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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음식] 재킷 포테이토, 쟈켓 포테이토, 쟈킷 포테이토 Jacket Potatoes 본문

영국음식

[영국음식] 재킷 포테이토, 쟈켓 포테이토, 쟈킷 포테이토 Jacket Potatoes

단 단 2016. 11. 5. 00:00

 

 

 

(오늘은 글이 깁니다. 사진도 많지만 글도 많아요. 쉬엄쉬엄 보세요.)

 

 

 

 

 

 

 

 

1605년 잉글랜드 국회 의사당 건물을 폭파시키려다

발각돼 처형된 구교도 테러리스트 가이 폭스Guy Fawkes




쟈킷 포테이토 특집

'Jacket'을 영국인들은 '쟈킷'이라고 발음합니다. 
재킷도 아니요, 쟈켓도 아니요, 쟈킷. 
'Barbour jacket'은 '바버 쟈킷'. 
자자자, 입에 붙게 골백번 되뇌어 보세요. 
쟈킷 쟈킷 쟈킷 쟈킷 쟈킷 쟈킷 쟈킷 쟈킷 쟈킷 쟈킷 쟈킷...

껍질째 먹는 구운 감자를 '쟈킷 포테이토'라고 합니다. 섬유질 많고 고소한 감자 껍질을 그냥 버리는 것은 너무 아깝죠. 오븐에 갓 굽혀 나온 감자를 반 가르면 그 모습이 꼭 쟈킷을 걸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이 쟈킷 포테이토는 연중 아무 때나 즐길 수 있고, 이것만 전문으로 내는 연쇄점도 있지만, 일년 중 영국인들이 특별히 더 많이 찾는 때가 있기는 합니다. 바로 11월 5일 '가이 폭스 데이Guy Fawkes' Day'입니다. 이 날 밤이 되면 영국 전역에서 거대한 모닥불을 피워 놓고 노는데, 이를 '본파이어 나이트bonfire night'라 부릅니다. 불꽃놀이도 뒤따르고요. 그냥 모닥불만 피워 놓는 게 아니라 그 모닥불에 가이 폭스 허수아비effigy를 화형시키면서 놉니다. 무시무시하죠. (☞ 본파이어 나이트의 가이 폭스 화형식) 5일 뒤에 이렇게 '하드 코어'한 행사가 있으니 영국에서는 10월 31일 할로윈이 대접을 못 받는 모양입니다.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시작된 풍습인데도요.

 

 

 

 

 

 

 



1. 가장 간편한 냉동 레디 밀 제품

Frozen Quick Jacket Potatoes


시판 제품들 중 조리 시간이 가장 덜 걸리는 제품부터 소개를 해 드립니다. 미리 익힌 다음 얼린 감자라서 가정에서는 전자 레인지에 5분만 데워 주면 되는데, 이렇게 하면 시간이 많이 단축되고 몸은 편하나 바삭한 껍질이고 뭐고 없는 거지요. 속도 충분히 익질 않아 뻑뻑할 때가 많고요. 고로, 저는 냉동 레디 밀ready meal 제품은 추천하지 않으렵니다. 아니면, 좀 더 시간 들여 충분히 익혀 드시든지요.

 

 

 

 

 

 

 

 

 



2. 허브 버터를 곁들인 냉장 레디 밀 제품

Chilled Quick Jacket Potatoes


이번에는 냉장 제품입니다. 전자 레인지가 아니라 오븐에 제대로 굽습니다. 이것도 시간을 줄여 주기 위해 먼저 살짝 익혀서 내놓은 제품인데, 포장에 써 있는 시간보다 훨씬 오래 익혀야 속살이 포슬포슬해지니 생각보다 시간이 걸립니다. 냉동 제품보다는 어쨌거나 감자의 맛과 질감 모두 낫기는 하나 반이 갈라진 상태로 오래 구워 수분이 날아가 다소 건조하고 허브와 버터도 오랫동안 익어 생기가 좀 줄어듭니다. 허브 버터를 마무리 단계에 투입하면 맛있게 먹을 수 있겠습니다. 생감자를 사다가 처음부터 직접 굽는 것에 비하면 시간이 그리 많이 단축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냉동 제품도, 냉장 제품도, 100% 만족스럽지가 않다면? 그냥 생감자 사다가 처음부터 자기 취향에 맞게 구워 먹는 것이 가장 속 편하지요. 굽는 수고야 뭐 오븐이 다 해주니 시간만 좀 더 들이면 됩니다.

