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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나 한 잔

수돗물 맛이 이상하다

단 단 2017. 12. 2. 02:56

 

 

 우리 집 정수기



끓여서 산소 다 날린 '죽은' 물만 마시지 말고 산소가 잔뜩 녹아 있는 생수fresh water도 좀 마셔 줘야 몸에 좋다고 해서 <브리타> 정수기를 쓰고 있다. 영국에 있을 때부터 썼다. 영국 수돗물은 허연 석회 성분이 많은 것이 흠, 한국 수돗물은 염소 냄새가 너무 강하고 분홍색 물때가 자주 낀다는 것이 흠. 염소 냄새가 어찌나 독한지 좁은 공간에서 문 닫고 샤워하다간 폐가 상할지 모른다는 생각까지 다 해봤을 정도다. (안 그래도 샤워할 때 항상 기침을 한다. 이제는 욕실 문을 열어 놓고 씻는다.) 

그런데 몇 주 전부터는 물에서 역한 염소 냄새 외에 흙내와 곰팡내도 나기 시작했다. 마치 식물에 물 주었을 때 화분 밑으로 새는 물을 받아 마시는 것 같아 맨입에는 도저히 마실 수가 없는 지경. 처음엔 독일에서 직구해 쓰는 <브리타> 정수기 필터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여겨 판매자에게 정중히 항의를 하려 했다. 그런데 누리터에서 소비자 반응을 검색하다 우연히 이런 기사를 발견하였다. 문제는 독일이 아니라 우리한테 있었다. 

☞ 팔당호서 '수돗물 흙냄새' 남조류 DNA 첫 확인 

같은 날[2017. 11. 27.] 일제히 발표되었는데 언론사마다 댓글 수가 '0'으로 표시돼 있는 걸로 보아 시민들 공황에 빠질까봐 당국과 언론이 합심해 쉬쉬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발표를 안 할 수는 없으니 기사를 내보내기는 하는데 무언가에 다들 정신 팔려 있는 틈을 타 웅얼거리고 끝냈다는 의구심이 드는 것이다. 여기저기 블로그 글들을 보니 이게 올해에만 발생한 일도 아닌 듯하다. 수년 전부터 이미 수돗물의 흙냄새, 곰팡내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질 좋고 맛 좋은 물이라며 그간 서울시에서 '아리수' 광고 엄청 해대지 않았나? 다른 지역들의 물맛은 현재 어떤지 궁금하다. 

단단이 문명의 이기 중 최고라고 여기는 것이 바로 '언제든 수도꼭지만 틀면 나오는 깨끗한 물'이다. 염소는 물을 받아서 좀 두거나 끓이면 날려 버릴 수 있으니 불편하긴 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으나 흙냄새, 곰팡내 나는 물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정수기로 걸러도, 받아서 한참을 두어도 냄새가 가시질 않는다. 차맛, 커피맛에도 영향을 미치고, 뭇국, 어묵탕 같은 맑은 국을 끓여도 곰팡내가 난다. 영업집이든 가정집이든 물 없이는 음식을 준비할 수가 없는데 얼른 해결이 되었으면 좋겠다. 게다가 얼마 전 기사를 보니 인류는 이제 수돗물 속 미세 플라스틱까지 걱정을 해야 할 판이라고 한다. 뿌린 대로 거두는 벌을 받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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