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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음식

[영국그릇] 밥그릇 싸움

단 단 2015. 4. 10. 00:00

 

 



다음 대문에 흥미로운 글이 하나 떴습니다.
☞ 국가권력이 앗아간 밥그릇의 아름다움

 

그렇잖아도 저도 밥그릇 이야기를 좀 하려던 참이었는데 거 잘됐습니다. 제가 몇 달 전에 집에서 중국음식 몇 가지를 만들어 즐긴 적이 있었습니다. 밥도 기왕이면 중국 그릇에 담아 먹으면 좋겠구나 싶어 영국 이베이에서 중국 밥그릇을 좀 알아보았습니다. 주욱 둘러보다가 문득 '내친김에 일본 밥그릇도 알아볼까?' 해서 일본 밥그릇도 찾아보았습니다. 일본 그릇에는 도자기뿐 아니라 매끈하게 잘 깎은 나무 그릇들도 간간히 보입니다. 내구성은 좀 떨어지겠지만 그릇을 들어도 손이 뜨겁지 않고 입술을 대면 따뜻한 느낌이 들어 나름의 장점이 있구나 싶었습니다.


그러다가 '영국인들이 혹시 우리 한국 밥그릇도 이베이에서 살 수 있을까?'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Korean rice bowl'까지 검색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아래 사진들은 제가 중국, 일본, 한국 밥그릇을 차례로 검색해서 나온 결과들입니다. 하도 안타까워 화면 갈무리를 좀 해두었습니다. 물건이 시시각각 마감되고 새로 올라오기도 하니 매번 검색 결과에 조금씩 차이는 있을 수 있겠습니다. 결과들을 한번 보세요.

 




중국 밥그릇

 

 

 

 

 




일본 밥그릇

 

 

 

 

 

 



한국 밥그릇

 

 

 

 



털썩...

 

 

 

 


*  *  *

 

 

 

 

 

 

덴비 밥그릇 광녀 단단.

Dandan, A Denby Rice Bowl Maniac.

 



저는 덴비 그릇 중 유독 'rice bowl'만 색상별로 다 사 모으는 기이한 습관이 있습니다. (사진에 있는 것말고도 더 있습니다.) 굽과 바라진 모양, 그리고 색상까지, 꼭 우리 옛 사발 같은 느낌이 들어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거든요. 특히 리넨linen과 애쥬어azure 색상은 꼭 백자 같고 청자 같아 우리 그릇이라 해도 손색이 없습니다. 색이 좀 있는 그릇들은 또 쌀밥의 흰색을 돋보이게 하므로 나름의 장점이 있습니다.

 

영국인들은 사진에 있는 그릇을 밥그릇으로 쓰는데 한국에서는 이걸 국그릇으로 전용하고 작은 사발을 따로 맞춤주문해 한국용 밥그릇으로 쓰고 있죠. 한국용 밥그릇은 여기 사람들 딥dip 그릇처럼 보여 저는 좀 작다는 느낌이 듭니다. 요즘 사람들은 옛날 사람들처럼 밥을 많이 먹지 않으니 한국의 현재 사정에 맞춘 거겠지요. 영국인들은 밥을 주로 중국식 달걀 볶음밥 아니면 볶은 양파와 향신료 넣고 지은 인도식 필라우 라이스로 먹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 옛날 밥그릇 같은 큰 사발을 씁니다. 맨밥이 아니라 볶음밥이니 아무래도 담는 공간이 넉넉해야겠지요. 한국에서는 요즘 쌀 소비가 줄어 쌀 농가들이 걱정이라는데, 영국에서는 반대로 감자 소비가 줄고 쌀 소비가 늘어 감자 농가들이 걱정을 합니다. 영국 도자기 회사들도 그래서 이제는 예쁜 밥그릇들을 내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학생식당에서 단돈 1파운드짜리 감자튀김 달랑 한 그릇만 시켜도 따끈하게 데운 도자기 그릇에 담아 내줍니다. 우리도 어서 영혼 없고 시끄럽기만 한 스테인레스 스틸 밥그릇 버리고 밖에 나가서도 품위 있게 도자기 그릇에 밥 먹게 되기를 염원해봅니다. 밥그릇을 정비하고 나면 멜라민 반찬 그릇과 식탁 위 양은냄비도 차례로 퇴출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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