 

 

 

쟈킷 포테이토에 적합한 품종


밀도 높은 작은 크기의 점질waxy 감자는 목이 메이므로 구이용으로는 적합하지가 않고, 포슬포슬 부서지는 가벼운 식감의 큰 분질floury 감자가 좋습니다. 무엇보다, 껍질이 얇아야 합니다. Ailsa, Desirée, Duke of York, Estima, Fianna, Golden Wonder, King Edward, Marfona, Maris Peer, Maris Piper, Pentland Dell, Pentland Javelin, Romano, Saxon, Wilja, Yukon Gold, Cara, Arran Pilot 등이 많이 쓰이며, 최신 품종인 Vivaldi, Sante, Melody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니 영국에 계신 분들은 참고하세요. 수퍼마켓에 가면 포장에 감자 품종 대신 "Baking Potatoes"라고 아예 용도를 써 놓은 것들도 있는데, 일일이 품종 이름을 기억하고 있기 힘드시면 그냥 속 편하게 이런 걸 사다 쓰셔도 됩니다. 맛은 좋지만 재배하기 힘들고 상업성이 떨어져 수퍼마켓에서는 보기 힘든 품종들도 있는데, 이런 것들은 관심과 맥이 끊기지 않도록 시민들이 텃밭allotment에서 취미로 가꾸기도 합니다. ☞ 자세히 정리해 놓은 감자 품종별 용도

 

 

 

 

 

 

 



굽기 전 준비

 

1. 껍질째 먹어야 하므로 감자를 까실까실한 새 수세미로 잘 문질러 씻는다.
2. 물기를 최대한 닦아내 보송보송하게 한다.
3. 굽는 도중 터지지 않도록 칼끝으로 여기저기를 콕콕 찔러 준다.
4. 올리브 오일로 표면을 마사지 해준 뒤 소금을 골고루 뿌려 달라붙게 한다.

 

 


굽는 시간

당연한 소리가 되겠지만 굽는 시간은 감자 크기에 따라, 그리고 시식자가 원하는 식감에 따라 달라집니다.


 기본 방법:
200˚C 오븐에서 1시간 ~ 1시간 30분 정도. [팬 오븐은 180˚C]


 특별히 더 바삭한 껍질과 포슬포슬한 속을 원할 때:
180˚C 오븐에서 2시간 ~ 2시간 20분 정도. [팬 오븐은 160˚C]


 시간이 없을 때:
전자 레인지에 먼저 5분을 돌려 부드럽게 만든 다음 200˚C 오븐에 넣고 35분에서 40분 정도 구워 껍질을 바삭하게 마무리. [팬 오븐은 180˚C]


감자 아래에도 뜨거운 공기가 드나들 수 있도록 망에 올려서 굽는 것이 좋고, 굽는 중간에 한 번쯤 뒤집어 주어야 골고루 잘 익습니다. 감자가 특별히 크다면 시간도 늘려 주어야 하고요. 위에 적은 시간은 그냥 지침으로만 삼으세요. 사실 감자를 가장 잘 굽는 방법은 생산자나 판매자가 감자 포장에 써 놓은 지시를 따르는 거지요. 자기들이 파는 감자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잘 알 테니까요. 영국에서는 감자를 사면 포장에 지시가 꼼꼼히 써 있습니다.


자아, 다 구웠습니다.

