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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우표] 우크라이나 2013 - 우크라이나의 웨딩 브레드, 코로바이(Korovai)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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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체 122×113mm, 우표 한 장 33×29.5mm.
(클릭하면 큰 사진이 뜹니다.)
이 우표가 발행되었을 때 흥분했었습니다. 디자인이 훌륭하죠? 우크라이나의 일상 빵, 명절 빵, 결혼식에 내는 빵들이 담겼는데, 액면가가 가장 높으면서 가장 화려하게 꾸며진 정가운데의 우표가 바로 우크라이나의 결혼식 빵인 '코로바이korovai'입니다. 그럼요, 다른 날도 아니고 무려 결혼식에 내는 건데요.
우크라이나는 비옥한 토양chernozem 덕에 고대로부터 유명한 곡창이었고 밀 수출로 유명했습니다. '유럽의 빵바구니'라는 별명이 암시하듯 강대국들의 약탈 대상이 되기도 했죠. 터키와 그 주변국의 음식이 유사하듯 우크라이나 음식도 러시아와 겹치는 부분이 많습니다.
우표에 담긴 다른 빵들은 간략하게 소개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일상빵 '팔리야니짜palyanitsa'.
철자는 지역에 따라 다르게 표기되는 것 같습니다. 밀가루 빵으로, 굽기 전 반죽에 칼집을 크게 내주어 저런 표면을 만들어 냅니다. 빵이 웃고 있네요.
명절빵 '칼라취kalatch'.
이것도 지역마다 철자가 조금씩 다릅니다.
동유럽 쪽에서 많이 먹는 브리오쉬 비슷한 밀빵으로, 버터와 달걀을 추가해 풍부한 맛을 냅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성탄절 전야와 장례식에 내고, 아기의 탄생을 기념해 부모에게 선물로도 준다고 합니다. 가운데의 빈 공간에 초를 세우기도 합니다. 삼위일체를 상징하는 세 가닥의 반죽을 꼬아 고리 모양을 만들어야 하니 우표에 있는 것보다는 좀 더 복잡하고 정교한 결과물이 나와야 합니다.
일상빵 '부블리크bublik'.
동유럽 쪽에서 많이들 먹는 밀빵으로, 깨를 뿌린 베이글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 실물
전에 소개해 드렸던 러시아의 블리니 우표에서도 출연한 바 있습니다.
호밀rye빵.
☞ 실물
오늘의 주인공, 우크라이나의 결혼식 빵 '코로바이korovai'.
영국은 층층이 쌓아 올리고 공들여 장식한 하얀 아이싱의 웨딩 케이크 나라죠. 우크라이나는 웨딩 브레드로 유명합니다. 이 우표에 출연한 빵은 미혼 여인들의 땋은 머리와 부인들의 올린 머리를 연상케하고 밀이삭과 열매 등의 정교한 장식이 있기는 하나 수수한 편에 속합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해 다양한 코로바이의 모습을 구경해 보세요.
굉장하죠? 만드는 과정부터가 결혼 예식에 포함되어 '우크라이나의 결혼식은 코로바이로 시작해 코로바이로 끝난다'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이전부터 존재는 했으나 우크라이나 사람들의 결혼식에 이 웨딩 브레드가 필수 요소가 된 것은 11세기부터라고 합니다.
지역별로 빵을 만드는 장소가 달라 동부에서는 신부 집에서, 서부에서는 친척 집에서, 다른 곳에서는 신부나 신랑의 집에서 만든다 하고, 어떤 정보에서는 신혼집에서 만든다고도 하는데, 신부의 집에서 만드는 경우가 가장 많은 것 같습니다. 보통 신랑·신부 양쪽의 친척들이 빵 굽는 데 같이 참여를 하는데, 아무나 이 예식에 끼어들어서는 안 되고 성공적이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기혼 여성만이 참여할 수 있다고 합니다. 결혼하는 이가 초혼일 때만 만든다 하고요. 코로바이 제작에 참여하는 이 여인들은 'korovainytsi'라 부르며 대개 홀수로 초대를 합니다. 빵 만드는 과정을 인도해 주는 전통 노래들을 부르면서 작업합니다.
결혼 예식은 이 코로바이를 만드는 순간부터 시작된다고 여겨 새로운 가족의 탄생을 축복하면서 반죽에 들어갑니다. 코로바이의 크기가 클수록 더 길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할 수 있다고 믿어 어떤 지역에서는 식탁만큼 큰 코로바이를 만들기도 합니다. 풍성하게 부풀고 고른 색이 나도록 잘 구워진 코로바이는 행복한 결혼생활을 가져오고, 금이 가거나 깨진 코로바이는 힘든 결혼생활의 징조로 여기기 때문에 흠 없는 코로바이를 만들기 위해 기혼녀들의 경험과 기술이 총동원됩니다.
영국의 웨딩 케이크와 마찬가지로 코로바이에도 많은 상징이 담깁니다. 슬라브계 사람들이 숭배하던 해의 모양을 본떠 둥근 형상으로 만들며, 빵 표면에 꽃과 잎, 불두화guelder rose, 새, 밀과 밀이삭, 향초herb, 견과 등의 모양을 밀가루와 물만 쓴 발효시키지 않은 반죽으로 빚어 붙입니다. 각각 상징을 담고 있는데, 중요한 건, 모든 장식들이 항상 쌍으로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완성된 코로바이를 놓고 양가의 부모들이 결혼식이 시작하기 직전 신랑·신부를 축복합니다. 그 뒤 피로연 만찬상의 센터피스로 놓였다가 참석한 친척과 손님 모두에게 분배되는데, 장식은 따로 떼어져 '늬들도 좋은 사람 만나 얼렁 결혼해서 잘 살어.' 하는 의미로 미혼녀들의 손에 들려진다는군요. 윗부분은 가족, 친지 등 하객들이 나누어 먹고 아랫부분은 하객들을 즐겁게 해준 웨딩 밴드에게 나누어 준답니다. 사양하면 무례한 것으로 여긴다 하니 우크라이나 결혼식에 초대를 받았다면 피로연 때 코로바이 먹을 배는 남겨 두어야겠습니다.
참고문헌마다 하는 이야기가 다 달라서 글을 쓰기가 좀 힘들었습니다. 정보를 더 얻게 되면 수정을 하거나 추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무언가를 기념하거나 축하하기 위해 상징을 가득 담아 정성껏 음식을 장식한다는 것은 인간이 할 수 있는 참 특별한 행위인 것 같습니다. ■
▲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결혼 첫 날 총을 든 우크라이나 신혼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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