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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음식] 워터크레스·크레송·물냉이 ① 개관 Watercress Facts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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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음식] 워터크레스·크레송·물냉이 ① 개관 Watercress Facts

단 단 2016. 5. 25. 00:00

 

 

 

 

 

단단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잎채소, 워터크레스

 

영국에 계신 유학생 여러분, 공부하느라 바쁘긴 하지만 그 와중에도 잘 먹고 싶고 건강도 챙기고 싶으시죠? 워터크레스를 가까이 하십시오. 우리말로는 '물냉이', 프랑스어로는 '크레송'이라고 하죠. 수퍼마켓 잎샐러드 매대에서 늘 볼 수 있는데, 잎채소 중 아마 영양이 가장 많은 게 이 워터크레스일 겁니다. 겨자의 친척이라 쌉쌀하고 알싸한 게 개성 있고 얼마나 맛있는지 모릅니다.


워터크레스는 영국인들이 아주 먼 옛날부터 먹어 오던 잎으로 옛 문헌에도 자주 언급이 되며, 로켓(rocket = rucola = arugula)과 함께 가장 영국적인 잎채소로 여겨지곤 합니다. 워터크레스의 영양적 가치는 중세 때 이미 인식되었고, 1700년대에는 워터크레스가 피를 맑게 해 준다는 믿음이 널리 퍼져 워터크레스로 만든 수프가 대유행을 하기도 했습니다. 1808년부터는 상업적으로 재배를 하기 시작해 이후 확장된 철도망을 통해 런던과 여러 도시에 보급할 수 있었습니다.


연중 내내 수확할 수 있지만 4월부터 10월까지가 특히 맛있습니다. 잎은 부드럽고, 줄기는 살짝 데친 숙주처럼 아삭crunchy합니다. 쌉쌀하긴 하나 로켓만큼 쓰지는 않으면서 로켓에는 없는 알싸한 겨자 기운이 있어 제가 참 좋아합니다.

 

 

 

 

 

 

 

 


워터크레스 주산지, 햄프셔

 

워터크레스는 특별한 환경을 필요로 합니다. 석회암 지대 대수층에서 솟은 맑고 차고 깨끗한 센물hard water이 계속해서 흐르는 곳에서 특히 잘된다고 하죠. 까탈스럽고 깔끔한 녀석들인 거죠. 미네랄이 풍부한 물에서 자라므로 워터크레스에도 이들 성분이 많이 축적됩니다. 겨울철에도 물 온도가 11˚C 정도로 일정하게 유지되어야 한다니, 한국에서는 야외 재배가 좀 힘들 것 같네요. (영국은 겨울이 춥지 않습니다.) 기온이 올라가 병충해가 생길 만한 여름철에는 계속해서 스프링클러를 돌려 대므로 벌레가 잎에 앉지를 못 해 약을 칠 필요도 없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무공해 재배가 가능하죠.

 

계절에 따라 맛의 뉘앙스가 조금씩 달라져 봄에 올라오는 어린 잎들은 맛이 연하면서 보드랍고, 가을로 갈수록 특유의 그 알싸한peppery 맛이 짙어집니다. 외국산에 비해 영국산 워터크레스가 맛의 강도가 훨씬 세다고 하는데, 잎채소는 강렬한 풍미가 곧 영양과 직결되는 경우가 많아 맛이 진할수록 영양이 높다고 하죠. 그러니 유학생 여러분, 영국에 계실 때 워터크레스 많이 드세요. 아, 제가 또 워터크레스 주산지인 햄프셔Hampshire 주에 살고 있지 않겠습니까. 영국 와서 이 작고 동글동글한 귀여운 잎을 처음 먹어 보고는 하도 신기하고 맛있어서 워터크레스 생산지인 올스포드Alresford 마을로 소풍도 다 갔다 왔다니까요. 윈체스터 근처에 있는 그림 같은 마을입니다.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보석 같은 장소입니다. 영상에서 워터크레스 재배지의 물이 얼마나 깨끗하고 투명한지 보셨죠.

