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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생각

명절 산만 후기

단 단 2018. 9. 26. 07:11

 


이번 명절에 권여사님은 또 해외 여행을 가셨어요. 

그래서 셋이나 되는 단단의 새언니들 꺄오 신났어요.

단단은 여행 가시기 전날 찔끔 담은 명절 금일봉과 선물을 건네 드렸어요. 드리면서

"저기, 쓰던 향수가 다 떨어졌는데 면세점에서 향수 한 병만"

굽실굽실,

"기왕이면 100ml짜리 양 많은 걸로"

굽실굽실.

 

권여사님 돌아오시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어요.

 

 

 

 

 

 

 

 


맏며느리인 단단은 추석 당일 새벽 5시에 시댁으로 출발했습니다. 시댁을 일
년에 명절 딱 두 번만 가는 아주 나쁜 아들과 며느리입니다. "날이 충분히 선선하지 않으니 음식 장만해 오면 오는 길에 다 상한다. 그냥들 와라." 신신당부 하신 시모의 뜻을 받들어 큰며느리 작은며느리 둘 다 빈 손으로 룰루랄라. 안개 덕에 신비롭고 아름다운 풍광이 한참 펼쳐졌었습니다.  

 

 

 

 

 

 

 



안개 계속.

우리나라 풍광 참 좋더라고요.

복닥거리는 서울에 살다가 산과 나무를 실컷 보니 숨통 트이고 살 것 같았습니다.

 

 

 

 

 

 

 


오, 요즘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는 이런 것들을 파는군요.
그러고 보면 우리 한국인들 참 비린 맛 좋아하는 듯합니다. 저것 보세요, 메뉴 중 해산물만 몇 가집니까. 서양인 세 명이 한국 고속도로 휴게소의 명물인 핫바 안 먹고 핫도그를 사 먹는 것 보고 허허, 나고 자란 환경의 식문화란 참으로 질긴 것이여, 웃었죠. 우리 동양인들 입맛에는 어묵이 참 맛있는데 영국인들도 서양인들도, 어묵 잘 안 먹데요. (지하철 역사를 가득 메운 어묵탕 냄새는 저도 좀 힘들긴 합니다.)   

 

아래 덧글 수다에서 따온 내용:

서양인들이 왜 핫바나 어묵을 안 즐길까 곰곰 생각해 봤는데요, 너무 곱게 갈아 해산물 실체가 안 보이는 게 일단 수상하고(큼직한 생선살이 보이는 영국의 피쉬케이크, 게살이 한올한올 선명하게 보이는 미국의 크랩 케이크를 떠올려 보세요.), 이미 충분히 들어 있는 우마미를 조미료와 분말 더 넣어 쓸데없이 보강한 탓에 맛이 너무 과해져서 그런 것 아닐까 합니다.  

 

 

 

 

 

 

 


헛, 이건 뭡니까? 

그로테스크한 것이 호기심 매우 자극! 

아침 식사로 이걸 사서 냠냠했죠.

무슨 양파 비스무리한 맛 나는 단 가루를 잔뜩 뿌려 주었는데, 'French's mustard' 같은 단맛 안 나는 쌉쌀하고 성깔 있는 겨자 소스가 훨씬 잘 어울렸을 거야, 까탈을 부리며 먹었습니다. 아무데서나 단맛 나는 거 넌더리나요. 

 

 

 

 

 

 

 



지역 특산 빵들.

뭐여, 죄 단팥이 든겨? 

상상력도 빈곤해라.

게다가 왜색도 좀 느껴지고요.

 

 

 

 

 

 

 



이건 도라야끼를 베낀 게 아닐까 의심하려는 찰나,

 

 

 

 

 

 

 



옆을 보니 2미터 떨어진 곳에 진짜 도라야끼가 떠억. 

베낀 거 맞네.


 

 

 

 

 



중국인들이 많아져 이제는 월병도 떠억.

 

 

 

 

 

 

 



2010년대 대한민국 식문화의 키워드는 단연 '단짠'.

휴게소마다 커피만 수두룩 쌓여 있고 데자와Te Java는 코빼기도 안 보여 이만저만 실망한 게 아니었습니다. 흥.

 

 

 

 

 

 

 

 


서초 IC에서 경부 고속도로 → 신갈 JC에서 영동 고속도로 → 여주 JC에서 
중부내륙 고속도로 → 김천JC에서 다시 경부 고속도로 → 북대구 IC에서 목적지를 향해 빠져 나왔는데, 영국 가 있는 사이 길이 새로 뚫려 예전보다 시간이 많이 단축되었습니다.

