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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레몬이라는 아말피 레몬, 소렌토 레몬 - 헤스톤의 만능 레몬 피클 및 레몬 소스 만들기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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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레몬이라는 아말피 레몬, 소렌토 레몬 - 헤스톤의 만능 레몬 피클 및 레몬 소스 만들기

단 단 2016. 2. 12. 12:30

 

 

 

 이태리 아말피 해안과 소렌토

 

 

 

 

 

 

 

 

 

유럽의 요리사들이 좋아하는 레몬 품종 중에 이태리 '아말피 레몬'이라는 게 있습니다. 아말피 해안에서 나는 레몬으로, 아말피 레몬과 소렌토 레몬을 한데 묶어 뜻할 때도 있습니다. 굳이 차이를 두자면, 소렌토 레몬이 아말피 레몬에 비해 크기가 좀 더 크고 즙이 약간 더 많다고 합니다. 어쨌거나 두 곳이 매우 근접해 있으므로 거의 같은 레몬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영국에서는 기후가 맞질 않아 감귤류 재배를 못 하고 예로부터 전량 수입을 해서 씁니다. 감귤류가 나지도 않는 나라인데 마말레이드, 레몬 커드, 실러버브syllabub, 레몬 포싯posset, 레몬 드리즐 케이크 등 감귤류를 써서 만드는 유명한 전통 식품들과 음식들이 있다는 게 재미있죠. 

 

영국의 수퍼마켓들은 주로 크기가 크면서 즙이 많은 소렌토 레몬을 들여 놓는데, 일반 레몬에 비해 값이 약간 비싸긴 하나 특별한 레몬이므로 영국에 계신 분들은 한 번쯤 사서 써보시기를 권합니다. 


포장을 뜯어 보겠습니다.

 

 

 

 

 

 

 

 


외형은
울퉁불퉁, 울룩불룩, 우락부락.


표면은
우툴두툴, 거뭇거뭇, 끈적끈적.


광택도 없이 정말 못생겼어요.
게다가, 일반 레몬들처럼 표면에 왁스 처리를 하지 않기 때문에 공기 중에 수분을 빼앗겨 금방 마르고 곰팡이도 금세 핍니다. 사 온 날 바로 쓰시는 게 좋아요. 

 

 

 

 

 

 

 



레몬 밑에 이런 게 깔려 있었는데, 아마 생산지와 품질 관리에 대한 인증서 같은 건가 봅니다. 보통 레몬이 아니라는 거죠. 값도 물론 일반 레몬보다 비싸고요. 

 

 

 

 

 

 

 



저희 집에 있는 정겨운 손그림 접시입니다. 아말피 지역 특산물인 소렌토 레몬을 담았네요. '레몬 참 더럽게 못 그렸네'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 잘 그린 겁니다. 농산물이 광택 없고 못생겼다는 것은 개량을 많이 안 하고 약을 안 치거나 덜 쳐서 키운다는 소리죠. 왁스 처리도 안 하고요. 첫 사진 포장에도 "As Nature Intended"라는 문구가 있죠. 


반을 갈라보겠습니다. 

 

 

 

 

 

 

 

 


크으...

투박한 외모와는 달리 속은 정말 잘생겼죠.
이 아말피 해안 레몬들이 왜 요리사들로부터 각광을 받냐면요, 향기 성분을 잔뜩 머금고 있는 저 껍질층rind이 두껍고, 그 밑의 흰 부분pith도 쓰지 않고 두꺼우며, 씨도 거의 없는 데다 즙이 지나치게 시지 않아 섬세한 산미가 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레몬 전체를 다 쓸 수가 있어 제과쪽에서도 요리에서도 활용도가 아주 높죠. 

 

 

 

 

 

 

 

 


제가 제과에 곧잘 쓰는 캔디드 레몬 필candied lemon peel인데, 껍질과 껍질 밑 흰 부분도 모두 활용해야 하므로 아말피 해안 레몬들이 이런 거 만들기에 적합하다는 거지요. 


한편, 요리에서는 어떻게 활용을 하냐면요,

 

 

 

 

 

 

 

 


이렇게 단촛물로 피클을 만들어 해산물 요리나 느끼한 고기 요리, 튀김 요리 등에 곁들이곤 합니다. 만드는 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일반 레몬을 써서 만드는 법과 아말피 해안 레몬을 써서 만드는 법, 두 가지를 모두 알려드릴게요. 헤스톤 요리책 보고 배웠습니다. 



아말피 레몬을 구하기 힘든 분들을 위한 일반 레몬 피클 레서피


재료

 

 화이트 와인 식초 750g
화이트 카스터 슈가 375g
일반 레몬 8개, 껍질째 쓸 수 있는 무왁스 레몬으로.


