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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우표] 일본 2015 - 라멘 Ramen

단 단 2022. 4. 15. 18:25

 

 

(글이 또 길어요. 식사하시면서 느긋하게 보세요.)

 

 

 

 

전체 76×129 mm.

(클릭하면 큰 사진이 뜹니다.)

 

 

일본의 연말연시 연하장 해외발송용 추가 우표입니다. 국내용 연하장 우표에 18엔 우표를 추가로 붙이면 해외 발송이 가능하므로 18엔짜리 우표를 따로 발행합니다. 해외에 보낼 거라서 일본을 잘 나타낼 수 있는 것들을 담는다고 하죠. 스시와 덴뿌라 우표를 예전에 소개해드렸습니다.

[음식우표] 일본 2014 - 스시와 덴뿌라

 

저는 사진보다는 이런 양식화한stylised 그림 음식우표를 좋아합니다. 더 예쁘기도 하지만 가독성도 훨씬 좋거든요. 기업들이 조립 설명서를 사진이 아닌 그림으로 제작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거지요.

  

 

 

 

 

 

 

 

우표 한 장 25×22 mm.

 

 

오늘은 스키야키와 라멘 우표 중에서 라멘 우표를 다룹니다. 

 

라멘.

좋아하는 음식입니다. 실은 우동, 소바, 라멘, 다 좋아합니다. 우리 권여사님은 우동과 소바는 좋아하시는데 라멘은 격이 떨어지는 음식으로 여기시더라고요. (일본의 노인들 중에도 이렇게 생각하는 이들이 꽤 있는 것 같습니다.)

 

일본 여행을 자주 다니셔서 가이드 따라 라멘집을 몇 번 갔었는데, 돼지고기는 소고기보다 열등하다는 굳건한 믿음을 갖고 계신 분이 하필 돈코츠 라멘만 드시게 된 모양입니다. 두툼한 비계 붙은 차슈에 돼지기름 둥둥 뜬 국물을 보시고는 혼비백산, '단정치 못한 음식'이라며 저랑 한국에서 라멘집 가는 걸 극구 거부하십니다. 저는 돈코츠 라멘의 그 '단정치 못함'을 즐기는데 말이죠.

 

전통과 정통 따지는 일본의 꼬장꼬장한 노인들은 라멘의 구성 요소가 소바나 우동의 그것과 달리 '훼이크fake'스러워 라멘을 열등한 음식으로 여기는 건 아닐까 싶습니다. 일본만화 <라면요리왕>의 일부가 담긴 커뮤니티 게시판 글을 연결시켜 드릴 테니 잠시 마실 다녀오십시오. 짧은 대목인데 라멘의 핵심을 잘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만화] 일본 라멘의 유래와 본질

 

 

 

 

 

 

 

 

작년에 읽은 음식 관련 책 중 가장 재미있었던 것.

이 책 서문에 적혀 있는 해학적이면서 건조한 라멘의 과학적 정의 -

"아미노산과 핵산을 함유한 염화나트륨 용액에 당질과 단백질의 결착 조직을 담가 적신 것."

 

 

 

 

 

 

 

 

국물 맛내기 및 우마미에 관한 대목과,

 

 

 

 

 

 

 

 

면 먹을 때 내는 소리에 관한 대목이 음악인인 단단에게는 특히 흥미로웠음.

 

 

 

라멘의 5대 기본 요소를 적어 봅니다.

 

1. 육수 (broth, 일명 '스프')

닭 / 돼지 / 건어물과 해산물 / 육지동물 육수끼리의 혼합 / 육지동물 육수와 해산물 육수의 혼합(일명 '더블 스프'. 어류와 패류의 혼합도 '더블 스프'라 부름). 열거한 각각의 육수에는 채소를 넣어 단맛을 내고 동물성 육수의 누린내 또는 해산물 육수의 비린내를 완화시키기도 합니다. 다시마나 건표고는 우마미에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경우에만 포함합니다. 

