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udspotter
윈저 & 이튼 ③ 윈저성 Windsor Castle 본문
에... 오늘 글도 깁니다. 점심 먹고 보시고, 저녁 먹고 또 보시고, 쉬엄쉬엄 보세요.
오른쪽으로.
윈저성 내부를 보기 전에 윈저성에 딸린 거대한 공원 '그레이트 파크'의 유명한 '롱 워크'를 먼저 보기로 했습니다.
이곳은 윈저성 내부와 달리 입장료를 내지 않고도 들어갈 수 있습니다.
공원 이용에 관한 깨알 같은 안내.
녜녜녜, 얌전히 사진만 찍고 나올게요.
롱 워크에서 산책뿐 아니라 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제법 많았습니다. 이 동네 사람들 좋겠죠.
하하,
군주가 실제로 거주하는 공간이라서 그런지 가로등 끝에 왕관이 달려 있네요. 윈저성 안의 모든 가로등에 왕관이 달려 있었습니다. 관광 오시면 잘 보세요.
제 등 뒤로는 윈저성이,
제 앞으로는 그 유명한 롱 워크가 펼쳐집니다.
사진을 클릭해서 크게 보세요.
윈저 관광을 와서 이 기나긴 산책로를 다 걷는 사람들이 정말 있더라고요. 4.26km입니다. 십리가 조금 넘어요. 저는 십리도 못 가 발병 날 것 같아서 그냥 보기만 했습니다. 여왕 할머니가 가끔 말 타고 산책도 하는 모양입니다.
이렇게 멀리 있는 소실점을 보는 게 도대체 얼마 만인지...
시력과 더불어 무뎌졌던 무언가가 회복되는 것 같은 착각이 잠시 들었습니다.
윈저성 부속 기관인 교육 센터.
다시 윈저성 입구.
보기만 해도 마음이 들뜨는 빠알간 영국 관광 버스.
이 마차를 타면 아까 그 긴 롱 워크를 앉아서 편하게 다녀올 수 있습니다. 뒤에 빅토리아 여왕의 '숨막히는 뒤태'가 보입니다. 현 여왕의 고조 할머니입니다.
윈저성 입구의 둥근 탑입니다.
돌이 어찌나 탄탄하고 조밀하게 쌓여 있던지, 한참을 보면서 감탄했습니다.
성탑의 조건:
1. 둥글어야 한다.
(각이 지면 외부 공격시 모서리가 잘 부서지는데다 보초의 시야가 좁아짐.)
2. 낮은 곳에 창문이 없어야 한다.
(침입자가 창문을 통해 몰래 숨어들 수 있으므로.)
3. 벽이 두꺼워야 한다.
(외부에서 날아드는 돌덩이에 견뎌야 하므로. 대개 3~6m 두께.)
4. 외벽이 최대한 매끄러워야 한다.
('암벽 등반' 하는 놈 없도록.)
저희는 1인당 15파운드 정도를 냈던 것 같네요.
윈저 오는 기차표를 끊을 때 윈저성 관람 표를 같이 사면 할인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 와서 사면 입구가 너무 혼잡해질까봐 분산 정책을 쓰는 거지요.
입구의 관리인에게 표를 보여주고 입장.
귀한 물건들이 워낙 많은데다 여왕이 실제로 머무는 곳이므로 공항과 같은 수준의 보안 검색을 합니다. 소지품은 엑스레이를, 입장객은 금속 탐지기를 거쳐야 합니다. 오후 3시에 오니 이렇게 사람이 없어요. 줄도 안 서고 바로바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윈저성은 가급적 오후에 관람하실 것을 권합니다.
기념으로 한 장.
입구부터 기념품점이 떠억.
성 유지·관리비가 많이 든다고 하니 이해합니다. ㅋ
관광지 갔는데 기념품점 없으면 또 섭섭하죠.
오디오 가이드를 이용할 수 있으니 영어 청취 가능한 분들은 입구에서 하나 받아서 목에 거세요. 저는 사진 찍느라 받아놓고도 이용을 못했네요.
