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파카코르, 성 루시아의 날에 먹는 스웨덴 생강과자 Pepparkarkor for St Lucia's Day

 

 

 

 

영국 살면서 진저 비스킷에 단단히 맛들인 단단은 지난 12월, 이케아에 가면 비슷한 것을 잔뜩 볼 수 있다는 귀중한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이에 다쓰베이더를 저 멀리 광명에 긴급 파견, 스웨덴 진저 비스킷 무려 다섯 종을 맛볼 수 있게 되었으니. 으악, 행복해, 종류도 많아라.

 

 

 

 

 

 

 

 

한 자리에서 다섯 종을 모두 맛본 결과 다쓰 부처 입맛에는 <Nyåkers> 사의 '진저 스냅스' 오리지날과 레몬 맛이 가장 훌륭했습니다. 앞으로 이케아에 가서는 이 두 가지만 재구매하면 될 것 같습니다. (사진은 <Nyåkers>의 진저 스냅스 오리지날입니다.)

단단은 영국 살 때 진저 비스킷을 숱하게 구워 먹고, 사다 먹고, 얻어먹었었는데요, 왕년에 집에서 과자 좀 구워 보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이 진저 비스킷에서 진저가 제맛을 내려면 정향clove과 계피cinnamon가 꼭 같이 들어가 줘야 합니다. 특히 정향이 빠져서는 안 되죠. 음악으로 치면 계피는 합창에서 소프라노를, 생강은 알토·테너의 내성부를, 정향은 베이스를 담당하므로 정향이 빠지면 맛이 '경박'해집니다. 

성분표를 보니 기본 성분은 다들 비슷비슷한데, 정향, 계피, 생강, 이 세 향신료의 비율 차이가 전체 맛에 제법 큰 차이를 가져 옵니다. 정향이 생강, 계피보다 조금이라도 많이 든 것들이 맛이 더 또렷하고 나은 경향이 있습니다. 각 제품의 성분을 옮겨 적어 봅니다.


<Nyåkers> Ginger Snaps 'Original':
Wheat flour, sugar, vegetable fat (palm, rapeseed and coconut oils, mono- and diglycerides of fatty acids, artificial flavour), sodium bicarbonate, cloves, cinnamon, ginger, salt. 끝.

 

 

<Nyåkers> Ginger Snaps 'Vanilla Flavor':
Wheat flour, sugar, vegetable fat (palm, rapeseed and coconut oils, mono- and diglycerides of fatty acids, artificial flavour), sodium bicarbonate, cloves, cinnamon, ginger, natural vanilla flavour, salt. 끝.

 

 

<Nyåkers> Ginger Snaps 'Lemon Flavor':

Wheat flour, sugar, vegetable fat (palm, rapeseed and coconut oils, mono- and diglycerides of fatty acids, artificial flavour), sodium bicarbonate, cloves, cinnamon, ginger, natural lemon flavour, salt. 끝.

 

이 제품들은 얇고 단단하면서 바삭해 경쾌한 식감을 냅니다. 향신료가 제법 성깔 있게 드러나서 개성이 넘치고 설탕맛도 맛있게 납니다. 셋 중에서는 오리지날과 레몬맛을 추천하겠습니다. 바닐라맛도 나쁘지는 않으나 바닐라 때문에 정향-계피-생강 트리오의 진저 비스킷 느낌보다는 죠리퐁 맛이 강하게 납니다.  

 

 

<Annas> Pepparkakor 'Original':

Wheat flour, sugar, vegetable oils (palm, rapeseed, coconut), syrup, salt, raising agent (sodium hydrogen carbonate), cinnamon, ginger, cloves. 끝. 

 

향신료 기운이 다소 약하면서 식감이 덜 바삭하고 물러 온화한 느낌을 줍니다. 강한 향신료에 익숙지 않은 분들께 추천합니다. 과자가 예쁜 꽃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종이 상자에 내용물을 들여다볼 수 있게끔 꽃모양으로 투명 창을 뚫어 놓았는데, 과자 모양과 똑같습니다. 

 

 

<IKEA> Kafferep Ginger Thins with Almonds:

Wheat flour, sugar, margarine (vegetable fats and oils [palm, shea, palm kernel, rapeseed, coconut], water, salt, emulsifier [E471], natural flavouring, acid [E330]), invert sugar syrup, almonds (2%), raising agent (E500), cinnamon, ginger (0.27%), cloves, natural lemon oil. 끝.

 

천연 향료라지만 레몬향을 세련되게 잘 입히질 못해 인공 향료처럼 느껴지는데다, 아몬드를 넣었다는데 아몬드맛이 너무 약하고 향신료 맛도 덜 나 개성이 부족합니다. 식감도 다섯 개 제품들 중에서 가장 떨어집니다. 야무지지가 못하고 성기면서 거칩니다.

 

 

 

 

 

 

 

볼 때마다 흐뭇해지는 어느 딸부잣집 가족사진입니다. 그런데 아빠만 빼고 죄 진저 헤어네요. '진저' 하면 저는 진저 비스킷 외에 진저 헤어를 가진 사람들도 떠오릅니다. 생강가루색 머리를 한 멋쟁이들이죠. 영국에서는 스코틀랜드와 웨일즈 지역에 진저 헤어가 많습니다. 영국 살 때 진저 헤어 사람들을 실제로 만나 본 적이 여러 번 있었는데,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아름답고 황홀합니다. 이 세상 사람들 같지가 않아요. 매우 흰 피부와 빛나는 빨간 머리카락 때문에 눈이 다 부실 정도죠. 그리고 진저 헤어에도 '50 shades'가 있다는 사실. 톤이 꽤 다양하더라고요.

 

 

 

 

 

 

 

▲ 엘리자베쓰 1세 여왕도 유명한 진저 헤어.

 

 

 

 

 

▲ 엇, 당신두?

 

 

 

 

 

 

 

▲ 유럽 진저 헤어 분포도. 영국과 아일랜드, 러시아 볼가강 유역이 강세를 보임.

 

 

 

 

 

 

 

▲ 12월 13일 성 루시아의 날을 맞아 머리에 촛불을 이고

노래하는 소녀들. 이 날 페파카코르를 (불우)이웃에게

나눠 주는 훈훈한 풍습이 있다고.

 

 

 

 

 

 

 

 

▲ 실제 모습. 겨울을 잘 보내는 데 특별한 재주가 있는

북유럽인들. 이런 행사들과 동지 축제, 그리고 크리스마스가

없었더라면 죄 우울증 걸려 제 명대로 못 살았을 듯.

 

 

 

 

 

 

 

 

 

▲ 이케아가 제공한 페파카코르 만들기 영상.

 

 

 
단단이 그간 즐긴 진저 비스킷들을 열거해 봅니다. 한국에 왔으니 이제는 우리 한국의 생강과자인 ☞ 매작과를 만들어 봐야겠습니다. 난이도가 제법 높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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