'Caster sugar'란 잘 녹도록 잘게 분쇄한 설탕을 말합니다. 없으면 그냥 일반 설탕을 써서 잘 녹여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입자가 크니 시간이 좀 더 걸릴 겁니다. 아니면, 시간 나실 때 일반 설탕을 푸드 프로세서로 갈아서 보관해 놓고 쓰셔도 좋고요. 밀가루처럼 생긴 곱고 흰 제과용 설탕과는 다릅니다. 


만들기

 

1. 식초와 설탕을 물 1kg과 함께 냄비에 담고 끓인다. 설탕이 잘 녹도록 가끔씩 저어준다. 끓기 시작하면 불에서 내린 뒤 상온이 될 때까지 그대로 식힌다.

 

2. 레몬을 깨끗이 씻어 물기를 제거한 뒤 채칼mandolin로 최대한 얇게 저민다. 씨는 골라낸다.


3. 저민 레몬을 즙과 함께 밀폐용기에 잘 펼쳐서 담고 단촛물을 부어 완전히 잠기도록 한다. 냉장고에 넣고 4일이 지난 뒤부터 사용하면 된다. 오래 묵을수록 맛이 좋다. 단촛물에 잘 잠기도록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 보관하면 6개월까지도 두고 먹을 수 있다. 끝.

 


파인 다이닝 업장용 레몬 피클 레서피

(재료가 고급이라서 비용이 좀 듭니다.)

 


재료


샤도네 비니거Chardonnay vinegar 350g
골든 카스터 슈가golden caster sugar 165g
아말피 레몬 6개

 

 

만들기


1. 식초와 물 500g을 냄비에 넣고 불에 올린 뒤 설탕을 넣어 완전히 녹인다.


2. 설탕이 다 녹았으면 불에서 내려 실온이 될 때까지 식힌다.


3. 단촛물을 식힐 동안 채칼mandolin을 이용해 레몬을 1.5 mm 두께가 되도록 저민다. 씨는 골라낸다.


4. 단촛물과 레몬 저민 것을 함께 수비드sous-vide용 비닐에 담아 최대치full pressure로 진공 포장한 뒤 냉장고에 넣는다. 최소 48시간은 절인 뒤 사용하도록 한다. 끝.

 


가정용과 업장용의 공정에 약간의 차이가 있는 이유는 재료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레몬 개수와 저미는 두께부터가 다르죠. 레몬의 크기와 성질이 다르기 때문에 조정을 하는 거죠. 일반 레몬은 흰 부분이 쓰면서 과즙이 매우 시므로 최대한 얇게 저며서 써야 합니다. 저는 재료는 파인 다이닝 업장용으로 쓰고, 공정은 업장용과 가정용을 적당히 절충해 만듭니다. 

 


활용하기

 

이렇게 만든 레몬 피클은 다양하게 써먹을 수가 있습니다. 해산물 요리, 고기요리, 튀김 요리, 느끼한 요리, 파스타, 심지어 디저트에도, 어디든 쓸 수가 있어요. 저는 집에서 피쉬 앤드 칩스 먹을 때도 곁들입니다. 헤스톤의 <디너>에서는 다음과 같이 활용을 하고 있었습니다.

 

 

 

 

 

 

 



레몬 피클 찾으셨습니까?
접시 바닥에 깔린 투명한 노란색 소스도 유심히 보세요.

 

 

 

 

 

 

 



레몬 피클 찾으셨습니까.

 

 

 

 

 

 

 

 


여기서도 레몬 피클 찾으셨습니까?
바닥에 또 노란색 소스가 있지요?


이 레몬 소스는 어떻게 만드냐면요,
레몬 피클 건더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레몬 피클 액을 체로 잘 거른 뒤 동량의 올리브 오일을 거품기whisk로 쳐 가며 천천히 합쳐주면 됩니다. 예를 들어, 잘 거른 레몬 피클 즙 100g에 올리브 오일 100g을 합친다는 거죠. (액체도 부피ml가 아니라 무게g로 재서 쓰는 게 더 정확합니다. 기름과 물은 같은 부피일 때 무게가 달라요.)


이것도 아주 쉽죠?

 

 

 

 

 

 

 

 


제가 정말 맛있게 먹었던 이 요리에도 레몬 피클이 들어갔다는데, 다른 재료들과 함께 볶여 알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여간, 레몬의 산미가 필요한 곳에 넣어주면 아주 좋다는 거지요.


이상, 헤스톤의 만능 레몬 피클과 레몬 소스 만드는 법을 알려드렸습니다. 집에서 양식 해 드실 때 잘 활용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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