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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과 김치 Kimchi, an omnipresent table occupant 본문

투덜이 스머프

김장과 김치 Kimchi, an omnipresent table occupant

단 단 2017. 11. 24. 03:58

 

 

 

엊그제 구글에 접속했더니 이런 두들doodle이.

'김치의 날(11월 22일)'이란 게 따로 있다는 사실을

이날 처음 알았다. ☞ Celebrating Kimchi

 

 

 


남초 커뮤니티에서 시집 간 누나를 걱정하는 어느 갸륵한 남동생의 글을 보았
습니다. 이에 갑론을박, 덧글이 자그마치 174개나 달렸는데...

☞ 누나가 임신중인데 시어머니가 김장한다고 불렀다네요

 

휴...

이거 여초 커뮤니티에서도 해마다 김장철 되면 단골로 올라오는 주제죠. 단단이 'political incorrectness'와 '돌직구'를 또 한 보따리 풀자면, 이런 시어머니, 시대에 뒤떨어져도 한참 뒤떨어진데다 고집스럽고 촌스럽기 짝이 없는 사람입니다. 

아들을 무려 셋이나 둔 우리 권여사님과 둘을 둔 제 시어머니 이야기를 해보
자면요, 원래 집에서 김장하시던 분들이었는데 며느리 맞고 나서는 일부러 안 하십니다. 시어머니가 김장한다는 사실을 알면 바쁜 며느리들 부담 느낄까 봐요. 김치 잘 담그는 솜씨 있는 분들께 (돈 드리고) 얻어 드시거나 마트나 홈쇼핑에서 사 드시죠. 물김치, 섞박지 같은 거나 소량 담가 드시고요. 

 

가장 끔찍한 상황은 "너도 이제 우리 집 사람이 되었으니 우리 집 김치 담그는 법을 배워야지." 하며 며느리 입맛 바꾸려 드는 시어머니. 며느리가 "어머니 김치 맛있어서 담그는 법 꼭 배우고 싶어요." 하며 자발적으로 배우겠다고 조르기 전에는 며느리한테 와서 김장 배우라는 말을 해서는 안 됩니다. 시집 왔으니 이제부터는 우리 집 김치로 전향해라? 친정 김치가 훨씬 맛있을 수도 있고, 사 먹는 김치가 더 나을 수도 있는데요. 시어머니들은 주제 파악을 해야 합니다. 자기 음식이 '자자손손 전수되어야 할' 수준의 것이 못 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시어머니라는 자리가 산신령께 손맛을 절로 부여 받는 자리인 줄 착각하는 분들 많아요. 김 미슐랑 스타 셰프 레서피로 잘 해먹다가 내일은 최 미슐랑 스타 셰프의 것으로, 모레에는 박 미슐랑 스타 셰프 것으로 언제든지 갈아탈 수 있을 만큼 좋은 레서피가 널린 세상인데요.

자기 혼자 담가서 아들 집에 보내는 건 안 말립니다. 그런데 이것도 맛있을 때나 감사하지, 맛없으면 골치죠. 김치 잘 먹지도 않는 집에 맛없는 김치 보내면서 '받아 먹으려면 와서 김장해라' 무언의 압력 주면 안 됩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나이 든 세대만큼 김치에 집착하지 않아요. 그거말고도 먹을 게 많아요. 요즘 사람들 냉장고에는 김치 외에도 올리브를 포함, 다양한 피클이 있어 음식에 따라 골라 먹을 수가 있어요. 이제는 '밥은 무조건 한식', '곁들이는 것은 무조건 김치'가 아니라는 거예요. 이런 말 하면 꼭 '미풍양속' 사라져 간다며 아쉬워하는 아재들, 할배들, 김장에 목숨 거는 시엄니들이 어디서 잘도 듣고 와서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이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저주랍시고 이렇게 퍼붓습니다: "시댁 김장 돕기 싫다는 며느리들아, 늬들도 나중에 꼭 늬들 같은 며느리 맞길 바란다."

김치, 맛있나요?

 

네, 맛있습니다.

아니오, 맛없습니다.

 

기웃이: 단단 님, 뭡니까? 하나로 정하세요.

 

무슨 소리냐면요,

잘 익은 김치는 신음이 절로 날 정도로 맛있죠. 어린 시절 어느 눈 오는 날 아침, 엄마 쫓아 나가 "어춰춰" 하며 마당에 묻은 독 헐어 꺼낸 김장김치의 맛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잘 담근 김치도 일단 독 열어 꺼내 먹기 시작하면 산소 공격을 받아 삽시간에 유익균은 죽고 잡균만 들끓는다 하니 최적기를 제외하고는 그냥 짠지 먹는 것밖에 안 되는 거죠. 그럼 맛으로라도 먹을 수 있어야 하는데 배추김치는 최상의 맛을 내는 기간이 고생고생 김장해 보관하는 기간에 비해 너무 짧아요. 그런데 이토록 예민한 김치를 먹을 만큼 그릇에 덜지 않고 반찬통째 꺼내 먹고 냉장고에 다시 넣고, 반찬통째 또 꺼내 먹고 또 넣는 집이 수두룩. 

 

집에서는 그래도 자기 입맛에 맞게 담그거나 자기 입맛에 맞는 김치를 사다 쟁이니 맛있는 김치 먹을 확률이 높지만, 외식할 때는 전무합니다. 다들 습관적으로 식탁에 올리긴 하나 유산균 '버글버글'한 맛있는 김치 만나기란 하늘의 별 따기죠. 백번을 사 먹어도 맛있는 김치는 한 번 만날까말까. 미슐랑 스타급 한식당에서는 가능하려나요. 대개 맛이 얕으면서 맵고 시기만 합니다. 안 익었거나, 최적기를 지나 시어터졌거나, 배추가 기분 좋게 씹히질 않고 질기거나 뻣뻣하거나, 소금을 잘못 썼는지 쓴맛이 난다거나. 그래서 제게 김치는 맛있는 음식이기도 하고 맛없는 음식이기도 합니다. (맛없는 김치는 맛볼 필요도 없이 눈으로만 봐도 벌써 느낌이 오죠?) 