입장권 하나로 네 가지 관람을 할 수 있습니다. 위 세 가지 외에 세인트 조지스 채플St George's Chapel도 볼 수 있어요.
성이라서 그런지 돌 참 빈틈없이 야무지게 잘 쌓았습니다. 견고해 보이죠.
영국 국기인 유니온 잭이 걸려 있네요. 여왕이 현재 윈저성에 없다는 뜻입니다. 여왕이 주말에 와 있을 때는 군주의 깃발 The Royal Standard이 걸립니다.
막 피기 시작한 여우의 장갑foxgloves, digitalis.
영국인들이 좋아하는 꽃입니다. ☞ 다 피면 정말 근사합니다. 우리 동네에서도 많이 볼 수 있어요.
하늘이 왜 이렇게 파랗게 나왔을까요?
이 날 찍은 사진들을 곰곰 살펴보니 동쪽을 향해 찍은 사진들은 파란 하늘로, 서쪽 사진들은 해가 있어 부연 하늘로 나왔습니다. 오후에 찍어서 그렇지요.
성벽 맨 위에 조지George가 용을 무찌르는 장면이 보입니다. 성 조지는 잉글랜드의 수호성인입니다.
안에서 성 밖의 공격자를 향해 활을 쏘아 날리는 곳입니다.
'Arrow Loop'라고 부릅니다.
단순하면서도 설계 기가 막히죠.
좁은 곳에서 넓은 곳으로 활을 쏘아 날리는 건 쉽지만 반대는 훨씬 어렵지요.
허허, 성 안에 들어가기 위해 문을 두 번이나 거쳐야 합니다.
암요, 성인데 철통 보안을 해야지요.
성문 위 가고일.
저도 가고일로 남고 싶어요.
기왕이면 혀 내민 가고일로.
또 비행기.
스테이트 아파트먼트를 먼저 보았습니다.
여기서도 줄 서지 않고 바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제가 이래서 오후 관람을 추천 드리는 겁니다.
내부는 사진 촬영을 엄금합니다.
저는 이제 사진 촬영을 금하는 곳이 더 좋아요.
무거운 사진기 들고 사진 찍느라 고생하지 않아도 되니 아주 살 것 같아요. 남들 다 찍는 데서 나만 사진 안 찍고 있으면 뭔가 해야 할 일을 안 하고 있는 것 같아 불안하지만 다같이 사진을 찍을 수 없는 곳에서는 마음이 편합니다. ㅋ 마음껏 구경할 수 있어 좋아요.
투박한 성벽과는 달리 실내는 정말 별천지입니다. 제 평생 눈이 이렇게 호강한 적이 또 없었어요. 당대 최고의 화가들과 장인들 작품이 총 망라돼 있습니다. 그림, 조각, 도자기, 그릇, 가구, 타피스트리, 벽지, 무기와 갑옷까지, 입이 그냥 떡 벌어져 닫히질 않습니다. 눈으로 직접 보셔야 합니다. 누리터에 돌아다니는 사진이나 영상 보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됩니다. 윈저에 오시면 반드시 윈저성 내부 관람을 하시기를 권합니다.
윈저성 소개 영상을 걸어놓긴 합니다만, 실제로 볼 때 느끼는 아우라의 십분의 일에도 못 미치니 꼭 직접 관람을 하세요. 영상이 다루지 못한 곳이 많아요. 베르사유는 화려하고 화사하죠. 윈저성은 멋있습니다. '팔레스'와 '카슬'의 차이겠지요. 양국간 미감 차이도 좀 있겠고요. 다쓰 부처는 둘 다 장군들 초상화 모아 놓은 <워털루 채임버>가 가장 좋았습니다. 차분하고 세련된 색조와 천장 구조물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현 여왕의 할머니였던 메리 왕비의 인형의 집도 관람했습니다. 여기도 촬영 금지 구역입니다.