 

그건 그렇고,
영국은 희한하게도 농부나 농장주들의 행색과 때깔이 도시 사람들보다 좋은 경우가 많습니다. 영상에 나온 사람도 무슨 억대 연봉의 도시 전문직 같지 않나요? 영국의 농장주들 중에는 농업 관련 박사학위 소지자도 많고 부자도 많아요. 인터뷰를 하면 농부들이 말도 기차게 잘합니다.



가난한 자가 더 건강할 수 있었던 이유


옛 시절, 고기 사 먹을 돈이 없는 가난한 자들은 고기 대신 이 워터크레스를 빵 사이에 끼워 아침 식사로 먹곤 했고, 이마저도 누릴 수 없는 극빈자들은 끼니로 워터크레스 한 다발만 겨우 먹었다고 해서 워터크레스에 '가난한 자의 빵'이라는 별명이 다 붙게 되었다는데, 워터크레스 먹던 이들이 고기 먹던 귀족들, 부자들보다 오히려 더 건강했다고 하니 뭔가 통쾌합니다. 그만큼 영양이 많은 잎이라는 소리지요. 각종 비타민과 미네랄뿐 아니라 잎채소 주제에 심지어 오메가-3도 다 갖고 있다고 합니다. 영국인들은 효능 따져가며 음식 먹는 사람들은 아닌데, 영국 땅에서 나는 농산물 중 귀리oat와 워터크레스만큼은 영양이 특별히 많은 고마운 식품으로 생각들을 합니다. 영국인들은 이 잎을 다음과 같이 활용합니다.

 

 

 

 

 

 

 



1. 브런치 등에 곁들여서

 

유학생 여러분들을 위해 5분도 안 돼 만드는 간단한 음식을 하나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잉글리쉬 머핀을 반 갈라 토스트 한 뒤 각자 좋아하는 소스를 바르고 스크램블드 에그와 스코티쉬 훈제연어를 얹어 드셔 보세요. (저는 시판 냉장 씨저 샐러드 소스 발라 먹는 걸 좋아합니다.) 이때 워터크레스를 곁들이면 잘 어울리고 아주 맛있습니다. 스크램블드 에그는 보들보들 촉촉해야 맛있으니 짧게 익히세요. 워터크레스는 기름하고 궁합이 잘 맞으니 질 좋은 올리브 오일을 소량 뿌려서 드시면 좋습니다. 매운 기운이 많이 누그러져 맨잎 먹을 때 보다는 좀 더 많이 먹을 수 있게 해줍니다. 영국식, 프랑스식, 미국식 스크램블드 에그 비교 시연 

 

 

 

 

 

 

 

 


2. 생선요리, 고기요리 등에 곁들여서

 

이번에는 닭고기 요리로 소개해드립니다. 고든 램지의 선생이었던 마르코 피에르 화이트의 닭가슴살 요리입니다. 최연소로 미슐랑 3-스타를 받은 영국 셰프인데 "나 이딴 별 따윈 필요 없어." 하고 반납해버린 무서운 사람입니다. 욕은 안 하는데 고든 램지보다 몇 배는 더 까칠합니다. 가정요리라서 이것도 쉽고 간단하지만 치킨 스톡 큐브와 영국식 커리 파우더가 있어야 합니다. 영국식 커리 파우더는 집에 한 병 두면 요긴하게 쓸 수 있으니 장만해 두시기를 권합니다. 전분과 조미료 든 한국·일본식 끈끈한 카레 가루와는 달라요. 완성된 닭고기 색이 예쁘죠? 여기에 워터크레스를 흩뿌리니 근사합니다. 영상에서도 "워터크레스, 이거 진짜 영국스러운 거지." 하죠.


닭고기를 주철cast iron 지짐판에 뜯기지 않고 얌전히 잘 굽기 위해서는 다음의 세 가지를 주의해서 지켜주셔야 합니다.