 

 

 

 

 

 

 

 


아직 뜨거울 때 반을 갈라 줍니다. 껍질에서 '파삭' 소리가 납니다. 속은 어떤 상태일까요? 두근두근

 

 

 

 

 

 

 



뜨거운 김이 훅!
저는 이 날 비로소 "뜨거운 감자"라는 표현을 체득했습니다. 오븐에 한참 굽혀 나온 감자는 손을 잠깐도 댈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뜨겁더라고요. 너무 뜨거워서 그 유명한 'hot potato juggling'조차 할 수가 없었어요.

 

 

뜨거울 때 속을 긁어서 돋워 주자


쟈킷 포테이토를 먹을 때는 어떤 고명을 얹든 반 갈라 김이 펄펄 날 때 먼저 감자 속살을 부지런히 파 내서 일으켜 주어야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식을수록 밀도가 높게 느껴지고 먹기가 힘들어지거든요. 목도 잘 막히고요.

 


그럼, 이렇게 구운 감자는 어떻게 먹느냐?

 

 

 

 

 

 

 

 

3. 버터만 얹은 퓨리스트의 쟈킷 포테이토

Buttered JP for Purists


어떤 음식이든 '순수파', '기본파' 애호가들은 꼭 있게 마련. 그래서 '플레인'이라는 선택지가 항상 존재하는 것이겠지요. 이 쟈킷 포테이토의 세계에도 있고말고요. 버터만 얹어 소금·후추 뿌려 먹으면 천국이 따로 없어요. 너무 뜨거워 버터 조각 얹고 사진기를 집어 드니 벌써 저렇게 녹아서 흥건해졌습니다. 감자 맛을 물씬 느낄 수 있는, 단순하면서도 아주 맛있는 선택지입니다. 다쓰 부처도 이 버터만 얹은 쟈킷 포테이토 애호가입니다. 대신 감자와 버터 둘 다 질 좋고 맛있어야 하죠. 이 날은 비발디Vivaldi 품종을 썼습니다. 영국 품종인데 이탈리아 작곡가 이름을 붙인 이유는 '사계절' 맛나게 먹을 수 있기 때문이랍니다. 맛을 보니 과연 탁월합니다. 속살은 포슬포슬하면서도 크림처럼 부드럽고 고소한 데다, 얇고 바삭한 껍질에서는 헤이즐넛 맛이 다 납니다. 하도 부드러워 버터만 얹어도 저절로 매쉬가 되더라고요.

 

 

 

 

 

 

 



이제부터는 쟈킷 포테이토를 한 끼 식사로 먹을 때 흔히 얹는 영국의 인기 고명topping들과 저희 집에서 잘 해먹는 고명들을 소개해 봅니다.



4. 체다 앤드 베이크트 빈즈
Cheddar and Baked Beans


클래식 중의 클래식, 뜨겁게 데운 베이크트 빈즈를 얹은 쟈킷 포테이토입니다. 복잡하고 깊고 짜릿한 풍미를 가진 장기 숙성 체다와 함께 먹으면 더욱 맛있습니다. 채식하는 분들께도 좋습니다.

 

 

 

 

 

 

 



5. 스틸튼, 머쉬룸, 리크 Stilton, Mushroom, Leek


체다뿐 아니라 블루 치즈를 이용해서도 쟈킷 포테이토를 즐길 수 있지요. 저희 집에서 자주 해먹는 건데, 이것도 채식주의자가 먹을 수 있습니다. 오돌오돌 씹히는 고소한 밤양송이 버섯chestnut mushroom을 매력적인 단맛의 리크, 흙내음 물씬 나는 매운 야생 타임wild thyme, 후추와 함께 볶아 감자나 토스트 위에 얹습니다. 그런 뒤 스틸튼을 부수어 올려 그릴 밑에서 잠깐 녹이면 됩니다. 지극히 영국스러운 재료들이죠. 한국에도 스틸튼이 들어가 있다고 하니 블루 치즈 잘 드시는 분들은 토스트에라도 얹어 드셔 보세요.


