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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차에 넣는 설탕 양으로 그 사람의 소득 수준을 알 수 있다는 주장 본문

차나 한 잔

홍차에 넣는 설탕 양으로 그 사람의 소득 수준을 알 수 있다는 주장

단 단 2018. 7. 5. 00:00

 

자자자, 우리 오늘은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일랑 집어치우고 솔직하게 터놓고 이야기해봅시다. 다들 음식과 관련해 젠체하면서 남 무시하는 어떤 기준들 한두 가지씩은 갖고 계시죠?

저는 있어요. 많아요.

 

저는 과한 양념 음식 즐기는 사람은 교양이 부족한 사람일지 모른다며 속으로 몰래 깔봅니다.

 

매사 '효능 드립' 하면서 먹는 사람, 촌스러운 사람 취급합니다.

 

반찬통째 올려 놓고 먹는 집, 격 없는 집으로 여깁니다.

 

덮어놓고 공장제 식품과 가공식품은 안전하지 않을 거라고 의심하는 사람, 학창 시절에 공부 잘 못 했을 거라고 의심해봅니다. 

 

남의 나라 음식 깎아내리면서 그저 우리 한식만이 최고라는 사람 만나면 문을 찾아서 슬금슬금 뒷걸음질칩니다. 

 

반찬 가짓수 잔뜩 올려 '저 이만큼 정성 들였어요. 칭찬해주세요.' 자랑하면서 밥그릇에 밥은 얌전히 못 담고 막 퍼담은 블로거 보면 훗 비웃습니다. 

 

(어, 주인장 너무 솔직하다. 손님 떨어져어~)

그런데, 영국에서는 대학 연구소나 식품 회사들도 개인의 음식 취향 혹은 습관으로 그 사람의 성향, 교육 수준, 소득 수준 등을 알 수 있다는 발표를 하곤 합니다. '음식 심리학food psychology'이라는 분야도 다 있는걸요. '영또'라는 단어 아시죠? '영국이 또?!'의 준말로, 영국은 별의별 시시콜콜한 걸 다 연구하고 조사한다는 뜻에서 생긴 조롱조의 신조어. 그런데 이게 조롱할 일이 아닌 것이, 영국인들의 별걸 다 궁금해하는 이런 기질 때문에 오늘날 우리가 지하철을 타고, TV를 보고, 인터넷을 하고, 난임 부부가 시험관을 통해 아기를 갖고, 냄새 안 나는 깨끗한 수세식 양변기에 편히 앉아 볼일을 볼 수 있는 겁니다. 동물들 사생활을 온 국민이 그토록 궁금해하니 질 좋은 자연 도큐멘터리도 많이 만들어 내잖아요. 동물 관련 재미있는 연구들도 많이 하고요.

英 연구팀, 햄스터 그물침대 사 주면 더 행복해해

각설하고,

2015년 9월 21일자 영국 신문 제목들을 한번 보시죠.

<텔레그라프>
☞ What does your cup of tea say about you?
당신의 홍차 습관이 당신에 대해 말한다

<인디펜던트>
Number of sugars people put their tea relates to social and economic status

홍차에 넣는 설탕 양은 사회·경제적 지위와 관계가 있다 

<데일리 메일>
Two sugars in your cuppa? Then you are more likely to be in a low income bracket

홍차에 설탕을 두 스푼이나 넣는다고? 당신 저소득층이군

영국에서는 소득이 낮은 사람일수록 홍차에 설탕을 많이 넣는다는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홍차에 넣는 설탕 양과 소득을 물어 둘 사이의 상관관계를 살폈더니 과연 상관이 있더랍니다. 저소득층에 속하는 비숙련 단순 육체 노동자나 무직자는 '설탕을 넣는다' 36%, '설탕을 두 개 혹은 그 이상 넣는다' 19%로, 고소득층의 26%, 9%에 비해 높은 수치를 보였습니다. '대체로' 그렇다는 뜻이지요. 저는 저소득자인데 홍차에 설탕을 일절 넣지 않거든요. 모든 통계에는 이렇듯 예외가 있기 마련인데 한국 신문 기사에 달리는 댓글들 보면 가관입니다. 담배와 질병의 상관관계를 다룬 의학 기사가 나면 "순 엉터리 연구다! 우리 할머니는 평생 담배 피우고도 장수하셨는데!" 하며 개인 사례 한두 개로 전체 결과를 부정하려는 어리석은 자들이 꼭 있어요.

지역별로 보면, 
설탕 없이 우유만 넣어 마신다는 사람이 가장 많은 지역은 잉글랜드 요크셔로 응답자의 42%가 '그렇다'고 대답. 런던은 28%, 웨일즈 26%, 스코틀랜드 22%.   

성별로 비교해 보면,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설탕을 덜 넣는 경향이 있고,

음료 선호도 조사에 의하면,
뜨거운 음료 중 홍차를 가장 많이 마신다고 응답한 사람은 44%,
인스탄트 커피를 가장 많이 마신다고 응답한 사람은 그 반,

(한국 믹스 커피처럼 설탕·프림이 같이 든 제품이 아니라 커피만 담긴 제품.)
원두 커피를 가장 많이 마신다는 사람은 7%. 
영국에서 커피 시장은 홍차 시장보다 규모가 큰데 이는 커피가 차보다 비싸기 때문입니다. 영국에서 홍차는 기호식품이 아니라 생필품으로 분류돼 매우 싸거든요. 부러운 일이죠. 영국에 오래 살면서 홍차 습관 붙여 귀국했는데 여기서는 홍차가 너무 비싸 다쓰 부처에게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근래에는 포드 커피(pod coffee. 캡슐 커피를 영국에서는 이렇게 부릅니다.) 시장이 커지고 있어 영국 가정의 5분의 1이 포드 머신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2015년 기사였으니 지금은 더 늘었겠죠. 당연한 말이 되겠지만 고소득층이 저소득층에 비해 포드 머신을 두 배 더 가지고 있으며, 커피용 포드 머신에서 쓸 수 있는 홍차 포드도 매출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뭣? 홍차 포드? 
몹시 궁금합니다. 

 

 

 

 

 

 

 

저소득자가 차에 설탕 안 넣어 고소득자 행세하면 뭐 하나. 티푸드로 단걸 저렇게 잔뜩 꺼내 놓고 먹는데. 대학원생 제자가 졸업연주 답례품으로 청중들에게 나누어 준 모듬 단과자 일부. 과자를 맛있는 걸로 잘 골랐으므로 학점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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