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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덜이 스머프

명절에 생식품 선물하는 거, 나는 반댈세

단 단 2016. 9. 7. 00:00

 

 

 

한국에서 일년 중 음식물 쓰레기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기는 아마 명절이 아닐까 싶다. 여행 간 사이 거래처에서 귀띔도 없이 정육 선물을 보내 문 앞에서 며칠이나 방치돼 있었다는 이야기서부터, 택배 온 식품에 곰팡이가 슬어 있었으나 보내주신 분 민망해하시고 마음 쓰실까 봐 알리지 않고 감사 인사만 전했다는 이야기까지, 맛보지도 못 하고 버려지는 식품들의 사연은 많다. 우리 집도 실제로 많이 겪어본 일들이다.

 

영국인들이 명절에 주고받는 선물들은 대개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근사하게 포장된 쵸콜렛, 사탕, 젤리, 캬라멜, 누가, 니더레거 마치판, 마롱 글라쎄, 비스킷 같은 단 간식거리 / 술, 홍차, 예쁜 병에 담긴 올리브, 처트니, 맛겨자, 맛기름, 이국적인 식초, 잼 세트 같은, 실온에 보관할 수 있는 가공식품 / 실내용 슬리퍼, 양말, 목도리, 머그, 요리책을 포함한 책 등.


통조림 식품은 '격'이 떨어지므로 안 되고 예쁜 병에 담긴 것이어야 한다. 단, 크리스마스를 위해 특별 디자인 된 깡통에 담긴 비스킷은 공예성, 예술성이 있으므로 권장한다. 목숨 부지를 위한 생필품스러운 식재료보다는, 대개 호사스러운 간식거리나 '미식가'스러운 식품들을 주고받는다. 건강보조식품 같은 건 보기도 힘들거니와 안전health & safety 문제로 절대 주고받지 않는다. (나도 한국에 있을 때 홍삼 같은 게 선물로 들어오면 한숨 쉬면서 남 나눠주기 바빴다. 나한테 선물 주신 분도 혹시 남한테 받은 걸 주신 게 아닐까 궁금해하면서. 이런 건 자기 몸 사정에 맞춰 자기가 알아서 사 먹는 것이다.)

 

여기서는 정육이나 생과일처럼 금방 상하는perishable 식품은 선물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는다. 이것도 안전 문제가 첫째 이유이고, 이런 생식품은 가족 취향에 맞춰 각 집이 알아서 장봐 먹는 거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들 명절에 생식품 선물 받고 나서 냉장고나 냉동고 자리 확보하느라 골머리 앓은 적 있지 않나. 선물 받는 사람을 번거롭게 해서는 안 된다.

 

한국은 생과일 주고받는 관행부터 빨리 없어졌으면 좋겠다. 자연스럽게 익는 대로 수확하지 않고 명절에 맞춰 억지로 내보내야 하는 데다, 선물용이니 맛보다 외모가 우선해 흠 없이 맨질맨질해야 하고, 때깔 고와야 하고, 아기 머리만하게 키워야 하고, 치렁치렁 포장해야 한다. 배송 중 걸핏하면 상하고, 양이 많아 한참을 두고 먹으니 보관 중 맛은 더 떨어진다. 고기와 과일은 그냥 각 가정이 그때그때 필요한 만큼 알아서 사 먹었으면 좋겠다.

 

 보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독일 마치판.

나한테는 이런 호사스러운 단 간식거리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최고.
☞ 마지판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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