 

그런데 터널이 참 많네요. 도로 닦는 데 그야말로 난관이 많았겠습니다. 터널 수십 개를 통과했다는 것은 곧 산이 징허게 많다는 소리죠. 산이 징허게 많다는 것은 곧 농사 지을 땅이 부족하다는 뜻이고요. 그러니 농산물 값이 이렇게 비싼 거죠. 너른 평야에서 집중 경작하면 값이 싸질 텐데, 산에 막혀 점점이 흩어져 있는 작은 농가들에서 찔끔찔끔 모아 팔려니 품질 들죽날죽, 유통 시간 길어지고 값도 비싸지고.   

 

게다가 그놈의 사계절은 어찌나 뚜렷하고 날씨는 또 어찌나 지랄 맞은지, 봄에 공들여 파종하면 곧 장맛비 쏟아져 무너지고 쓸려나가고, 여름에는 타들어 가고, 가을 되어 거둘 때쯤 되면 태풍 와 쓰러지고, 겨울에는 춥고 건조해 누렇게 뜨고.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니 한국은 농사 짓기 좋은 나라가 결코 아니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그러면 깐깐하게 따져 외국에서 질 좋고 가격 좋은 것 들여 오고 소비자는 그렇게 들여온 농산물에 거부감을 갖지 말아야 하는데, 신토불이 망령은 21세기에도 어찌나 끈덕지게 활개치고 돌아다니는지, 외국 농산물 먹으면 병 걸려 죽는 줄 아는 사람 천지. 한국도 그냥 뜻 있고 자본 있는 자들이 너른 땅 찾아 큰 규모로 농사 짓게 했으면 좋겠어요. 그저 농심만 무섭고 몇 배나 많은 소비자는 안중에도 없어요.

 

 

 

 

 

 

 


참, 권여사님이 아파트 관리하시는 분들께 복숭아 한 상자씩 돌리셨는데
다들 썩 반가워하는 눈치가 아니었다며 속상해하셨습니다. 그러게 제가 뭐랬어요, 명절에 생식품 선물하지 말라고 했죠. 과일 중에서도 보관 기간이 극히 짧은 복숭아라니, 명절이라 다들 장본 걸로 냉장고가 꽉 찰 텐데 자리 많이 차지하는 걸 누가 반가워합니까. 

☞ 명절에 생식품 선물하는 거, 나는 반댈세

 

더 재미있는 것은, 권여사님 역시 여행 가시기 전날 복숭아 한 상자를 선물 받으셨다는 겁니다. 8박 9일이나 있다 오시는데 어쩝니까. 제가 신나서 받아 왔죠. 생식품을 선물하실 때는 받는 사람 사정을 잘 살피셔야 합니다. 식품을 정 선물하고 싶으면 실온에 두고 먹을 수 있는 것으로 하시는 게 좋아요. 과일을 선물로 주고받고들 있으니 값 오르고 크기만 커져 맛대가리 없어지고 거품 생기잖아요. 고기도 그렇고요. 아니, 생고기를 왜 선물로 주고 받습니까, 위험하게스리. 


저는 이번 추석에 시부모님께는 질 좋은 발사믹 비니거와 올리브 오일, 금일
봉을 드렸고, 재미있는 것 좋아하는 시동생들한테는 볶음이나 볶음밥에 넣어 먹으라고 이금기 XO 소스를 한 병씩 주었습니다. 다른 분들께는 잘 만든 생강차·우엉차·도라지차 선물 세트를 드렸고요.

 

 

 

 

 

 

 

 


시부모님 힘드실까봐 명절 당일에 내려가 점심 저녁만 먹고 바로 올라왔습니다.
장거리를 하루에 왕복하려니 힘이 좀 들었지만 이렇게 하는 게 서로 편합니다. 아, 부모님들, 자손들 올 때 반갑고 갈 땐 더 반갑다잖아요. 다들 잠 안 자고 바로 올라가겠다고 하니 우리 어머님 은근 기뻐하시더란. ㅋㅋ 

 

올라오는 길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사 먹은 우동입니다. 기대치를 한참 낮추고 먹어서 그런지 맛있었습니다. 옛날 생각도 나고요.  

 

 

 

 

 

 



참, 명절 일주일 전에 마트를 갔더니, 뙇, 
이런 걸 팔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극악의 상징이 되어버린 명절 전. 단단네 집도, 다쓰베이더네 집도, 제사와 차례가 없는 집이라 둘 다 전 맛을 까먹었습니다. 그리워요. 마트에서 냉동 제품 몇 가지 사다 부쳐 먹어 봤는데, 어후, 맛은 둘째치고 식감이 흐물흐물해서 형편없어요. 차라리 반찬 가게에서 사다 데워 드세요.

 

 

 

 

 

 

 



서울에 도착해서 맞닥뜨린 어느 해장국 프랜차이즈의 신메뉴 광고.
명절 특선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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