스틸튼에 열을 가하면 맛이 많이 달라집니다. 마치 끓인 된장과 생된장이 다르듯이요. (스틸튼에서는 실제로 우리 된장과 비슷한 풍미가 납니다.) 이때는 녹인 스틸튼과 녹이지 않은 생스틸튼을 같이 내면 맛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요리사들이 훈제 연어 파테나 스프레드 만들 때도 맛과 식감을 위해 익힌 살과 냉훈한 살을 같이 씁니다. 하얀 것은 배추 피클입니다.
스틸튼 치즈

 

 

 

 

 

 

 



6. 프론 콕테일 Prawn Cocktail


지금부터는 해산물 애호가들을 위한 쟈킷 포테이토입니다. 영국의 ☞ 쟈킷 포테이토 전문점에서 가장 비싼 것이 이 프론 콕테일 얹은 쟈킷 포테이토인데, 새우가 비싼 재료이니 어쩔 수가 없겠지요. 감자와 프론 콕테일을 함께 떠서 저 젬 레티스gem lettuce에 쌈 싸 먹으면 참 맛있습니다. 산뜻해서 여름에 먹기에도 좋습니다. 프론 콕테일 만드는 법은 ☞ 여기에.

 

 

 

 

 

 

 



7. 포티드 쉬림프 Potted Shrimps

포티드 쉬림프에 쓰이는 '브라운 쉬림프'는 더 비싼 새우라서 서민 음식점에서는 아예 메뉴에 올리지도 않습니다. 영국에 계신 분들은 수퍼마켓에서 사다가 얹어서 드셔 보세요. 만일 사시는 동네의 수퍼마켓이 포티드 쉬림프를 취급하지 않으면 브라운 쉬림프 사다가 집에서 직접 만들어 드실 수도 있습니다. '우마미 폭탄'이라 감자에 얹어 먹으면 맛있습니다. 영국에 계실 때나 드실 수 있는 거니 귀국하시기 전에 한 번쯤은 꼭 맛을 보세요. 곁들인 것은 퉁퉁마디(함초, 영어로는 쌈파이어samphire)입니다. 맛과 식감 둘 다 고려해 곁들여 보았는데 잘 어울립니다. 자체에 소금기가 충분하므로 소금 없이 브라운 쉬림프 익힌 양념 버터에 30초간 살짝 볶기만 하면 됩니다. 열무처럼 경쾌한 소리를 내면서 씹힙니다. 포티드 쉬림프 만드는 법은 ☞ 여기에.

 

 

 

 

 

 

 




8. 스모크트 새먼, 케이퍼, 어니언, 호스래디쉬 소스
Smoked Salmon, Capers, Onion, Horseradish Sauce

훈제 연어도 비싼 재료죠. 이것도 쟈킷 포테이토 전문점에서는 보기 힘들고 가정식으로나 해먹을 수 있는데, 이 고명topping 조합은 이제 한국에도 널리 퍼져 다들 익숙하시죠?

양파를 저 정도 크기로 다졌더니 너무 맵지 않으면서 기분 좋게 아삭거립니다. 서양인들의 와사비인 호스래디쉬 소스도 꼭 포함시켜야 합니다. 연어 없이 호스래디쉬 소스와 생양파, 케이퍼만 얹어 감자를 먹어도 제법 맛있는데, 연어를 얹으면 또 훈향과 우마미뿐 아니라 뜨거운 감자와의 온도 대비에서 오는 묘한 쾌감이 있습니다.


참, 최근 영국에서도 와사비 재배에 성공한 의지의 농부가 등장해 영국의 미식가들이 흥분하고 있습니다. 자기들이 잘 먹는 호스래디쉬와 맛이 매우 비슷하면서도 훨씬 성깔이 있다며 좋아하죠. 와사비 재배하는 게 그렇게 힘들다면서요?