 

2. 면 (noodles)

'간수'(알칼리제, 중합인산염 등) 넣은 밀면인 중화면이 기본입니다. 여러 단점으로 인해 넣지 않는 집도 있다고 하나 드문 것 같습니다. 일본 라멘의 표준 면 굵기는 JIS(일본공업규격) 22번(직경1.36㎜)이라고 하는데, 면 형태와 굵기는 라멘 종류마다, 가게마다 다릅니다. 돈코츠 라멘은 1분 이내로 익힐 수 있는 저가수 극세면을, 미소 라멘은 표준 굵기의 꼬불꼬불한 면을, 츠케멘이나 비빔라멘들은 '스프'의 맛에 지지 않는 극태면, 즉, 우동 면처럼 굵은 면 쓰는 것을 흔히 봅니다. (덜 익힌 단단한 굵은 면을 보면 소화 염려에 긴장하게 됩니다.) 한국에도 직접 제면하는 라멘집들이 많아졌지요. ☞ 밀가루 음식은 소화가 잘 안 되니 가급적 먹지 말라는 말

 

 

3. 소스 (tare)

간장 / 소금 / 미소 등.

 

4. 향미유 (infused oil)

닭기름 / 소기름 / 라드 / 돼지 등비계 (세아부라) 등의 동물성 유지뿐 아니라 이들 유지나 식물성 유지에 향신채를 끓여 얻은 파기름 / 마늘기름(마유) / 흑마늘기름(쿠로마유) / 고추기름 / 고추·마늘·생강기름 / 건어물기름 등. 

 

5. 꾸미 (toppings)

실로 다양한데, 흔히 볼 수 있는 꾸미로는

 

고기 - 돼지고기, 닭고기, 오리고기 

달걀 - 맛달걀, 온천달걀, 생달걀노른자

파 - 송송 썰거나 채썬 생파

김 - 직사각형으로 썰거나 채썬 김

 손가락 길이로 썬 멘마 (죽순절임)

채썬 목이버섯 (비싸서 국물 우리고 건진 다시마를 채썰어 고명으로 내는 집도 있음)

마늘 - 다진 생마늘, 튀긴 마늘편

양파 - 다지거나 채친 생양파, 튀긴 양파 조각, 캬라멜화한 양파 조각 

 어분

 숙주

 부추 (마제소바)

 흰 참깨

 식초에 절인 붉은 생강 (돈코츠 라멘)

편썬 나루토마끼 

(분홍색 소용돌이 무늬의 찐 어묵, 돈코츠 라멘에서는 보기 힘들고 도쿄식 쇼유 라멘에서 흔히 관찰됨)

옥수수 - 스위트콘 또는 영콘 (미소 라멘, 콘버터 라멘)

녹색잎 채소 - 시금치, 청경채 등 

 

등이 있고, 

 

 

라멘에 관한 영상들을 보니 한 그릇을 완성해 나가는 순서는 이렇습니다. 

 

1. 그릇을 뜨거운 물로 데운다.

2. 타레를 담는다.

3. 향미유 또는 돈코츠 라멘의 경우 돼지 등비계 끓인 것(세아부라)을 뿌린다.

4. 육수를 담는다.

5. 면을 담는다.

6. 꾸미를 얹는다.

 

 

탕면이니 당연히 국물과 면이 가장 중요한 요소이겠으나 라멘집들의 라멘 이름은 대개 타레(소스)의 종류에 따라 결정됩니다. 이 타레로 간을 맞춥니다. 

 

1. 쇼유 (간장 소스) 라멘

2. 시오 (소금) 라멘

3. 미소 (된장 소스) 라멘

 

 

사용된 '스프' 종류를 놓고 작명하기도 합니다.

 

4. 돈코츠 라멘

육수 재료인 돼지뼈(돈코츠)로 작명을 한 거지요. 돈코츠 육수에 쇼유, 미소, 시오, 어떤 것으로든 간을 할 수 있습니다. 제가 태어나서 처음 맛본 일본 라멘은 일본인 손님이 한국 방문하면서 저희 집에 선물로 사다 주신 세련된 종이 상자 포장의 인스탄트 돈코츠 미소 라멘이었습니다. 어찌나 신기한 맛이 나면서 맛있었던지요. [1992년] 

 

 

스프 내는 방식으로 작명을 하기도 하고요.

 

5. 토리 파이탄 (계백탕)

파이탄=바이탕=백탕白湯. 손질한 닭을 통째로 집어넣고 닭뼈와 닭발을 추가해 뽀얗게 될 때까지 강불에 우려 냅니다. 진하고 고소한 맛을 냅니다.

 

 

그 외

 

6. 츠케멘

7. 마제소바

8. 아부라소바

9. 탄탄멘

 

등 국물과 면이 따로 나오거나 국물이 아예 없는(시루나시) 특수한 형태의 것들도 있습니다. 이름에는 '라멘'이 들어 있지 않지만 라멘으로 분류합니다.

