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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덜이 스머프

한식 먹을 때 불편한 점

단 단 2017. 12. 25. 09:50

 

 

 


포 뜬 동태 버터구이(왼쪽)와 
뼈째 토막 친 동태찌개(오른쪽),

둘 중 어느 쪽을 선호하십니까.
서양인들은 아마도 왼쪽을, 
한국인들은 오른쪽을 선택할 듯.

 

 

 

안 그래도 이에 대해 글을 한번 쓰려고 했는데 오늘 마침 기사가 올라 왔다. 
☞ 서울 사는 외국인들, "한식 적응 힘들어요"

미끌거리고 흐물거리고 쫄깃거리고 질깃거리고 맵고 마늘향 강한 거야 우리 음식이 원래 그러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고 자기들이 적응해야 할 문제라지만, 손님한테 음식을 내는 방식에 대해서는 한 번쯤 생각을 해봐야 하지 않나 싶다. 1인 1그릇에 대한 이야기는 전에 한 적이 있다.

☞ 한정식은 생선 내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

오늘은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나한테 '한식 먹을 때 가장 불편한 점'을 하나 꼽으라면, 나도 기사에서 언급된 '가시 생선'을 꼽을 것 같다. 영국에도 물론 뼈째 조리하는 생선 요리들이 있기는 하나 먹기 좋게 포fillet 떠서 조리한 것에 비하면 그 수가 매우 적다. 뼈째 조리한 큰 생선의 경우 서버가 먹기 좋게 살을 발라 일일이 나누어 주고 간다. 온마리 생물 생선 매대가 아닌 한 수퍼마켓 냉장 냉동 선반에 놓인 생선들은 거의 다 살을 발라 낸 것들이고, 깡통도 살만 발라 담는다. 한국 와서 꽁치, 고등어 양념 통조림 사 보고 깜짝 놀랐다. 뼈, 내장, 껍질, 지느러미가 그대로 다 붙어 있고 그냥 토막만 쳐서 양념해 담았다. 아니? 통조림은 편하려고 먹는 거 아니었어? 영국에서도 통조림 양념 생선 많이 판다. 토마토 소스, 겨자 소스, 맑은 고추 기름 소스, 커리 소스 등. 하나같이 먹기 좋게 살만 발라 양념한다. 

접시 위에 덩그러니 올린 구운 생선은 물기가 적으니 살 발라 먹기가 그나마 덜 성가신 편인데, 무나 채소 등과 함께 조린 생선은 건더기와 양념을 피해 가시 발라 먹는 일이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먹고 난 뒤 그릇이나 식탁도 지저분해지기 일쑤다. 

뼈째 조리한 생선의 장점을 꼽아 보자. 촉촉한 속, 좀 더 잘 보존된 생선 고유의 맛, '이 생선이 틀림없는 그 생선이다' 하는 신원 보증 등을 꼽을 수 있을 텐데, 한국의 생선 요리들은 먹는 이의 편의를 희생시켜 뼈째 조리를 하고도 장점들을 거의 살리지 못 한다. 대개 너무 익혀 낸다. 손님 몰리는 시간을 대비해 미리 구워 놓았다가 다시 데워 내는 비썩 바른 질긴 살.


영국인들은 밥 먹다 말고 남이 보는 앞에서 무언가를 뱉어 내야 하는 상황을 매우 꺼린다. (나도 그렇다.) 우리나라 식당에서는 예사로 보는 장면이 껍질이나 가시, 뼈 뱉고 있는 사람이다. 게 다리 알뜰하게 먹겠다고 쭙쭙쭙쭙 소리 내며 빨고 있는 사람 맨 천지고. 한식은 먹는 데 성가신 음식이 너무 많다. (삼계탕, 갈비탕, 게장, 가시 생선, 식탁 위 고기구이, 전골 등. 심지어 전골 냄비에 손님이 재료를 직접 투입하게 하는 집도 있다.) 마른 음식이면 좀 나은데 양념 잔뜩 묻어 있거나 다른 재료들과 함께 액체 속에 담겨 있으면 손가락까지 닦아 내야 해 수고가 배가 된다. 먹는 속도가 남들보다 많이 느린 나 같은 사람은 먹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하는 그 'embarrassing moment'가 길어져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서양인들 관점에서 가시 생선은 사실 'health & safety' 문제와도 연결된다. 나는 다 큰 성인인데도 생선 먹다가 미처 못 걸러 낸 가시에 잇몸이 찔리거나 목에 걸려 고생한 적 많다. <마스터셰프 프로페셔날> 같은 TV 요리 경연 프로그램에서 갑각류 껍질이나 생선 가시를 완벽하게 발라 내지 못 한 출연자는 감점을 당한다. "이따위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누구 업장을 망하게 하려고?" 중범죄 취급한다. 프랑스의 체리 타트 '클라푸티clafoutis'도 어른들과 함께 앉아서 먹을 아이들을 고려해 요즘은 씨를 미리 빼고 넣는 집이 많다. 

☞ 내 체리 씨 쉽게 빼는 법 알려 드릴게

이 블로그의 영국 레스토랑 방문기들을 한번 보라. 손님이 먹기 위해 수고해야 하는 음식은 거의 없다. 먹다 말고 무언가를 뱉어 내야 하는 음식도 거의 없다. 게도 살을 다 발라서 낸다. 
☞ 영국인들의 게 취식법

비싼 음식점이니 그런 것 아니냐? 
값싼 (길거리) 음식인 피쉬 앤드 칩스도 생선을 포 떠서 튀긴다. 음식을 낼 때는 먹는 사람의 편의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주방에서 해야 할 일을 손님한테 떠넘겨선 안 된다. 
음식과 식재료에 관한 이런저런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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