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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고기 ◆ 이태리 브레자올라 델라 발텔리나 Bresaola della Valtellina PGI 본문

조제 고기

조제고기 ◆ 이태리 브레자올라 델라 발텔리나 Bresaola della Valtellina PGI

단 단 2016. 4. 5. 00:00

 

 

 

이태리의 조제고기들.

 

 

치즈 시식기가 스무 개 넘게 밀려 있는데 유럽의 조제고기 시식기를 또 새로 시작합니다. 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치즈가 존재하므로 치즈 시식기는 여간해서 끝을 볼 수가 없을 듯합니다. 어제 또 새로운 치즈를 사 왔습니다. 치즈 시식기와 마찬가지로 조제고기도 수퍼마켓에서 구할 수 있는 것들로 먼저 시작을 하겠습니다. 델리 카운터에 있는 큰 덩이에서 원하는 만큼 저며서 살 수도 있고, 냉장 선반에서 얇게 저며져 포장돼 있는 것을 집어 올 수도 있는데, 포장에 인쇄돼 있는 정보가 필요하므로 가능하면 포장육으로 사서 사진을 올릴까 합니다. 똑같은 품질일 때는 미리 저며 놓은 것보다 큰 덩이에서 바로 저며서 사는 것이 맛과 향이 생생해 더 맛있기는 합니다. 그런데 카운터에 있는 사람이 둔해서 최적의 두께를 못 맞춰 썰어 주면 또 맛이 제대로 안 나요. 못 미더울 땐 그냥 생산자가 미리 썰어 포장해 놓은 제품을 사는 게 낫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조제고기는 이태리 북부 롬바르디아 주region 발텔리나의 특산품입니다. 포장에 유럽연합이 수여한 파란색 노란색의 동그란 'PGI' 표식이 보이죠? '지리적 표시제Protected Geographical Indication'의 약자로, 지정된 곳에서 지정된 엄격한 제법으로만 생산할 수 있다는 뜻이며 원료는 꼭 그 고장에서 난 것이 아니어도 됩니다. 빨간색 노란색의 'PDO' 표식은 원료까지 지정한 데서 생산된 것을 써야 한다는 뜻이고요. 조제고기의 세계에서는 돼지고기가 왕이지만 오늘 소개해 드릴 브레자올라는 쇠고기로 만듭니다.

 

 

 

 

 

 

 

 

 

발텔리나 특산 브레자올라에 쓰이는 쇠고기 부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 haunc's Tio 

• loin 

• underloin 

• topside 우둔살

• underbone

 

기름기가 거의 없는 부위로 만들어 저렇게 빨갛고 결이 곱습니다. 납품 받은 고깃덩이에서 지방이나 질긴 건sinew을 칼로 꼼꼼히 제거한 뒤 향신료와 말린 향초 등을 혼합한 소금으로 잘 문질러 최소 10일 정도 염지를 하는데, 염지제는 생산자별로 구성과 배합비가 조금씩 달라 뉘앙스의 차이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제가 사 온 브레자올라는 영업 비밀인지 염지제에 넣은 향신료와 향초를 자세히 밝히질 않고 그냥 다음과 같이 써 놓았습니다.

 

Beef topside, salt, natural flavourings, preservatives sodium nitrite and potassium nitrate.


어떤 생산자들은 그 'natural flavourings'의 구성 요소를 아래와 같이 낱낱이 밝히기도 합니다. 숙성을 돕기 위해 와인이나 설탕을 첨가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black pepper, garlic, coriander, cinnamon, cloves, nutmeg, caraway, star anise and bay leaf.


염지를 마친 뒤에는 천연 장casing이나 인공 장에 넣어 1주일 정도 건조실에서 건조를 시킵니다. 초기에 빠른 속도로 건조가 되어야 좋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12~18˚C 사이의 온도로 맞춰진 숙성실로 보내져 고기 무게에 따라 건조 기간을 포함해 4주에서 8주까지 숙성에 들어갑니다. 염지와 건조가 이루어지는 장소 역시 온습도와 공기 순환이 최적으로 맞춰져야 하므로 특별한 공조 설비가 돼 있어야 합니다. 생산 과정은 다음의 영상을 참고하세요. 

 

 

 

 

 

 

 

 

어디, 맛을 볼까요?

건조로 인해 쇠고기 향미가 농축되었다고는 하나 조제고기치고는 맛이 순한 편입니다. 과일맛, 견과류맛, 향신료맛 등이 희미하게 감지되고 버섯향 비슷한 매력적인 곰팡내도 납니다. 쇠고기 다시다풍의 진한 우마미가 난다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맛이 자극적이지 않고 우아하다고나 할까요. 고기 자체의 결이 고와 혀에 닿는 감촉도 꼭 고운 벨벳 같습니다. 1.0mm에서 1.5mm 두께로 썰어야만 맛과 향, 식감 모두 최적의 상태로 즐길 수 있다고 합니다. 

