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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여행

[런던여행] 캐피탈 호텔 아웃로스 Outlaw's At The Capital

단 단 2016. 2. 11. 19:00

 

 

 

 

 고어 호텔(왼쪽 위 빨간 점)과 캐피탈 호텔의 아웃로스 레스토랑(오른쪽 빨간 표시)

 

 

 

 

 

 

 

 

영국의 해산물 전문 요리사 네이싼 아웃로Nathan Outlaw.

사람 좋게 생겼는데 성이 '무법자'.

 

 

 

 

 

 

 


네이싼 아웃로의 해산물 전문 레스토랑 런던점Outlaw's at the Capital Hotel, London.

 

 

 

 

 

 

 


잊을 수 없는 해마 그림. 해산물 레스토랑에 적절한 듯하면서도 뭔가 기이.

 



영국의 해산물 전문 요리사 네이싼 아웃로의 런던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캐피탈 호텔 안에 있습니다. 잉글랜드 남서부 끝자락 콘월 지방에 있는 네이싼 아웃로의 레스토랑은 미슐랑 2-스타를 받았고, '땅끝 마을'인 콘월까지 가기 힘들어하는 저 같은 사람을 위해 문을 연 이 런던 레스토랑은 문 연 지 얼마 안 됐는데 벌써 미슐랑 1-스타를 받았습니다. 아래에 나올 음식 사진들을 보면 눈치 채시겠지만, 꾸밈없는 진솔하고 푸근한 요리를 내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으며 해산물 전문 요리사이다 보니 재료의 지속가능성과 수급 문제에 매우 예민해합니다. 이 양반 요리책에도 어떤 재료를 어떻게 골라야 하는지 깨알처럼 잔소리를 써 놓았고, 마구잡이로 잡은 해산물은 절대 사지 않도록 신신당부를 합니다. 누리집에서 네이싼 아웃로의 음식 사진 몇 장을 가져다 올려 봅니다.

 

 

 

 

 

 

 

 

 



담음새를 보니 어떤 성향의 요리사인지 감이 딱 오죠? 네이싼 아웃로의 음식을 'comfort'하고 'hearty'하다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참 많아요. 저희도 이 집에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저는 네이싼 아웃로의 요리책 두 권도 다 갖고 있습니다. 요리책에도 맛있는 해산물 레서피가 가득합니다. 얼마 전에 소개해 드렸던 피쉬케이크도 이 양반 레서피로 만든 것이었습니다. ☞ 네이싼 아웃로의 피쉬케이크

 

 

 

 

 

 

 

 


메뉴판 디자인 좋죠? 저희가 주문한 음식에는 주황색으로 표시(√)를 해 놓았습니다. (디저트 메뉴판은 따로 있습니다.) 3-코스가 버거워 저희는 2-코스로 선택했습니다. 파인 다이닝도 아무나 즐기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뷔페 레스토랑과 마찬가지로 이런 곳도 위대한 사람들이 와야 온전히 잘 즐길 수 있겠어요. 마음 같아서는 저 오른쪽의 5-코스짜리 테이스팅 메뉴를 먹고 싶었으나 다 못 먹을 게 뻔하므로 2-코스로 정했습니다. 위를 늘릴 수도 없고, 맛있는 집에 와서 많이 못 먹으니 참 아쉬웠어요. 언제 두 끼를 굶고 와서 5-코스 테이스팅 메뉴에 도전해 봐야겠습니다.

 

 

 

 

 

 

 

 

 

와인 한 잔과 미네랄 워터 두 병을 주문했습니다.

 

 

 

 

 

 

 

 

 

전-전식pre-starter으로는 바삭한 토스트에 홍합 퓨레가 나왔습니다. 영국 홍합이 요즘 제철이라서 여기저기서 많이 보입니다. <레드버리>에서도 전-전식으로 김 크래커 위에 홍합 퓨레를 올려서 냈었지요. 레스토랑들이 메뉴에도 없는 이런 것들을 내 주니 코스 끝까지 가는 게 그렇게 힘이 드는 거지요. 맛있었습니다. 홍합은 풍미가 짙어서 퓨레도, 육수도, 맛이 참 좋아요.

 

 

 

 

 

 

 

 

 

식전빵.
2-코스 시켰는데도 미안하게스리 줄 건 다 줍니다.

