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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19금) 효녀 단단 본문

잡생각

[어버이날] (19금) 효녀 단단

단 단 2018. 6. 1. 20:16

 

 

 

 생신 겸 어버이날 기념 꽃바구니.

우리 권여사님, 중요한 날 꽃 없으면 슬퍼하는 분이라서

누군가는 꼭 준비해야 한다.

 

 


어버이날 기념글에 '19금' 경고가 붙다니, 이건 또 무슨 시츄에이션이냐.


재작년 어버이날 글 기억하시는 분?
☞ 갈대의 의미

 

이참에 아예 어버이날에는 야한 얘기 하는 것을 이 블로그의 전통으로 만들어 버릴까 생각중입니다. 어버이날 전야에 단단이 아주 기특한 꿈을 꿨어요. 내 또 실화처럼 생생한 꿈 얘기 들려 드릴게요. 

 



*   *   *

 



가만 있자... 엄마가 올해로 과부된 지 18년째로구나. 나는 집에 있는 남자와 '씨름'하며 잘 지내고 있는데 엄만 혹시 밤마다 외롭지 않았을까?


측은한 마음이 들어 단단은 꼬불쳐 두었던 비상금을 확인한 뒤 근육질의 잘생긴 젊은이를 수소문해 하루 고용하기로 마음 먹었다. 집으로 불러들여서는 옷을 벗겨 단단이 손수 그 근사한 젊은이의 몸에 기름칠을 정성껏 했다. 그리고는 권여사님 주무시는 방에 사전 귀띔도 없이 '써프라이즈' 선물로 들여보냈다. 들여보내 놓고는 돌아서서 문에 기대어 흐흐흐, 만면에 체셔 캣 미소를 띠었다. (그날 낮에 미스터 코리아 같은 육체미 대회 사진을 본 모양. 단단은 그날 보거나 겪었던 일을 꿈에 엉뚱하게 반영하는 신비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아뿔싸.

이 날이 하필 명절이었다는 사실을 잊었다. 집에 아빠쪽 친척들이 꾸역꾸역 몰려들어 여간 난감한 게 아니었다. 친척들이 엄마 어디 갔냐고 찾으면 어쩌지, 집 구경 하겠다며 엄마 침실에 들어가려고 하면 어쩌지, 땀이 뻘뻘 났다. 아니, 왜 큰집도 아닌 우리 집에서 명절을.


친척들이 엄마 침실쪽으로 가지 못하도록 단단은 필사적으로 입구를 지키고 서서 즉석 마술도 선보이고 너스레도 떨어가며 주의를 끄느라 애를 썼다. 명절상에 사람들을 겨우겨우 둘러 앉히고는 먹는 데 온 정신이 팔리도록 계속해서 음식을 내보냈고, 식후 재미있는 영화도 틀어 주었다.


충분한 시간이 흐르고 마침내 거사를 마친 젊은이가 엄마 침실에서 나오려는 기척이 들리자 단단은 문 틈으로 손에 들고 있던 가운을 재빨리 건넸다. 그리고는 "쉿! 이쪽으로 와요!" 손목을 잡아 끌어 뒷문으로 함께 빠져 나왔다. 탈탈 털어 준비한 비상금 전액을 젊은이 손에 꼬옥 쥐어 주고 누가 들을까봐 작은 소리로 "수고 많았어요!" 고마움을 표시했다. 젊은이는 무사히 우리 집을 빠져 나갔다. 휴...


한숨 돌린 뒤 궁금해서 엄마 침실 문을 빼꼼 열고 들여다보았더니 몸이 개운해진 동시에 나른해진 우리 권여사님, 여전히 침대에 누워 눈을 감은 채 만족스럽다는 듯

"아유, 아무리 젊은 놈이라도 그렇지, 웬 기운이 그렇게 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엄마 기쁘게 해 드리기 성공!

 



*   *   *

 



꿈은 드물게 해피 엔딩으로 끝났습니다.
다음날인 어버이날 아침, 전화로 권여사님께 안부를 여쭈는데, 꿈에서 비상금까지 털어 가며 마음 고생한 걸 어떻게든 생색내고 싶어져 박진감 넘치는 사운드로 꿈 이야기를 들려 드렸죠. 그랬더니 우리 권여사님, 역시나 싫지 않다는 듯 큰 목소리로,


"어머머머, 우리 딸 효도했네! 꺄르륵~"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돈 한 푼 안 들이고 효도 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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