 

 

 

 

 

 

 



9. 스모크트 매커럴, 로켓, 허니 머스타드 소스
Smoked Mackerel, Rocket, Honey Mustard Sauce


저희 집에서 잘 해먹는 조합입니다. 훈제 연어는 비싸서 어쩌다 한 번씩 사 먹고, 평소에는 훈제 고등어나 훈제 청어를 사다 먹는데, 고맙게도 맛은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이 고명은 쟈킷 포테이토에뿐 아니라 샐러드용 작은 햇감자나 점질waxy 감자에도 잘 어울립니다. 로켓을 미국인들은 '아루귤라arugula', 이태리인들은 '루꼴라rucola'라고 부릅니다. 허니 머스타드 소스를 만들 때 시나몬 가루와 씨겨자wholegrain mustard를 넣으면 맛과 식감이 더 좋아집니다. 감자에 단맛 나는 소스가 더해지니 재미있게도 고구마 비슷한 맛이 납니다. (실제로 고구마를 영어로 '단맛 나는 감자sweet potatoes'라 부릅니다.)

 

 

 

 

 

 

 



10. 튜나 마요네즈 Tuna Mayonnaise


클래식 중의 클래식, 마요네즈에 버무린 참칫살 쟈킷 포테이토입니다. 스위트콘으로 맛과 식감에 액센트를 줍니다. 영업집에서는 참칫살 아끼려고 옥수수 알갱이를 듬뿍 넣는 경향이 있는데, 해먹어 보니 소량으로 액센트만 주는 편이 오히려 맛있습니다. 튜나 마요네즈 '퓨리스트' 애호가들은 스위트콘 넣는 것을 무슨 이단 취급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제가 마구 섞지 않고 일부러 저렇게 담아 보았습니다. 참칫살은 잘게 부수어야 먹기 편하고 맛도 좋습니다.

 

 

 

 

 

 

 



11. 어니언 앤드 안초비 Onion and Anchovies


프랑스 남단 니스Nice의 길거리 음식인 피쌀라디에르pissaladière의 고명을 영국식으로 맛내 응용해도 안 될 것 없지요. 양파와 감자는 원래 하늘이 맺어준 짝이니 맛의 궁합에 대해서는 두말할 필요가 없고, 여기에 우마미 폭탄인 안초비가 합세해 얼마나 맛있는지 모릅니다. 바삭한 요소가 없어 퍼플 올리브를 밖으로 빼 크럼crumb으로 변환해 올렸습니다. 퍼플 올리브를 낮은 온도의 오븐에서 오래 말린 뒤 부수어 쓰거나, 시간이 없으면 잘게 썰어 올리브 오일에 튀겨서 쓰시면 됩니다. 퍼플 올리브를 오븐에 양파와 함께 말렸더니 올리브에서 짜장면 맛이 나 한참을 웃었더랬습니다. 기름에 튀긴 퍼플 올리브에서는 고소한 견과류 맛이 납니다. 약식 피쌀라디에르 만드는 방법은 ☞ 여기에.

 

 

 

 

 

 

 



12. 코로네이션 치킨 Coronation Chicken


해산물 고명topping에서 이제 고기 고명으로 넘어 옵니다. 코로네이션 치킨은 영국식 커리 파우더와 토마토, 살구잼, 와인, 마요네즈, 크림, 레몬 즙이 빚어 내는 이국 풍미의 매콤달콤새콤한 닭고기 요리입니다. 감자와 함께 먹어야 하니 소스를 넉넉하게 만들어 버무리세요. 고수, 송송 썬 파spring onion, 바삭한 아몬드 편과 함께 내야 합니다. 코로네이션 치킨 만드는 법은 ☞ 여기에.

 

영업집 흉내 내느라 닭고기를 깍둑 썰었는데, 모양은 좀 덜 나더라도 결대로 찢어서 버무리는 게 훨씬 맛있습니다. 한 포장에 담긴 로스트 치킨을 나누어 시험해 본 건데도 맛 차이가 나죠. 식재료를 어떤 모양으로 손질해 쓸 것이냐가 그래서 중요합니다. 전에도 이야기했듯 닭가슴살은 고기를 결 반대 방향으로 썰어 써야 덜 질기다는 통념과 달리 손으로 결 따라 짧게 찢은 것이 양념도 더 잘 머금고 육즙도 더 잘 느껴지고 덜 퍽퍽해 식감도 더 좋고 맛도 더 좋습니다. 사진에 있는 것처럼 깍둑 썬 닭가슴살은 한 입 씹으면 가루처럼 흩어져 브로콜리 꽃부분 씹는 것마냥 식감이 좋지 않습니다. 

