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 5백원짜리 수퍼마켓 피쉬 앤드 칩스 Fish and Chips at ￡2.50

 

 

 

 

 

제대로 된 치피(chippy, 피쉬 앤드 칩스 전문점) 하나 없는 동네에 살고 있습니다. 전국에 치피가 무려 만 개가 넘게 있다는데 이렇게 불운할 수가 있습니까. 대학가라서 하나 있으면 장사 잘 될 것 같은데도 없네요. 시내까지 나가기 귀찮아 종종 수퍼마켓에서 ￡2.50짜리 피쉬 앤드 칩스 레디 밀ready meal을 사다가 오븐에 구워 먹곤 하는데 '가성비'가 꽤 괜찮아서 그나마 위로를 삼습니다. 영국인들 체감 물가로는 2천 5백원쯤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싸죠?

 

 

 

 

 

 

 

'레디 밀'이라고는 해도 30분 이상 시간 들여 오븐에 구워 줘야 합니다. 감자튀김을 먼저 넣고 굽다가 15분쯤 뒤에 생선튀김을 투입해 20분간 구워 줘야 바삭하게 되니 성질 급한 사람은 기다리다 숨 넘어가겠습니다.

생선튀김과 감자튀김만 구우면 다 되느냐?
아니죠.
구울 동안 곁들일 것들을 또 이것저것 준비해야죠.

 

 

 

 

 

 

 

으깬 완두콩도 있어야 하죠,

 

 

 

 

 

 

 

타르타르 소스도 있어야 하죠,

 

 

 

 

 

 

 

감자튀김 찍어 먹을 토마토 케첩이나 토마토 처트니chutney도 있어야 하죠,

 

 

 

 

 

 

 

생선튀김에 촉!촉!촉! 뿌릴 몰트 비니거도 있어야 하죠,

 

 

 

 

 

 

 

이 모든 것을 다 담을 수 있는 큰 접시도 있어야 하죠,

 

 

 

 

 

 

 

목 축일 맥주ale나 음료도 있어야 하죠.
(매캐한 무알콜 진저 비어입니다.)

 

 

 

 

 

 

 

준비 완료.
감자튀김은 벌써 많이 집어먹고 없네요. ㅋ
1인분으로 나온 건데 양이 많아서 저렇게 차린 걸 둘이 나누어 먹습니다.

 

 

 

 

 

 

 

레몬 조각을 내는 집도 많지만 원래는 영국식 몰트 비니거를 곁들이는 것이 정석입니다. 이 몰트 비니거가 생선, 튀김옷과 어우러질 때 나는 독특한 풍미가 있는데, 저는 이것 때문에 피쉬 앤드 칩스를 먹습니다. 이 향이 사무치게 그리울 때가 있어요. 혹시, 영국에 체류하셨던 분들 중에 'salt & vinegar' 맛의 특이한 감자칩crisps 즐기셨던 분 계세요? 그게 바로 튀김과 몰트 비니거 맛이죠. 저도 감자칩 맛 중에 'salt & vinegar'를 가장 좋아합니다. 처음에는 낯설고 그 맛이 강렬해 놀라기까지 하는데, 익숙해지면 헤어나오지 못 합니다. 중독성 있어요. 영국이나 영연방 국가에서 맛볼 수 있죠.

 

피쉬 앤드 칩스에 몰트 비니거 없으면 무효!
풀 잉글리쉬 브렉퍼스트에는 베이크트 빈즈 없으면 무효!

으깬 콩인 '머쉬 피즈mushy peas'는 깡통 제품보다는 냉동 완두콩 사다 민트 같은 향초 넣고 직접 만들어 먹는 게 훨씬 맛있습니다. 제가 머쉬 피즈 만드는 법은 따로 알려 드릴게요. 오늘은 깡통 제품을 썼습니다. 맛이 심심해서 향초를 따로 썰어 넣어 주었습니다.

토마토 케첩 대신 집에서 만든 토마토 처트니를 곁들였는데, 감자튀김을 찍어먹는 소스도 지역별로 선호하는 게 다릅니다. 런더너들은 토마토 케첩을, 노더너(잉글랜드 북부 사람)들은 커리 소스를 선호합니다. 감자튀김 찍어 먹는 커리 소스도 만드는 법을 따로 알려 드리겠습니다. 감자튀김은 흔히 보는 맥도날드 것보다는 두툼해야 합니다. 겉은 바삭, 속은 크림처럼 부드러워야 하죠. 한번 튀겨서 나온 감자튀김을 오븐에 다시 데워 먹는 것도 꽤 맛있습니다. 집에서 처음부터 감자 깎아 튀기려면 번거로우니 시판 냉동 감자튀김을 활용하세요.

생선 튀기는 법은 제가 여러 요리사 것들을 찬찬히 보고 따로 소개를 해 드리겠습니다. 집에서 튀김을 하는 건 참으로 성가신 일이나, 영국에서 코드cod나 해덕haddock을 쉽게 구할 수 있을 때 실습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맛있게 잘 되면 레서피를 알려 드릴게요. ■

☞ 피쉬 앤드 칩스 잘 먹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