 

 

 

 

 

 

 

 

 

체다와 로즈마리로 맛낸 빵이 짭짤하면서 풍미가 좋길래 저 한 쪽을 다 먹어 버렸습니다. 여기까지 먹으니 벌써 배가 찼어요. 이를 어쩝니까.

 

 

 

 

 

 

 

 

"Watercress Soup, Red Mullet & Beetroot"

 

 

다쓰베이더가 시켰던 전식인 워터크레스 수프입니다. 레드 멀릿과 비트를 얹었습니다. 레드 멀릿은 우리말로 뭐라고 부르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잉글랜드 햄프셔 주가 예로부터 물냉이 재배로 유명합니다. 영국에서는 워터크레스라고 부르고, 프랑스에서는 크레송이라고 부르죠.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들이 내는 워터크레스 수프는 항상 이렇게 집에서 해먹는 워터크레스 수프보다 맛과 색이 진합니다. 제가 영국 워터크레스 이야기는 따로 해 드릴게요. 다쓰베이더한테 물어 보니 맛있었다네요.

 

 

 

 

 

 

 

 

"Citrus Cured Bass, Anchovy Mayonnaise, Pistachio & Basil"

 

 

제가 시켰던 전식 - 감귤류 즙으로 절인 농어입니다. 감귤류는 어떤 것으로 썼는지 콕 집어서 밝히질 않는 것으로 보아 꽉 찬 맛을 위해 두 종류 이상의 감귤류 즙을 섞어서 쓴 모양입니다.


아, 어찌나 맛있었던지. 해산물에 레몬즙이나 라임즙을 뿌려 '쎄비체ceviche'로 만드는 건 흔히 보지만 바질을 곁들이니 참 색다릅니다. 제가 원래 면역력이 시원찮아서 아무데서나 날생선 잘 안 먹는데 이건 아주 맛있게 먹었습니다. 봄이 돼서 철이 바뀌면 메뉴도 또 바뀌겠지만 만약 이 집 가셔서 메뉴에서 이 음식 보시면 드셔 보세요.

 

 

 

 

 

 

 

 

"Crab Scotch Egg, Crab Sauce, Fennel & Apple"

 

 

이건 엄마와 이모부가 시키셨던 전식인 게살 스코치 에그입니다. 원래는 양념한 소세지 고기로 반숙 달걀을 감싸서 만드는데, 여긴 해산물 레스토랑이라서 소세지 고기 대신 게살을 썼습니다. 훨씬 고급이죠. 게 소스를 밑에 깔고, 위에는 페늘과 사과 저민 것을 얹었습니다. 저도 집에서 이렇게 해 봐야겠어요.

 

 

 

 

 

 

 

 

 

권여사님이 박력 있게 반 가른 모습.
아니, 좀 예쁘게 갈라 주시지;;
그래도 것 참 맛있어 보이네.


반을 갈랐을 때 노른자가 저렇게 꾸덕하게 흘러내려야 제대로 만든 것으로 쳐 줍니다. 촉촉한 게살이 올올이 감싸고 있는 것 좀 보세요. 또 갈 일 있으면 다음 번엔 저걸 먹어 봐야겠습니다.

 

 

 

 

 

 

 

 

"Brill, Jerusalem Artichoke, Spinach, Oyster & Seaweed"

 

 

이모부와 제가 시켰던 본식main입니다. 브릴도 우리말로 뭐라고 부르는지 모르겠습니다. 넙치? 가자미? 같은 흰살 생선이라 해도 담백한 코드cod나 해덕haddock보다는 생선 맛이 좀 더 분명하게 납니다. 비릿하고 향긋한 바다 맛이 더 난다는 소리입니다. 굴 튀김도, 시금치와 해초도, 자기 색이 분명해서 맛있었습니다. 시금치는 브릴 밑에 깔려 있습니다.

 

위에 올린 해초는 뭘 쓴 건지 잘 모르겠는데, 익숙한 듯하면서도 낯설었어요. 향이 좋아서 바다를 만끽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해초 위에 올린 건 아마 영국 토종 굴이 아니라 태평양 굴 튀김인 듯합니다. 토종 굴 수가 하도 적어 영국에서도 태평양 굴을 양식합니다. 여기 사람들은 빨리 자라고 값이 싼 태평양 굴은 대개 저렇게 익혀서 요리에 활용을 하고, 섬세하면서 특이한 맛이 나는 영국 토종 굴은 생으로 먹습니다. 영국 굴은 귀해서 사실 보기도 힘들어요. 값도 비싸고요. 게다가, 요리사는 조리 솜씨를 뽐내야 하는 직업이므로 재료의 질이 아무리 좋고 맛이 좋아도 조리도 안 거친 생굴을 낼 수는 없지요. 맛있는 영국 생굴을 먹으려면 굴을 전문으로 내는 오이스터 바oyster bar를 가야 합니다.

