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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고기 ◆ 이태리 밀라노 살라미 Salame Milano 본문
▲ 이태리의 조제고기들.
▲ 밀라노.
이번에는 저 북쪽의 밀라노 살라미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영국 수퍼마켓들 조제고기 선반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살라미가 독일의 훈제 살라미와 이태리의 밀라노 살라미입니다. 다른 살라미들에 비해 값은 싼데 맛은 결코 뒤지지 않아 자주 사 먹습니다.
위의 영상을 한번 보세요. 살라미가 자연 건조하는 동안 밑으로 처져 불룩해지지 않도록 숙달된 장인이 끈으로 살라미를 동여매는 장면이 나오는데, 예술입니다. 최장 50분까지 걸려서 매듭을 짓는다고 하죠. 고기도 얼마나 곱게 가는지 영상으로 확인해 보시고요.
이 밀라노 살라미는 돼지고기만 단독으로 써서 만들 수도 있고, 돼지고기와 쇠고기를 섞어서 만들 수도 있다고 합니다. 혼합 고기로 된 것은 저는 아직 맛을 보지 못 했습니다.
나폴리 살라미와는 달리 밀라노 살라미는 살코기와 지방을 곱게 갈고 지방을 고르고 촘촘하게 박기 때문에 식감도 곱고 혀에 닿는 감촉도 좀 더 부드럽습니다.
집에 있는 소세지 백과사전을 보니 바다 소금과 레드 와인을 쓰고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자연 건조와 숙성을 시킨다고 하네요.
밀라노에서는 아무런 소스 없이 밀라노 빵인 ☞ 미켓따 위에 그냥 얹어서 즐긴다 하고요.
<웨이트로즈> 수퍼마켓의 밀라노 살라미입니다.
제품 설명:
A traditional fine cut Italian salami seasoned with white wine, pepper and a hint of garlic. Dry cured and fully matured.
소세지 백과사전에서는 레드 와인을 쓴다고 돼 있어서 위의 설명에 레드 와인이라 썼는데,
어라?
실제 제품을 사서 성분표를 보니 화이트 와인을 썼다고 적혀 있습니다. 제가 이래서 백과사전이나 책 한 권 읽은 것 가지고 알은체하면 안 된다고 하는 겁니다. 저는 백과사전에서 봤다며 박박 우기는 사람처럼 우스운 사람이 세상에 또 없어요. 한국에서 '체다'를 하도 '체더'로 잘못 발음하고 쓰고들 있길래 "'cheddar'가 어떻게 '체더'로 표기가 됩니까? '체다'가 맞고 영국에서도 '체다'로 발음합니다. 가급적 철자를 살려 적는 한글 외래어 표기법에 비추어 보아도 어쨌거나 '체다'가 맞습니다." 했더니, 어떤 "학원 좀비 새끼" 한 마리가 국어사전에서 봤는데 무슨 헛소리냐며 박박 우깁니다. (영어 외래어 표기법에 대해서는 제가 날 잡아 대차게 까 보겠습니다.)
고로, 저는 폭넓은 정의를 선호하는 참지식인답게 "밀라노 살라미에는 레드 와인이나 화이트 와인 어떤 것이든 쓸 수 있다"로 정정하겠습니다.
성분:
Pork, Salt, White Wine, Corn dextrose, Black Peppercorns, White Pepper, Sodium Ascorbate and Ascorbic Acid (Antioxidants), Potassium Nitrate and Sodium Nitrite (preservatives), Garlic. 끝.
살라미 100g을 만들기 위해 128g의 돼지고기를 썼다고 포장에 명기되어 있습니다. 건조 및 숙성하는 동안 수분이 날아가는 거지요.
이건 <세인즈버리즈> 수퍼마켓에서 사 온 밀라노 살라미입니다.
제품 설명:
Finely minced and seasoned with pepper and garlic.
성분:
Pork, Salt, Sugar, Dextrose, White Pepper, Sodium Ascorbate (Antioxidant), Garlic, Potassium Nitrate and Sodium Nitrite (Preservatives). 끝.
어라?
여긴 또 와인이 아예 안 들어갔어요. 통후추알도 안 박혀 있고요. 이 밀라노 살라미도 나폴리 살라미처럼 유럽연합에 의해 PDO, PGI로 보호·감독을 받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생산자별로 성분에 차이가 날 수 있는 모양입니다.
