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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19금) 효녀 단단 본문
▲ 생신 겸 어버이날 기념 꽃바구니.
우리 권여사님, 중요한 날 꽃 없으면 슬퍼하는 분이라서 누군가는 꼭 준비해야 한다.
어버이날 기념글에 '19금' 경고가 붙다니, 이건 또 무슨 시츄에이션이냐.
재작년 어버이날 글 기억하시는 분?
☞ 갈대의 의미
이참에 아예 어버이날에는 야한 얘기 하는 것을 이 블로그의 전통으로 만들어 버릴까 생각중입니다. 어버이날 전야에 단단이 아주 기특한 꿈을 꿨어요. 내 또 실화처럼 생생한 꿈 얘기 들려드릴게요.
* * *
가만 있자... 엄마가 올해로 과부된 지 18년째로구나. 나는 집에 있는 남자와 '씨름'하며 잘 지내고 있는데 엄만 혹시 밤마다 외롭지 않았을까?
측은한 마음이 들어 단단은 꼬불쳐 두었던 비상금을 확인한 뒤 근육질의 잘생긴 젊은이를 수소문해 하루 고용하기로 마음 먹었다. 집으로 불러들여서는 옷을 벗겨 단단이 손수 그 근사한 젊은이의 몸에 기름칠을 정성껏 했다. 그리고는 권여사님 주무시는 방에 사전 귀띔도 없이 '써프라이즈' 선물로 들여보냈다. 들여보내 놓고는 돌아서서 문에 기대어 흐흐흐, 만면에 체셔 캣 미소를 띠었다. (그날 낮에 미스터 코리아 같은 육체미 대회 사진을 본 모양. 단단은 그날 보거나 겪었던 일을 꿈에 엉뚱하게 반영하는 신비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아뿔싸.
이 날이 하필 명절이었다는 사실을 잊었다. 집에 아빠쪽 친척들이 꾸역꾸역 몰려들어 여간 난감한 게 아니었다. 친척들이 엄마 어디 갔냐고 찾으면 어쩌지, 집 구경 하겠다며 엄마 침실에 들어가려고 하면 어쩌지, 땀이 뻘뻘 났다. 아니, 왜 큰집도 아닌 우리 집에서 명절을.
친척들이 엄마 침실쪽으로 가지 못하도록 단단은 필사적으로 입구를 지키고 서서 즉석 마술도 선보이고 너스레도 떨어가며 주의를 끄느라 애를 썼다. 명절상에 사람들을 겨우겨우 둘러 앉히고는 먹는 데 온 정신이 팔리도록 계속해서 음식을 내보냈고, 식후 재미있는 영화도 틀어주었다.
충분한 시간이 흐르고 마침내 거사를 마친 젊은이가 엄마 침실에서 나오려는 기척이 들리자 단단은 문 틈으로 손에 들고 있던 가운을 재빨리 건넸다. 그리고는 "쉿! 이쪽으로 와요!" 손목을 잡아 끌어 뒷문으로 함께 빠져 나왔다. 탈탈 털어 준비한 비상금 전액을 젊은이 손에 꼬옥 쥐어주고 누가 들을까 봐 작은 소리로 "수고 많았어요!" 고마움을 표시했다.
젊은이는 무사히 우리 집을 빠져 나갔다. 휴...
한숨 돌린 뒤 궁금해서 엄마 침실 문을 빼꼼 열고 들여다보았더니 몸이 개운해진 동시에 나른해진 우리 권여사님, 여전히 침대에 누워 눈을 감은 채 만족스럽다는 듯
"아유, 아무리 젊은 놈이라도 그렇지, 웬 기운이 그렇게 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엄마 기쁘게 해드리기 성공!
* * *
꿈은 드물게 해피 엔딩으로 끝났습니다.
다음날인 어버이날 아침, 전화로 권여사님께 안부를 여쭈는데, 꿈에서 비상금까지 털어 가며 마음 고생한 걸 어떻게든 생색내고 싶어져 박진감 넘치는 사운드로 꿈 이야기를 들려드렸죠. 그랬더니 우리 권여사님, 역시나 싫지 않다는 듯 큰 목소리로,
"어머머머, 우리 딸 효도했네! 꺄르륵~"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돈 한 푼 안 들이고 효도 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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