렇게 힘드네요. 스콘만 보면 그래서 머리 속이 복잡해집니다.
댓글들 보면서 깨달은 점을 정리해보겠습니다.
단단의 깨달음
1. 밤낮 요리책 들여다보고 있는데도 왜 이렇게 모르는 음식이 많아. 공부 한참 더 해야겠군.
물 프리뜨Moules-frites (별화음 님)
고불리 만두 (마이쏭 님)
싱가폴식 뱀부 클램 (가필드 님)
당고 (보름달 님)
스위스식 제대로 된 뮤즐리 (돌 님)
삼발 소스 공심채 (뿌까 님)
팟펫탈라이 (불량소녀 님)
민물가재 에투페crawfish étouffée (불량소녀 님)
빈티지 매니아 님과 블루제이 님이 열거하신 음식은 어째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냐. 세상엔 정말 많은 음식이 있구나. 죽기 전에 위의 음식들만이라도 다 맛볼 수는 없을까?
2. 독일음식에도 참으로 맛있어 보이는 것들이 많은데 독일어는 발음이 쉽지 않아 자국 음식 알리는데 불리한 점이 좀 있겠구나. 영국에서는 어딜 가면 독일음식을 맛볼 수 있을까? 저 돈가스의 원조라는 슈니첼Schnitzel은 말만 많이 들었지 여태 먹어본 적이 없네. 영국 대학엔 독일인 선생들이 많으니 연구실 찾아가 독일음식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진지하게 논의해봐야겠구나.
똑똑똑.
들어오세요.
저어... 교수님, 의논 드릴 것이...
(눈을 빛내며 진지하게) 오, 뭔가? 말해보게!
이 근처 독일음식 잘하는 집 좀...
3. '꿔바로우'가 뭐냐?
찾아 봤더니, 아니? 이게 그 유명한 탕수육의 조상이었어?!
누리터를 뒤져보니 나만 모르고 있었던 것 같네.
4. 만두 좋아하는 단단인데 '고불리 만두'란 건 또 뭐냐?
모양은 많이 본 녀석인데 맛이 참말로 궁금하구나.
5. '뮤즐리'란 그냥 수퍼마켓에서 종이 상자에 든 뮤즐리 사다가 그릇에 담고 우유 부어 먹는 건 줄로만 알았는데 "스위스식으로 진짜 다 넣고 만든 뮤즐리"란 건 또 뭐냐? 나도 제대로 된 뮤즐리 먹어보고 싶다. 돌 님, 정보 좀. 굽신굽신
6. 요즘은 커피집 가서 "저어, 커피 주세요." 하면 안 된다는데 우동도 그런가보다. 사누끼 우동, 삿뽀로 우동, 뭐 이런 식으로 지역별로 나뉘고, 면을 내는 방식에 따라 또 나뉘고, 얹는 부재료에 따라 또 세밀하게 나뉘는 모양. 무슨 우동인지도 모른 채 그냥 칼로 썬 딴딴한 사각 면에 찐 어묵 든 우동이면 최고인 줄 알았던 촌스런 단단. 한국 가서 우동집(촌스럽기는, 쯧, 제면소! - 뭣? 제면소는 면 뽑는 공장 아니었어?) 가면 또 스타벅스 처음 갔을 때처럼 어리둥절 버벅벅 하는 거 아냐?
7. 캐나다식 피쉬 앤 칩스가 궁금하다. 조리법이 다른 것인가, 곁들이는 음식이 다른 것인가.
8. '마마이트 바른 토스트'는 영국 살고 있으면서 여태 해먹어본 적이 없네. 호불호가 극명히 갈린다니, 이거 호기심이 더 생기잖나. 날 잡아 아예 마마이트 글을 하나 써야겠다.
9. 잘 만든 "광동식 생선찜" 꼭 먹어보고 싶다. 저 옛날, 하필 이태리 단체 여행 때 가이드가 데리고 간 싸구려 중식당에서 처음 먹었던 게 문제. (아니 왜 이태리 여행 와서 중식당엘 가냔 말이다.) 간장 날내와 생강 향이 하도 강해 생선 맛도 못 느끼고 먹었던 기억이 있다. 생선 살을 발라서 덜어주는 직원이 없으니 다들 어떻게 먹는지를 몰라 서로 얼굴만 멀뚱멀뚱. 잘 모르는 사람들과 생선 한 마리를 가운데 두고 침 묻은 젓가락으로 나눠 먹는다는 것이 여간 고역이 아니었는데, 설상가상, 먹던 생선 뒤집으면 안 된다는 중국인들의 관습도 모르고 우리 모두 다같이 젓가락으로 "으쌰" 뒤집기까지! @&#$%-.-;;?!켁 좋은 레서피를 찾든지, 잘하는 집을 찾든지, 둘 중 하나를 해서 잘 만든 걸로 내 꼭 먹어보리.
10. 중국 수퍼마켓 가서 공심채가 있는지 알아봐야겠다. "삼발 소스 공심채"가 어떤 맛일지 궁금하다. 채소 요리 좋아하는 우리 집 영감이 정말 좋아할 것 같다.
11. 고등어와 오징어 좋아하는 단단은 저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크로아티아의 고등어 구이와 오징어 튀김이 궁금하다.
12. 타이 커리말고도 좀 더 다양한 동남아시아 커리를 먹어볼 필요가 있다. 런던에 있으면 가능할 텐데 이 놈의 촌구석. 직접 만들자니 너무 번거롭고. 일단은 수퍼마켓에 병소스가 있는지 알아봐야겠다.
끝. 먹거리를 놓고 궁리하다니, 어휴, 즐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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