고로, 이렇게 정의를 다시 내리겠습니다. 3차 정의입니다.
(어휴, 글 한번 쓰기 힘드네;;)
"밀라노 살라미는 돼지고기뿐 아니라 쇠고기를 섞어서도 만들 수 있는데, 살코기와 지방은 곱게 갈아야 하고, 와인, 후추, 마늘로 맛을 내되, 와인은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 중 어떤 것이든 쓸 수 있고, 넣기 싫으면 넣지 않아도 되며, 후춧가루는 넣어도 통후추알은 넣든지 말든지 생산자 마음대로 할 수 있다."
이 제품은 100g을 만들기 위해 138g의 돼지고기를 썼습니다.
밀라노 사람들이 밀라노 살라미 먹을 때 같이 먹는다는 미켓따michetta 빵을 못 샀으니 대신 이태리 재료를 써서 만든 빵을 곁들여 먹어 보겠습니다.
재료는 이태리의 피짜용 밀가루인 'Tipo 00' 밀가루, 이태리산 올리브 오일, 이태리 노첼라라noccelara 올리브 등을 써서 만들었는데 형태는 프랑스의 푸가스fougasse를 하고 있으니 재미있죠. 저렇게 나뭇잎 잎맥처럼 칼집을 내서 구운 프랑스 빵을 푸가스라 부르는데 푸가스의 장점은,
이렇게 손가락처럼 찢어 먹을 수 있다는 거죠. 먹기 편해서 좋아요.
그런데..
이게 웬 좀비 손가락이랍니까?
무심코 뜯은 건데요;;
살라미를 사면 꼭 꽃 모양으로 접어 봅니다. 얼마나 얇게 썰렸고 부드러운지 알아보기 위해서죠.
밀라노 살라미와 나폴리 살라미 비교
밀라노 살라미가 나폴리 살라미보다 더 달고, 더 순하고, 산미도 더 은은하게 나고, 고기 향도 좀 더 나면서 분유 같은 고소한 유제품 풍미가 납니다. 곱게 갈려서 표면도 더 매끄럽고 식감도 더 곱고요. 지방이 고르게 박혀 있어서 씹으면 기름기가 고르게 배어 나와 더 기름지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번에는 밀라노 살라미와 스피아나따 로마나 살라미 비교
맨 윗줄은 스피아나따 로마나 살라미, 중간은 프로슈토, 맨 아랫줄은 밀라노 살라미입니다. <세인즈버리즈> 수퍼마켓에서 사 온 모둠 제품입니다. 프로슈토는 고기 부위가 아예 다르고 개념 자체가 다른 조제고기이니 제껴두고, 두 살라미만 놓고 비교를 해보자면요,
밀라노 살라미와 나폴리 살라미는 처음 먹는 사람도 대번 차이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다르지만, 밀라노 살라미와 스피아나따 로마나 살라미는 맛이 거의 같아서 저도 구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왜 이렇게 맛이 비슷한가 봤더니 성분이 거의 같습니다. 밀라노 살라미는 원형이고 스피아나따 로마나 살라미는 길죽한 형태를 하고 있어 결국 입에 들어오는 살라미 양을 통해 구분하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입니다. 스피아나따 로마나 살라미는 따로 소개를 해 드리겠습니다.
어쨌거나 밀라노든 나폴리든 로마든, 까실까실한 살라미들을 먹다가 프로슈토를 먹으면 보들보들 살살, 실크처럼 녹아 내려 혀가 놀랍니다. 프로슈토가 왜 살라미보다 비싼지 이해가 되죠. 부위도 더 좋은 걸 쓰고 있고요. 프로슈토가 좀 더 짜고 고기 냄새도 더 짙긴 하지만요. 그래도 살라미들에서는 특유의 그 매력적인 누룽지향이 나므로 저는 살라미를 먹지 않고는 못 견딥니다. 돼지고기 지방은 다른 고기 지방과 달리 입 속 체온에서도 녹아 내린다죠. 이때 느끼는 관능미를 결코 포기할 수가 없어서 채식주의자로 끝까지 살아남지 못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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