 

 

 

    

 

 

 

 

 

돈코츠 라멘 만드는 전 과정을 보여 주는 일본 라멘집의 영상입니다. 돼지뼈에서 핏물을 공들여 빼 내야 이상적인 색이 나고 맛과 향이 역하지 않은 구수한 육수가 되므로 영상에서도 핏물 빼는 데 많은 시간을 들입니다. 돼지 등비계를 물에 넣고 끓여 체에 친 것을 '세아부라'라고 하는데, 이를 라멘 그릇에 대고 착착착 뿌려 주는 과정도 눈여겨보세요. [사진 설명] 돈코츠 육수 가정에서 만들어 보기

 

 

 

 

 

 

 

 

 

돈코츠 라멘

 

 

일본 밖에서는 어느 나라든 돈코츠 라멘이 먼저 유행한 것 같습니다. 저는 라멘 중에서는 진한 맛의 돈코츠 라멘과 복잡한 맛의 어패류계 라멘을 특히 좋아하는데, 츠케멘의 츠케지루는 이 둘을 혼합한 거라서 제가 아주 좋아합니다. 국물 라멘 중에서는 돈코츠 라멘만큼 푸근한hearty 라멘이 또 없을 듯합니다. 입 안과 식도와 영혼을 감싸는 그 두텁고 기름진 맛이 좋아요. 그런데 이건 잘 만들었을 때의 이야기이고, 못 만든 돈코츠 라멘은 역하기 짝이 없죠. (선지 냄새 나는 냉면 편육과 라멘 편육 질색합니다.) 어쨌거나 탕면 중 돼지육수를 쓰는 음식은 드물기 때문에 돈코츠 라멘에는 특별한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로 라멘

 

 

명성의 지로 라멘한국에도 이 어마어마한 양의 지로 라멘을 파는 집이 있죠. 라멘집들이 가끔씩 '이벤트'로 이 지로 라멘을 낼 때도 있는데, 미리 공지를 띄워 애호가들을 불러들입니다. 돈코츠 국물에 '아부라'와 간마늘 듬뿍, 양배추와 숙주 산더미처럼 쌓아 올려 내는 푸짐한 라멘입니다. 몹시 궁금하나 다 먹지도 못 할 게 분명한 음식을 시켜서 잔뜩 남기면 그런 극악무도한 죄가 또 없으니 저로서는 아마 평생 맛보지 못할 음식일 듯합니다. 위대하신 분들 드시는 거나 보면서 대리만족 해야죠.

 

 

 

 

 

 

 

 

쿠로마유 돈코츠 라멘

 

 

쿠로마유 = 흑마늘유. 여기서의 '흑마늘'은 새콤달콤 발사믹 비니거 맛 나는 한국의 고급 식재료 흑마늘을 뜻하는 게 아니라 유지(대개 라드)에 편마늘을 넣고 까맣게 태운 뒤 갈아 만든 일본의 향미유를 말합니다. 돈코츠 라멘 국물에 띄우면 삽시간에 할로윈 라멘이 되죠. 기름에 튀긴 마늘 칩도 같이 올리게 돼 있는데, 궁금해서 사 먹고는 마늘 복통과 마늘 냄새로 3일을 고생했어요. 점심으로 이거 사 먹으면 그날의 남은 일정은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쿠로마유는 이렇게 만듭니다 우리 흑마늘만큼은 아니지만 이것도 정성이 들어갑니다.

쿠로마유 만들기

 

 

 

 

 

 

 

 

매운 된장을 푼 돈코츠 라멘인 카라미소辛味噌 라멘

 

 

 

 

 

 

 

 

토리 파이탄白湯 라멘

 

 

닭뼈와 닭고기로 낸 뽀얀 닭육수 라멘으로, 이 집은 'chefy'하게도 거품기로 국물에 거품까지 다 냅니다. 그릇 밑에 접시도 대고요. 이러니 '미슐랑 가성비 맛집'에 등재됐겠죠. 전반적으로 냉면집과 칼국수 집들보다는 라멘집들 음식 내는 품이 낫습니다. 라멘집들은 도자기 그릇을 많이 쓰죠.

 

 

 

 

 

 

 

 

 

토리 시오 라멘

 

 

이번에는 맑은 닭육수 라멘.