 

 

 

 

 

 

 

 

 

브레자올라 먹는 법 ① 전통식

 

산지에서는 브레자올라에 로켓과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얇게 저민 것을 곁들이고 올리브 오일, 레몬 즙, 후추를 뿌려 전식antipasto으로 먹는다고 합니다. (로켓rocket을 이태리에서는 '루꼴라rucola', 미국에서는 '아루굴라arugula'라고 부릅니다.) 이렇게 해 놓으면 꼭 ☞ 카르빠치오처럼 보여 헷갈려 하실 수도 있는데, 카르빠치오는 생쇠고기로 만들고 이건 조제한 쇠고기로 만듭니다.

 

그런데, 조제고기라 해도 브레자올라는 맛이 순한 편이라 농축된 우마미의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와 함께 먹으니 기운이 많이 밀리는 듯합니다. 맵싸한 로켓한테도 밀리고요. 현지인들이 먹는 전통 조합이라고는 하나 저는 이 조합이 썩 맛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곁들인 것들의 향미가 너무 강해 주인공인 브레자올라가 기를 못 편다는 느낌이 듭니다. 고로, 이 방식보다는 저는 그냥 브레자올라만 단독으로 먹거나, 아니면 아래의 방식으로 먹는 것을 추천하겠습니다.     

 

 

 

 

 

 

 

 

 

브레자올라 먹는 법 ② 브레자올라 '꽃' 샐러드 

 

이태리 요리사 두 명이 함께 쓴 ☞ 요리책에서 소개해 드립니다. 영국에서 활동중인 요리사들입니다. 제가 재료와 공정에 손을 약간 보았습니다. 위의 현지식에다 다른 재료들을 좀 더 추가해 보다 풍성한 샐러드로 만든 건데, 브레자올라는 저며 놓은 고기 모양과 색이 예뻐 샐러드에 이용하면 시각적으로도 아주 근사합니다. 이 자체로 든든한 한 끼 식사가 될 수도 있고, 알록달록 보기 좋고 맛도 좋아 손님 초대상에 올려도 손색이 없습니다. 

 

 

재료

[4인분]

 

• 식빵 3장

•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 2큰술 [1큰술 = 15ml]

• 젬 레티스gem lettuce 2포기, 잎을 모두 떼어 놓을 것

• 와일드 로켓 소량 

• 래디쉬radish 100g, 얇게 저밀 것

• 퍼플 올리브 20알, 씨가 그대로 있는 것으로

• 달걀 2개, 삶아서 4등분할 것

• 브레자올라 얇게 저민 것 80g

 

드레싱

•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 4큰술

• 화이트 와인 비니거 2큰술

•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강판에 간 것 2큰술

• 후추

• 마늘 1톨, 껍질 벗겨 반 가른 뒤 여기저기 칼집 낼 것

 

 

만들기

 

1. 드레싱 재료들을 한데 넣고 잘 섞는다. 마늘은 드레싱을 샐러드에 뿌리기 직전에 제거한다. 

 

2. 식빵은 가장자리를 칼로 제거한 뒤 붓으로 올리브 오일을 앞뒤로 바른다. 대각선으로 4등분하고 마른 팬에 얹어 앞뒤로 노릇노릇 지진다. 키친 타월에 올려 여분의 기름을 뺀다. [귀찮은 분들은 팬에 기름을 두른 뒤 식빵을 얹어 지져도 되는데, 이렇게 하면 식빵이 기름을 거의 무제한 흡수합니다. 가능하면 붓으로 칠하세요. 가지를 기름에 부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3. 샐러드 재료들과 브레자올라를 접시에 보기 좋게 담고 드레싱을 뿌려서 낸다. 끝.

 

 

이것도 쉽죠?

저는 달걀을 저 정도로 삶았을 때가 노른자 색도 예쁘고, 맛도 식감도 가장 좋더라고요. 고생할 것 없이 그냥 달걀 찜기를 '미디엄medium'으로 맞춰 전원만 올리면 됩니다. 편하게 살자고요. 

달걀 찜기 장만한 뒤 삶이 수월해져

 

접시에 담긴 모든 요소를 한 번에 다 입에 넣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어차피 나누어 먹어야 하는데, 아래와 같이 두 단계로 나누어 먹으면 맛이 잘 살면서 궁합이 잘 맞습니다.

 

1. 바삭한 식빵 + 삶은 달걀 + 브레자올라

2. 주름 사이사이에 드레싱을 흠뻑 머금게 한 젬 레티스 + 로켓 + 올리브

 

쌉쌀한 래디쉬는 1번에 곁들이든, 2번에 곁들이든, 단독으로 먹든 상관 없고요. 올리브는 익은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인공적으로 까맣게 만든 엉터리 속성 제품 쓰지 마시고 씨를 미리 빼지 않아 맛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잘 익은 퍼플 올리브로 쓰세요. 올리브는 아무리 잘 익어도 새까맣게 되지 않습니다. 오랜 시간 들여 정성껏 만든 브레자올라의 격에 맞춰 다른 재료들도 기왕이면 질 좋은 것으로 쓰는 게 좋지요. 대신 올리브 씨 끝이 뾰족해 날카로울 수 있으므로 아이들과 함께 먹을 때는 지도를 해 주셔야 합니다. 먹기 직전에 손으로 눌러 씨를 뺀 다음 주셔도 좋고요. 색다른 샐러드를 즐기고 싶은 분들께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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