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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고기 ◆ 이태리 프로슈토 디 산 다니엘레 Prosciutto di San Daniele PDO 본문
▲ 이태리의 조제 고기들.
지난 번엔 파르마Parma 지역의 햄을 소개해드렸죠. 오늘은 산 다니엘레 델 프리울리San Daniele del Friuli 지역의 햄을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포장을 유심히 보세요. 이것도 유럽연합에 의해 PDO로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빨간색 노란색의 동그란 PDO 표식이 보이죠?
"SD" 약자가 들어 있는 돼지 뒷다리 상징도 있는데, 파르마 햄은 왕관을 상징으로 쓰고, 이 산 다니엘레 햄은 발굽까지 붙어 있는 돼지 뒷다리를 상징으로 씁니다. 파르마 햄은 족발trotter과 정강잇살shank 부위를 제거하고 다릿살shoulder과 엉덩잇살top end, narrow end만 써서 조제를 하나, 산 다니엘레 햄은 족발과 정강잇살도 모두 포함해 조제를 한다죠. 그래서 차별화 전략에서 이런 상징을 쓰나 봅니다. 뒷다리 하나가 그대로 보존돼 있으니 누구라도 대번 알아볼 수가 있죠.
발굽까지 그대로 다 썼을 때의 장점
산 다니엘레 햄은 왜 족발과 정강잇살을 제거하지 않고 쓰는 걸까요? 뒷다리 전체를 고스란히 보존해 조제를 하면 공기에 노출되는 잘린 단면이 적어져 수분을 돼지 껍질rind을 통해 고르게 날리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맛이나 질감에도 영향을 물론 미칠 테고요.
오래 숙성할수록 좋을까?
며칠 전에 산 햄인데 포장에 2014년 9월에 조제하기 시작했다는 날짜 표시가 보입니다. 20개월 정도 숙성이 된 셈이네요. 파르마 햄은 최저 12개월을, 산 다니엘레 햄은 최저 13개월을 숙성시켜야 PDO 표식을 얻기 위한 시험 자격이 주어집니다. 개월수만 채우면 저절로 PDO 햄이 되는 게 아니라 전문가가 평가를 해서 합격을 해야 합니다. 이 최소 숙성 기간을 채운 뒤 평가에 합격하고 PDO 표식을 얻게 되면 그 다음엔 생산자 재량껏 숙성 기간을 더 늘릴 수도 있는데, 오래 숙성할수록 좋은 걸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치즈와 마찬가지로 이것도 숙성 기간에 취향을 탑니다. 숙성 기간이 길어질수록 풍미는 짙어지나 대신 수분이 증발하는 시간도 같이 늘어나 햄이 더 건조해집니다. 최저 충족 기간만 채우고 나면 수분이 아직 많이 남아 있는 이 상태의 부드러운 질감을 살릴 것이냐, 질감은 다소 희생시키더라도 더 숙성을 시켜 농후한 맛을 낼 것이냐를 놓고 결정을 해야 합니다. 저는 숙성 기간이 지나치게 길지 않은 촉촉하고 부드러운 프로슈토 쪽을 더 좋아합니다.
나머지 기준은 파르마 햄이나 산 다니엘레 햄이나 둘 다 동일합니다. 산 다니엘레 햄도 바다소금 외에는 어떤 것도 쓰지 않으며 첨가물도 일절 넣지 않습니다. 파르마 햄과 마찬가지로 산 다니엘레 햄 생산자들도 생산지의 공기가 맛을 더해 준다고 믿고 있죠.
산 다니엘레 햄을 식별하는 법입니다. 파르마 햄은 저 멈춘 화면에서 장인이 오른손으로 잡고 있는 부위 아래까지만 사용해서 조제를 하고, 산 다니엘레 햄은 저렇게 발굽까지 모두 포함시켜 조제를 한다는 거죠.