 

 

 

 

 

 

 



13. 치킨 티카 마쌀라 Chicken Tikka Masala


이번에는 매콤하면서 좀 더 묵직한 닭고기 고명입니다. 쟈킷 포테이토 전문점에서는 영국식 닭고기 커리인 이 치킨 티카 마쌀라를 얹어서 내기도 하고, 채식주의자들을 위해서는 달dahl 커리를 얹기도 합니다. 닭가슴살은 맛이 담백해 소스를 넉넉히 담고 먹기 직전에 라임 즙을 뿌려 주어야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바삭한 요소를 곁들이고 싶으시면 위의 코로네이션 치킨 예와 같이 아몬드 편을 뿌려 주시거나, 마늘, 양파, 샬롯 등을 기름에 바삭하게 튀겨 곁들이시면 됩니다. 맛이 잘 어울립니다.

 

 

 

 

 

 

 



영국의 쟈킷 포테이토가 대서양 건너 미국에도 전해졌지요. 미국인들은 '베이크트 포테이토baked potato'라고 부르는데, 이름이 평범해진 것이 조금 아쉽기는 하나 이 사람들도 기차게 맛내서 먹고 있으므로 미국판도 두 가지를 소개해 봅니다.

 


14. 사워 크림 앤드 차이브

Soured Cream & Chives (American)


먼저, 아메리칸 클래식인 사워 크림과 차이브 얹은 베이크트 포테이토. <T. G. I. Friday's> 같은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많이들 보셨죠? (꺄, 옛날 생각 납니다!) 베이컨 조각을 얹으면 맛과 식감, 영양 면에서 보완이 됩니다만, 미국인들은 이를 주로 고기 요리의 곁들임 음식side dish으로 먹기 때문에 (뭣? 이 양 많고 헤비한 걸 사이드로 먹는다고?) 이것만 단독으로 식사처럼 먹기에는 맛이 좀 얕습니다. 베이컨 조각을 아무리 많이 올려도요. 이건 간식으로 먹기 좋고, 식사로 먹기에는 아래의 칠리 콘 카네 얹은 베이크트 포테이토가 깊고 복잡한 맛이 나서 더 낫습니다.

 

 

 

 

 

 

 



15. 칠리 콘 카네 Chilli con Carne (American)


제가 가장 좋아하는 미국음식인 칠리 콘 카네를 얹었습니다. 영국인들도 칠리 콘 카네를 좋아해 쟈킷 포테이토를 내는 집들은 메뉴에 이를 꼭 포함시킵니다. 칠리 콘 카네 이야기는 ☞ 여기에. 연결시켜 놓은 글에서 헤스톤 블루멘쏠의 매콤한 맛버터 레서피를 소개해 드렸는데, 쟈킷 포테이토에 이 맛버터만 얹어 먹어도 맛있으니 참고하세요.

 

 

 

 

 

 

 



16. 초릿쏘 앤드 갈릭 Chorizo & Garlic


소세지 얹은 것도 하나쯤은 나와 줘야겠죠? 이것도 저희 집에서 잘 해먹는 방법입니다. 쟈킷 포테이토가 원래 쌀쌀할 때 먹는 음식인데, 여기에 훈향이 더해지면 요즘 같은 계절에 더욱 잘 어울리죠.


올리브 오일 조금 두른 지짐판frying pan에 초릿쏘를 먼저 볶습니다. 초릿쏘는 훈향 씌운 고춧가루인 삐멘똔pimenton을 넣어 만든 스페인 소세지를 말합니다. 썰어서 볶으면 소세지 자체에서 기름이 많이 나오는데, 그 빨간 기름에 마늘 편을 같이 구운 뒤, 셰리 비니거sherry vinegar를 넣고 '지짐판에 떠억 눌어 붙은 것 액체 부어 끓여서 떼어 내기deglazing'를 해줍니다. (우리말로 풀어 쓰려니 ㅋㅋ) 그런 뒤 쟈킷 포테이토 위에 얹어서 내는 거죠.