아쉽지만 ☞ Queen Mary's Dolls' House로 간단하게나마 구경해보세요. 누리집에서 안 보여주는 부분이 많으니 이것도 직접 관람하시는 게 좋습니다. 당대 각 분야의 장인들이 이 인형의 집에 들어갈 물품들을 제대로 된 재료를 써서 정교하게 만들었습니다. 유명 화가들이 직접 그림도 그려주었습니다. 전기 설비는 물론이요, 수도꼭지에서 물도 나오는데, 심지어 냉온수가 따로 나온답니다. 서재의 가죽 장정 책들에는 글이 담겨 있고요.
성은 항상 높은 곳에 짓지요.
그래서 이렇게 동네가 내려다 보입니다.
이튼 컬리지가 보이네요.
하얗고 둥근 지붕의 도서관과 컬리지 채플이 보입니다.
외부는 이렇게 얼마든지 사진 촬영이 가능하니 실내를 먼저 보고 나서 느긋하게 사진기에 담으셔도 됩니다. 실내 관람 전에 외부 촬영하느라 시간을 너무 빼앗기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3시에 입장해서는 바깥을 찍느라 시간을 많이 허비해 인형의 집은 하마터면 못 볼 뻔했습니다. 실제로 인형의 집을 아예 못 본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 비싼 비행기표, 기차표, 입장권 사서 관광 와서는 밖에서 노닥거리느라 정작 봐야 할 걸 못 보다니, 제가 다 안타까웠습니다.
아, 마지막 근위병도 임무를 마치고 '퇴근'을 하네요.
아이스크림 밴 아가씨도 퇴근.
사람 없는 오후의 관광지, 왠지 낭만적이었습니다.
햇빛도 점점 오렌지빛으로 변해가고요.
관람을 마치면 왔던 길을 다시 돌아 나와야 합니다.
올 때 지나쳤던 멋진 성문을 다시 지나,
기념품점 구경.
기념품점은 마지막까지도 열어놓더라고요. ㅋ
실내 먼저 꼼꼼히 보고 나오셔서 야외 사진 찍고 기념품점 구경을 하세요. 왔던 길을 도로 다시 걸어 나와야 하니 갈 때 못 봤던 기념품점들은 나오면서 다 구경할 수 있어요.
우리 집에도 있는 저 홍차 깡통.
왕실 깡통이라 그런가, '뽀대' 납니다.
집에서 찻자리 세팅해 놓고 찍으면 사진도 근사하게 잘 나옵니다.
공주 탄생했다고 그새 분홍색 기념품들이...
커피잔들.
럭셔리합니다.
잉글리쉬 파인 본 차이나에 진짜 22캐럿 골드로 마감했습니다. 495파운드.
왕실 기념품점에서 취급하는 그릇들을 한번 구경해보세요.
☞ Royal Collection Trust Shop
싼 냉장고 자석에서부터 장신구에 그릇까지, 다양한 물건들이 있었습니다.
인형의 집을 위한 미니어처 책.
실제로 내용이 담겼습니다. 셜록 홈즈였습니다.
생각해보니, 미일리어와 이리나 책 좀 사 줄걸 그랬네...
런던 타워에서도 본 까만 띠 두른 빨간 건물.
아마도 오늘의 마지막 당번이 아닐까 싶네요.
빨간 옷에 재밌게 생긴 모자 쓰고 가만히 서 있다고 가마니 취급하면 안 됩니다. 우리나라 궁궐 앞 수문장들은 '알바생'들이지만 이 사람들은 진짜 군인입니다. 궁이나 성에서 보초를 서지 않을 때는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투 현장에 가서 싸우고 그럽니다. 무서운 사람들이에요.
오늘자 데일리 메일에서 본 ☞ 영상 하나.
대체 어느 나라에서 온 '돼먹지 못한' 녀석일까요?
말리기는커녕 같이 낄낄대는 친구들 하며.
그래서 저렇게 줄을 쳐 놓은 모양입니다.
