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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고기 ◆ 이태리 브리안짜 살라미 Salame Brianza PDO 본문
▲ 이태리의 조제고기들.
이태리 PDO 살라미를 드디어 소개합니다. (이태리어로는 DOP.) 유럽연합에 의해 PDO로 보호를 받으려면 원료 산지서부터 제조법에 이르기까지 까다로운 조건들을 엄수해 생산해야 합니다. 그만큼 값을 더 받을 수 있고요. 사람들이 마치 미슐랑 스타 레스토랑 찾듯 식품 포장에 PDO나 PGI 표식이 있으면 다른 제품보다 좀 더 관심을 갖게 됩니다.
브리안짜 살라미는 롬바르디아 주의 레꼬, 꼬모, 몬짜 브리안짜, 밀라노에서만 생산할 수 있고, 원료인 돼지고기는 에밀리아-로마냐, 롬바르디아, 삐에몬테 주에서 나고, 자라고, 도축된 것만 쓸 수 있습니다. 이때, 도축될 돼지의 월령은 최소 9개월은 되어야 하고 몸무게는 160 kg ± 10%가 되어야 합니다. 도축된 돼지의 어깻살shoulder을 다듬기 전의 살로 최소한 5kg은 사용해서 만들어야 합니다. 소금, 후추, 마늘, 와인으로 맛을 내야 합니다. 케이싱은 천연 돈장을 쓰든, 인공장을 쓰든, 생산자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작게 만든 것은 15일만 건조·숙성시켜도 되지만 일반적으로는 최소 5개월을 건조·숙성시켜야 합니다. 엄격하죠? 그 외의 자세한 규정은 ☞ 이 문서를 참고하세요. 다 옮겨 적으려니 엄두가 안 납니다. 그냥, "PDO로 보호·감독을 받는 식품이라서 확실히 생산 조건이 뭔가 까다롭다." 이 정도로만 알고 계시면 됩니다.
그런데...
브리안짜 살라미를 소개하려는데 모둠 제품을 사 왔더니 띠지에 가려 하필 브리안짜 살라미만 보이질 않네요. ㅋ 옷을 벗겨 보겠습니다.
제품 설명:
Produced by a fourth generation family business using a unique breed reared in the north of Italy on a selected diet of cereals and grains. Our selection includes Prosciutto di Parma, the classic Italian ham made only in the Parma province; tender and succulent Coppa, made with pork neck fillet and flavoured with garlic; and Salame Brianza, seasoned with wine, peppercorns and garlic and matured for 90 days to develop its rich, savoury flavour.
4대째 생산해 오고 있는 어느 가문의 조제고기들로, 브리안짜 살라미는 소금, 와인, 통후추알, 마늘을 써서 맛을 내고 90일간 건조 및 숙성을 시킨다고 합니다.
포장에는 다음과 같은 조언도 있었습니다:
Serving suggestion - to appreciate the full flavours, please remove the pack from the refrigerator and open 30 minutes before serving.
냉장고에서 미리 꺼내 포장을 뜯어 30분간 공기를 쐬어 준 뒤 먹으면 풍미가 진해져 더 맛있다고 하네요. 치즈와 마찬가지로 조제고기들도 냉장고에서 미리 꺼내 찬 기운을 가시게 해야 한다는 것까지는 알고 있었는데, 비닐 포장을 뜯어 공기를 쐬 주어야 한다는 건 처음 알았습니다. 마를까봐 그간 뜯지 않은 채로 실온에 두었다 먹었거든요.
동물복지 기준을 준수한 제품들을 취급하는 데 신경을 쏟고 있다는 문구도 있습니다:
Waitrose have selected assured farms in Italy demonstrating exemplary standards of animal welfare and traceability.
브리안짜 살라미의 성분:
Pork, Salt, White Wine, Corn Dextrose, Peppercorns, Sodium Ascorbate (Antioxidant), Pepper, Potassium Nitrate and Sodium Nitrite (Preservatives), Garlic. 끝.
100g의 브리안짜 살라미를 생산하기 위해 돼지고기 144g을 씁니다. 수분 손실이 꽤 많은 걸 보아 건조와 숙성을 오래 시킨다는 소리지요.
브리안짜 살라미만 따로 담아 확대해 봅니다.
살라미를 '감상'하실 때는 먼저 어느 정도 굵기의 입자로 살코기와 지방이 갈렸는지를 보세요. 그 뒤 배열이 규칙적인가 불규칙적인가를 보시고요. 이건 입자가 비교적 작은 것fine-grained서부터 굵은 것course-grained까지 들죽날죽하죠? 지방의 배열도 불규칙한 나폴리 살라미와 고르고 촘촘하게 박힌 밀라노 살라미를 한데 합쳐 놓은 것 같고요. 그 다음엔 향을 맡아 보세요.
다른 살라미들에 비해 훨씬 얇게 썰었습니다. 얇고 하늘하늘한 것들을 보면 꽃으로 만들고 싶어집니다. 생각대로 부드럽게 잘 접힙니다.
브리안짜 살라미는 밀라노 살라미와 맛이 거의 같습니다. 달고 고소한 누룽지 풍미에, 너무 시큼하지 않은 우아한 산미에, 분유 같은 유제품 느낌도 희미하게 납니다. 맛있어요. 브리안짜 살라미와 밀라노 살라미 성분을 다시 한 번 나란히 적어 봅니다. 건조와 숙성 기간도 비슷합니다. 브리안짜 살라미와 밀라노 살라미는 생산지가 같거나 근접해 있어서 아무래도 큰 차이가 나기는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은 듭니다. 단, 입자 크기와 배열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에 식감에 약간의 차이가 나기는 합니다.
밀라노 살라미의 성분:
Pork, Salt, White Wine, Corn Dextrose, Black Peppercorns, White Pepper, Sodium Ascorbate and Ascorbic Acid (Antioxidants), Potassium Nitrate and Sodium Nitrite (preservatives), Garlic. 끝.
브리안짜 살라미의 성분:
Pork, Salt, White Wine, Corn Dextrose, Peppercorns, Sodium Ascorbate (Antioxidant), Pepper, Potassium Nitrate and Sodium Nitrite (Preservatives), Garlic. 끝.
이렇게 성분이 거의 같고 맛에도 차이가 별로 안 난다면 굳이 구하기 힘들고 값이 더 비싼 PDO 브리안짜 살라미를 고집할 필요 없이 쉽게 구할 수 있는 밀라노 살라미를 사도 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 성분을 비교해 적어 드린 겁니다. 양 많고 값싼 밀라노 살라미를 사셔서 안티파스토antipasto로도 즐겨 보시고, 요리에도 두루두루 활용해 보세요. ☞ 이 영상은 브리안짜 살라미의 생산 과정과 이를 활용한 간단하면서도 맛있어 보이는 페스토-살라미 뇨끼gnocchi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
▲ 저도 만들어 봤습니다.
맛은? 엄지 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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