열을 가하지 않은 올리브 오일과 셰리 비니거 드레싱에 따로 버무린 토마토· 파슬리·파 샐러드를 곁들이면 더 좋습니다. 맛있는데다 만들기도 쉬우니 추천 드립니다. 초릿쏘는 한 번 사서 냉장고에 넣어 두면 꽤 오래 보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17. 제육볶음 Braised Spicy Pork (Korean)


한국식으로는 어떻게 응용할 수 있을까요?
김치 맛있게 볶아 버터 조각과 함께 얹어도 좋겠고, 채썬 양파 듬뿍 넣은 제육볶음이나 오징어볶음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양파는 너무 흐물거리지 않게 볶아 아삭한 맛을 남겼습니다. 유학생들은 이 제육볶음 얹은 쟈킷 포테이토로 영국인 친구들을 대접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영국인들이 커리 먹던 내공이 있어 '스파이시'하게 양념한 이국의 고기 요리들을 좋아하거든요. KFC(Korean Fried Chicken)도 잘들 먹습니다.

 

 

 

 

맺음말

 


가능한 고명의 수는 무한하나 다른 영국음식도 소개해야 하므로 여기서 멈춰야겠습니다. 휴... 저 이 글 쓰느라 2주 넘게 매일 쟈킷 포테이토 먹었어요. 의지의 한국인 여기 있습니다. 그래도 고명이 매일 바뀌니 즐겁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소박한 서민 음식이긴 하나 이것도 구이용 감자 품종이 다양하고 맛있는 나라에서나 즐길 수 있는 거지요.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쟈킷 포테이토는 이렇습니다: 

 일단, 기름진 요소가 있어야 하며, 
 식사로 먹을 시 영양을 고려해 단백질이 어떤 형태로든 있어야 하고,
 그 단백질이나 소스에서 싱거운 감자를 보완할 우마미가 물씬 나면 좋고,
다채로운 식감을 위해 아삭하거나 바삭한 요소가 있으면 금상첨화.


이 네 가지를 염두에 두고 다양하게 변주해 즐겨 보세요. 손쉽게 아삭하거나 바삭한 요소를 추가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체다나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같은 경성 치즈를 강판에 북북 갈아 마른 지짐판에 구워 구멍 뽕뽕 난 '레이스 과자'로 만든 것
 마른 지짐판이나 오븐에 기름 없이 구워 수분을 좀 더 날려 준 견과류
 아삭한 채소, 또는, 아삭한 식감이 아직 남아 있도록 잠깐만 절인 피클
 튀긴 채소 (마늘, 양파, 샬롯, 케이퍼, 퍼플 올리브 등) 
 베이컨, 햄, 소세지 등의 조제고기를 잘게 다져 자체 기름에 튀기듯 익힌 것


등이 있습니다. 

 


동양인은 밥, 서양인은 빵, 이렇게 생각하는 한국인이 많은데, 사실 서양, 특히 영국과 독일을 포함해 북유럽에서 한국의 쌀에 해당하는 것은 빵이 아니라 감자입니다. 빵은 우리의 면식(국수)에 해당한다고 보시면 되고요. 서양인들이 생각하는 감자의 의미에 대해서는 제가 글을 따로 써 보겠습니다. 올 겨울엔 고구마만 구워 드시지 말고 쟈킷 포테이토도 가끔씩 해 드시면서 훈훈하게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맛있는 고명 발견하시면 저 좀 알려 주시고요. 쟈킷 포테이토 특집을 마칩니다.


☞ 영국의 또 다른 감자 요리 - 로스트 포테이토
☞ 영국의 또 다른 감자 요리 - 버블 앤드 스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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