(1) 기름을 양념에 미리 넣어 닭고기 표면에 문질러줄 것
(2) 주철 줄무늬 지짐판을 최대한 뜨겁게 달군 뒤 닭고기를 얹을 것
(3) 고기를 얹고 나서 너무 일찍 뒤집지 말 것

 


3. 샐러드로

 

녹색 잎이 필요한 샐러드 어디든지 넣어보세요. 기왕 샐러드 잎 쓰는 거, 영양가 하나 없고 물만 많은 맛없는 양상추 대신 워터크레스로 쓰시면 좋지요. 아삭한 식감은 다른 재료로 내면 됩니다. 워터크레스 샐러드는 종류도 많고 변주도 많으니 구글 이미지 검색 결과로 대체합니다.

워터크레스 샐러드

 

 

 

 

 

 

 

 


4. 클래식 티 샌드위치인 에그 앤드 크레스 샌드위치로

 

삶은 달걀을 굵직굵직하게 썰어 소금 후추로 간하고 잉글리쉬 머스타드와 마요네즈에 버무린 뒤 워터크레스를 끼워 드세요. 영국의 클래식 티 샌드위치입니다. 한국에서도 삶은 달걀로 샌드위치 많이들 만들어 먹죠? 영국인들처럼 크레스나 워터크레스를 끼워 드시면 더욱 좋지요. 만들기도 쉽고, 먹기도 편하고, 맛도 좋고, 영양도 만점. 한 끼 식사로 훌륭하죠. 피크닉이나 점심 도시락으로 싸 갖고 나가기도 좋고요.

 

 

 

 

 

 

 



5. 워터크레스 수프로

 

생으로 먹는 것이 영양면에서는 가장 좋긴 하나 제철에는 좀 더 다양하게 해 먹어도 나쁠 것 없지요. 내용이 길어질 것 같아 글을 따로 뺐습니다. 곱게 갈아서 사진에 있는 것보다 더 고운 질감을 내셔도 됩니다.
☞ 워터크레스 수프 세 가지

 

 

 

6. 워터크레스 소스, 퓨레, 거품으로

 

영국인들은 워터크레스로 소스, 퓨레, 거품 등도 만듭니다. 워터크레스 소스는 고기에도 잘 어울리지만 생선이나 관자, 굴 등 해산물 요리나 유제품 쓰는 요리에 곁들이면 특히 잘 어울립니다. 

 

 

 

 

 

 

 


7. 워터크레스 타트로


파이와 타트의 나라인데 워터크레스로 이것들을 안 만들 리가 없지요. 내용이 길어질 것 같아 이것도 글을 따로 뺐습니다. 시금치 타트는 많이 보셨어도 워터크레스 타트는 생소하실 텐데요, 독특한 맛이 나면서 아주 맛있습니다. 고기나 생선이 안 들어가므로 유란채식주의자lacto-ovo vegetarian들도 먹을 수 있습니다.

워터크레스 타트 두 가지

 

 

 

 

 

 

 



8. 남는 건 어뜩하우?

 

한 봉지 사서 한 번에 다 못 먹고 남기게 되면 우리 한국인들은 고민할 것 없이 그냥 국이나 찌개, 라면 등에 넣어서 처치하면 됩니다. 워터크레스는 금방 물러서 하루 이상 보관할 수 없으니 남으면 그 다음 끼 라면 끓여 드실 때 몽땅 넣어 처치하세요. 우리나라 산나물들처럼 말리는 것도 불가능해 신선할 때 다 드셔야 합니다. 국물에 넣어 드실 때 오래 익히면 영양소가 파괴되니 불 끄고 넣으시고요. 너구리 순한 맛에 워터크레스 남은 걸 모두 넣어 먹어 본 적 있는데 깜짝 놀랄 정도로 너구리 맛이 좋아집니다. 어묵탕에 넣은 것도 맛있습니다. 해산물 맛에 특히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생으로는 많이 못 먹지만 이렇게 살짝 익히면 숨이 죽어 많이 먹을 수 있습니다. 국물에 데치면 쌉쌀한 맛이 많이 누그러져 고소해지고 식감은 벨벳처럼 부드러워집니다. 한 잎도 버리지 마시고 꼭 활용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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