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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냐 카우다 바냐 까우다 Bagna Cauda 이태리 안초비 소스, 안초비 딥, 안초비 드레싱 본문
"고기나 생선이라면 소금 하나로 충분하지만 야채는 그렇지가 않아. 때문에 마요네즈라든가 드레싱 같은 양념이 만들어지게 됐던 게 아닐까. 매장에 가서 살펴보니 놀랄 만큼 다양한 드레싱과 샐러드 소스가 진열돼 있더군. 그걸 보고 난 확신하게 됐네. 생야채를 먹는데 이렇게 다양한 드레싱이 필요한 것은 인간이 생야채를 본질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증거라고 말일세."
- <맛의 달인> 34권 5화 '샐러드 승부'
인용한 위의 글에 다들 동의하시죠? 저도 익힌 채소는 양껏 먹을 수 있으나 생채소는 맛있는 드레싱이 있어야만 겨우 먹습니다. 아니면 베이컨이나 소세지, 안초비, 치즈 같은 기름지고 짭짤한 단백질 재료들과 함께 씹든가요. 저는 남들보다 쓴맛을 훨씬 증폭해서 느끼는 못된 혀를 장착하고 있어서 생채소, 특히, 색이 짙은 잎채소는 기름의 도움 없이는 먹지를 못 합니다.
단단이 좋아하는 5대 샐러드 드레싱, 딥, 소스:
• 비네그레뜨 (기름과 식초가 바탕)
• 마요네즈 응용 드레싱
• 머스타드 응용 드레싱 (동양식·서양식 둘 다)
• 피쉬 소스 (액젓) 응용 드레싱
• 오늘 소개해 드릴 반냐 카우다
안초비를 좋아해서 요리할 때 안초비를 자주 씁니다. 밑반찬은 잘 안 먹어도 멸치볶음만은 특별히 좋아하고요. 반냐 카우다는 재미있게도 바다와는 닿아 있지 않은 이태리 북부 삐에몬떼Piemonte와 발 다오스따Val D'Aosta 지역의 음식입니다. 이 두 지역 사람들이 안초비를 특히 좋아한다고 하네요. 마늘 많이 든 음식 먹으면 속이 불편한데 반냐 카우다는 신기하게도 실컷 먹고 나도 속이 편합니다. 입에서 마늘 냄새도 안 납니다. 제가 고른 레서피가 특별히 좋았던 걸까요? 영국에서 활동중인 두 이태리 노인 요리사들의 레서피로 소개해 드립니다. ☞ Two Greedy Italians Eat Italy
반냐 카우다
[6-8인분]
[사진은 반만 담은 것]
재료
• 마늘 편이 충분히 잠길 만큼의 우유
• 마늘 8톨cloves, 얇게 편 썰기
• 염장 안초비 12포fillet
• 무염 버터 70g
• 올리브 오일 150ml
• 생크림 100ml [영국에 계신 분들은 유지방 48% 가량의 농후한 더블 크림double cream을 쓰시면 됩니다.]
• 좋아하는 생채소 이것저것 [celery, carrots, peppers, asparagus, fennel, spring onions, Jerusalem artichokes, celeriac, radishes, beetroot 등.]
• 길죽하게 썬 토스트
만들기
1. 작은 냄비saucepan에 마늘편을 담고 충분히 잠길 만큼 우유를 붓는다. 마늘편이 부드러워질 때까지 약 15분간 데운다. 팔팔 끓이지 않도록 한다.
2. 냄비를 불에서 내린다. 안초비를 넣고 열에 녹아서 형체가 사라질 때까지 잘 젓는다.
3. 버터, 올리브 오일, 크림을 넣고 잘 섞는다.
4. 길게 썬 채소들과 토스트를 접시에 담고, 안초비 딥은 금방 식지 않도록 뜨겁게 데운 그릇에 담아 내거나, 퐁듀 식으로 그릇 밑에 푸드 워머를 대서 낸다. 끝.
어떤 채소를 찍어 먹느냐에 따라 안초비 딥의 뉘앙스가 달라지는 흥미로운 샐러드입니다. 셀러리를 찍으면 안초비 딥에서 고소한 맛이 증폭되고,
아니씨드aniseed 향이 풍부한 페널fennel을 찍으면 짠맛이 아주 맛깔스럽게 도드라지고,
매콤한 활기kick가 살짝 느껴지는 빨간 페퍼나, 군고구마 단맛이 나는 노란 페퍼를 찍으면 균형 잡힌 맛이 나서 참 맛있습니다. 녹색 페퍼는 안초비 딥과 맛이 썩 잘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취향껏 이런저런 생채소를 곁들여 보시고 어떤 채소들이 특히 잘 어울리나 실험해 보시는 것도 재미있을 겁니다. 잘 어울리는 채소를 발견하시면 여기 오셔서 저한테도 좀 알려 주세요. 본고장에서는 셀러리 줄기 비슷하게 생긴 ☞ 카르둔도 흔히 곁들인다고 합니다. 카르둔은 흔히 보는 글로브 아티쵸크globe artichoke와 같은 과 작물의 줄기 부분으로, 영국에서도 재배를 합니다. 영국인들이 먹기 시작한 지는 최소 300년이 넘었으나, 부피가 커서 재배 면적을 너무 많이 차지하는데다, 먹기까지 밑손질과 전처리 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요즘은 인기가 좀 시들해진 채소입니다. 영국에서는 'R' 발음을 생략하고 '카둔'으로 부릅니다.
이 반냐 카우다를 만들기 위해 염장 안초비 깡통을 사실 때는 가급적 올리브 오일에 재운 것, 기타 다른 양념이나 향초가 들지 않은 '플레인'으로 사시면 좋습니다. 어차피 올리브 오일을 넣어야 하므로 깡통 속에 있던 올리브 오일을 함께 쓰면 경제적이거든요. 안초비는 열에 녹아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므로 꼭 크고 통통하고 잘생긴 비싼 제품으로 사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는 가성비 좋은 수퍼마켓 자사 상표 제품으로 씁니다.
안초비 좋아하시는 분들께 샐러드 딥으로 이 반냐 카우다를 추천합니다. 맛있는 딥이라서 생채소가 술술 먹힙니다. 만들기도 쉽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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