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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음식] 아놀드 베넷 오믈렛 Omelette Arnold Bennett 본문

영국음식

[영국음식] 아놀드 베넷 오믈렛 Omelette Arnold Bennett

단 단 2015. 3. 30. 00:00

 

 

 우리 집 생선 도감에 있는 해덕haddock (대구의 일종)

 

 

 

 

 

 

 

 

 훈제 해덕 실물. 유럽연합이 PGI로 보호하고 있는

그림스비Grimsby 트러디셔날 스모크트 해덕.

 

 


훈제 해덕 요리 두 번째 시간입니다. 오늘은 영국인들이 아침 식사로 즐겨 먹는 '아놀드 베넷 오믈렛'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어라? 오믈렛에 사람 이름이 붙었어요! 네에, 영국의 소설가 이름입니다. 약 100년 전인 1920년대에 런던의 사보이 호텔이 까탈스러운 소설가 투숙객을 위해 특별히 개발해 제공했던 아침 식사입니다. 아놀드 베넷(1867-1931)이 사보이 호텔에 머물며 소설을 쓸 동안 주방에 특별 주문해 아침마다 먹었다고 해서 오믈렛에 작가 이름이 붙게 되었습니다. 작가는 오래 전에 죽고 없지만 런던 사보이 호텔에서는 지금도 메뉴에 이 오믈렛을 올려 작가를 기리고 있습니다. 이제는 널리 알려져 집에서 해먹는 이도 많고, 영국의 요리사들도 각자 자기만의 아놀드 베넷 오믈렛 레서피를 갖고 있기도 합니다. 집집마다, 요리사마다, 조리법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달걀, 훈제 생선, 치즈는 반드시 들어가야 할 기본 재료로 꼽힙니다. 가만 보니 영국인들 DNA에는 아침에 달걀이나 훈제 생선을 먹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비슷한 것이 있는 것 같아요. 저 냉훈한 해덕말고도 아브로쓰 스모키Arbroath Smokies나 키퍼스kippers도 아침 식사용 훈제 생선으로 많이들 먹거든요.

 

재료 소개 들어가겠습니다. 지극히 영국스러운 재료들을 씁니다. 훈제 해덕, 체다, 잉글리쉬 머스타드가 있어야 합니다. 잉글리쉬 머스타드는 맛이 더 알싸하고 쨍하기 때문에 프랑스 디종 머스타드나 미국의 홋도그용 머스타드로는 대체가 안 됩니다. 콜만스Colman's 제품으로 쓰시면 됩니다.

 

 

 

 

 

 

 

 잉글리쉬 머스타드.

다른 머스타드로는 대체가 안 된다.

 

 

 

 

 

 

 


 오리지날 영국산 빈티지 체다.

이것도 복잡하고 쨍한 맛 때문에

타국의 모방 체다로는 대체가 안 된다.

 


재료 및 공정 [4인분]

태생이 호텔 레서피인지라 좀 복잡합니다. 고든 램지 이전 시대를 풍미했던 영국의 미슐랑 스타 셰프 개리 로즈Gary Rhodes가 자기 식으로 살짝 비튼 것을 제가 다시 손을 봤습니다. 런던 사보이 호텔 → 개리 로즈 → 단단, 이렇게 변천한 레서피입니다.

 


훈제 해덕 데치기

 

노오란 크림 더께가 뜬 무균질 전지유unhomogenised full fat milk 300ml

버터 20g

양파 1/2개, 결대로 큼직큼직 4등분 썰기

월계수잎 1장

정향 1개

훈제 해덕 250~300g

 


1. 편평한 냄비에 모든 재료를 넣고 강불에 올린다.


2. 끓기 시작하면 바로 불에서 내려 5분간 둔다. 너무 익어 질겨지면 안 되고 생선살 가운데는 아직 투명한 기운이 좀 남아 있어야 한다.


3. 5분이 지나면 우유를 체에 받쳐 따로 둔다. 훈제 해덕은 결대로 떼어 놓고 양파와 나머지 향신료는 자기 역할을 다하였으므로 버린다.

