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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우표] 대한민국 1993 - 버섯 시리즈 - 표고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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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버섯.
▲ 표고.
우표 한 장 23×33mm.
세상 맛있는 버섯, 표고.
다들 반찬으로 어떻게 해 드세요?
채썬 양파나 다른 부재료 넣고 볶아 드시는 집도 있고 (권여사님)
들깨에 버무려 드시는 집도 있죠. (반찬가게에서 흔히 보는 스타일)
단단은... 좀 괴상하게 해먹습니다.
우리 집 표고 반찬 레서피, 수줍지만 공개.
재료는 단 네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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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네 이상한 표고 반찬
재료
• 표고 (생표고든 건표고든 집에 있는 걸로. 전자는 보들보들 야들야들 식감이 더 부드럽고, 후자는 우마미 폭탄이라 맛이 더 좋고.)
• 이금기 프리미엄 굴소스
• 생크림 (한국에도 200ml짜리 소포장 판매중. 가당 제품 사지 않도록 주의. 유지방 함량 대개 38%. 영국에 계신 분은 유지방 48%의 '더블 크림'을, 미국에 계신 분은 36-40%의 '헤비 크림'을 쓰시면 됨.)
• 후추 (통후추알을 즉석에서 갈아서 쓸 것. 미리 갈아 놓은 분말 오뚜기 후추, 이딴 거 노노.)
만들기
1. 생표고는 물에 가볍게 씻어 먼지와 티끌을 제거한 뒤 키친 타월로 물기를 닦는다. 기둥을 떼고 최대한 얇게 썬다. 기둥이 있던 부분은 육질이 단단하니 도려낸다. 건표고는 가볍게 씻은 뒤 부드러워질 때까지 불려 최대한 얇게 썬다. 건표고 불리고 남은 물은 버리지 말고 조릴 때 활용한다.
2. 맹물 또는 건표고 불렸던 물 소량에 굴소스를 개어 느슨하게 풀어 준 뒤 기름 없는 마른 지짐판에 표고와 함께 넣고 간이 배도록 조린다. 물기가 거의 다 증발해야 한다. 살짝 눋도록 지지면 더 맛있다.
3. 재빨리 식혀서 밀폐용기에 넣어 냉장보관한다. 하루쯤 묵히면 맛이 더 좋아진다.
- 다른 반찬 다 준비되고 밥그릇에 밥 담기 직전에 2차 조리-
4. 조린 표고를 냉장고에서 꺼내 한 끼 먹을 만큼 지짐판에 덜고 식용유 대신 생크림을 소량 끼얹어 졸인다. 버섯에 배었던 양념이 크림에 우러나와 연갈색의 근사한 소스가 될 것이다.
5. 불을 끄고 통후추알을 즉석에서 갈아 뿌린 뒤 반찬 그릇에 담아 내거나 밥 위에 얹어 덮밥으로 먹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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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차 완성. 반찬은 공기에 덜 접촉하도록 작은 밀폐용기에 꽉 채워 담는 게 좋다.
양이 많으면 큰 통에 한 번에 담지 말고 작은 통 여러 개에 나누어 담는다.
자주 해먹는 반찬 중 향이 강한 것들은 아예 전용 밀폐용기를 두는 것도 좋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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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 묵힌 뒤 한 끼 먹을 분량을 덜어 식용유 대신 생크림 소량 추가.
한 번 끓여 주면 크림에 양념이 우러나와 졸여지면서 근사한 소스로 변신한다.
후추는 조리 마친 후. 까르보나라처럼 후추 필수지만 많이 뿌리지 않도록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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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찬 그릇에 옮겨 담기. 자, 이제 밥을 푸세요.
다쓰베이더의 최애 반찬입니다. 별것 없는데 거참 희한하게 맛있네 하며 먹습니다. ㅋ 재료 자체가 워낙 맛있으니까요. 가다랑어포는 이노신산, 다시마는 글루탐산, 건표고는 구아닐산. 일본의 3대 우마미 재료들이죠. 영국에 있을 때 학생 식당에서 사 먹었던 ☞ 비프 스트로가노프에서 영감을 얻어 우마미 짙은 재료에 크림을 이용해보았습니다. 표고는 또 어패류, 특히 패류와 궁합이 좋잖아요? 패류를 사다 손질하는 건 귀찮으니 바쁜 분들을 위해 굴소스를 이용한 귀차니스트용 초간단 방법을 소개하는 겁니다. 네, 저 날라리 주부 맞습니다. 그런데 엄청 바빠요. 바쁜 사람이 자기 손으로 밥 해먹고 있는 것만 해도 어딥니까. (세상 당당)
<맛의 달인>에 표고 이야기가 자세히 나와 있죠. 지금이야 양식할 수 있게 되어 구하기도 쉽고 값도 싸졌지만 이것도 만일 야생으로 채집해야 한다면 송로버섯truffle보다 비쌌을 거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끄덕.
맛의 달인 보고 안 사실 -
일본에 등록되어 있는 표고만 해도 만화책 출판 당시 이미 100종 이상. 표고를 일년 내내 먹을 있는 이유는 품종마다 자라는 시기가 다르기 때문. 생식용과 건표고용 품종이 다르다 하고요.
품종에 따라 형태, 육질, 맛이 다르고, 같은 품종도 재배 방식에 따라 맛이 달라집니다. 표고는 상수리, 떡갈, 신갈, 갈참, 졸참, 굴참의 참나무 6종을 비롯해 너도밤나무, 밤나무, 벗나무, 서어나무, 버드나무 등 여러 원목을 써서 재배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상수리나무를 원목으로 한 것은 농후한 맛이 나고, 너도밤나무 톱밥에 쌀겨와 밀기울 섞어 만든 재배판에서 재배한 것은 좀 더 가벼운 맛이 난다고 하지요. 재배 시기에 따라서도 맛이 달라지고요.
저희 집에는 명절에 선물 받은 건표고가 일년 내내 있기 때문에 제 손으로 표고를 살 일이 거의 없습니다. 블로그에 글 쓰기 위해 사진용으로 생표고나 아주 가끔 사는 정도인데, 한국 마트에서 생표고를 품종별, 재배법별로 골라 살 수 있을 리 만무하죠.
신신당부 - 귀찮다고 미리 크림과 후추에 버무려 보관해 두어서는 안 되고 반드시 먹기 직전에 따로 불질해야 합니다. 조린 음식은 식혔다 다시 데워 먹는 게 더 맛있다는 것도 기억해 두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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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찬 레서피 하나 더
'일주일에 서른 가지 이상 식물 먹기' 실천에 딱 좋은
떼어 낸 기둥은 장조림해 드세요
시골살이 내 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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