시오 라멘은 소금으로 간을 한 라멘을 말합니다. '시오'가 일본어로 '소금'이라는 뜻입니다. 가다랑어포, 멸치 등으로 낸 육수를 사용해 맛이 깔끔하고 개운하며 다른 라멘에 비해 맛과 향이 강하지 않아 재료 본연의 맛이 잘 드러난다고 하는데, 한국에는 최근 맑은 닭곰탕 시오 라멘을 주력으로 내는 집들이 생겼습니다.

 

 

 

 

 

 

 

 

 

우표를 다시 보도록 하죠. 국물 색과 꾸미로 판단컨대 쇼유(간장 소스) 라멘 같네요. 대개는 닭뼈와 채소를 우린 맑은 육수를 사용하지만 지역에 따라 돼지뼈, 해산물 육수 등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쇼유 라멘은 1910년 도쿄의 한 중국음식점에서 처음 만들어졌다고 하죠. 일본인들은 간장 소스의 맑은 국물 라멘을 가장 전통적인 라멘으로 여기는 것 같습니다. 쇼유 라멘 앞에 '클래식'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걸 자주 봅니다. 

 

분홍색 소용돌이 무늬의 저 찐 어묵 '나루토(마끼)'가 도쿄식 쇼유 라멘의 상징이라고 해 반가웠습니다. 저건 우리 한국의 컵라면에도 들어가는 거잖아요? (우리는 '@'를 '골뱅이'라고 부르는데 일본에서는 '나루토'라 한다는군요.) 

 

 

 

 

 

 

 

 

 

미국의 이름난 라멘 장인의 라멘 이야기가 담긴 영상입니다. 클래식 쇼유 라멘과 변형 쇼유 라멘들을 보여줍니다. 

 

 

 

 

 

 

 

 

쇼유 라멘

 

 

쇼유 라멘 좋아하세요?

제가 생각하는 츄카소바(중화소바)와 쇼유 라멘의 문제는,

우동이나 소바의 개성과 카리스마에 필적할 '임팩트' 있는 한 그릇을 만나기가 힘들다는 겁니다. 간장맛 나는 맛있는 국수 하면 저는 우동과 소바가 먼저 떠오르지 츄카소바나 쇼유 라멘이 떠오르지는 않습니다. 쇼유 라멘 애호가 분들께는 죄송합니다. 쇼유 라멘 맛집 귀띔해주시면 이 헛소리를 철회하겠습니다. 영상에 나온 미국의 쇼유 라멘, 먹어보고 싶네요. 맛있어 보입니다.

 

 

 

 

 

 

 

 

간장 소스와 라드유 혼합 양념에 비벼 먹는 고소한 '아부라소바'

 

 

 

 

 

 

 

 

생달걀노른자에 비벼 먹는 '마제소바'

 

 

라멘계의 까르보나라 격인 마제소바는 음식 설계 자체가 탁월해 맛없기 힘든 음식인 듯합니다. 라멘 종류 중에서는 이 마제소바가 가장 표준화돼 있는 것 같아요. 제 경험이 일천한 탓도 있겠으나, 어느 집에서 먹든 마제소바는 맛이 비슷하고 안정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조로록 두른 저 꾸미 요소가 집집마다 거의 같아서겠죠. 한국에 나고야식과 동경식 둘 다 들어와 있는데 나고야식으로 내는 집이 훨씬 많아 보입니다. 

 

마제소바는 사실 집에서도 얼마든지 만들어 먹을 수 있습니다. 탕면에 비하면 준비하기가 편하거든요. 탕면은 국물과 꾸미 만드는 데 시간이 많이 들지만 비빔라멘인 마제소바는 국물도 없이 달걀도 생달걀을 그냥 쓰고, 생파, 생양파, 생부추, 생마늘 간 것, 깨, 땅콩, 김채 등을 가공 없이 그냥 얹습니다. 양념 돼지고기 '민찌'와 어분만 신경 써서 준비하면 되는데, 힘들게 육수와 꾸미 준비해 내는 라멘집들은 마제소바집 앞의 길게 늘어선 줄을 보면 자괴감 들겠어요. "공들여 국물도 만들지 않는 집이 무슨 라멘집이야?" 의문을 품는 라멘 애호가들을 많이 봅니다. <금산제면소>의 (비싼) 단일 메뉴 탄탄멘도 맛은 좋을지 모르나 높이 쳐 주지 않는 이들이 있지요.

 

 

 

 

 

 

 

 

 교카이(해산물) 츠케멘

 

 

 

 

 

 

 

 

 

교카이(해산물) 비빔라멘. 마른 멸칫가루 풍미 물씬, 우마미 폭탄.