 


치즈 소스

 

 버터 15g

 밀가루 15g

 훈제 해덕 데친 우유 약 300ml

 체다 50g, 강판에 갈기

 더블 크림 80ml, 가볍게 거품 낼 것soft peak

 잉글리쉬 머스타드 1/2큰술

 달걀 노른자 1개

 후추

 넛멕

 


4. 약불에 소스팬saucepan이나 둥근 바닥의 소시에saucier 팬을 올려 버터를 녹인 뒤 밀가루를 넣어 3~4분간 밀가루 날내가 나지 않도록 충분히 볶는다. 덩어리지지 않도록 부지런히 젓는다.


5. 훈제 해덕 데쳤던 우유를 4에 붓는다. 한 번에 다 붓지 말고 여러 차례 나누어 붓고 부지런히 저어 뭉치지 않도록 한다. 최소 10분간 저어가며 졸여 부드럽고 걸죽한 소스를 만든다.


6. 체다 간 것을 넣고 잘 젓는다.


7. 불에서 내려 머스타드, 달걀 노른자, 크림을 넣고 잘 섞는다.


8. 후추와 넛멕을 즉석에서 갈아 넣는다. 양은 취향껏. 체다에 간이 돼 있으므로 소금은 따로 넣지 않아도 된다.


9. 완성된 소스는 체에 한 번 거른다.

 


오믈렛

 

 달걀 중간 크기 12개 (1인당 3개)
후추
버터

 


10. 1인분씩 따로 만들 경우, 달걀을 한 번에 3개씩 우묵한 그릇에 깨 넣어 포크로 잘 푼다. 2인분(달걀 6개)까지는 한 번에 만드는 것이 가능하나 그 이상은 오믈렛을 알맞게 익히기 힘들어지므로 나눠서 만들어야 한다.


11. 달걀 푼 것에 후추를 넣고 섞는다. 훈제 해덕과 치즈에 이미 간이 돼 있으므로 오믈렛에는 소금을 따로 치지 않아도 된다.


12. 1인분씩 따로 만들 경우, 지름 10cm, 높이 3~4cm 정도의 작은 팬을 쓰면 알맞다. 단단은 늘 <올클래드All-Clad> 사의 윗지름 19cm짜리 프렌치 스킬렛French skillet에 2인분을 만든다. 중불에 팬을 올리고 버터를 넣어 거품이 일도록 녹인다. 버터가 갈색이 나면 안 된다.


13. 달걀 푼 것을 지짐판에 붓는다.


14. 먼저 익은 가장자리 부분을 계속해서 실리콘 스패츌라로 중앙으로 밀어 넣어가며 반 정도만 익힌다[아래 사진1].

 


합치기

 

15. 다 된 오믈렛을 불에서 내려 결대로 뗀 훈제 해덕 살을 촘촘히 올린다. [사진2]


16. 치즈 소스로 완전히 덮는다[사진3].


17. 그릴salamander 아래에 두어 군데군데 구운 색이 나기 시작하면 꺼낸다. [사진4]


18. 취향에 따라 레몬 오일*을 뿌려도 좋다. 끝.

 

* 레몬 오일: 올리브 오일 1큰술 + 레몬 1개 분량의 즙

 

 

 

 

 

 

 

 

 

 

 

완성
[2인분]

 

 

 

 

 

 

 



오믈렛과 훈제 해덕을 알맞게 익히는 것이 관건입니다. 둘 다 너무 익어 고무처럼 질겨지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하죠. 치즈 소스는 덩어리진 곳이 없도록 체로 잘 걸러야 하고 광택이 나야 합니다. 여염집에서 맞벌이 부부가 아침 식사로 해먹기에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난이도가 좀 높은 편입니다. 만들기가 번거로워 다쓰베이더가 어휴 어휴 하면서 만듭니다. ㅋㅋ 맛은 끝내줍니다. 영국의 해산물 요리 중 다쓰 부처가 가장 좋아하는 게 ☞ 피쉬 파이인데, 이 아놀드 베넷 오믈렛도 그와 동급으로 맛있습니다. 음식에서 그야말로 세련된 기운이 물씬, 매우 고급스러운 맛이 납니다. 훈제 해덕 구할 수 있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집에서 런던 사보이 호텔의 호화로운 아침 식사를 즐겨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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