근위병들이 무례한 관광객에 대처하는 메뉴얼이 다 준비돼 있다고 합니다. 여행객이라도 잡아 가둘 수 있습니다.
이제 윈저성은 관람을 마감했고, 오후 5시 15분에 있는 저녁 기도회evensong 참석자만 들어올 수 있습니다. 세인트 조지스 채플St George's Chapel입니다. 헨리 8세가 이곳에 묻혀 있습니다.
교회 건물 전체의 이름은 세인트 조지스 채플이고, 이건 세인트 조지스 채플에 붙어 있는 작은 공간 이름입니다. 아, 부조가 성문 모양으로 제작이 되었네요. 섬세합니다.
언제 봐도 좋은 영국의 교회 건물들.
교회 없는 동네는 뭔가 허전해서 여행을 잘 안 가게 돼요. 제가 영국을 뜨기 전에 영국의 고딕 양식에 대해 글을 하나 쓰도록 하겠습니다. 영국 고딕 양식이 좀 독특합니다.
입구에 서서 저녁 기도회 참석자들을 기다리는 성직자.
다쓰 부처가 저녁 기도회evensong에 참석하는 이유 - 교회를 돈 안 들이고 눈치 안 보고 온전히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거든요. 건물 대충 둘러보는 것만으로는 교회 '감상'이 완성되지 않습니다. 앉아서 오르간 소리와 성가대 노래 소리와 사제의 목소리와 회중들 목소리가 공간을 채우는 걸 느껴야 비로소 완성이 되지요. 여행 중 마음에 드는 교회를 만나면 교회 안 다니는 분일지라도 저녁 기도회에 한 번쯤은 참석해보실 것을 권합니다. 저녁 기도회는 길지 않습니다. 설교도 없어요. ㅋ 기도 안 시킵니다. ㅋ 런던 관광하실 분들은 ☞ 웨스트민스터 사원의 저녁 기도회 시간을 알아보시고 참석해보세요. 저는 그간 참석했던 저녁 기도회 중에서는 웨스트민스터 사원과 윈체스터 커씨드랄의 것이 분위기가 가장 좋았습니다.
그나저나,
내부 촬영이 금지된 곳인데 오르간을 꼭 찍어야 해서 몰래 한 장 찍었네요.;; 대신 비싼 윈저성 입장료를 내고도 속죄와 참회의 뜻으로 2파운드 동전을 따로 헌금함에 넣었습니다. 가필드 님, 2파운드짜리 오르간 사진입니다. 크읍 몰래 후다닥 찍느라 사진이 이 모양입니다.
이로써 윈저와 이튼 여행기를 마칩니다. 이번 여행기는 단단의 생일을 맞아 지급된 권여사님 문예진흥기금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오늘의 교훈 -
영국 여행 오면 근위병 가만히 서 있다고 가마니 취급 말고 예의를 갖춰 대하자.
과연 받을지는 모르겠다만 아가씨들은 꽃다발로 마음을 전해보자.
(아, 게이일 수도 있겠구나...) ■
'영국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브라이튼 ④ 브라이튼 피어 · 팔레스 피어 Brighton's Palace Pier (22) | 2015.07.01 |
---|---|
브라이튼 ③ 블랙버드 티룸 아프터눈 티 Blackbird Tea Rooms, Brighton (17) | 2015.07.01 |
브라이튼 ① 로얄 파빌리온 Royal Pavilion, Brighton (19) | 2015.07.01 |
윈저 & 이튼 ④ 빌스 레스토랑 Bill's Restaurant, Windsor (9) | 2015.06.12 |
윈저 & 이튼 ② 윈저성 주변 (20) | 2015.06.12 |
윈저 & 이튼 ① 이튼 컬리지 Eton College (14) | 2015.06.12 |
바쓰 ③ 바쓰, 거대한 조지안 테마 파크 (16) | 2015.06.05 |
바쓰 ② 바쓰 애비 Bath Abbey (12) | 2015.05.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