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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과 세계 음식

귀국음식 ① 짜장면

단 단 2017. 6. 17. 00:00



오래 전, 
미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빅 브라더를 맞아

동생들이 눈 초롱초롱 빛내며 
"한국에 오면 제일 먼저 무얼 먹고 싶었소?" 
물었더니

 

그의 대답인즉슨,
"짜장면."

짜장면?

고작 짜장면?
푸짐한 한정식도 아니고 짜장면?

세월이 흘러
영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단단이 가장 먼저 찾아 먹은 음식 역시 짜장면.

해외에 장기 체류했다 귀국하신 다른 분들은 어떤 음식이 가장 먹고 싶으셨는지 궁금하다.

영국에서 차오미옌chow mein이라는 중국 면을 먹어 보기는 했으나 볶음면인데다 단맛과 양파가 부족해 색은 까매도 한국의 짜장면과는 한참 다른 맛이 났다. 달고 끈적한 춘장 소스를 끼얹은 한국식 면은 영국에서는 보기 힘들었다. 얼마나 그리웠던지. 
 
요즘 아이들에게는 평범한 음식이겠지만 내 세대(X-세대)와 이전 세대에게 짜장면은 특별한 음식이었다. 나는 졸업식에 짜장면을 먹은 기억이 없으나 짜장면을 '졸업식 음식'으로 추억하는 이들이 많다. 혹자는 "졸업식날 먹는 짜장면은 의미심장하다. 그것은 개인과 사회의 화합의 상징이다. 면과 소스를 비벼야 제맛이 나듯 졸업생은 이제 사회와 어울릴 채비를 하는 것이다."와 같은 거창한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나보다 한 살 많은 다쓰베이더는 짜장면 한 그릇에 5백원 하던 때를 기억한다. 나는 6백원일 때가 기억 난다. 그 시절엔 짜장을 돼지기름에 볶아 조금만 꼼지락거리면서 먹어도 식어서 허연 기름이 끼곤 했다. 그 고소한 맛.

지금까지 먹어 본 짜장면 중에서는 63빌딩의 <백리향>(지층과 57층 둘 다) 짜장면이 내 입맛에 가장 잘 맞았는데, 사실 다양한 곳에서 먹어 보질 못 했으므로 이 집 짜장면이 가장 맛있다고는 못 하겠다. 내 짜장면 취향은 이렇다:

양파가 듬뿍 들어가야 하나 너무 익어 투명하면서 흐물거리면 안 되고 사각사각 경쾌하게 씹혀야 한다. 그렇다고 생양파의 아린 맛이 남아 있어서는 안 된다. 양배추는 최대한 적게 들어갔으면 좋겠다.


 춘장은 날내가 나지 않도록 충분히 볶되 향은 살아 있어야 한다. 


 '진짜 불맛'도 충분히 나야 한다. (불맛을 내는 '화유'라는 게 따로 있다는 사실을 얼마 전에 알았다.) 


 돼지고기 깍둑 썬 것은 소량이라도 꼭 있어야 하며,

(간 건 싫어요. 꼭 깍둑 썰어 주세요.)

 

 해산물을 너무 많이, 그리고 잡다하게 넣은 것보다는 오징어와 새우 위주로 소량 넣은 것이 좋다. 아삭거리는 양파와 이에 살짝 들러붙었다 떨어지는 면의 경쾌한 식감 대비를 느끼려고 짜장면 먹지 단백질로 영양 보충하려고 먹지 않는다. 해산물이 많이 들어가면 면과 양파 씹으며 리듬 한참 잘 타다가 질긴 해산물 씹느라 리듬 틀어지고 템포 처져 흥이 깨진다.  


 비비고 났을 때 물기가 많지 않고 다소 뻑뻑한 것이 좋다. 
그러니까, 아침에 한솥 끓여 놓고 손님이 찾을 때마다 한 국자씩 끼얹어 내기만 하는 집에서는 짜장면 안 먹는다는 소리. 

 면은, 가만 보니 수타면보다는 기계면이 오히려 나을 때가 많더라. 그놈의 수타질 한답시고 첨가제를 너무 많이 넣는 경우가 허다하므로. 하여간 '면 강화제' 냄새가 노골적으로 나지만 않으면 된다. (짜장 소스를 끼얹거나 섞기 전에 면만 들어올려 냄새 한번 맡아 보라. 냄새가 역한 집들이 간혹 있다.)   

 

짜장면 맛있는 집 또 추천해 주실 분? 
미리 감사감사.   

참, '자장면'이 아니라 '짜장면'이다. 우리 세대한테는.


 

 

 

 

 

 

63빌딩 지하 <백리향 싱타이>.

 

 

 

 

 

63빌딩 지하 <백리향 싱타이>.

 

 

 

 

 

63빌딩 지하 <백리향 싱타이>.

 

 

 

 

 

 

63빌딩 지하 <백리향 싱타이>.

 

 

 

 

 

여의도 IFC Mall <락앤웍>.

맛없다. 기름도 적고 제대로 볶이질 않아 자극적인 춘장 날내가 풀풀.

 

 

 

 

 

다시 63빌딩 지하 <백리향 싱타이>.


 

 

 

 

 

 

이번에는 63빌딩 57층 <백리향>의 코스에 포함된 짜장면.

아우, 맛있쩌. >_< 생강향이 일품. 2021년 10월.

 

 

 

 

 

 

 

홍콩식 대중음식점 <호우섬>의 도삭면 라구 짜장.

별미다. 다채로운 짜장면 시대에 살고 있다. 2021년 11월.

(클릭하면 생생한 큰 사진이 뜹니다.)

 

 

 

 

 

 

 

 

63빌딩 57층 <백리향> 코스 속 짜장면 또. 2022년 수 차례.

백리향 짜장면은 여기까지만 올리고 이제 더 올리지 않기로.

 

 

 

 

 

 

 

 

☞ [동영상] SBS 스페셜 <짜장면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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