산 다니엘레 햄의 껍질에 표기되는 사항들
• 돼지가 자란 곳 코드
• 돼지가 태어난 달
• 도축장 코드
• 조제 시작일
• 햄을 조제한 공장 코드
맛을 보니 확실히 산 다니엘레 햄 쪽이 맛의 인상이 더 또렷하면서 간도 약간 더 셉니다. 한국인들 입맛에는 파르마 햄이 좀 더 나을지 모르겠습니다. 바다소금 외에는 어떤 것도 쓰지 않았다는데 오만 가지 맛이 느껴집니다. 저는 잣pine nut 맛도 다 느꼈습니다.
파르마 햄보다 산 다니엘레의 간이 약간 더 센 이유
기타 모양이 되도록 납작하게 눌러서 고기 모양을 잡기 때문에 같은 양의 소금을 써도 소금이 안으로 더 침투를 하게 됩니다.
파르마 햄보다 산 다니엘레의 풍미가 짙은 이유
돼지 뒷다릿살을 발굽까지 그대로 다 쓰므로 발굽이 위로 오도록 매달아 두면 정강잇살 쪽에 있던 맛있는 육즙이 아래쪽 부위로 이동을 해 단맛을 더 내주기 때문이라는군요. 파르마 햄이나 산 다니엘레 햄이나 사실 맛에 큰 차이는 안 나므로 요리에는 둘 중 어떤 것을 써도 무방합니다.
참, 사진을 자세히 잘 보면 맛소금 뿌린 것 같은 하얀 가루가 보일 겁니다. 장기 숙성 시 나타나는 특징 중 하나인 아미노산 결정tyrosine입니다.
이건 다른 날 사 온 산 다니엘레 햄인데, 여기서도 아미노산 결정이 보이죠? 장기 숙성으로 풍미는 짙어졌으나 대신 살은 좀 더 건조해졌습니다. 한 장 한 장 들어내는데 건조해서 살이 막 갈라집니다. 미리 썰어 포장을 한 뒤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난 탓도 있을 테고요.
프로슈토 디 산 다니엘레 즐기기
프로슈토를 필요로 하는 레서피라면 어떤 것에든 이 산 다니엘레 햄을 쓸 수가 있는데, 저는 영국 아스파라거스가 제철을 맞았으니 아스파라거스를 활용한 레서피로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한국도 아스파라거스가 나왔나요? 영국산은 이제 막 나왔습니다.
아스파라거스는 목질화한 밑동을 제거한 뒤, 손님상에 내실 분들은 겉껍질을 Y-필러로 모두 벗기고, 가족끼리 드실 분들은 영양분과 섬유질이 아까우니 껍질 벗기지 말고 그대로 쓰십시오.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에서는 겉껍질을 벗기고 씁니다.) 그리고는 소금 푼 끓는 물에 살짝 익히세요.
수란도 필요합니다. 영국에서는 수란에 달걀 대신 좀 더 큰 오리알을 쓰기도 합니다. 달걀보다 노른자가 크기 때문에 노른자를 소스처럼 활용하는 음식에 쓰면 특히 좋습니다. ☞ 오리알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조립은 이렇게 합니다.
• 뜨겁게 데운 접시 위에 소금물에 데친 아스파라거스를 올리고,
• 프로슈토 올리고,
• 수란 얹고,
• 후추 뿌리고,
• 차이브chive 잘게 썰어 흩뿌리고,
• 허니 머스타드 소스 만들어 두르면, 간단하면서 맛있는 전식starter 완성.
허니 머스타드 소스는 아래 재료들을 한데 넣고 잘 섞으시면 됩니다. 각 재료의 양은 맛을 봐 가면서 입맛대로 조절하세요.
• 올리브 오일 25ml
• 씨겨자 10g
• 화이트 와인 비니거 5ml
• 꿀 1큰술 [1큰술 = 15ml]
위의 사진은 수란을 가르기 전인데요, 나이프로 수란 앞부분을 살짝 터뜨려주면 그 다음엔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다들 잘 아시죠? 세상에서 몇 안 되는 아찔한 '푸드 포르노' 장면이 연출되는 거지요. 아흐.
한국에서도 산 다니엘레 햄을 구할 수 있는지 궁금한데, 파르마 햄이나 일반 프로슈토를 써도 똑같이 맛있으니 주말에 한번 즐겨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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