 

※ 태평양 굴 - Pacific Oysters, Rock Oysters, 학명 Crassostrea gigas.
※ 영국 굴 - Colchester Native Oysters, Fal Oysters 등, 학명 Ostrea edulis.


☞ 굴 이야기

 

 

 

 

 

 

 

 

"Grey Mullet, Parsnip, Red onion & Chilli Butter"

 

 

이건 권여사님과 다쓰베이더가 시켰던 본식입니다. 그레이 멀릿은 우리말로 (분홍색 살의 송어말고) 숭어라고 하는 것 같은데, 이것도 여러 종이 있다고 하죠.


Nathan says: "This has a really unique flavour. I'd serve it pan-fried or grilled, and it can really handle some strong flavours, for instance, accompanied by a red wine sauce, mushrooms, saffron or peppers. It's naturally quite an oily fish, but it works well deep-fried too."


요리사 왈: "그레이 멀릿은 아주 독특한 풍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저는 이 생선을 주로 기름 두른 지짐판에 지지거나 그릴을 합니다. 강한 맛도 잘 받쳐 주므로 레드 와인 소스나, 버섯, 사프론, 고추를 곁들여도 생선 맛이 가려지지 않습니다. 기름기 많은 생선이지만 튀겨도 좋은 맛을 내 줍니다."

 

다쓰베이더가 무척 맛있어하며 먹었습니다. 곁들인 것들도 하나같이 다 맛있었다네요. 사진을 보니 영국인들이 즐겨 먹는 뿌리 채소인 파스닙을 얇게 저며 바삭한 과자처럼 만들기도 했고, 고소하고 달착지근한 퓨레로 만들기도 했고, 로스트를 해서 맛을 농축시키기도 했습니다. 한 가지 재료로 세 가지 다른 질감을 낸 거죠. 늘 보는 흔한 양파조차 맛을 아주 잘 냈다고 합니다. 눈으로 봐도 벌써 양파가 심상치 않아 보이죠?

 

 

 

 

 

 

 

 


후식 없이 2-코스로 짧게 마쳤지만 이렇게 뭘 또 줍니다. 영국의 전통 제과인 퍼지fudge와 아몬드 비스킷이네요. 영국인들은 식후에 이거 받으면 행복해할 겁니다. 여기 사람들한테 퍼지는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추억의 단과자이거든요. 직접 만든 퍼지를 내다니, 요리사가 아직 동심이 파릇파릇한 모양입니다. 참고로, 총괄 셰프가 네이싼 아웃로이고, 주방에 늘 상주하는 헤드 셰프는 톰 브라운Tom Brown입니다. 메뉴는 당연히 둘이 같이 짭니다.

 

이 맛있는 저녁 식사는 우리 이모부께서 사 주셨습니다. 음식들이 하나같이 맛있었으므로 저는 이 집에 다시 올 의향이 있습니다. 저희는 저녁 식사를 해서 비용이 제법 들었지만 점심 때 내는 세트 런치는 놀라울 정도로 값이 쌉니다. 해산물 요리 좋아하는 분들은 <해로즈> 백화점 갈 일 있을 때 미리 예약해서 한번 들러 보세요. 네이싼 아웃로는 영국의 평론가들과 손님들 모두가 한마음으로 아끼는 재능 있는 요리사입니다.

 

참, 이 집에서 넷이서 저녁을 먹는데 옆 테이블에 웬 바지 정장을 입은 키 크고 늘씬한 모델 같은 여인이 혼자 와서 식사를 합니다. 외모도 수려하고, 세련되게 잘 꾸민 데다, 초고소득 전문직 같은 지적인 분위기가 풀풀 풍겨서 식사하는 내내 계속 곁눈질로 쳐다보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코스에 맞는 와인까지 주문해 가며 음식을 혼자서 말없이, 그러나 충분히 음미하는 듯 보였습니다.


그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어서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미식가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동시에, 여성이 저녁 시간에 혼자 예약하고 와서 먹게 할 만큼 네이싼 아웃로의 음식이 맛있다는 뜻으로도 해석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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