 

생김치는 맛있을 때가 드물어 잘 안 먹지만 김치찌개, 김치볶음밥, 두부김치(볶은 김치와 데운 두부), 김치부침개 등 기름에 익힌 김치는 잘 먹습니다. 김치를 재료로 쓰는 음식은 그나마 조리 과정이 개입돼 부족한 맛 혹은 넘치는 맛을 구제할 여지가 있거든요. 그런데 또, 김치 활용 음식이라 해도 만두와 김밥에 김치를 넣은 건 매운맛을 감싸 줄 기름이 적어 김치 맛이 너무 험하게 드러나 잘 안 먹습니다. 게다가 김치만두에는 두부를 함께 넣는 관행이 있어 식감이 텁텁하고 (맛없는) 두부 특유의 쉰내가 날 때가 많죠. 김치만두는 맛있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반찬으로 나오는 맛없는 생김치는 폭군과도 같습니다. 맛도 없는데다 다른 음식 맛을 온통 뒤덮어 균형을 깨버리기 일쑤입니다. 오히려 일본식 단무지나 채소 절임, 중식당에서 내는 짜차이가 주요리에 더 잘 어울릴 때가 많아요. (애국자들 몰려오는 소리가...) 영업집이든 가정집이든, 음식 궁합도 안 따지고 식탁 위에 항상 김치를 올리는 습관이 있는 분들은 한 번쯤 점검을 해보셔야 합니다. 김치 본고장이니 김치 좀 제발 상황에 맞춰 맛있게 잘 익은 걸로 냈으면 좋겠어요. 

 

냄새도 보통 문제가 아니죠. 김치 냉장고를 따로 쓰지 않는 저희 집은 냉장고 속 김치 냄새 때문에 여간 애를 먹고 있는 게 아닌데, 케이크를 넣어 놓아도, 밀봉 불가능한 종이팩 우유나 음료를 두어도, 김치 냄새가 배서 맛과 향을 망치기 일쑤입니다. 한 번은 밀크티를 우려 마시는데 밀크티에서 난데없이 김치 냄새가;; (크흡) 전날 상자째 넣어 둔 치즈케이크에서도;; (큽) 크림이나 젤라틴 쓰는 디저트를 냉장고에 넣어 굳혀야 할 때도 난감하죠. 사과를 껍질째 먹는데 사과에서도 김치향이 날 때가 있어요. 한국인들 냉장고에는 그런 독불장군 김치가 365일 들어 있는 겁니다. 브리나 꺄멍베흐 같은 흰곰팡이 연성 치즈 냄새는 우리 한국 김치 냄새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녜요. 한국계 여성과 결혼한 미국의 미슐랑 스타 셰프 장-죠지 씨도 김치 든 냉장고 문 열었다가 냉장고에서 웬 시체가 썩고 있는 줄 알고 기겁을 했다잖아요. ㅋ  


 

 

 

 

 

권여사님 댁 '가정식 백반'. 다른 반찬 다 없어지고 끝에

김치만 남았었다. 맛이 아직 안 들었기 때문.

맛이 안 들었으면 맛 들 때까지 기다렸다 내도 되는데

한국인 밥상에 김치 안 보이면 큰일난다고 생각. 습관이다.

 

 

 

 

 

 

 


어느 솜씨 없는 우동집 우동. 김치 담은 꼴 좀 보라.

아주 그냥 널브러졌다. 이 식탁에서 김치는 없어도 된다.

맛이 너무 강하고 매워 우동과 유부초밥 맛을 무효로 만든다.

 



 

 

 

 

 

동석한 20대 아가씨한테 단무지와 깍두기 중 어느 쪽이 카레와 고로케에 더 잘 어울렸는지 물어 보았다.

"단무지요."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오.

 

 

 

 

 

 


아, 역시나 김치 혼자 튀어.
한국 인스탄트 라면에 김치 곁들이는 것도 썩 잘 어울리는
조합이라는 생각이 안 든다.

불에 기름 붓는 격이랄까.



 

 

 

 

 


(시어터진 김치도 함께 나왔는데 화면에 미처 담지를
못 했다.)

몸살 기운이 있어 푸근한 미역국을 시켰는데, 맛없고 자극적인 김치가 산통 다 깬다.



 

 

 

 

 


김치찌개 시킨 사람한테도 김치를 낸다.

김치란 자고로 한국인 밥상에는 무조건 올려야 하는 것.

(김치찌개 맛은 괜찮았다.)

 

 

 

 

 

 

 

  
만두를 좋아해 어딜 가든 만두가 보이면 꼭 종류별로 
빠짐없이 다 사 먹는데

신기하게도 항상 김치만두만 맛이 없다. 그런데도 만둣집마다 김치만두를 꼭 낸다.

한국이니 김치만두는 당연히 있어야?


 

 

 

 

 


내 사랑 김치볶음밥. 신김치가 기름과 만나 익으면 급격히 
맛있어진다.

뉴욕의 미슐랑 스타 한식당 <단지Danji>.

 

 

 

 

 

 


사람 잡는 김장. 아이고 어머님들,

무릎을 그렇게 90˚ 넘게 꺾고 앉으시면 무릎 작살나옵니다.

(얼마 전 무릎 수술 마치고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고 계신

권여사님을 떠올리며.) (한국인들 O다리가 왜 이렇게 많나

했더니. 저러면 허리에도 안 좋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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