츠케멘을 먹기 편하도록 미리 합쳐 놓은 형태인데,

맛은 기차게 좋으나 덜 익은 굵고 단단한 면 소화시키느라 고생깨나 했다는.

 

 

 

 

 

 

 

 

초피(화쟈오), 고추기름(라유), 흑식초를 쓴 비빔라멘.

중국 단단미옌의 일본식 변주로, '탄탄멘'이라 부르며 라멘 범주에 넣는다.

 

 

 

 

 

 

 

 

견과류와 참깨를 써서 고소한 한껏 맛을 살린 또 다른 스타일의 탄탄멘

 

 

 

 

 

 

 

 

또 다른 스타일의 탄탄멘. 이번에는 일본식 탄탄멘에 한국식 색채 가미.

 

 

 

 

 

 

 

 

후추와 토마토로 매콤새콤한 국물을 내고 달걀을 풀어 중화시킨 토마토 라멘

 

 

 

 

 

 

 

 

일본식 닭튀김 가라아게가 올라간 냉라멘

 

 

이 세계에도 다양한 변주가 존재합니다. 카레 라멘, 토마토 라멘, 바질 라멘은 변종 중에서는 나름 클래식이 된 듯하고, 크림 라멘, 로제 라멘도 라멘집 메뉴에서 본 적 있습니다. 냉라멘도 흔하고요. 한편, 중국의 단단미옌이 일본에서 라멘화해 이것도 클래식이 되었죠. 한국에도 탄탄멘 내는 집이 꽤 많은데, 재미있게도 가게마다 외형과 맛이 많이 다릅니다. 화쟈오와 라유와 흑식초를 써서 원형에 가깝게 내는 쪽이 있고, 견과류와 참깨를 듬뿍 넣어 고소한 맛을 살린 쪽도 있고, 맵고 칼칼한 맛을 내 우리 식으로 또 한 번 변형을 가한 것도 있었는데, 제 입맛에는 다 맛있었습니다.

 

 

 

 

 

 

 

 

부추를 빼곡이 덮고 '벌집 돼지껍데기'를 올린 아부라소바

 

 

 

 

 

 

 

 

동의하시죠?

『라면요리왕』 6권 44화 '만드는 입장, 먹는 입장' 중에서.

 

 

 

 

 

 

 

 

라멘집의 트위터 공지. 유독 장사가 잘된 날은

재료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멀리서 출발하는 손님 계실까 봐 이렇게 공지를 띄운다.

내 집 책상에 앉아 영업집의 '카운트다운'과 그날 준비한 음식 다 팔았다는 공지를 보면 짜릿하다.

(→ 신종 오타쿠)

 

 

 

"라멘은 전통적으로 2,30대 남성층, 그 중에서도 샐러리맨 군단이 시장을 주도한다." 

일본 식문화에 정통한 푸드 칼럼니스트 장범석 님의 도쿄 라멘 분석글에서 가져온 문장인데요,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다쓰 부처가 라멘집에 갈 때마다 느끼는 점이, 손님 중 저희가 항상 나이가 가장 많은 것 같고;; 제 나이의 여성은 정말 보기 힘들다는 거죠. 주방에서 일하는 이와 손님 모두 2,30대 남성일 때가 많아 늘 신기해합니다. 간이 매우 센 데다 면에 소화를 더디게 하는 다양한 첨가물이 들어가니 2,30대 남성이 아니면 한껏 즐기기 힘든 음식은 맞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데 먹고 나면 몸이 힘들어 자주는 못 사 먹습니다.    

 

제가 라멘을 좋아하는 이유는요,

(면과 국물이 맛있어야 하는 건 국물면·탕면의 기본이니 논외로 하고)

 

(1) '이게 다 라멘이라고?' 놀랄 정도로 외형과 맛의 스펙트럼이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야성미 넘치는 탁한 국물의 돈코츠 라멘으로 충만함을 느끼고, 내일은 맑은 토리 시오 라멘 국물 속 하늘거리는 면 가락을 들여다보면서 혼탁해진 마음을 정화시키고. 뜨거운 국물이 부담스러운 한여름에는 츠케멘이나 아부라소바, 마제소바 같은 비빔라멘, 냉라멘 등으로 즐길 수도 있죠.  

 

(2) 꾸미들이 멀끔하고 맛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늘 우리 냉면을 먹을 때마다 맛 다 빠진 뻣뻣한 편육과 성의 없이 막 삶은 회녹색 띠 노른자의 맨달걀을 보면서 한탄합니다. 이 풍요로운 시대에 내가 왜 국물 내고 난 맛 다 빠진 고기를 먹어야 하나. 고기 잘 안 먹으려 들지만 이왕 먹을 땐 공들여 준비한 맛있는 걸 먹고 싶어요. 어떤 땐 생오이 채친 게 그냥 올라오기도 하죠. 얼마든지 '파인 다이닝'화 할 수 있는 음식인데 꾸미에 공을 너무 안 들이고 날로 먹으려 든다는 점이 제가 냉면 먹을 때 품는 불만입니다. 냉면도 라멘처럼 꾸미 좀 맛있게 다듬어 올렸으면 좋겠습니다. 그릇 이야기는 위에서 했고요.

 

(3) 우동이나 소바, 냉면, 칼국수에는 부족한 '기름진 맛'이 있기 때문입니다. 동물성 육수를 쓰는 경우에는 해당 동물의 고기, 비계, 뼈에서 나오는 지방이 생기게 마련인데 냉면은 차게 먹는 음식이라 촛농처럼 굳은 이 지방들을 걷어 낼 수밖에 없죠. 라멘에는 육수에 이 지방이 포함돼 있는 데다 여기에 개성을 살리기 위한 향미유까지 따로 개발해 국물에 더하므로 지방이 주는 풍성함, 매끄러움, 유연함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인생 너무 빡빡하게 살지 말고 기름칠해 가며 살자고요. 

 

그간 다니며 맛본 라멘 사진이 많은데 사진을 전부 다듬어 올릴 수 있을 때까지 시간 끌다가는 글을 영원히 공개하지 못 할 것 같아 우선 일부만 첨부해 공개합니다. 시간 날 때 더 올려보겠습니다.  

 

 

 

<푸드 칼럼니스트 장범석의 라멘 기행>

 

[01] 라멘기행을 시작하며…라멘의 어원 

[02] 라멘의 분류 '이에케와 고토치'

[03] 스프 새 지평 연 '아사히카와 라멘'

[04] 천하의 부엌, 오사카 '킨류 라멘'

[05] 삿포로의 발명품 '미소 라멘'

[06] 맑고 깔끔한 스프, 하코다테 '시오 라멘'

[07] 라멘 전시장 토쿄편 ① '츠케멘'

[08] 라멘 전시장 토쿄편 ② '간코 라멘'

[09] 라멘 전시장 토쿄편 ③ '아브라소바·츄카소바'

[10] 일본의 3대 라멘 '키타카타 라멘'

[11] 라멘왕국 야마가타 '요네자와 라멘'

[12] 동북지방 토치기의 '사노라멘'

[13] 히다의 소쿄토 '타카야마 라멘'

[14] 쿄토 식문화 거스른 '쿄토 라멘'

[15] 라멘 택시로 찾아가는 '와카야마 라멘'

[16] 우리나라 짬뽕 닮은 '베트콩 라멘'

[17] 오노미치·히로시마 라멘

[18] 불고기 챠슈가 올라간 '토쿠시마 라멘'

[19] 톤코츠의 원조 '쿠루메 라멘'

[20] 톤코츠를 꽃피운 '하카타 라멘'

[21] 알면 즐거움이 더 커지는 '라멘 용어' → 일독을 권함

[22] 해외에서 더 유명한 '쿠마모토 라멘'

[23] 스타일이 자유분방한 '카고시마 라멘'

[24] 한국인도 매워하는 '탄탄멘'

[25] '니가타라멘'의 다섯 가지 맛

[26] 이바라키현의 '스태미나 라멘'

[27] 냄비우동 닮은 '나베야키 라멘'

[28] 토야마의 '4색 라멘'

 

 

 

 

 

 

 

 

변화무쌍하고 활기찬 서울의 라멘 현장.

늙은 단단은 기운 없어 멀리까지는 못 가고 강남에 있는 집들이나 슬렁슬렁 거의 다 가 보았다.

5천 픽셀에 가까운 큰 그림으로 올렸으니 크게 띄워 놓고 하나하나 들여다보며 군침 흘려보자.

 

 

 

 

 

 

 

 

어... 이거... 말할까 말까...

단단은 라멘집에 갈 때 가방이나 목도리에 라멘 브로치를 달고 간다.

(으악 유치해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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